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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34화 (3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34화

* * *

계약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바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건가?’

[뭔 소리 하냐 ㅋㅋ]

[입단식도 거하게 해놓고 이제와서 계약한 거냐고 의심함?]

‘내일 일어나면 모든 게 꿈이었다면서 깰 거 같아요.’

[엌ㅋㅋㅋ 아 ㅅㅂ 꿈 엔딩임?]

[요즘 그런 엔딩하면 작가 맞아 죽을걸.]

[근데 얘 마음도 이해 됨.]

[하긴 대형계약 맺은 뒤에는 항상 그렇지.]

[확실하게 내가 이 계약을 끝냈다!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역시 그때 아님?]

[ㅇㅈ]

‘그때라뇨?’

[통장에 돈이 꽂힐 때.]

[크으-! 그때가 최고지.]

[급여 들어오는 날이 최고야.]

레전드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며칠 뒤.

수호는 통장에 들어온 금액을 보고 레전드들의 말을 실감했다.

‘2억이 한 번에 들어오다니...’

회귀 전.

이런 금액이 한 번에 나간 적은 있어도 들어온 적은 없었다.

그런데 10대에 이런 돈이 들어오다니.

그것도 매년 말이다.

[이제 좀 실감남?]

‘네. 무엇보다 저는 계약금을 일시수령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분할로 받아도 되는걸 알고 놀랐어요.’

[원래 메이저리그에선 계약금의 규모가 크지 않음.]

[ㅇㅇ 몇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하더라도 계약금은 고작해야 2-3천만달러지.]

[슈어저가 좀 많이 받긴 했었지?]

[5천만달러였나. 그럴걸?]

KBO와 MLB의 시스템은 다르다.

그 차이점은 FA계약에도 해당이 된다.

이런 부분까지 미처 몰랐던 수호는 계약을 맺을 때 계약금 수령방식에 대해서 놀랐다.

[네가 받은 수령방식은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지. 세금 생각하면 해를 넘기는 게 좋으니까.]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야구선수는 종합소득세를 내는 사업자로 분류된다.

연봉이 일정 금액을 넘어갈수록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금 역시 수입으로 잡히기에 일시수령으로 200만 달러를 받게 되면 최고세율인 37퍼센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수호는 16만달러씩 수령하기로 결정하면서 24퍼센트의 세금만 납부하면 됐다.

‘선배님들 덕분에 돈을 많이 아꼈네요.’

[ㅋㅋㅋ 그럼 한턱 내라.]

[물론 저승밥으로 내야 함.]

‘언젠가는 한턱 쏘겠습니다.’

수호는 계약금을 미리 계획한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위해 감독인 박규현을 찾았다.

“기숙사를 나가겠다고?”

“예. 성일고 야구부원으로 더 이상 대회에 나가지 못하니 기숙에 더 있을 이유가 없을 거 같습니다.”

“물론 규정상 앞으로 대회에 나가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훈련을 제한하진 않는다. 굳이 기숙사를 나갈 이유는 없지 않나?”

“개인적인 훈련을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숙사의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건 힘듭니다.”

“음...”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했기에 편의 정도는 봐줄 수 있는 문제다.

만약 수호가 먼저 요청했다면 받아줬을 거다.

하지만 본인이 나간다고 하는 이상 먼저 편의를 제공할 이유는 없었다.

“알았다. 너도 계획이 있으니 나가겠다는 거겠지. 처리는 빠르게 해주도록 하마. 그리고...”

박규현이 지갑에서 한 장의 명함을 꺼냈다.

“내 아는 지인이 부동산을 한다. 찾아가면 괜찮은 집을 알아봐줄 거야.”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감독실을 나온 수호는 곧장 부동산 업자를 찾았다.

방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중에 깔끔하고 6개월 단기계약이 가능한 방을 찾아 계약했다.

명의는 고모가 잠깐 올라와 해주고 내려가셨다.

“멀리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언제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렴.”

“감사합니다.”

고모는 이틀동안 머물면서 수호가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주셨다.

“비록 짧은 기간 혼자 살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물건이 의외로 많아. 최소한으로 줄여도 이 정도는 나오는구나.”

카트 하나를 가득 실을 정도였다.

계산대에서 이모가 카드를 꺼내려고 하자 수호가 막았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고모가 사줄게!”

“저 이제 돈 잘 벌어요. 이제 제가 용돈 드려야죠.”

“아이고~! 그만하면 됐다. 얼마 전에도 돈 보내놓고는!”

고모가 말하는 사이 수호가 체크카드를 건넸다.

잔소리가 이어졌지만, 고모의 표정은 그러지 않은 걸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틀 뒤.

내려가는 고모를 배웅했다.

“몸조리 잘하고. 반찬 해놓은 것들 잘 먹어.”

“네. 겨울방학 되면 내려갈게요.”

“그래. 어여 들어가라.”

“조심히 내려가세요.”

고모가 내려가는 걸 보고 돌아온 수호는 곧장 움직였다.

학교는 이미 조퇴를 하고 왔기에 돌아가지 않아도 됐다.

시간이 났을 때 모든 준비를 끝내야 했다.

“식단을 바꾸라고 했죠?”

[ㅇㅇ]

[피지컬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선 영양섭취가 중요해.]

[학교에서 나오는 음식도 영양이 나쁜 편은 아님.]

[이 정도면 훌륭하지만, 일반식에 가깝다는 게 문제지.]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또 양을 충분히 늘려가야 한다.]

[실력이야 천천히 늘려가면 되지만, 문제는 피지컬임.]

[지금 시기가 피지컬을 성장시키기에 딱 좋지.]

[영양섭취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임.]

성장기는 중요하다.

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왕성한 시기였기에 육체의 변화도 빠르게 나타났다.

수호가 단기간에 근육을 키우고 키가 클 수 있었던 것도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반년 사이 우리 훈련을 잘 따라오면서 신체는 성장했지만, 아직 부족해.]

[메이저리그는 괴물들이 득실대는 곳임. 거기에서 육체적으로 밀리면 일단 답이 없지.]

레전드들이 가장 강조하는 건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체력.

두 번째는 바로 피지컬이었다.

수호 역시 거기에 동의했다.

‘확실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양인 선수들 중 메이저리그의 풀시즌을 견딘 선수는 많지 않죠.’

[한국이나 일본 모두 미국에 비하면 이동거리가 짧으니까.]

[전용기를 타고 이동할 때 모든 걸 크루들이 해준다지만, 쉽지 않음.]

[나이 들어서 적응하는 게 가장 어렵지.]

[피지컬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임.]

[간혹 예외가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똑딱이가 되지.]

[그 예외도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준비한 이들이고.]

그리고 수호는 두 개에 모두 해당되는 케이스였다.

[힘들 거다.]

요기 베라의 말이었다.

알고 있다.

식단으로 피지컬을 늘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하지만 목표는 정해져 있었다.

“꿈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감내하죠.”

[대답 좋고~]

[지옥의 하드 트레이닝 가즈아~]

메이저리그.

꿈의 무대를 향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 * *

첫 눈이 내리는 12월.

성일고는 졸업식을 위해 학부모와 졸업생들이 모여 북적이고 있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다는 것에 들뜬 학생들도 있었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졸업생들 사이에는 성일고 야구부도 있었다.

“여~임 프로.”

광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용태야, 그리고 태수도 왔네.”

“졸업식이니까. 당연히 와야지. 이열~프로 됐다고 아주 쫙 빼입었네.”

“계약금으로 샀는데. 어때? 죽이지?”

“멋지네.”

“크으~역시 프로가 좋긴 좋구나. 정장도 쫙 빼입고. 그나저나 너 몸이 좀 커졌다? 살쪘냐?”

“야야, 살이 아니라 근육! 프로에 가서 뛸 거 생각하면 벌크업을 해야지!”

“오올~벌써 거기까지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프로가 만만한 곳도 아니고 미리 준비해둬야지. 용태 너도 몸관리 좀 해라. 내년부터 프로에서 뛰는 건 마찬가지잖아.”

“흐흐, 난 고작 육성선순데 뭐.”

“육성선수도 프로야. 성장하는 걸 잘 보여주면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거야.”

“맞아. 나도 대학 들어가면 실력 더 키워서 프로에 갈 테니까. 그때까지 너도 1군에 올라가 있어.”

그때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누가 왔나?”

고개를 돌린 광호는 인파 사이에 머리 하나가 솟아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어? 수호야!”

그는 다름아닌 수호였다.

워낙 큰 키 덕분에 인파가 많았음에도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수호도 세 사람을 발견하고는 인파를 뚫고 나왔다.

그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헐...”

“뭐...뭐야?”

“수호 너 몸이 왜 이렇게 커졌어?”

“내년을 위해서 몸 좀 만들었지.”

4개월 전에도 수호는 또래에 비해 체격이 다부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더 커져 크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거기에 정장까지 갖춰 입어서 그런지 마치 모델처럼 보였다.

그런 수호를 보던 용태가 입을 열었다.

“광호야...”

“닥쳐! 나도 알아!”

“크흠...”

과민반응을 보이는 광호의 외침에 용태가 헛기침을 해댔다.

그 모습에 태수도 웃음을 참지 못했고 방금 합류한 수호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 * *

오랜만에 학교에 나온 수호는 어디를 가든 인기인이었다.

“선배! 저랑 사진 한 번 찍어주세요!”

“선배님! 미국에서 파이팅 하십시오!!”

“수호 선배! 사인 해주세요!!”

일반 학생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수호에게 사진과 사인을 요청했다.

[우리 수호 인기 쩌네.]

[뭔 애들이 이렇게 다 모여드냐?]

[졸업생만이 아니라 1, 2학년도 온 거 같은데?]

[축하해주러 왔겠지.]

[풋풋하구나~]

[이런 거 좋다니까 ㅋㅋ]

레전드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젊음의 현장에 흐뭇한 채팅을 이어나갔다.

일반 학생들의 홍수가 지나간 뒤에는 야구부 후배들이 다가왔다.

“주장!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꼭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주세요!!”

함께 땀을 흘렸던 후배들의 진심어린 응원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본격적인 졸업식이 시작됐다.

교장 선생님의 연설이 끝나고 시상식이 이어졌다.

수호 역시 단상에 나가 시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 이전 삶에서도 상 받았냐?]

‘아뇨. 여기에 올라오지도 못했죠.’

[미국 간다고 대우가 달라지는구나.]

[개교 이래 첫 미국진출인데. 당연히 달라질 듯 ㅋ]

이전의 삶에선 평범한 졸업생 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학교를 대표하는 졸업생이 되었고 덕분에 상까지 받게 되었다.

“다음은 특기상 야구부 한수호 선수.”

“와아아아아!!”

수호의 이름이 호명되자 졸업식을 찾은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그만큼 수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에게 상을 주기 위해 학교 이사장이 직접 상장을 잡았다.

“위 학생은 메이저리그 구단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을 맺어 성일고 야구부의 이름을 널리 알린 점. 그리고 야구부원으로서 뛰어난 성적과 모범을 보여 위 상을 수여합니다.”

“축하하네. 미국에 가서 열심히 하게.”

“감사합니다.”

그렇게 수호의 고교생활이 마무리됐다.

* * *

졸업식이 끝난 뒤.

수호는 목포에서 고모 내외 그리고 수빈이와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 건너가면 이제는 얼굴을 보기도 힘들기에 수빈이와 특히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도 빠르게 흘러 2027년 새해가 밝아 수호가 미국으로 가는 날이 되었다.

전날 송도에 미리 도착해 호텔에서 숙박을 했기에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조식을 먹고 고모 내외가 짐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수호는 수빈과 따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는 어때?”

“뭐, 나쁘지 않아. 공부하는 게 좀 지루하긴 하지만.”

“원래 공부가 제일 지루하지. 너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쪽으로 나가.”

“응. 천천히 찾아볼게. 오빠는 미국에 가서 지낼 거 잘 준비했어? 집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구단쪽에서 준비해주기로 했어. 여차하면 지원금만 받고 내가 알아봐도 되고.”

“영어는 괜찮은 거야?”

“오빠 영어 잘한다.”

“도대체 운동하면서 언제 배웠어? 난 공부만 해도 아직 늘지를 않은데.”

“외국 친구들이랑 많이 이야기하면 빨리 늘어.”

“으흠~”

케이크를 한입 베어물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동생을 보던 수호가 한 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웬 카드야?”

“용돈 좀 넣어뒀어.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서 써. 돈 필요하면 그쪽으로 넣어줄게.”

“오빠 카드야?”

“응. 아껴써라. 막 쓰지 말고.”

“내가 뭐 애인가?”

잔소리에 투덜대면서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게 고마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 뒤로 더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고모내외를 만나 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끝낸 수호가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럼 가볼게요.”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렴.”

“예, 고모.”

“항상 응원하고 있으마.”

“감사합니다, 고모부.”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수호가 동생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엿한 모습을 보이던 수빈이지만, 이별의 순간이 오자 큰 눈망울에 눈물이 한가득이었다.

수호는 그런 동생을 안아주며 말했다.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알았지?”

“...응. 오빠, 아프지 말고 전화 자주 해줘.”

“응. 고모 말씀 잘 듣고 있어.”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빈과 작별하고 수호는 게이트 너머로 걸어갔다.

이제 메이저리그로 떠날 시간이 왔다.

[가즈아-!!]

레전드들과 함께 수호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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