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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53화 (52/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53화

경기장을 휘어잡은 수호의 플레이는 이전과 달랐다.

퍽!!

-원바운드된 공을 블로킹! 공을 앞에 떨어뜨려 놓은 한수호 선수! 재빠르게 잡아 3루로 송구!!

뻐억!

“아웃!!”

-아웃입니다!! 재빠른 송구로 득점권 주자를 지워 버리는 한수호 선수!!

-정말 좋은 블로킹이었습니다! 완전히 빠지는 공을 재빠른 움직임으로 막아내고 그걸 바로 잡아 3루를 노린 주자를 잡아내는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에 감탄이 나옵니다!

투수의 실책을 오히려 아웃 카운트로 바꾸기도 하고.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아니!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입니까? 빠졌잖아요!!”

“마지막에 들어왔어. 포수의 미트를 확인해 봐.”

“잡는 순간 움직인 거잖습니까?!”

“그만해. 뭐 하는 거야?”

-타자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내셔널스의 코칭스태프가 나와 그를 말립니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예민한 상태거든요. 단순한 항의에도 퇴장 조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판정은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이건 구심의 눈을 속인 포수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이 뛰어났다고 봐야 합니다. 절묘한 프레이밍으로 반개쯤 빠지는 공을 존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프레이밍을 통해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 수호의 플레이에 필리스 놀라워하고 있었다.

“한수호가 원래 포수를 잘했나?”

“1루수 아니었어?”

“원래 포수로 시작했잖아. 시범경기에서도 나쁘지 않았고.”

“아니, 그래도 J.T가 없는데.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

“오히려 더 나은 거 같지 않아?”

“에이~ 그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이제 갓 데뷔했는데. J.T는 십 년이 넘도록 메이저리그에서 톱클래스였다고.”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원정 응원이란 게 거의 없었다.

워낙 땅덩이가 넓기에 원정까지 가서 응원하기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리스 팬들은 원정응원을 하는 대표적인 팬들이었다.

그만큼 베이스볼에 진지했다.

그런 이들이기에 수호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분명 눈으로는 보이고 있었지만, 애써 그걸 부정하고 있었다.

리얼무토가 그동안 필리스에 헌신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저런 모습을 매 경기 보여줄 수 있다면……?’

‘정말 리얼무토를 밀어내는 거 아니야?’

‘몇몇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난 거 같은데…….’

‘어차피 그동안 후계자를 찾고 있긴 했잖아?’

그들의 마음속에 점점 수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단순히 루키가 아닌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말이다.

그사이 수호는 타석에서도 활약을 이어나갔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 코스! 1루를 돌아 2루에 서서 들어가는 한수호 선수!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어냅니다!

-경기 초반 엄청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면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만들어져 걱정했지만, 한수호 선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호의 활약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그런 활약에 레전드들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얘가 원래 이렇게 잘했나?]

[야, 그거 며칠 전에도 말했잖아.]

[그 시뮬레이션 할 때랑 비슷하지 않음?]

[ㅇㅇ 확실히 그 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그건 집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그랬지.]

[그럼 지금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레전드들도 지금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새로운 접속자가 들어왔다.

[저승차사가 입장하셨습니다.]

[어? 왔냐?]

[왜 이제야 왔어?!]

[부른 지가 언젠데!!]

[아니…… 어르신들. 저도 업무 보느라 바쁩니다. 지금도 겨우 짬 내서 온 건데…….]

들어온 자는 저승차사였다.

하지만 수호는 그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수호의 모습에 요기 베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차사에게 물었다.

[얘 상태가 좀 이상해져서 불렀다.]

[제가 회귀시켰던 분이군요. 음…… 뭐, 딱히 이상할 건 없는데요?]

[이상할 게 없다니? 갑자기 동기화 수치가 높아지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저승튜브 시청만 얼마나 했는데. 이런 건 처음 봤어!]

[ㅇㅇ 다른 세계에 있는 정신우도 이런 건 없었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지만, 차사는 별거 아니란 반응이었다.

[그냥 이분의 집중력이 너무 높은 겁니다.]

[집중력이 높다고?]

[예. 그런 적 다들 있지 않습니까? 급한 업무를 봐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그런 상황에서 집중력이 미치도록 높아져서 업무 효율이 늘어나는 상태 말입니다.]

[어…… 그건…….]

[분명 그럴 때가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건 잠깐 그러는 거 아니냐?]

[이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집중력이 오래 이어지는 건 이분의 능력이고요.]

[그럼 시뮬레이션은?]

레전드들은 이전에 있었던 시뮬레이션과 관련된 궁금증도 풀고 싶었다.

[그것도 비슷합니다.]

[비슷하다고?]

[예. 단지 지금보다 더 낮은 집중력 상태일 때 발휘되는 겁니다. 이분 집중력 하나는 거의 인간계 끝판왕이네요.]

[허…… 그 정도야?]

[예. 전생에 어떻게 살았기에 평범하게 사셨는지, 궁금하네요.]

차사는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고른 인재이기는 했으나 생각보다 능력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얘가 우리 생각보다 더 뛰어난가 본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우리가 모르는 능력이 마구 나오는데?]

레전드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이 모르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반응을 보던 차사가 말했다.

[오히려 좋지 않습니까?]

[응? 이게 좋다고?]

[예. 어차피 어르신들은 어르신들의 기록을 깨줄 인재를 찾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이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그게 가능할 거 같은데요? 솔직히 어르신들의 기록이 웬만해선 깰 수 있는 기록도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네?]

[한번 제대로 밀어주시죠.]

레전드 플레이어들.

그들 대다수가 현대야구가 정립되기 이전의 플레이어였다.

그 시대에 세운 기록들은 현대야구에서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선 그들의 기록이 영원히 깨지지 않을 거라는 말도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백 년이 넘는 기록들도 생겨났기에 그들의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수호의 능력이 자신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면?

[넌 가능할 거라 보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 집중력이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근거는?]

[어르신들도 아시잖습니까? 집중력이 있는 훈련과 없는 훈련의 차이를 말입니다.]

집중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훈련의 질을 아예 바꾸었다.

간단히 중량을 들 때도 집중력이 없는 상태에선 들 수 없는 무게도 집중력이 높은 상태에선 들 수 있었다.

거기에 근육의 자극이나 성장 역시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났다.

그런데 수호는 그 집중력의 수준이 차원이 달랐다.

만약 그걸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면?

[가능하겠네.]

[가능하겠지?]

[되겠네.]

차사의 말에 동의하는 레전드들이 늘어났다.

[그럼 궁금한 건 끝났죠? 전 이제 업무 보러 가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차사가 대화방을 나갔다.

저승폰을 닫은 차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무슨 저승차사를 자기네들 비서로 안다니까.”

그들을 위해 시간을 낸 바람에 업무가 밀렸다.

다음 영혼을 수거하기 몸을 돌리려던 그때였다.

“아…… 주의 사항을 말 안 했네. 쩝, 뭐 알아서 잘하시겠지.”

약간의 찝찝함을 남긴 채, 차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7회 초.

수호가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한 한수호 선수가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여기에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어주면 좋겠네요.

현재 스코어는 5 대 3.

필리스가 빠르게 달아났지만, 중반이 넘어서 내셔널스도 점수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쫓기는 처지가 된 필리스에게 달아나는 점수가 절실한 상황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원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내셔널스의 세 번째 투수, 벤자민이 공을 던집니다!

벤자민이 던진 공은 수호의 몸쪽으로 날아오다 급격히 궤적을 바꾸며 스트라이크존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구속, 변화 모두 좋은 공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마치 그걸 예상했다는 듯 공의 변화에 맞춰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좌익수 키를 넘어 원바운드로 펜스를 때립니다!

이번에도 장타가 터졌다.

하지만 내셔널스 외야수들은 수호의 장타력을 경계하고 이미 뒤로 물러나 수비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홈에서 승부가 될 정도의 타이밍에 공을 잡을 수 있었다.

“빽홈!!”

백업플레이를 왔던 중견수의 외침에 공을 잡은 좌익수가 몸을 돌리며 바로 홈을 노렸다.

쐐애애액-!!

-2루 주자 3루 돌아 홈으로! 그리고 공은 다이렉트로 홈으로 날아듭니다!!

그사이 수호는 1루를 돌아 2루 베이스에 도착하고 있었다.

그는 공이 곧장 홈으로 가는 걸 확인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3루로 내달렸다.

‘젠장! 홈은 늦었다!’

그 모습을 본 내셔널스의 포수 피네다가 홈을 포기하고 앞으로 달려 나와 공을 잡았다.

-아~ 홈을 포기하는 피네다 포수! 달려 나오며 공을 포구! 그대로 3루로 뿌립니다!

쐐애애액-!!

피네다의 손을 떠난 공이 3루수의 글러브로 향했다.

거의 동시에 수호도 몸을 날려 베이스를 노렸다.

거의 동시에 터치가 가능한 상황.

그때 3루수의 글러브 위치를 확인한 수호가 왼쪽 손을 빼면서 몸을 틀었다.

3루수는 갑자기 사라진 표적을 잡기 위해 다시 움직여야 했고 그사이 수호의 손이 먼저 베이스에 도달했다.

퍽!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1타점 3루타를 달성합니다!!

-아~ 정말 엄청난 센스였습니다! 감각적으로 3루수의 태그를 피하면서 베이스를 터치했어요! 정말 이게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가 해낼 수 있는 플레이인지 의심될 정도입니다!!

수호가 또 한 번 엄청난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팬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우와! 저걸 피하다니!”

“난 잡히는 줄 알았다니까!”

“한수호 이 미친 자식! 매번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구나?!”

“한! 한! 한! 한!!”

수호를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인상적인 것도 있었지만, 수호는 팀이 꼭 필요한 상황에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팬은 물론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고 있었다.

“와…… 저 자식 진짜 미쳤네.”

“오늘 완전히 물이 올랐는데?”

“뭐 저런 플레이를 하냐…….”

내셔널스 팬들조차 수호의 플레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오늘 그의 활약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 * *

후속 타자의 안타에서 홈으로 들어온 수호가 벤치에 앉았다.

“후우…….”

숨을 몰아쉰 그의 눈에 레전드들의 채팅이 보였다.

[얘 이제 채팅 보나 본데?]

[우리 채팅 보임?]

‘아…… 죄송합니다. 게임에 너무 집중하느라.’

[집중력 한번 지리네.]

[어떻게 몇 이닝 동안 게임에만 집중하냐?]

‘모르겠습니다. 게임에 나가면 그냥 바로 집중이 돼서…….’

수호 본인조차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 집중이 잘됐다.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정답이 보였고 그게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스스로조차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그때 요기 베라가 말했다.

[오히려 좋다. 더 집중해.]

‘더요?’

[그래. 지금은 그냥 게임 자체를 즐겨라.]

[ㅇㅈ. 이왕 사고 칠 거 제대로 쳐라.]

[아주 네 마음대로 한번 날뛰어봐!]

[열 받는다며? 그걸 다 터뜨려 버려.]

레전드들은 오히려 그런 수호를 부추겼다.

멘토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의 말에 수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예. 끝까지 날뛰어보겠습니다.’

아직 날뛸 시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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