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42화
(공지 : 41화의 내용에 예고홈런 장면을 추가했습니다.)
* * *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한수호,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쓰리런 홈런을 작렬!!]
수호의 홈런소식은 곧장 한국에 전해졌다.
- 한수호가 누구야?
- 작년에 필리스에 간 루키.
ㄴ 그런 애가 왜 시범경기에서 뜀?
ㄴㄴ 너 요새 뉴스 안 보냐? 얼마 전에 그거때문에 시끌시끌했는데.
ㄴㄴㄴ ㅇㅇ 미안. 확인 못했음.
- 와...첫 타석 쓰리런 뭐냐?
- 한수호 야구월드컵에서도 사고치더니 메이저리그에서도 사고치네.
- 상대 투수 누구였음?
ㄴ 라미레즈.
ㄴㄴ 걔가 누구냐?
ㄴㄴㄴ 내셔널스에서 트리플A랑 메이저 오가는 애 있음. 작년 빅리그에서 11경기 0승 3패 4.5 찍었음.
- 상대 투수가 찐 메이저는 아니네.
ㄴ 그래도 대단한 거 아님?
ㄴㄴ 대단한 거지. 이제 갓 19살짜리가 이런 홈런이라니.
수호의 홈런에 대한 각종 반응이 쏟아졌다.
대부분 대단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간혹 라미레즈라는 트리플A급 선수를 상대로 기록한 홈런이기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하나의 영상이 공개됐다.
- [링크] 이거 본 사람?
ㄴ 뭔데?
ㄴㄴ 한수호 홈런 영상인데. 레딧에선 예고홈런이라고 난리났는데?
ㄴㄴㄴ 예고홈런? 베이브 루스의 그거?
ㄴㄴㄴㄴ 헛소리
30초짜리 영상에는 수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포수인 케이버트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던 수호가 갑자기 왼손으로 한쪽 담장을 가리켰다.
마치 베이브 루스의 예고홈런을 연상케하는 장면이었다.
- 보고 왔는데. 찐인 듯?
- 나도 보고 옴. 그냥 루틴 아님?
ㄴ 그렇다고 하기에는 방향이 너무 정확함.
- 필리스 레딧 보고 왔는데. 반응 장난 아니다.
ㄴ 그 정도임?
ㄴㄴ 제 2의 브라이스 하퍼가 나왔다고 난리임.
- 나도 보고 왔는데. 예고홈런 맞는 거 같은데?
- 한수호 기사 떴다!
ㄴ 링크 좀.
ㄴㄴ [링크]
영상이 떴음에도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때 한수호의 기사가 뜨면서 모든 의혹을 종식시켰다.
[...예고홈런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수호 선수는 “맞다. 케이버트가 도발하고 경기장의 분위기도 너무 나빴다.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홈런을 예고한 것이다.” 라는 답변으로 예고홈런임을 확인시켜주었다.]
한선예의 기사가 공개되면서 수호의 예고홈런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 * *
예고홈런을 터트린 수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뭐야? 그 예고홈런 루키가 왜 안 보여?!”
“동양인 꼬마 내보내!!”
“한을 내보내라!!”
“매디슨 뭐하냐?! 빨리 무토 집어넣고 한을 내놔!!”
필리건들은 두 번째 시범경기부터 수호를 원했다.
그들은 팀의 간판스타인 리얼무토를 교체하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게 뱉었다.
타팀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필리스라면 그리고 관중들이 필리건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당사자인 리얼무토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저놈들 또 저 난리네.’
필리스에서만 벌써 8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필리건들에게 면역이 될만큼 되었단 소리였다.
그러나 면역이 덜 된 사람도 있었다.
“고작 홈런 하나에 저런 난리라니...!”
새롭게 단장으로 온 마크 레이어였다.
수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고 싶었던 그였기에 이런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에 예고홈런이라고?’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베이브 루스의 재림이란 이야기.
‘말도 안 돼. 베테랑도 아니고 루키가 예고홈런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후우...”
돔브로스키의 안목이 맞았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쁠 것만은 없었다.
‘정말 예고홈런을 터트리고 그만한 기량을 가진 녀석이라면 내가 이끌 필리스에 큰 도움이 되겠지.’
어차피 돔브로스키는 떠날 사람이다.
반면 자신은 계속 필리스에 있을 거다.
길게 보면 수호가 가진 포텐셜이 크다면 유리하게 작용할 게 분명했다.
‘지켜봐야겠어.’
마크도 수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예고홈런을 터트린 수호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와...정말 거기서 예고홈런이 딱 나오다니.’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니, 애초에 그걸 계획하지도 않았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멘트와 함께 자세가 나왔다.
[루스와 어지간히 상성이 좋았나보네.]
‘상성이요?’
[응. 너 루스와 한 번의 빙의로 동기화 수치가 1퍼센트나 올랐지?]
‘예. 그러고보니 그때도 상성이 좋았다고 하셨죠?’
[응. 빙의라는 게 사실 생자와 망자의 상성이 좋아야 가능하거든.]
[저승튜브의 힘으로 상성이 딱히 좋지 않아도 너와 우리의 동기화가 가능한거지.]
‘그럼 그동안에는 상성이 나빠서 0.1퍼센트씩만 올랐다는 건가요?’
[그렇지.]
[정답.]
‘저와 루스 선배님의 상성은 좋아서 퍼센트도 높이 오른 거고요?’
[그런거지.]
[그래서 부작용으로 빙의가 끝난지 제법 됐는데. 루스처럼 성격이 난폭해진 거지.]
[난폭하긴 누가 난폭해?!]
루스가 발끈함으로서 채팅창에 투기장이 열렸지만, 수호는 가볍게 무시하고 질문을 했다.
‘그럼 앞으로도 루스 선배님의 성격에 영향 받을 수도 있나요?’
[글쎄.]
[우리도 모르지.]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도 이승과 연결된 저승튜브는 이번이 처음임.]
[그러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지.]
[이번것도 지나가던 차사 하나 잡아서 물어본 거야.]
그래서 저번에 바로 대답을 해주지 못했던 건가?
어쨌든 자신에게 나쁠 건 없었다.
예고홈런은 사실 도박성이 짙었지만, 성공했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팬들이 열광하니까 어때?]
말해 무얼할까?
‘기분이 끝내줍니다.’
[그래. 그 기분을 잊지마라.]
잊을 수 없을 거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야유가 한순간에 환호로 바뀌는 그 순간을.
“예.”
* * *
수호가 다시 경기에 나선 건 세 번째 시범경기였다.
(한수호 선수가 대타로 나올 준비를 합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직 솜털을 벗지 못한 앳된 외모를 하고 있네요.)
(반면에 체형은 이미 근육질의 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수호의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루키, 그것도 선발도 아닌 선수의 경기를 중계한다는 건 이례적이었다.
방송국이 벌써 움직인 건 역시 수호의 예고홈런이 큰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수호 선수의 예고홈런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있죠?)
(그렇습니다. 특히 필리스 팬들 위주로 베이브 루스의 재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영상을 준비했으니 함께 보시죠.)
방송국에선 수호의 예고홈런 영상까지 준비하면서 제대로 화제몰이를 해주었다.
영상이 끝나고 캐스터의 극찬이 이어졌다.
(이야~정말 예고홈런이었네요.)
(사실 이게 루틴의 일종이냐 아니냐로 말이 많았는데. 한수호 선수가 직접 인터뷰에서 예고홈런이었다고 발언해 사실로 판명됐죠.)
(베이브 루스의 재림이란 말을 듣기에 충분하네요.)
초반의 화제몰이는 충분히 되었다.
남은 건 수호가 지금의 화제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였다.
수호가 타석에 서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예고홈런 꼬맹이다!”
“헤이! 루키! 오늘도 예고홈런 하나 날려버려!!”
“오늘은 예고 안하냐?!”
열성팬들은 벌써 수호에게 예고홈런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괜한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지 않았다.
[잘 선택했음.]
[두 경기 예고홈런은 아니지.]
[괜히 실패하면 지금의 화제성만 사라진다.]
레전드들의 채팅을 뒤로 하고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초구를 맞이합니다.)
오늘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수호가 타석에 섰다.
원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루키인 수호가 나와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덕분에 수호는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퍽!
“볼.”
투수의 제구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배드볼이 많았지만, 앞에 나온 타자들이 그런 공들도 건드려줘서 지금까지 대량실점은 피하고 있었다.
[배드볼은 굳이 건들 필요가 없다.]
그때 테드 윌리엄스의 채팅이 올라왔다.
[상대 투수가 배드볼 위주로 던지는 투수라면 스트라이크존을 줄이는 게 가장 좋아.]
테드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마지막 4할 타자가 되기도 한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선구안을 가졌다.
‘내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올 때까지 기다려라.’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결국 인내심 대결이다.]
[누구의 인내심이 더 강한지 겨루는 싸움이지.]
수호는 인내심 있게 투수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오기를 기다렸다.
투수의 공은 2구 역시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투볼로 볼카운트가 유리하게 됐다.
그리고 조바심을 느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3구가 드디어 수호의 존으로 들어왔다.
쐐애애액-!!
‘패스트볼.’
볼카운트를 잡기 위한 공이었다.
허리 높이로 들어오는 바깥쪽 코스에 수호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후웅!!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직격! 좌익수 공을 잡아 송구하지만, 한수호 선수가 여유롭게 2루 베이스에 도착합니다!)
(한수호 선수의 파워가 인상적이네요.)
(고졸 선수가 이 정도의 파워를 보이는 건 정말 이례적이네요.)
(예. 일단 선구안이 좋고 공이 오는 걸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도 있어 보입니다. 거기에 모든 힘을 실는 파워스윙도 인상적이네요.)
해설진의 극찬이 이어졌다.
그만큼 수호의 스윙은 완성도가 있었다.
(2루 주자로 나간 한수호 선수, 과연 득점으로 이어질지! 원아웃 주자 2루에 1번 타자 앤드류 선수로 타순이 이어집니다.)
앤드류가 타석에 들어왔다.
수호는 주위를 경계하며 조금씩 리드폭을 넓혔다.
하지만 투수는 그런 수호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했다.
퍽!
“스트라이크!”
패스트볼이 존을 통과하며 첫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갔다.
‘이번에는 볼배합을 바꿨네요.’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투수의 제구가 더 흔들린다고 판단했나 보네.]
[나쁘지 않은 선택임.]
포수 레전드들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볼배합을 한다면 저런 식으로 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이렇게까지 날 내버려둔다고?’
투수의 견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리드폭이 좁은 것도 아니었다.
꽤 넓게 가져가는데도 투수는 형식적인 눈짓 견제만 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널 어지간히 무시하나보네.]
[3루까지 뛸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거네.]
[얘 덩치면 그게 맞긴 하지.]
투수의 생각이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달린다.’
[정답.]
[문제는 타이밍이다.]
그때 투수가 2구를 던졌다.
딱!!
“파울!”
2구 역시 패스트볼이었다.
앤드류도 노리고 있었는지 배트를 힘껏 돌렸지만, 밀리면서 파울이 되었다.
그걸 본 수호는 직감했다.
‘다음 공에서는 브레이킹볼일 확률이 높다.’
볼카운트가 유리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승부를 걸 이유는 없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면 더더욱 말이다.
무엇보다 투수의 딜리버리에 빈틈이 있었기에 수호는 지금이 타이밍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곧장 그걸 실행에 옮겼다.
(사인을 교환한 투수, 3구 던집니다!)
투수가 스트라이드를 내딛는 순간.
타닥!!
수호가 달렸다.
완벽한 타이밍에 내달린 그의 예상대로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한수호 선수 달렸습니다! 그리고 슬라이딩! 세이프입니다! 포수가 던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에 도루를 성공하는 한수호 선수!!)
(이건 정말 놀랍네요. 저 거구의 한수호 선수가 이런 주루센스를 보여줄 지는 몰랐습니다.)
(1사에 3루에 주자를 두고 있는 상황! 필리스가 좋은 찬스를 잡습니다!)
점수를 낼 찬스였다.
하지만 앤드류의 아쉬운 타격이 나왔다.
(4구 던졌습니다!)
수호의 도루 때문에 흔들린 투수의 제구가 흔들렸다.
명백하게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
하지만 앤드류는 그 공을 향해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 높게 뜹니다!)
빗맞은 타구가 내야를 겨우 벗어났다.
하지만 좌익수가 앞으로 달려나와 위치를 잡으면서 포구할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수호의 머리가 번뜩였다.
‘여기에서는...’
수호는 베이스를 밟고 그냥 서있었다.
뛰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좌익수가 고개를 들어 타구를 잡았다.
그 순간.
타닥!!
수호가 갑자기 홈을 향해 질주했다.
(한수호 선수 태그업!! 좌익수 그대로 홈을 향해 공을 던집니다!)
(아~타구가 상당히 짧았는데요! 과연 들어올 수 있을까요?!)
아슬아슬한 타이밍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호는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기도 전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을 터치했다.
촤아아앗-!!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한수호 선수 센스 넘치는 주루플레이로 홈까지 파고듭니다!)
점수를 올린 수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에 필리스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우와아아아!!”
“저놈 뭐야?!”
“저 타구에 홈을 노린다고?”
“발도 엄청 빨랐어!”
“장타력에 발까지 갖추고 있었냐?!!”
“루키 네가 최고다!!”
팬들의 엄청난 환호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수호를 보며 단장, 마크 레이어는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선수가 아니다.’
수호에게 스타의 기질이 있었다.
플레이 자체가 화려했고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걸 즐기는 듯 했다.
이 모든 것이 스타가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이었다.
‘정말 스타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돔브로스키가 발견하게 둬선 안됐다.
이 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제대로 스타를 만들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