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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9화 (2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9화

* * *

수호가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LA에인절스 아시아지부장, 헤이우드입니다.”

“볼티모어 오리온스의 존입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일하고 있는 션일세.”

다수의 구단에서 그와 접촉하기를 원했고 수호는 바쁜 일정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그들과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이런 만남은 곧 KBO스카우트들 사이에 이야기가 돌았다.

“한수호가 메이저리그로 갈 거 같던데?”

“안 그래도 요즘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더군.”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만나는 거 같더라고.”

“이렇게 또 국내유망주 한 명이 해외로 뜨는구나.”

“아니, 그런데 포수면서 왜 메이저리그에 가는 거야? 아무리 타격능력이 특출나도 언어가 안 되면 답 없는 거 아닌가?”

“그러게 말이야. 포스팅시스템도 바뀌었는데. 국내에서 뛰고 가면 될 텐데.”

KBO스카우트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수호의 성적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었다.

[고교최대어 한수호! 한 경기 2홈런 작렬!!]

[랭킹 넘버 1의 활약으로 주말리그 전반기 우승을 결정한 성일고!]

[한수호의 활약은 황금사자기에서도 계속 될 것인가?!]

고교야구에는 총 5개의 전국대회가 존재한다.

그중 황금사자기는 주말리그 전반기의 진정한 챔피언을 결정짓는 왕중왕전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황금사자기라니...”

“작년 청룡기도 그렇고 이제 황금사자기도 다 나가네.”

“황금사자기는 8강부터 TV로 중계까지 한다던데?”

“진짜? 엄마한테 연락해야겠다!”

인기가 떨어진 고교야구에서 TV중계를 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자식들, 벌써부터 신났네.”

광호가 다가와 수호에게 어깨를 걸었다.

“요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랑 미팅하고 다닌다면서?”

“네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KBO관계자들 사이에는 소문이 쫙 퍼졌어. 내가 레슨 받는 아카데미 코치님도 알고 계시더라.”

“그 정도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네.”

“딱히 비밀로 만나고 다니는 것도 아닌 거 같던데?”

“비밀로 할 일은 아니지. 어차피 인터뷰에서도 밝혔으니까.”

수호의 말에 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어딜 가든 잘 할 거야. 그런데 영어는 할 줄 아냐?”

“영어?”

“응. 우리 코치님이 그러던데. 영어 모른 상태로 미국으로 건너가면 고생할 거라고. 그래서 국내에서 뛰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좋을 거라 하더라고.”

광호가 걱정한다는 걸 알기에 수호는 웃으며 말했다.

“간단한 회화정도는 할 수 있다. 걱정 안해도 돼.”

“오오-! 진짜? 그럼 바로 메이저리그에 가도 되지! 먼저 가서 잘 하고 있어! 이 형님은 일단 국내부터 평정하고 넘어갈 테니까!”

광호는 이런 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자신감이 넘쳤고 실력도 좋았다.

비록 프로에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아닌가? 마흔 넘게까지 했으면 충분히 성공한 건가?’

[ㅇㅇ 성공한 거지.]

[꼭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한 건가?]

[뭐 그것도 성공의 하나지.]

[그래도 성공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님.]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최소한 광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냈다.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었다.

‘이번에는 나도 반드시...’

수호는 다시 다짐하며 황금사자기를 기다렸다.

* * *

황금사자기는 전국대회라는 명성답게 전국의 강호들이 모두 참가한다.

그것도 단순히 이름값이 아닌 주말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팀들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진다.

성일고가 황금사자기에 출전하는 건 무려 7년만의 일이었다.

“박 감독! 정말 대단합니다! 작년 청룡기에 이어서 올해는 황금사자기까지 진출하다니!”

박규현 감독은 교장에게 직접 노고를 치하받기까지 했다.

그만큼 올해 황금사자기 진출은 많은 이의 예상을 벗어난 성적이었다.

‘그것도 지역우승으로 진출할 줄이야.’

이런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역시 한수호였다.

그때 박 감독의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박 감독은 인상을 찡그리며 전화를 받았다.

“예, 선배님.”

[오랜만이다, 규현아. 잘 지내지?]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팔콘스에서 프런트로 일하고 있는 선배였다.

지금 시점에 연락이 오는 게 어떤 이유인지 알았기에 박규현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기에 그런 티를 낼 수 없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선배님도 요즘 드래프트다 뭐다 해서 바쁘시겠습니다.”

[우리 규현이는 알아주는구나.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특히 너희 야구부에 한수호 덕분에 더더욱 정신이 없어.]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짐짓 모른다는 듯 되물었다.

“수호요?”

[그래. 이번에 우리가 1지명권을 가지고 있잖냐. 그래서 수호를 데려오고 싶은데. 이 녀석이 메이저리그로 간다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지.]

“아~그러셨군요.”

[그래서 말인데. 네가 수호 설득 좀 해주라. 너도 알잖냐. 요즘 애들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면 마이너에서 빌빌대다가 국내로 유턴하는 거.]

“잘 알고 있죠. 예예, 무슨 말인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충 이야기를 둘러대고 전화를 끊은 박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대단한 선수를 두고 있으면 이런 점이 피곤해지는구나.”

행복한 피곤함이기는 했다.

수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자신에게 돌아올 찬사도 많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시늉은 해야겠지.”

박규현은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수호가 메이저리그에 가는 것과 그러지 않은 것중에 무엇이 득이 될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최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만난 수호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부 제 가치를 80만달러에서 120만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네요.’

[ㅇㅇ 그게 평균이네.]

[네가 미국에서 이런 활약을 했으면 200만 달러까지도 가능했을 텐데.]

[근데 요즘 메이저리그도 드래프트 계약에 보너스 풀이 생겨서 계약금 많이 못받음.]

[그건 그렇지.]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역대 최대계약금은 게릿 콜의 800만불이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2년 CBA룰이 개정되면서 더 이상 그런 계약은 나올 수 없게 됐다.

이는 인터내셔널 아마추어 FA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각 구단에게 할당된 금액이 있고 이 금액을 오버해서 계약할 경우 사무국에서 계약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즉, 구단들은 1년에 쓸 금액으로 국제 유망주들을 모두 데려와야 한다는 소리였다.

[예전에야 쿠바나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애들이 대형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지.]

[당장 높은 계약금을 받아서 보너스베이비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원래 계획대로 가자.]

‘그래야죠.’

[당장 계약금을 많이 받는 것도 좋지만, 그게 어려운 상황에서 1-20만달러에 목 매달릴 이유는 없어.]

[지금 당장이야 큰 돈으로 보이겠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그것도 아님.]

‘예.’

억 단위의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전 삶에서도 그가 1억의 돈을 모은 건 30대가 되어서였다.

그런데 10대에 그런 돈을 만져볼 수 있다면 큰 유혹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레전드들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현재 시점에서 갈만한 팀은 필리스네요.’

[그렇지.]

[리얼무토가 네 말대로 부상으로 빠진다면 필리스에 최고지.]

리얼무토.

21세기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한 선수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균형 잡힌 선수로 필리스의 안방을 쭉 지켜온 선수기도 했다.

하지만 2027시즌, 그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다.

노장이기도 했기에 복귀는 요연했고 그 사이 필리스의 포수는 많은 선수가 거쳐가는 자리가 된다.

‘제가 충분한 실력만 보여준다면 빠르게 빅리그 콜업이 가능할 겁니다.’

1순위를 결정한 수호는 차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레전드들과 회의를 계속해나갔다.

* * *

황금사자기.

성일고는 16강에서 붙은 강원고를 가볍게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도 수호는 3타수 2안타 경기를 펼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나갔다.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한 고교최대어 한수호가 이끄는 성일고, 강원고를 누르고 8강 진출!]

[8강에서 성일고와 상대하는 강호 광주제이고!]

광주제이고는 한국 최고의 야구명문고 중 하나였다.

많은 프로선수를 배출했고 그중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선수도 있었다.

올해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다.

“전국대회이니만큼 만만한 팀은 없다! 광주제이고도 결국 넘어야 할 산일 뿐이다! 이 경기에서 이겨서 우승까지 가자!”

“예!”

박규현의 독려에 크게 대답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수호 역시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다.

오늘 호흡을 맞출 투수도 임광호였다.

16강에서도 던졌지만, 5이닝만 던졌기에 체력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했다.

‘광주제이고는 좌타 위주로 편성을 했네.’

[저긴 뭐 선수들이 저리 많냐?]

‘명문이라 저쪽에 진학하려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레귤러를 제외하고 후보들로만 3개의 팀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라 하더라고요.’

[오우...]

[장난아닌데?]

[그 경쟁을 뚫고 올라온 애들이면 잘 때리겠네.]

‘16강에서 상대를 16 대 1로 박살내고 올라왔다 하더라고요.’

[허허, 그 정도야?]

[아주 상대가 안 되네.]

[그럼 오늘 상대도 그 투수가 올라오겠네?]

‘아뇨. 1실점 했다고 후보로 밀렸다고 합니다.’

[실화임..?]

[아니 뭔 고교야구가 그리 빡세냐?]

[만화 너무 본 거 아님?]

‘그런 학교에요 저긴...’

끝판왕.

광주제이고는 한국에서 그런 학교였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강이라 불릴 정도로 유망주들이 많이 모인 해였기에 전국대회 5관왕을 노리고 있었다.

[자신감 쩌네.]

[그렇게 외치고 다닐 정도면 기대되는데?]

‘아쉽게도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응? 왜?]

‘제가 우승할 거거든요.’

수호가 마스크를 쓰며 미트를 내밀었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8강 경기가 시작됐다.

* * *

포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컸다.

투수를 안정시키고 경기 전체를 아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투수가 어느 정도 던져줄 때의 이야기였다.

딱-!!

“와아아아아!!”

“연속안타다!!”

“잘한다! 제이고!!”

수호는 홈플레이트를 밟고 들어오는 주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1점.”

성질을 돋우려는 듯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주자가 말했다.

물론 그런 도발에 넘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야...저쪽 애들 잘 때리네.]

[스윙 자체가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윙을 하네.]

[장타는 아예 포기한 듯.]

[저러면 무슨 재미냐?]

[재미는 없겠지만, 점수를 내기에는 좋지.]

레전드들의 평가대로였다.

제이고 타자들은 모두 안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타격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제이고만의 전략이 아니었다.

대부분 고교야구에서 나무배트로 변경한 이후 장타를 포기한 스윙을 가르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이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여기에서 점수를 더 벌리면 위험해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후 타자들이 범타로 물러나면서 1점밖에 더 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캐처박스에서 일어난 수호는 벤치로 들어가는 길에 광호에게 붙었다.

“잘했어. 그 상황에서 2실점만 한 건 아주 잘 던진 거야.”

“후우...오늘 제구가 엉망이다. 네가 해준 리드대로 던졌으면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쓰지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는 제구가 완벽히 됐으니까.”

“그래?”

“평소와 같은 공이었다. 그러니까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었지.”

승우의 말이 위안이 되었는지 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아직 제구가 흔들리지만...’

[그걸 그대로 말해줄 순 없지.]

[말해줘봐야 더 흔들리지.]

[너희한테도 이번 이닝이 중요하겠네.]

‘예.’

만회하는 점수가 빠르게 나오지 않으면 광호가 더 흔들릴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이닝이 중요했다.

‘상대는...’

수호의 시선이 제이고의 마운드로 향했다.

“어? 쟤 2학년 아니야?”

“16강에서 던졌던 강도경은 쉬나보네.”

“못 들었어? 도경이는 1실점해서 이번 선발에서 빠졌다잖아.”

“뭐? 1실점으로?”

“와...뭐 그렇게 살벌하냐?”

“그래도 2학년이면 해볼만하지 않겠냐?”

성일고 선수들은 제이고의 마운드를 지킨 2학년 투수를 보고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수호는 아니었다.

‘정민준이라니...’

[왜? 아는 녀석이야?]

‘알죠. 몇년 이내에 끝판왕이란 평가를 받는 선수니까요.’

20살에 KBO리그에 데뷔.

곧장 불펜에서 활약한 그는 팀의 마무리투수를 꿰찬다.

최고구속 153km의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던지는데, 전성기 오성환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해 22개의 세이브를 올린 그는 2번째 해에 33개, 4번째 해에 45개의 세이브를 올리면서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된다.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다.

‘저 녀석이 상대라면 쉽지 않겠네요.’

수호의 예상대로 경기는 흘러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는 깔끔하게 삼진.

딱!!

“마이마이!”

퍽!!

“아웃!!”

두 번째 타자는 내야뜬공으로 돌려세워 순식간에 두 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올해 17살이 된 정민준 선수가 성일고의 타자들을 가볍게 돌려세웁니다.)

(이 선수 아주 좋은 볼을 가지고 있어요. 포심 패스트볼의 RPM이 2142가 나올 정도로 구위가 아주 좋습니다.)

(악력이 매우 좋은 선수군요.)

(맞습니다.)

중계진들 역시 정민준의 투구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만큼 정민준의 1회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투아웃 상황에서 성일고는 3번 타자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이 선수를 주목해야 하지 않습니까?)

(예. 현재 고교야구 타율, 장타율, OPS, 홈런 등.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입니다.)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외치는 선수인데. 과연 어떤 타격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타석에 선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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