회귀 후 메이저리거 55화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습니다.]
-중략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재개된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는 포수로 포지션을 변경.
첫 타석에선 평범한 플라이볼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선 안타, 세 번째 타석에선 2루타, 네 번째 타석에선 3루타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이더니 마지막 5번째 타석에서 벼락같은 홈런을 때려내며 히트 포 더 사이클을 완성했습니다.
이 기록으로 한수호 선수는 종전 메이저리그 최연소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한 멜 오트(20세 81일)의 기록을 257일 줄여 19세 189일에 달성한 메이저리그 최연소 선수가 되었습니다.]
수호의 기록 달성에 잠들어 있던 멜 오트의 기록이 소환됐다.
-멜 오트가 누구임?
└메이저리그 레전드 있음.
-와…… 이 기록이 깨지네.
└사실 너무 옛날 기록이라 깨지기 어려울 거라 봤는데.
-한수호 진짜 대단하다.
-내가 19살에 뭐 했더라……?
-근데 얘 진짜 날 놈이긴 하네.
-벤클 진짜 심하게 났던데. 그 상황에 기록 달성 실화냐?
└원래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임.
-더 대박인 건 마지막에 퇴장당한 거임 ㅋㅋ
└퇴장 개오버더라.
└└그 상황에 빠던 했으니 퇴장감이지 ㅋㅋ
-기록도 기록이지만, 11명 퇴장당한 경기에서 다시 빠던 하는 배짱이 대단했음.
└그것도 루키가!!
-내가 장담한다. 얘는 백퍼 크게 될 애임.
한국에선 어떤 커뮤니티를 들어가도 수호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투나잇 베이스볼! 오늘 있었던 메이저리그의 경기들을 리뷰하는 시간입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경기는 당연히 이 경기죠? 필리스 대 내셔널스! 내셔널스 대 필리스의 경기입니다!]
[정말 역대급 경기가 탄생했습니다. 경기 시작 17분 만에 11명이 퇴장당하는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어요.]
[작년부터 이어져오던 시한폭탄이 터져 버렸죠?]
[맞습니다. 두 팀의 골이 상당히 깊었습니다. 그게 개막하고 열린 첫 시리즈에서 터진 거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번 벤치클리어링에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지 않았습니까?]
[유혈사태까지 이어졌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마 브라이스 하퍼와 제이콥에겐 상당한 출장 정지 제재가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어떤 중징계가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이 경기에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맞습니다. 앞으로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거라 예상했던 더 타이거, 멜 오트의 최연소 히트 포 더 사이클이 갱신됐죠!]
[거기에 한수호 선수는 내추럴 사이클을 달성했다는 겁니다.]
[1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내추럴 사이클이죠?]
[맞습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10번째 기록이며 가장 최근에는 2006년 9월 13일 게리 매튜스 주니어가 기록했었습니다.]
[루키시즌에 이러한 기록을 남긴 한수호 선수의 활약상 한번 보실까요?]
화면이 바뀌고 수호가 홈런을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
그의 활약상을 하이라이트로 내보내는 투나잇 베이스볼은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한수호란 이름 세 글자가 넓은 미국 땅에 알려진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한수호 선수는 기록 달성과 함께 퇴장당하지 않았습니까?]
[예. 아무래도 배트 플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걸로 보입니다.]
[구심은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때부터 양측 벤치에 경고했을 겁니다. 또 한 번 도발성 행동이 나오면 퇴장할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배트 플립이 나왔으니 퇴장시킨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퇴장은 과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전에 구두경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분명 과한 조치였습니다.]
[심판의 의도는 분명 알지만, 배트 플립을 막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에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은 하나같이 메이저리그의 레전드급 선수들이다.
그들조차 이번 사태에 대해서 비판을 내놓았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흐른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식성명을 내놓았다.
[필리스와 내셔널스의 벤치클리어링 사태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가 결정됐습니다.
이번 벤치클리어링에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선수들은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습니다.
브라이스 하퍼와 제이콥에게는 출장 정지 15경기, J.T리얼무토에게는 10경기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라운드에서의 폭력에 대해선 앞으로도 관용이 없을 것이며 배트 플립에 의한 보복구 역시 징계를 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중징계 카드를 꺼내든 사무국이었다.
기사를 본 레전드들도 놀랄 정도였다.
[와…… 15경기 출장 정지 말이 되나?]
[진짜 강하게 내렸는데?]
[피까지 났으니 어쩔 수 없으려나?]
[그건 또 그렇지.]
[그나저나 이제 배트 플립을 아예 허용하는 분위기네.]
[요즘 젊은 애들은 쇼맨십 좋아하잖아.]
[우리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ㅋㅋ]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수호는 그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어우…… 오늘 너무 피곤한데요.”
[많이 피곤함?]
“예…… 평소 경기보다 더 피곤합니다. 마사지까지 받았는데도 피로가 풀리질 않네요.”
수호는 스마트폰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좀 일찍 자겠습니다, 선배님들.”
[ㅇㅇ 그래라.]
[많이 피곤해 보이네.]
[푹 쉬어.]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수호가 눈을 감았다.
화면이 꺼졌지만, 레전드들의 채팅은 여전히 올라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후유증이란 게 이거 같지?]
[ㅇㅇ 그런 듯.]
[얘 체력이 그렇게 약골이 아닌데. 이 정도로 지치는 건 말이 안 됨.]
[얘가 보여준 집중력이면 이 정도로 지치는 것도 이해가 되지.]
[내일까지 후유증이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레전드들의 걱정이 이어졌다.
그때 루 게릭이 말했다.
[체력 부족이라 해봤자 결국 체력 문제잖아?]
[그건 그렇지.]
[그럼 그냥 체력을 길러주면 해결되는 건가?]
[그렇지 않을까?]
다른 레전드들이 그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번 시즌이 마무리되고 훈련량을 늘리면 어떨까?]
[얼마나 늘리지?]
[작년에 했던 거의 3배 정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오~ 나쁘지 않네.]
[아예 전지훈련을 가서 초반부터 체력 훈련에 몰빵 하면 괜찮을 듯.]
[그것도 좋지만…….]
수호가 들으면 기절할 계획을 세우는 레전드들이었다.
* * *
자고 눈을 뜨니 스타가 되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수호는 눈을 뜨면서 알게 됐다.
[읽지 않은 메시지 : 999+]
자고 일어나니 메시지가 폭발했다.
원래 알고 있던 지인들은 물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까지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응원하는 것부터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돈 빌려달라고 하는 내용도 많네요.”
[ㅋㅋㅋ 원래 그런 거임.]
[메이저리그니까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뭐, 제법 되긴 하지.]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웃고 있을 때.
동생 수빈이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
-오빠! 최고!!
메시지는 짧았지만, 이모티콘이 수두룩하게 왔다.
하나같이 축하한다는 이모티콘에 동생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고모와 고모부 역시 메시지를 보내놓았다.
-고모부 : 우리 수호 고생했다.
-고모 : 네가 자랑스럽다, 수호야!
두 분은 부재중 전화조차 남기지 않았다.
혹시나 자는 자신을 깨우지 않을까 싶어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것이다.
어릴 때라면 몰랐겠지만, 한 번의 삶을 살았던 그였기에 알 수 있는 배려였다.
수호는 곧장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기음이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고모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호야, 일어났니?
“네. 집이세요?”
-집이지. 몸은 좀 어때? 어제 싸움 났던데. 다치진 않았어?
“전 괜찮아요. 동료들이 조금 다치긴 했지만,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고모! 오빠예요?
-괜찮다니 다행이네. 지금 수빈이 바꿔줄게.
“네.”
-오빠!
“응. 저녁은 먹었어?”
-먹었지! 오빠! 오늘 학교에서 애들이 아주 난리 났었어! 다 오빠 경기를 봤는지 나한테 와서 막 이것저것 물어봤어!
수빈이의 목소리는 흥분되어 있었다.
아마도 학교에서 엄청난 관심이 받았던 거 같다.
한순간에 스타가 된 기분일 거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관심에 목말랐으니 말이다.
한참 동안 동생의 이야기를 듣던 수호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자주 연락할게. 고모 좀 다시 바꿔줘.”
-응! 고모~ 오빠가 바꿔달래요!
-수호야, 왜? 수빈이랑 더 통화하지.
“이제 슬슬 훈련 나갈 시간이라서요.”
-아! 그렇구나! 내가 너무 통화를 오래 잡고 있었네. 언제나 부상 조심하고! 오늘도 파이팅하렴!
“네. 그리고 고모.”
-응?
“감사해요. 모든 게 다.”
진심을 담은 수호의 말에 고모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얘가…… 참, 별말을 다 한다. 수빈이 걱정은…… 하지 말고. 넌 경기에만 집중해.
애써 참고 있었지만, 물기 젖은 그녀의 목소리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또 연락드릴게요.”
-그래.
-오빠! 톡 할게!!
전화를 끊은 수호가 홀가분한 얼굴로 일어났다.
전생에선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를 한 그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 * *
내셔널스와의 2차전에서도 수호는 포수로서 선발 출전했다.
-1차전의 주인공인 한수호 선수가 다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합니다.
-리얼무토가 자리를 비운 10경기 동안 아마 한수호 선수가 주전 포수로 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날 한수호 선수도 퇴장을 당했습니다만, 사무국에선 별다른 제재를 내리지 않았죠?
-예. 배트 플립을 하긴 했습니다만, 상대에 대한 도발보다는 무의식에 나왔다고 판단을 한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리 큰 사건으로 번지지도 않았고요.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서도 배트 플립에 의한 보복구를 던지는 불문율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사실 그게 맞습니다. 비록 역사적인 불문율이라고는 하나, 시대에 뒤떨어진 불문율이니까요.
-사무국에서도 강하게 제재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앞으로 변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리스와 내셔널스의 2차전.
전날의 벤치클리어링의 여파인지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매디슨 감독은 1회부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어제 마지막 타석에서 배트 플립이 나왔다. 내셔널스에서 다시 보복할 수도 있어.’
수호의 배트 플립은 상대를 도발하기에 충분했다.
바로 퇴장을 당해준 덕분에 수호에 대한 보복은 따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그냥 넘어갈지는 미지수였다.
‘수호까지 빠지면 팀의 타선이 너무 빈다. 어떻게든 그를 보호해야 해.’
만약에 사태를 대비했지만,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사무국의 경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무국은 공식성명은 물론 두 구단에 직접적으로 공문을 보내 이번 시리즈에 벤치클리어링이 다시 발생할 시 가중처벌한다고 통지했다.
이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벤치클리어링도 하나의 문화이기에 이렇게까지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혈사태까지 발생한 이상 사무국도 그저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덕분에 경기는 평범하게 흘러갔다.
* * *
[히트 포 더 사이클 최연소 기록을 달성한 한수호 선수가 내셔널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나갔습니다.]
내셔널스와의 2차전에서 수호는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전날의 대기록 때문일까?
팬들의 반응은 다소 예상 밖이었다.
-어제 사이클링 히트 때리더니 오늘은 1안타 겨우 때렸네.
-이게 본 실력이지.
-어제 얘가 전설이 된다고 했던 애들 어디 감?
-고작 한 경기 잘했다고 너무 띄워주더라.
-벌써 체력적인 문제 보이죠?
-이제 4월인데 지친 게 눈에 보이더라.
기다렸다는 듯 억까들이 등장해 그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고작 한 경기에서 조금 부진했다고 체력 어쩌고 하는 거 뭐냐?
-크게 실수한 것도 없잖아?
-아직 4월 한 달도 안 지났다. 무슨 악플이 이렇게 많음?
-이제 19살 애한테 이러고들 싶냐?
수호를 감싸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그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런 상황에서 열린 내셔널스와의 3차전.
1회 수호가 첫 타석에 들어섰다.
-4번 타자로 출전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브라이스 하퍼와 리얼무토가 빠지면서 수호의 타순은 4번으로 조정됐다.
매디슨 감독은 그를 3번으로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루키이기에 배려하는 의미로 4번에 배치했다.
-1차전에서 사이클링 히트, 2차전에서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한수호 선수. 과연 3차전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2사에 주자 1루 상황.
타석에 선 수호가 호흡을 깊게 내뱉으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오늘 컨디션은 어떠냐?]
그런 수호에게 요기 베라가 물었다.
‘아주 좋습니다.’
대답과 함께 그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전날 무거웠던 몸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그럼 다시 한번 날뛰어보자!]
‘예!’
수호의 준비가 끝나자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려는 순간.
후웅!!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딱!!
-때렸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첫 타석.
악플러들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홈런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