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33화 (32/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33화

    * * *

    한수호의 기록은 충격적이었다.

    - 7할? 말이 돼? 저게?

    ㄴ 경기 안봄?

    ㄴㄴ 어허, 아직도 한수호의 경기를 안 보다니.

    ㄴㄴㄴ 레알 개쩔었다.

    - 아니, 이런 타율이 가능함?

    ㄴ 고교야구니까 뭐.

    ㄴㄴ 5할은 한 번씩 나오긴 하는데. 7할은 나도 처음 봄.

    ㄴㄴㄴ 단기전이었잖아.

    - 와...한수호가 이렇게 잘했구나.

    - 얘 내년에 프로 가니까. 팔콘스에서 뛰나?

    ㄴ 미국 진출 선언함.

    ㄴㄴ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눈독들이는 중.

    ㄴㄴㄴ 팔콘스 아무것도 몬한다.

    ㄴㄴㄴㄴ 이렇게 또 유망주를 뺏기고...

    - 보살들 또 피눈물 흘리겠네.

    ㄴ 어쩌겠냐. 애가 메이저리그 간다는데.

    - 솔까 메이저에서 뛰는 거 보고 싶다.

    ㄴ ㅇㅈ.

    ㄴㄴ 메이저 씹어먹을 듯.

    황금사자기에서 보여준 활약은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야구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예야, 언제 계약 오피셜 뜰 거 같냐?”

    “아마 7월 이후에나 나오지 않을까요?”

    “응? 굳이 그 시기에 할 이유가 있나?”

    “메이저리그 구단의 보너스풀이 충전되는 시기가 7월 2일 이후에요.”

    “아, 그것도 시기가 있어?”

    “네. 코로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이 시기에 충전이 돼요.”

    “이거 참, 메이저리그쪽 공부도 해야 하는데. 머리가 굳어가지고 힘드네.”

    박경태는 KBO 전문기자였다.

    최근에야 선예와 함께 활동하면서 메이저리그쪽에도 발을 걸치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전문분야는 KBO였다.

    덕분에 선예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었다.

    “그럼 KBO드래프트가 열리기 전에 한수호의 행선지가 정해진다는 소리네.”

    “네. 그래서 팔콘스도 이제 아예 발을 빼는 분위기에요.”

    “팔콘스는 올해도 랭킹 1위를 뺏기는구나. 이러면 꼴찌하는 이유가 없잖아.”

    “...꼴찌하는 게 탱킹이 목적이 아니잖아요.”

    “음...그건 그렇지.”

    “그리고 이번에는 메이저리그쪽의 조건이 너무 강했어요. 거의 라틴아메리카 유망주들을 데려오는 조건을 제시했으니까요.”

    “조건이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백만달러는 넘는다고 했지?”

    “네. 대부분 구단들이 백만달러를 넘는 조건을 제시한 걸로 알려져 있어요.”

    “그럼 거의 쓸 돈이 남지 않겠네.”

    “1년 할당액의 1/3정도를 한수호에게 투자한다고 보면 되죠.”

    “그렇게 들으니 엄청난데?”

    “그만큼 한수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에요. 거의 임명석 전성기 수준에 가까워요.”

    임명석은 2022년 최고유망주로 분류되는 선수였다.

    그의 전성기였던 고등학교 1, 2학년 때 메이저리그에서 그에게 책정했던 계약금은 100만 달러로 국제계약금에 제한이 걸린 이후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부진했던 3학년으로 인해 다소 헐값에 계약을 맺으며 기대감을 떨어트렸다.

    “한수호도 임명석처럼 고꾸라질 수 있나?”

    “도장이 찍히기 전까지는 알 수 없죠.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은 한시라도 빨리 계약하려고 할 거에요.”

    “자신들의 선수로 확실히 만들겠다는 거지?”

    “네. 그래야 안심이 될 테니까요.”

    과연 어떤 팀과 계약할까?

    소문대로 필리스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팀이 올라올 것인지 기대됐다.

    * * *

    주말리그 후반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6월.

    수호는 양해를 구하고 훈련과 수업에서 빠지고 목포로 향했다.

    오랜만에 내려온 수호를 고모내외는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와라, 수호야.”

    “어머머, 우리 조카 몇 개월전보다 더 키가 큰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여보?”

    “그러네. 우리 수호가 더 컸네.”

    몇개월 사이에 더 성장한 조카를 보며 고모의 눈에 아련한 빛이 돌았다.

    아마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듯 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거 같은 고모의 모습에 수호는 화제를 돌렸다.

    “수빈이는 아직 학교에 있어요?”

    “응. 아직 학교에 있지. 참, 밥은 먹었어?”

    “이따 수빈이 오면 같이 먹을게요. 그 전에 드릴 말씀도 있고요.”

    수호의 말에 고모 부부가 자세를 잡고 앉았다.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고모부였다.

    “전화를 통해 이미 들었다만, 미국에 가겠다고?”

    “네. 필라델피아 필리스라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이야기가 됐어요. 조건도 좋고 일단 구단에서 절 강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음, 나도 좀 알아봤다만. 최근에는 KBO에서 뛰고 그 다음에 메이저리그에 가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라던데.”

    고모부는 야구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스포츠를 하나 꼽으라면 축구파였다.

    그런데도 저런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건 수호 자신을 위해 찾아봤다는 이야기였다.

    감사함을 느끼면서 수호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계약금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내려가면서 국내구단과 계약해도 그 정도 계약금은 받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필리스에서 제게 제안한 금액은 200만 달러로 국내구단이 부담하기 어려운 금액이에요.”

    고모부의 눈은 커진 반면 고모는 아직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200만 달러가 어느 정도의 금액인지 모르는 듯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한 뒤에야 고모 역시 고모부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23억이나 된다고?”

    “네. 물론 세금으로 절반정도가 나갈거고 거기에 미국에서 지내는 생활비로 많이 쓰일 테지만,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은 될 거에요.”

    수호의 말에 고모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하는 걸 보니 많이 알아본 거 같구나. 에이전트를 구해서 같이 일하고 있는 거니?”

    “그랬다면 고모부에게 연락했을 거에요. 아직 전 성인이 아니니까요. 혼자 알아보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건 놀랍구나. 혼자서 이 정도로 알아보다니. 운동하기도 바빴을 텐데. 고생했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구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어는 통하니까, 적응하는데 도움은 될 거에요.”

    수호의 말에 고모부는 한 번 더 놀랐다.

    스포츠를 하다보면 학업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니 말이다.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고모부는 수호를 믿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도 이야기를 나누었고 고모 내외는 이내 수호의 뜻을 받아들였다.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으니 좋은 기회가 왔으면 잡아야겠지. 어려운 길이 되겠지만, 멀리서나마 응원하마.”

    “사실 걱정이 되지만...네 꿈이 그러하다니 응원할게.”

    두 분의 응원과 함께 승낙이 떨어졌다.

    “수빈이한테는 잘 이야기해야 한단다.”

    “예.”

    사실 가장 걱정인 건 동생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이고 부모님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빠까지 떠나보내야 한다.

    비록 가까이에 살지 않았지만, 아예 다른 나라에서 사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수빈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미국? 잘 됐네!”

    “고맙다. 그런데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우리 오빠가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미국에 간다는데! 애들한테 자랑하게 마이너리그는 빨리 패스해야 해!”

    “너가 그런 것도 알아? 예전에는 공놀이 재미없다고 그랬잖아.”

    “공부 좀 했지.”

    부모님의 죽음은 수호만 바꾼 게 아니었다.

    동생인 수빈 역시 의젓하게 만들었다.

    [원래 동생이 이런 성격이었음?]

    ‘회귀 전에도 어른스럽긴 했어요. 사실 이때는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때라...’

    [이때부터 이미 동생이 바뀌었다는 걸 몰랐구나.]

    ‘네. 제가 충격받고 성장한만큼 수빈이도 그랬었나 보네요.’

    문득 먼곳을 응시하는 동생의 눈에서 수호는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헤헤...아빠랑 엄마가 좋아하겠다.”

    작게 말하는 동생을 보며 수호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어른스러워졌어도 아직은 아이였다.

    부모의 품이 그리운...

    “오빠...힘내...”

    울먹이는 동생의 응원을 들으며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시 목포를 떠나 올라온 수호는 곧장 로버트와 약속을 잡았다.

    “계약하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구두로 협의를 끝내고 계약서를 받았다.

    계약서의 양은 상당히 많았다.

    회귀 전에 다양한 계약을 진행하면서 많은 양식의 서류를 봤지만, 이건 또 다른 의미로 어려웠다.

    혼자서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수호는 변호사를 찾았다.

    “메이저리그 계약이요? 죄송하지만 저희쪽에서 취급한 적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몇군데에서 퇴짜를 맞고 난감해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이다, 수호야.”

    “감독님 잘 지내셨어요?”

    그는 다름아닌 황우성 국가대표 감독이었다.

    “나야 뭐 잘 지냈지. 그동안 네 소식이 아주 귀에 박히도록 들려오더라. 올해 활약이 아주 대단해.”

    “감독님 덕이 컸습니다.”

    “아부하기는. 어쨌든 오늘 만나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필리스랑 계약한다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수호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필리스는 KBO에 수호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메이저리그와 KBO의 협약에 따라 계약을 위해서는 KBO에 신분조회를 요청해야 했다.

    “자꾸 말이 옆으로 새네. 너 계약서 검토해줄 변호사 아직 못찾았지?”

    “네? 아,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주위에 메이저리그와 계약하는 애들이 제법 있었으니까. 나때는 에이전트 문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고생 좀 했거든.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변호사 한 명 소개해줄게. 에이전트는 아니고 야구선수랑 몇 번 일해봐서 말이 통할 거다.”

    그렇지 않아도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워 고생하던 수호다.

    황우성이 소개해준다니 한결 안심이 되었다.

    “내 소개니까, 수수료는 저렴할 거다. 여기에 연락해봐.”

    “감사합니다.”

    그 뒤로 황우성과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헤어졌다.

    다음 날.

    수호는 황우성이 소개해준 변호사에게 연락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박진혁 변호사입니다.”

    “한수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계약서 사본은 어제 받아서 검토했습니다. 큰 문제는 없었고 몇 가지 조항만 정확한 해석을 위해 주석을 달아두면 될 거 같습니다.”

    단순히 말만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박진혁 변호사는 계약서의 조항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수호가 이해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원래부터 계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수호였기에 변호사의 설명까지 이어지자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가 빠르시네요. 예전에 계약을 좀 진행해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이번에 계약하면서 이래저래 공부했습니다.”

    “이래저래 공부한 수준으로 이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다면 열심히 했으면 변호사가 가능했겠어요.”

    반은 농담이었지만 진담도 섞여 있는 박 변호사였다.

    그 뒤로 더 설명을 듣고 박 변호사와 악수를 나누었다.

    “많은 편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공짜로 한 일이 아니니까요. 조만간 빅리그에서 뛰는 걸 볼 수 있길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온 수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끝나가네.’

    [끝은 무슨 ㅋ]

    [이제 시작이지.]

    [스타트라인에 섰다고 봐야 함.]

    경각심을 깨워주기 위해서인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걸 보면서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제 필리스와 사인을 하는 것만이 남았다.

    * * *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호텔.

    많은 기자들이 이른 시간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그중에는 한선예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언제나 그렇듯 박경태가 함께 하고 있었다.

    “이야~기자들 많이 왔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기자들도 왔네요.”

    “한수호가 스타긴 스타구나.”

    “그러니 저 사람도 여기에 왔겠죠.”

    한선예의 시선이 단상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로버트 아시아 지부장과 후덕한 인상의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필리스 부사장이라고?”

    박경태의 질문에 한선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덕한 인상의 남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부사장 스티브 윌슨이었다.

    구단의 부사장이 유망주 계약을 위해 타국에 방문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다.

    가장 최근이 10년 전인 양키스가 배성욱을 영입할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필리스가 수호에게 거는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인 한수호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수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일고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그는 단상에 올라 스티브, 로버트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의 가운데에 섰다.

    로버트는 그런 수호에게 준비해두었던 필리스의 유니폼을 건넸다.

    수호는 성일고의 유니폼을 벗고 필리스의 유니폼을 받아 그 자리에서 착용했다.

    필리스 입단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