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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52화 (51/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52화

    불안했던 3회가 마무리됐다.

    결과는 최고였다.

    -첫 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불안하게 출발한 제이콥 투수, 하지만 이후 두 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삼자범퇴란 결과를 얻어낸 제이콥이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때 옆으로 수호가 다가오자 제이콥이 먼저 글러브를 내밀었다.

    “나이스 리드였다.”

    “감사합니다.”

    자존심을 세우던 제이콥은 수호를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플레이를 3회에 보여주었다.

    -이번 이닝 제이콥 선수가 호투를 펼친 건 한수호 선수의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역시 리암 선수를 잡아낸 송구가 결정적이었죠?

    팝 타임 1.72초.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포수들의 한 시즌 평균 팝 타임이 1.8초 후반에서 1.9초 초반이다.

    1.7초대의 팝 타임은 그들조차 한 시즌에 몇 경기 보여주지 못했다.

    -한수호 선수가 주자를 잡아낸 뒤로 제이콥 선수의 제구력이 안정적으로 바뀌었죠?

    -맞습니다. 거기에 이후 블로킹과 프레이밍 등, 투수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요소들이 도드라지게 보였습니다.

    -마치 베테랑 포수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중계진의 칭찬이 쏟아지고 있는 사이, 더그아웃에 돌아온 수호는 보호장구를 벗었다.

    [야, 너 뭔 일이냐?]

    [지금까지 보여준 거랑 아예 다른데?]

    [팝 타임 1.72초는 또 뭐냐?]

    [익스체인지가 엄청 빠르던데?]

    [어떻게 한 거임?]

    궁금함을 참지 못한 레전드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평소보다 몸이 더 잘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마치…….’

    [마치?]

    [뭔데?]

    ‘그렇게 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하는 거 같았습니다.’

    [뭔 소리임?]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너 우리 말고 또 방송 열었냐?]

    이해하지 못한 소리에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 조시 깁슨이 물었다.

    [너 동기화 목록 확인해 봐.]

    ‘동기화 목록이요?’

    [ㅇㅇ 확인할 게 있다.]

    깁슨의 말에 동기화 목록을 열었다.

    그걸 확인한 수호의 눈이 커졌다.

    [동기화]

    [요기 베라 : 7퍼센트]

    [테드 윌리엄스 : 7퍼센트]

    [빌리 해밀턴 : 3.2퍼센트]

    [루 브록 : 3.2퍼센트]

    [베이브 루스 : 1.5퍼센트]

    [루 게릭 : 1퍼센트]

    [고도의 집중력상태 : 전체 동기화 수치 10퍼센트 상승]

    전체 동기화 수치가 상승해 있었다.

    * * *

    수호가 헬멧을 쓰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J.T가 빠지고 이런 햇병아리가 마스크를 쓰다니. 오늘 경기는 쉽게 이기겠어.”

    내셔널스의 포수 피네다가 도발했지만, 수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력은 뭐야?]

    [저번에 했던 그 시뮬레이션 같은 건가?]

    [같은 거 아님? 그것도 어쨌든 집중력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거잖아?]

    [그건 집중 상태라기보다는 몰입의 상태에서 나오는 거 아님?]

    [야! 저승차사 불러!]

    심지어는 저승사자를 호출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수호는 레전드들처럼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됐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깊게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잭을 부상 입힌 녀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겠어.’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런 수호에게 피네다가 다시 도발하려던 그때.

    “사담은 적당히 해. 오늘은 조금만 트러블이 생기면 바로 퇴장을 시킬 테니까.”

    구심이 으름장을 놨다.

    단순히 경고에 불과했지만, 현재 심판들도 날카로운 상태였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튀는 행동을 하기 어려웠다.

    ‘뭐, 이 정도면 됐지. 이 녀석은 장타력이 있으니까 조심해서 상대하자고.’

    피네다의 사인을 받은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1구를 던졌다.

    퍽!!

    “볼.”

    -초구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슬라이더, 볼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냉정하게 공을 잘 지켜보고 있네요.

    이후 2구와 3구 역시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면서 수호의 배트를 유도했다.

    하지만 수호는 한 번도 배트를 내밀지 않은 채, 자신이 노리는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수호 선수의 선구안이 무척이나 뛰어납니다! 공 반 개가 벗어나는 패스트볼마저 걸러내면서 쓰리볼을 만듭니다.

    -내셔널스 배터리는 어떻게든 장타를 피하기 위해 유인구를 던지고 있지만, 한수호 선수가 걸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피할 곳이 없는 상황! 과연 내셔널스 배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볼넷으로 내보낼 상황이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남은 한 장의 카드를 잡기 위해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던진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를 찔러왔다.

    후웅!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그리고 정확히 공을 낚아채며 경쾌한 소리를 토해냈다.

    딱!!

    -때렸습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결대로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상대가 어떤 공을 던질지 알고 정확히 노렸습니다!

    수호가 출루했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노아웃에 주자가 나간 건 아쉽지만, 점수를 내준 것도 아니니까.’

    투수는 수호에게 맞은 안타를 잊어버리고 다음 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수호에 대한 견제는 심하지 않았다.

    첫 번째로 포수라는 점.

    두 번째는 루키라는 점.

    마지막으로 그에 대한 데이터가 적다는 점이 모여 만든 방심이었다.

    그리고 수호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휙!

    투수의 발이 홈플레이트로 향하는 순간.

    타닥!!

    그가 1루 베이스를 떠나 2루로 내달렸다.

    “뛰었어!!”

    점점 멀어지는 1루수의 외침을 뒤로하고 수호가 속도를 더했다.

    순식간에 2루 베이스 앞까지 도달한 그가 몸을 날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촤아아앗-!!

    탁!

    그의 손이 정확히 베이스에 안착한 뒤에야 공이 2루수의 미트에 도착했다.

    “세이프.”

    2루심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양팔을 좌우로 벌렸다.

    -초구에 바로 뛰었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도루에 성공하면서 2루에 도달합니다!

    -한수호 선수의 주력이 대단하네요. 스타트와 함께 2루에 도달하는 시간이 고작 3.64초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메이저리그 평균인 3.78초보다도 빠른 기록이네요.

    -송구만 빠른 줄 알았는데, 한수호 선수의 주력도 대단히 좋습니다!

    순식간에 2루에 도착한 수호의 존재는 내셔널스에게 큰 부담으로 찾아왔다.

    ‘젠장…… 노아웃에 주자 2루라니…….’

    아웃 카운트가 있는 상황이면 모를까 노아웃이면 플라이볼 두 개에 홈까지 들어올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실점한다면 경기의 분위기가 단번에 넘어갈 수 있었다.

    ‘어떻게든 이번 타자는 잡아야 해.’

    내셔널스가 쫓기는 상황.

    하지만 하늘은 아직 내셔널스를 버리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2루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한수호 선수를 진루시키는 데 실패하는 필리스!

    -내셔널스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필리스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는 상황, 타석에 7번 타자 올리버 선수가 들어섭니다.

    장타력을 갖춘 올리버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등장에 수호가 리드폭을 조금 길게 가져갔다.

    ‘2루에 있으니 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수호는 기회가 생기면 바로 뛸 생각이었다.

    과거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대도들의 경험이 언제든지 투수의 빈틈을 잡아내기 위해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가 어떤 작전을 내기도 전에 올리버의 스윙이 빨랐다.

    딱!!

    -때렸습니다!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타구를 체크하며 뒤로 물러납니다!

    -너무 높게 떠오르는데요?

    타구가 너무 높게 떴다.

    그리고 천천히 날아갔다.

    담장을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타구였다.

    ‘3루라도 가야겠어.’

    수호는 일찌감치 2루 베이스를 밟고 언제든지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견수가 워닝트랙 앞에서 공을 잡았다.

    이미 태그업을 준비했던 수호가 3루 베이스로 뛰는 순간 그의 시선에 중견수가 펜스에 가볍게 부딪히는 게 보였다.

    동시에 수호의 몸속에 녹아 있던 대도들의 감각이 외쳤다.

    ‘달려!’

    수호가 3루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중견수가 균형을 잡고 공을 송구하는 순간, 그는 순식간에 3루를 지나쳤다.

    -한수호 선수, 3루를 지나쳐 홈을 노립니다!!

    -아~ 이건 무리인데요!

    평범한 플라이볼이다.

    2루 주자가 홈까지 파고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장면을 연출한 것은 대도의 후예라 불리던 빌리 해밀턴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호의 발은 거침없었다.

    -외야 필드까지 나갔던 2루수가 공을 잡아 곧장 홈으로 송구합니다!

    쐐애애액-!!

    2루수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포수의 미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속도보다 수호의 발이 더 빨랐다.

    촤아아아앗-!!

    -한수호 선수 슬라이딩!! 홈인!! 플라이볼에 투베이스를 달려 득점에 성공하는 한수호 선수!! 필리스가 선취점을 얻어냅니다!!

    수호가 경기를 뒤흔들었다.

    * * *

    2000년대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대도는?

    이 대답에 대한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빌리 해밀턴이다.

    마이너리그 한 시즌에 155도루를 기록하며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재목이란 평가를 받았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선 타격이 성장하지 않아 주전급으로 뛰진 못했다.

    그래서 전설들의 기록에 도전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가 주자로서 보여준 임팩트는 대단했었다.

    -한수호 선수의 주루는 마치 전성기의 빌리 해밀턴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그런 빌리 해밀턴과 비교될 정도로 수호의 주루플레이는 대단했다.

    이런 플레이는 원정까지 온 필리스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수호 네가 최고다!!”

    “내가 이걸 보려고 왔지!!”

    “우리 슈퍼루키 플레이 봤지?!!”

    “내셔널스 놈들은 빈볼이나 던질 줄 알지! 베이스볼을 하는 놈들이 없다니까!”

    “이게 바로 베이스볼이다!!”

    필리스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 경기장을 가득 채운 내셔널스 팬들은 침묵을 지켰다.

    “젠장…… 어떻게 저딴 플레이를 하는 거야?”

    “아니, 중견수 플라이에 투베이스를 도는 게 말이 돼?”

    “쟤 포수 아니었어? 뭔 발이 저렇게 빨라?”

    “하아…… 싸움질이나 보려고 온 게 아닌데…….”

    수호가 보여준 화려한 플레이에 내셔널스 팬들의 어깨가 처졌다.

    단숨에 어수선했던 경기장의 분위기가 필리스로 기울었다.

    “루키 대단한데?!”

    “이야! 어떻게 거기서 홈까지 내달렸냐?”

    “송구만 빠른 게 아니라 발도 빨랐네!”

    “나이스 플레이다!”

    당연하게도 필리스 더그아웃 역시 분위기가 살아났다.

    루키의 엄청난 플레이에 흥분하고 자극받은 필리스 선수단이 하나둘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내셔널스는 여전히 벤치클리어링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매디슨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왔다.’

    수호를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스타트시킨 게 최고의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플레이는 경기 전체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이런 매디슨의 생각은 구단의 수뇌진 역시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J.T와 하퍼가 퇴장당하면서 오늘 경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경기를 포기했던 마크 레이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매디슨과 마찬가지로 수호의 플레이에 매료된 상태였다.

    ‘저런 녀석을 내가 마이너리그로 보내려고 했다니…….’

    자신의 안목을 탓하면서 말이다.

    ‘그는 내가 도와줄 필요가 없는 선수야. 이미 슈퍼스타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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