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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8화 (27/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8화

    * * *

    기숙사로 돌아온 수호는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켜서 구글에 접속했다.

    [회귀자의 특권이라더니. 한다는 게 검색임?]

    ‘일단 특권을 쓰려면 필요한 게 있거든요.’

    [필요한 거?]

    [정보?]

    ‘예. 그리고 제 기억을 되살려줄 트리거가 필요합니다.’

    수호는 회귀 전의 일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특정단어를 계기로 기억이 살아나는 걸 경험했었다.

    그 경험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제가 메이저리그와 계약하더라도 결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될 겁니다.’

    [그건 그렇지.]

    [마이너리그에서 실력을 입증해야 위에 올라갈 수 있지.]

    ‘하지만 위로 올라가더라도 주전급 선수가 버티고 있으면 제가 빅리그에 콜업이 되는 건 요연하겠죠.’

    [음...맞는 말이지.]

    [빅마켓은 어려울 수 있겠네.]

    [걔네들은 즉전감을 바로 돈 주고 사오잖아?]

    [그렇다고 스몰마켓 가기에는 걔네들 팜에는 유망주들이 많을 텐데?]

    메이저리그 구단은 크게 빅마켓과 스몰마켓으로 나눌 수 있다.

    빅마켓은 자금력이 풍부해서 선수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구단을 의미한다.

    반대로 스몰마켓은 자금력이 적어 선수에게 큰 돈을 투자할 수 없었다.

    자금력이 다르기에 두 구단의 운영방식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빅마켓은 FA시장에서 큰 손으로 활동하며 검증된 선수들을 사들인다.

    물론 유망주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스타플레이어가 빅리그에 포진되어 있어 파고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요기 베라 선배님 말씀처럼 스몰마켓은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를 다수 포진하고 있죠.’

    [ㅇㅇ 페넌트레이스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한 적이 많으니 드래프트에서 우선순위로 지명할 일이 많으니까.]

    [걔네들은 그렇게 모은 유망주로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을 운영할 돈과 새로운 선수를 구하지.]

    ‘두 유형의 구단들 중 어디를 가더라도 단기간에 자리를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마이너리그 폭격하면 가능.]

    [ㅇㅇ 올 패스하고 바로 트리플A까지 올라가자.]

    [트리플A로 올라가도 문제지.]

    [그 뒤에 빅마켓 가려면 결국 주전급 애 하나가 나가리 되야 한다는 소린데.]

    [그게 아니라면 퇴물 수준의 애가 버티고 있던가.]

    [포지션 교체도 생각해봐야겠는데?]

    [ㅇㅈ 포수는 한 명이지만, 내외야수가 된다면 자리는 그만큼 늘어나니까.]

    야구 포지션 중 가장 희소성이 높은 자리는 어디일까?

    바로 포수다.

    어떤 팀에 가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단 한 명뿐이었다.

    주전급 선수가 버티고 있다면 그 선수를 밀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뭔데?]

    ‘바로 포수에 결격이 생길 팀을 알아내면 되는 거죠.’

    [그걸 어떻게 암?]

    [부상 당할 선수를 미리 아는 건 누구도 못 하지.]

    [미래를 아는 게 아니면.]

    [어?]

    [응?]

    ‘예. 바로 그겁니다.’

    수호는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에 접속해 각 구단의 선수들을 확인했다.

    사이트에는 선수들의 이름과 나이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그 선수의 사진도 게재되어 있었다.

    수호는 각 팀 포수들 명단을 클릭해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런데 미래를 알 수 있나?]

    [아무리 회귀한 너라도 미래를 모두 아는 건 아니잖아.]

    [거기다 넌 야구와 관련없는 삶을 살지 않았음?]

    [야구광도 아니었고 미래에 어떤 포수가 부상을 입을지 어떻게 알아?]

    레전드들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진정한 메이저리거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은 각 팀에 등록된 25인 로스터다.

    메이저리그에 30개의 팀이 있으니 750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다는 소리다.

    그중에서 주전포수는 30명.

    백업포수까지 60명에서 80명의 선수가 각 팀의 안방을 책임졌다.

    그들 중 누가 부상당할지 기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도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저는 특이한 경험을 했어요.’

    [특이한 경험?]

    ‘전 야구를 포기한 뒤로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껐습니다. 그래도 간간이 뉴스에서 등장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들을 수밖에 없었죠.’

    [하긴, 유명선수라면 뉴스에도 나올 테니까.]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기억한 선수들은 기억에서 금방 잊혀집니다. 제가 기억할만한 것들이 아니니까요. 버넷도 그런 선수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걔 약점도 알고 있었잖아?]

    ‘원래는 기억에도 없었습니다. 선배님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그때의 경험은 무척이나 신기한 것이었다.

    그리고 수호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그때의 경험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주전급 포수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직 확실하진 않다는 거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몇 번 시험해봤거든요.’

    [그래?]

    ‘예. 경기를 뛰면서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옛날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투수 리드를 잘했던 건가?]

    [하지만 KBO 한정이잖아?]

    ‘그래서 확인해봐야죠.’

    대답을 끝낸 수호가 모니터를 주시했다.

    거기에는 뉴욕 양키스의 주전포수인 윌 스미스의 사진이 떠있었다.

    ‘음...’

    [정보가 파파팟 하고 떠오르냐?]

    [어때?]

    [말 좀 해봐.]

    레전드들의 닥달에도 한참 사진을 보던 수호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영 떠오르는 게 없네요.’

    [잉?]

    [뭐여? 기대는 왕창 하게 해놓고 나가리여?]

    “하아...”

    수호도 많이 기대를 했었다.

    미래를 알고 있다면 자신이 갈 팀을 선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 계획이 무산되었으니 아쉬움이 따랐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사진만 봐서 모르는 거 아님?]

    ‘예?’

    [네가 말했잖아. 우리와 대화를 하다가 떠올랐다고.]

    ‘그랬죠.’

    [그럼 사실상 그 사람의 정보를 알아야 떠오르는 거 아니냐?]

    ‘아...!’

    충분히 가능했다.

    아직 이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몰랐다.

    한 가지 방법이 실패했다고 그대로 포기하기란 일렀다.

    어떻게 정보를 알아볼까 고민하던 수호는 포털사이트에 윌 스미스를 검색했다.

    현 메이저리그 포수 랭킹 3위 안에 드는 선수였기에 국내에서 분석한 자료도 제법 많았다.

    그중에서 수호가 택한 건 나무위키였다.

    다양한 정보가 모인 곳으로 단순히 선수의 성적만이 아닌 비하인드 스토리도 다수 있었다.

    ‘문제는 아무나 편집이 가능하기에 거짓된 정보도 많다는 거지만.’

    [ㅋㅋ 저승위키도 마찬가지지.]

    [저번에 저승위키 보고 이야기했다가 개망신 당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되겠냐?]

    ‘괜찮을 거에요. 정보가 목적이 아니라 기억을 떠올릴만한 단서를 찾는 게 목적이니까요. 그런데.’

    [응?]

    ‘저승에도 위키사이트가 있습니까?’

    [다 있다니까 ㅋㅋ]

    [궁금하면 함 와봐.]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거절하겠습니다.’

    가볍게 그들의 제안을 묵살한 수호는 윌 스미스의 정보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윌 스미스의 고교시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몇라운드에 지목이 되었고 어떤 성적을 남겼는지.

    또한 미국에서 평가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것들을 보자 서서히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차세대 포수로 이름을 알린 윌 스미스가 트레이드 될 때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LA다저스는 부상자들의 이탈로 구멍이 생긴 마운드를 채우고 양키스는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던 안방마님을 데려오는 효과를 누렸다.’

    윌 스미스의 트레이드와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걸 읽어내려가자 신기하게도 그에 대한 정보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름정도만 알던 선수의 정보들이 떠오르는 건 말이다.

    그 정보들 사이에서 수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

    ‘양키스는 힘들겠네요.’

    [그래?]

    [얘가 계속 지키는 거임?]

    ‘예. 수비쪽에서 문제를 드러내긴 하지만, 타격지표가 워낙 좋아 당분간 주전에서 빠지지 않아요.’

    [오오...]

    [그걸 알 수 있단 말이야?]

    [정확한 거야?]

    ‘시간이 지나면 알겠죠. 하지만 지금은 이 정보를 토대로 제가 갈 수 있는 팀을 선정하는 게 유리해요.’

    [하긴 버넷도 그렇게 잡아냈지.]

    [데이터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확실히 이게 사실이라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긴 하네.]

    [결격이 생길 팀을 정할 수 있으니까.]

    [빅리그 기회를 빨리 받을 수 있겠네.]

    [크으-! 지렸다~]

    레전드들의 찬사를 받으며 수호는 데이비드에게 문자를 넣었다.

    (죄송하지만, 약속을 조금 미루고 싶습니다.)

    정보를 모을 방법이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스카우트를 만날 이유는 없었다.

    충분히 정보를 모은 뒤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할 생각으로 그는 약속을 미뤘다.

    * * *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데이비드와 약속을 위해 수호는 한 카페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미리 나와있는 데이비드가 앉아 있었다.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약속을 미뤄서 죄송합니다. 시합이 연달아 있어서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아~이해합니다. 시합이 우선이죠. 그래서 최근 1주일 사이에 성적이 더 좋아지셨군요.”

    “체크하고 계셨군요.”

    “물론입니다. 한수호 선수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고교선수 아닙니까? 무엇보다 최근 일주일 사이 공격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수호는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테스트했다.

    만약 이 방법이 틀렸다면 메이저리그 팀을 택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반복적인 검증절차에서 이 테스트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정말 놀랍습니다. 한국고교야구에서 이 정도 성적을 내는 슬러거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트레이닝을 했기에 이 정도로 파워를 늘릴 수 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네요.”

    데이비드는 한참동안 수호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마치 영업사원 같네.’

    [ㅋㅋ 영업사원이나 마찬가지지.]

    [구단을 잘 포장해서 팔아야 선수가 넘어오니까.]

    ‘하긴, 그런 부분에선 영업사원이나 마찬가지네요.’

    칭찬타임이 곧 끝나고 데이비드가 본론을 꺼냈다.

    “저희 양키스에선 한수호 선수와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계약금은 100만달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예상밖이다.

    설마 첫 만남에서 계약금을 먼저 이야기하다니.

    그것도 100만달러라는 거액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사람 협상에 대해서 모르나?’

    [그런 듯?]

    [바로 패를 까버리누 ㅋㅋ]

    [100만 달러를 바로 부르네.]

    [야야,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

    한국고교야구에서 100만 달러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선수는 10명 내외다.

    그들 중 대부분이 투수였고 야수에서 이 정도 금액을 받은 선수는 없었다.

    하물며 수호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그런데 단번에 이 금액을 부르다니 무언가 수상했다.

    “먼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당장 답변은 어렵겠네요.”

    “이해합니다. 다만 현지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답변은 되도록 빨리 해주셔야 합니다.”

    데이비드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 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수호 선수도 아시겠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이 인터내셔널 FA 계약을 맺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계약금이 존재합니다.”

    “사실 처음 듣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간단히 말해 쓸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는 거죠. 문제는 구단에서 다른 유망주와 어떤 계약을 할 것인지 저희에게 미리 통보를 해주지 않습니다.”

    “즉, 시간이 지나 다른 유망주와 계약을 하게 되면 제 계약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현재 100만 달러는 구단에서 승인이 나온 금액입니다. 지금 계약을 맺으면 백퍼센트 지급이 확실합니다. 다만, 시일이 지나면 계약금이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수호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어설픈 밀당을 하네.’

    [ㅋㅋㅋ 뻔히 속셈이 보이누.]

    [네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이나 보다.]

    이해는 됐다.

    데이비드 입장에서 자신은 어린아이나 마찬가지다.

    부모를 동반한 것도 아니니 더욱 만만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죠.”

    “예?”

    “양키스가 좋은 구단인 건 알지만, 데이비드씨의 말대로 되면 인연이 아니었던 거겠죠.”

    “아...아니, 꼭 그렇게 된다는 게 아니라...”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문자로 좀 알려주세요. 저도 다른 구단들 스카우트를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게요. 그럼 커피 잘 마셨습니다.”

    사람 너무 만만하게 봤어.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는 수호를 보며 데이비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100만 달러가 눈앞에 있는데 저런 태도를 보인다고?”

    한화로 무려 11억이다.

    이 정도 돈이면 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네.”

    뉴욕 양키스.

    다수의 선수가 한 번쯤 뛰어보고 싶은 팀이다.

    100만달러라는 돈도 일반인이 생각했을 때 엄청난 거액이었다.

    그런 조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자신의 실책을 떠올리면서도 데이비드는 다음 전략을 생각하고 있었다.

    ‘저런 배짱을 가진 녀석을 놓칠 순 없지.’

    수호의 당돌한 태도가 그의 마음을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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