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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43화 (42/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43화

* * *

오늘 경기에서 수호는 1번의 타격기회에서 2루타를 때려내며 장타력을 뽐냈다.

거기에 1도루와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드는 주루플레이 덕분에 1득점을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보면 그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매디슨은 수호를 호출했다.

“2루타를 때리고 나갔을 때 왜 3루로 마음대로 달렸지?”

이유는 간단했다.

사인이 없었는데도 수호가 도루를 했기 때문이다.

그린라이트가 주어진 선수가 아닌 이상 도루는 더그아웃에서 사인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수호는 그걸 어겼다.

당연히 질책해야 할 사안이었다.

“뛰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허나 수호의 태도는 당당했다.

“그렇게 판단했다고? 그건 더그아웃에서 판단하는 거야!”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투수가 커브를 던질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슨 근거로?”

“볼배합 상 거기에서는 브레이킹볼을 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 투수는 슬라이더보다 커브에 더 능숙한 투수입니다. 무엇보다 2루에 있었기에 투수의 그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보였다고?”

“예.”

놀라운 일이다.

루키는 경기에 나가는 거 자체가 긴장되는 일이다.

긴장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

그래서 루키들은 경기 전체를 보지 못한다.

단지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2루에서 투수의 그립을 볼 정도로 시야가 넓었다는 건가?’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그럼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온 건?”

“좌익수가 절 확인하고 허공으로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공을 잡더라도 송구하는 게 느릴 거라 판단했습니다.”

정확했다.

자신 역시 그렇게 판단했으니까.

‘확실히 시야가 넓다.’

수호는 예상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강심장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새가슴이면 본래 실력의 절반도 발휘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건 고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수호는 강심장을 타고났다.

‘스타플레이어는 하나 같이 강심장이지.’

스타의 자질이 있었다.

여기에서 질책을 더 해도 된다.

그만큼 수호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다.

하지만 매디슨은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날뛰고 싶나?”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벤치의 사인을 기다리겠습니다.”

“아니, 마음껏 날뛰어봐! 당분간 그린라이트를 주도록 하지. 경기에 나가면 자네 마음대로 날뛰어봐.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한다면 그린라이트는 회수하겠어.”

파격적인 조건이다.

아직 실전도 몇 차례 치르지 않은 선수에게 그린라이트라니?

하지만 수호는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매디슨이 자신을 좋게 보고 있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매디슨이 단독주루로 자신을 로스터에서 제외시키거나 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린라이트까지 줄지는 예상밖이었다.

[확실히 감독이 너에게 꽂혔네.]

[이런 감독 만나면 편하지.]

[단장도 네 편이면 좋겠다.]

[루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뇌진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

아직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지 못한 루키는 구단의 노예나 다를바 없다.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는 것도 연봉도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런 자신의 운명은 구단 수뇌진에게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뇌진이 절 좋게 보지 않는다면...’

매디슨에게 고개를 숙인 수호가 몸을 돌렸다.

‘그렇게 만들면 되겠죠.’

[오올~]

[자신감 지렸고요.]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지.]

[데뷔 첫 해에 메이저리그 직행 가즈아-!]

수호의 발언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 * *

그날 밤.

단장인 마크의 요청으로 매디슨은 그와 마주하고 있었다.

묘한 불안감이 그를 감쌌다.

매디슨 그는 사장인 돔브로스키의 요청으로 감독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중에 합류한 마크와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범경기가 잘 풀리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예. 다행히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서 성적이 나쁘지 않습니다.”

“3승 1패에 경기내용도 좋아서 팬들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선발투수들도 안정적이고 타격도 나쁘지 않죠. 페넌트레이스까지 이런 페이스가 이어지면 아주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야죠. 헌데 오늘 면담을 요청하신 이유가...?”

매디슨의 질문에 마크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수호 선수에 대한 겁니다.”

‘역시 이거였나?’

매디슨도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을 직접 부를 일은 수호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타석에서 보여준 예고홈런, 사전에 이야기가 됐던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즉흥적으로 한 일입니다만, 선수 본인이 워낙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던 겁니다. 차후에는 그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굳이 그럴 필요 있겠습니까?”

“예?”

“루키라면 그 정도 패기는 보여야죠. 무엇보다 그런 행동을 하고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수호 선수는 행동에 대한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매디슨은 얼떨떨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호를 무척이나 좋지 않게 보던 마크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다음 경기에는 그를 선발로 내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선발로요?”

“예. 무토에게는 한 경기 휴식을 주는 차원에서 테스트해보는 겁니다. 어차피 팀에 백업포수가 필요한 상황 아닙니까?”

“분명 그렇습니다. 기존의 백업포수들을 대체할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죠.”

“그런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의 활용도를 확인해보자는 겁니다. 그가 포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백업포수로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분명 그렇죠.”

마크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바뀐 걸까?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기는 했다.

‘이 남자 한수호의 발굴을 자신의 성과로 만들 생각인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수호는 스타플레이어의 기질이 있었다.

플레이가 화려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금처럼 보수적인 접근을 하다간 수호의 발굴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차라리 자신의 성과로 만들겠다는 거군.’

상대의 속셈이 눈에 보였다.

‘오히려 좋아. 수호 같은 떡잎은 일찌감치 세상에 드러낼 수 있을 테니까.’

마크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경기에 휠러와 호흡을 맞추도록 로스터를 조정하겠습니다.”

“하하! 말이 통해서 좋군요.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돌아가는 마크를 보며 매디슨이 명단을 확인했다.

“뻔한 속셈이지만...말년에 재밌는 선수를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야.”

다음 경기의 선발로 수호가 결정됐다.

* * *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선발이요?”

“그래. 잭 휠러와 호흡을 맞출 거야. 네 마음대로 한 번 날뛰어봐.”

“감사합니다!”

매디슨의 말에 인사를 하고 돌아선 수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확실히 수뇌진이 널 좋게 본다.]

[기회를 제대로 주기로 했나 보네.]

[하긴 예고홈런까지 날렸는데 ㅋㅋ]

[거기에 다음 경기에서는 발로 점수를 냈잖아.]

[기회를 안 주면 수뇌진 눈이 옹이구멍이란 소리지.]

레전드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만큼 최근 수호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망주였다.

그런 수호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다.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예.’

이 기회를 잡는다면 멀리 있던 메이저리그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 * *

수호의 선발출전 소식은 곧 언론을 통해 국내에 전해졌다.

- 와...벌써 선발이냐?

- 최근 활약이 쩔긴 했는데. 바로 선발 기회를 주네.

- 그런데 필리스는 리얼무토 있지 않나?

- 있긴 하지. 그런데 나이 들어서 백업포수 찾긴 해야 함.

- 작년에도 풀타임은 무리였지.

ㄴ 그때 올라온 백업포수들 때문에 필리스 나락간거임.

- 리얼무토 후계자로 수호를 내정한 건가?

ㄴ 가능성은 충분할 듯.

- 하여간 야알못들 설레발 오진다.

- 그러게 ㅋㅋ 이제 선발 한 번 기회 얻은 걸로 리얼무토 후계자 ㅇㅈㄹ.

- 메쟈가 그렇게 쉽냐?

- 온 김에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지 맛이나 보고 가라. 구단의 배려지.

여론은 반으로 갈렸다.

수호의 선발출전을 온전히 기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런 그들을 비꼬느라 바빴다.

그러는 사이 수호의 선발일이 다가왔다.

“루키, 벌써 선발로 나온다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수호에게 잭 휠러가 다가왔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오늘 사인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할까?”

“예!”

메이저리그에서 포수의 역할은 중요했다.

볼배합에 대한 부분을 경기 전, 투수와 포수가 전력분석팀에서 나눠준 자료를 토대로 회의를 진행한다.

“불펜에서 공을 받아봐서 알겠지만, 오늘 커브의 상태가 좋아.”

“예. 그리고 포심의 구속이나 회전력 역시 좋으니 포심과 커브를 중심으로 사인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고속 슬라이더의 각도 역시 날카로우니 한 번씩 섞어서 던지면 효과가 좋을 듯 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주 좋아. 내 생각하고 정확히 일치한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이 상당히 잘 먹히는 편이니까, 그것도 섞어줘.”

“옙!”

잭 휠러와의 대화는 편했다.

그가 자신을 좋게 보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욱 그런 부분이 있었다.

대화를 끝낸 수호는 배터리코치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경기에 나갈 준비를 끝냈다.

* * *

1회초.

수호가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다.

그 장면은 중계를 통해 한국에도 그대로 방영됐다.

(한수호 선수가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습니다!)

(설마 한수호 선수를 이렇게 빨리 선발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리얼무토의 휴식차원에서 유망주인 한수호 선수에게 기회를 준 거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더군요.)

(그게 맞을 겁니다. 무엇보다 필리스가 리얼무토의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기회가 찾아온 하나의 요인으로 보입니다.)

(최근 잔부상이 많아지면서 풀타임 출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리얼무토죠.)

(맞습니다. 작년 시즌에도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110경기에만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21세기 메이저리그 최고포수로 평가받는 리얼무토지만, 세월의 흐름은 피할 수 없었다.

필리스가 그의 후계자를 찾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 이유였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초반이다.

복잡하게 사인을 낼 이유는 없었다.

(한수호 선수가 사인을 보냅니다.)

(투수인 잭 휠러에게도 중요한 초구지만, 한수호 선수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사인을 교환한 잭 휠러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뒤이어 스트라이드를 내딛고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딱!!

“파울!!”

(몸쪽으로 오는 93마일의 빠른 공! 타자가 배트에 맞췄지만, 파울이 됩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마크 레이어도 오늘 경기는 현장에 나와 지켜보고 있었다.

‘한수호가 정말 스타의 자질이 있다면 포수로서도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할 거다.’

스타플레이어는 단순히 성적이 좋아서 나오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화려한 플레이를 해야 스타플레이어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셈이다.

딱!!

“와아아아-!!”

(안타입니다! 첫 타자를 내야땅볼로 돌려세웠지만, 두 번째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잭 휠러!)

(체인지업이 다소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타자의 좋은 먹잇감이 됐습니다.)

(1루 주자가 된 티모시 선수의 주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26시즌 54개의 도루를 성공하면서 도루부문 2위를 기록한 선수입니다.)

1루 베이스로 나간 티모시는 처음부터 리드폭을 크게 가져갔다.

발에 자신이 있는 주자기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다.

거기에 다음 타자가 좌타자라는 것 역시 그의 리드폭을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좌타자가 들어오면 아무래도 포수의 시야와 1루로 던질 수 있는 송구도 방해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수호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리얼무토였다면 이런 리드폭에 당할 수 있지만, 상대가 루키라면 상관없지.’

루키이기에 나올 수 있는 방심이었다.

사인을 교환한 잭 휠러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고 공을 뿌렸다.

딜리버리에 군더더기가 없었기에 굳이 무리해서 달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휠러에게 교란을 주기 위해 티모시가 2루 쪽으로 스텝을 내디뎠다.

그게 통했던 걸까?

퍽!

잭 휠러의 1구가 타자의 몸쪽으로 붙어서 들어왔다.

구심이 볼을 선언하는 모습에 베이스로 귀환하려는 순간이었다.

타닥!

재빨리 일어난 그가 타자의 뒤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미친!’

생각지도 못한 견제에 티모시가 급하게 슬라이딩으로 귀루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공을 잡은 1루수가 그대로 티모시를 태그했다.

퍽!

“아웃! 아웃!!”

(아웃입니다! 번개 같은 1루 송구로 주자를 지워버리는 한수호 선수!!)

(정말 좋은 송구였습니다! 티모시 선수가 급하게 귀루했지만, 돌아오지 못하고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갑니다!!)

수호의 엄청난 송구에 필리스 팬들이 일제히 들썩였다.

“루키, 송구도 잘 했던 거냐?!”

“네가 최고다!!”

“까면 깔수록 매력이 넘치네!!”

팬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플레이.

수호에게는 그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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