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30화
수호가 타석에 서자 인터넷의 반응이 뜨거워졌다.
- 얘가 메이저리그 간다는 애임?
- 덩치는 좋네.
- 얼마나 잘 치는지 함 보자 ㅋ
- 어차피 거품임 ㅋㅋ
- 메이저리그가 아무나 가나?
- 22년 최대어라 불리던 애도 메이저리그 직행으로 가서 여전히 마이너에 있잖아?
- 아~맞아 ㅋㅋ 걔 어찌됐냐?
- 아직도 더블A에서 뛰는 듯.
- 얘도 그 정도 수준이겠지.
야구팬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나빴다.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에 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기 바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 그래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데 응원 좀 해주자.
- 뭐 애들한테 그렇게 날을 새우냐.
- 젊을 때 도전도 할 수 있는 거지.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키보드워리어들의 화력에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준비를 끝낸 정민준이 1구를 던졌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코스는 바깥쪽.
수호는 자신의 예상대로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왔기에 배트를 휘둘렀다.
후웅-!!
배트의 궤적이 공의 궤적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두 궤적이 하나가 되어 충돌하려는 순간.
후웅-!!
배트는 힘없이 허공을 갈랐다.
수호의 뛰어난 동체시력은 배트의 위를 지나는 공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퍽!!
공이 미트에 꽂히고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구속은 149km가 찍혔지만, 상당히 빨라 보이네요.)
(정민준 선수의 공은 회전이 무척이나 강합니다. 이번에도 2172rpm을 기록할 정도로 구위가 좋았어요.)
(공의 회전력이 좋으면 아무래도 덜 떨어지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투수의 공은 떨어지기 때문에 타자는 그 낙차를 계산해서 스윙합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공이 덜 떨어지니 지금처럼 헛스윙이 나오는 거죠.)
해설위원의 말은 정확했다.
‘내 예상보다 공이 덜 떨어진다.’
[구위가 좋네.]
[이 정도면 2000rpm은 그냥 넘을 듯.]
[수직 무브먼트가 좋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이미지 수정 좀 해야겠는데?]
[밖에서 볼 때와 타석에서 볼 때의 차이가 심하다.]
레전드들의 충고는 수호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타석에서 물러나 곧장 이미지를 수정했다.
[쉬운 일은 아님.]
[ㅇㅇ 이미지를 수정하고 바로 적용하는 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님.]
레전드들은 우려를 토해냈다.
스윙의 궤적을 바꾼다는 건 매커니즘을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
물론 타격자세 자체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기에 난이도는 더 낮았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본래의 타격자세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수호의 생각은 달랐다.
‘제게는 선배님들의 타격스킬이 모두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요?’
[어?]
[응?]
[그건...그렇네?]
수호는 레전드들에게 빙의해 그들의 타격을 배웠다.
레전드들 모두 고유의 타격자세가 있었고 본인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정도 각도라면...’
스윙을 수정하고 다시 타석에 섰다.
그런 수호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댓글이 빠르게 올라갔다.
- ㅋㅋㅋ 완전 선풍기네.
- 무슨 저런 스윙으로 메이저리그를 노린다고 하냐?
- 140km대 공도 제대로 못 치면 메이저리그 가면 아무것도 못하지.
- 이제 공 1개 본 건데. 너무들 하시네.
ㄴ 하지만 아무고토 못했죠?
ㄴㄴ 너무한 게 아니라 팩트로 평가한 거임.
익명이란 가면을 쓰면 사람들은 다른 인격이 튀어나온다.
그게 본성일수도 있으나 그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스트레스를 푸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수호는 그런 걸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경기도중에 댓글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본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았다.
[에헤이, 무리라니까?]
[바로 타격자세를 고치는 게 쉬운 지 암?]
[그거 쉽지 않다니까?]
이미 일상에서 레전드들의 잔소리로 멘탈이 단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이 덜 떨어지는만큼 상체를 조금 더 숙여 배트를 휘두른다.’
스윙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한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하자 정민준이 와인드업과 함께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몸쪽을 파고들었다.
수호는 초구와 같은 속도로 스윙을 가져갔다.
초구에 궤적이 어긋난거지 타이밍은 맞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왼팔을 들면서...!’
수호는 왼팔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어 스윙의 궤적을 변화시켰다.
스윙에서 왼팔은 배트가 지나가는 경로를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정된 궤적은 정확히 공을 때릴 수 있게 해주었다.
딱!
경쾌한 소리가 울렸지만, 수호는 맞는 순간 깨달았다.
‘빗맞았다!’
[달려!]
레전드의 외침과 함께 그가 지면을 박찼다.
(때렸습니다! 우익수 키를 넘어 떨어진 타구는...! 안타입니다!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안타! 회전이 걸린 타구가 파울라인 밖으로 흘런가면서 우익수가 급하게 따라갑니다!)
(아~이건 장타코스에요!!)
(말씀드린 순간 1루를 통과한 한수호 선수! 2루를 향해 질주합니다! 이제야 공을 잡았지만, 한수호 선수가 2루 베이스를 통과합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거침없이 달리고 있어요!)
(이제야 우익수가 송구합니다! 공은 외야라인까지 나온 2루수에게! 2루수 빠르게 3루로 송구합니다!! 동시에 한수호 선수 몸을 날려 슬라이딩!!)
슬라이딩한 수호의 몸이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 위를 3루수의 글러브가 내려쳤다.
거의 동시타이밍.
어떤 판정이 나와도 이상할게 없었기에 양측 더그아웃에 적막이 흘렀다.
이내 3루수가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3루심의 판정은 세이프!! 한수호 선수의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습니다!)
(이야~이거 엄청난 베이스러닝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타격도 좋지만, 발도 무척이나 빠르네요!)
중계하는 이들을 감탄하게 만들 정도로 좋은 베이스러닝이었다.
인터넷에서 보는 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 크으-! 주루플레이 지렸다.
- 바로 3루까지 뛰어버리네.
- 첫 타석부터 3루타라니!
- 얘 슬러거라서 발은 느릴 줄 알았는데. 엄청 빠른데?
- 저 덩치에 저렇게 뛸 수 있구나.
- 운이 좋았다.
ㄴ ㅇㅈ
ㄴㄴ 야잘알이네.
ㄴㄴㄴ 저 타구에 누구든지 3루까지 갈 수 있음.
- 와...이 플레이 보고도 까네.
- 너무한 거 아니냐?
여전히 수호의 플레이를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론이 바뀐 건 분명했다.
“후우...”
[이제 좀 볼만하네.]
[주루플레이 좀 늘었다?]
[이게 바로 베이스러닝이지!]
레전드들 역시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수호의 베이스러닝은 일취월장했다.
수호 본인도 예전보다 확실히 늘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자신을 노려보는 정민준의 시선이 보였다.
‘무섭게 왜 째려봐.’
[ㅋㅋㅋ 안타 뺏겨서 분한가보다.]
[어린게 성질은 있네.]
[저 정도의 승부욕은 있어야지.]
[공 좋더라.]
레전드들도 인정할 정도로 정민준의 구위는 예술이었다.
마운드에서 3루를 노려보던 그는 이내 몸을 돌려 로진을 손에 묻히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다시 경기가 재개됐다.
정민준이 흔들릴 수 있었기에 수호는 공격적인 리드를 가져갔다.
(한수호 선수의 리드폭이 상당히 넓네요.)
(방금 전과 같은 주력이라면 공이 조금만 빠져도 홈스틸을 노려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수호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정민준의 공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틈이 보였을 때 점수를 내야 해.’
[ㅇㅇ 너 빼고 제대로 칠만한 애들이 없다.]
[초반에 점수내기 쉽지 않을 듯.]
[빗맞은 안타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민준이 마운드를 내려와 로진을 손에 묻히고 다시 올라가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일정한 루틴을 보여주는 정민준 선수. 예상치 못한 3루타를 허용했지만, 침착하게 자신의 루틴을 가져갑니다.)
(투수에게 있어 루틴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흥분해서 가끔 루틴을 잊어버리는 선수도 있는데. 정민준 선수는 침착하네요.)
어린나이임에도 침착함을 잊지 않는 정민준의 모습에 칭찬이 이어졌다.
수호 역시 침착한 눈으로 정민준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일정한 루틴을 밟네요.’
[그러게.]
[어릴 때부터 자신의 루틴이 있다는 건 좋은 거지.]
다시 마운드에 오른 정민준이 눈으로 수호를 견제하고 슬라이드 스텝을 밟아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다 밑으로 뚝 떨어졌다.
환상적인 무브먼트였지만, 이번에는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퍽!
“볼!”
“쳇!”
아쉽다는 듯 혀를 찬 정민준이 공을 돌려받고 마운드를 내려가 로진을 손에 묻히기 위해 몸을 숙이는 순간.
타닥-!!
리드를 가져가던 수호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빽홈!!”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던 포수가 다급히 외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의 홈스틸에 당황한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상체를 숙이고 로진을 묻히던 정민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장!”
급하게 홈을 향해 공을 뿌렸지만, 갑자기 던진 공이 제대로 던져질리 만무했다.
공은 다소 높게 들어갔고 포수가 일어나 공을 잡아야 했다.
그 사이 홈플레이트 앞까지 도달한 수호가 몸을 날렸다.
퍽!
미트에 공이 들어간 순간 포수가 몸을 숙이며 슬라이딩하는 수호를 태그했다.
촤아아앗-!!
퍽!
다시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시선이 구심에게로 향했다.
“세이프!!”
구심의 팔은 좌우로 벌어졌고 동시에 수호가 무릎을 꿇은 채 주먹을 내질렀다.
“아자!!”
[오오-!]
[개쩌러.]
[여기에서 홈스틸을 노리누?]
[지렸다!]
레전드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그리고 중계진들 역시 감탄하긴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3루에 있던 한수호 선수가 홈스틸에 성공합니다!)
(아~정말 엄청난 센스플레이였습니다! 일정한 정민준 투수의 루틴에서 빈틈을 찾아 홈스틸에 성공했어요!)
(인플레이 상황에서 정민준 선수가 로진을 만지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순간! 바로 홈을 노렸습니다!)
(그동안 슬러거로만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한수호 선수! 그러나 실제로 본 한수호 선수는 정말 엄청난 야구센스를 가진 선수였네요!)
중계진의 찬사가 이어졌다.
인터넷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
- 와...여기서 홈스틸을 해버리네.
- 정민준의 루틴이 일정하긴 했지만, 등을 돌린 것도 아닌데 성공하네.
- 운이 좋았다.
ㄴ ㅇㅇ 공이 좀 높게 들어감.
ㄴㄴ 그 상황을 만든 게 한수호다.
ㄴㄴㄴ 얘네들은 저 플레이를 보고도 한수호를 까네 ㅋㅋ 야알못 인증이냐?
- 타격도 좋더니 주루플레이에 야구센스까지. 못 하는 게 뭐임?
- 천재였네 이쉑.
수호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었다.
현장을 찾은 스카우트들 역시 수호의 새로운 면에 호평을 보내고 있었다.
“수호의 야구센스가 생각보다 좋은데?”
“그러게 말이야. 투수의 루틴이 일정하다는 걸 노리고 홈스틸을 노릴 줄이야.”
“타석에서부터 대단했어. 공의 회전력이 좋으니까 스윙의 궤적을 바로 바꿨잖아.”
“베이스볼 IQ가 매우 높은 선수야.”
“거기에 창의성이 독보이는 플레이까지 하다니.”
“더 탐이 나는데?”
스카우트들의 눈이 욕심으로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