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6화 (25/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6화

* * *

뉴욕 양키스.

악의 제국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스포츠 팀중에 하나이며 그 가치만 하더라도 60억 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이런 가치만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명성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가 왜...?’

정우일은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혼란스러웠다.

그런 우일의 생각을 읽어서일까?

남자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한수호 선수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 예.”

의문이 풀림과 동시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우일이었다.

“한수호 선수는 평소 팀에서 잘 지내나요?”

“음...”

“아, 질문이 어려웠나 보군요. 예를 들면 팀 동료들과 불화는 없는지. 선배로서 후배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던지. 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다닌다든지 하는 거요.”

“아~전혀 그런 거 없으세요.”

“그래요?”

“네. 선배님이 얼마나 야구에 대해 잘 알려주시는데요! 정식훈련이 모두 끝나면 조금 쉬시다가 바로 개인훈련에 들어가세요!”

“개인훈련을 따로 합니까?”

“네. 저도 올해 성일고에 들어와서 수호 선배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래요? 어떤 훈련을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웨이티드 볼을 활용한 훈련이었는데요!”

우일이 수호와 같이 했던 훈련들을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남자는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체계적인 훈련을 개인적으로 했다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수호는 개인레슨을 받지도 않는 거 같던데.’

남자는 수호에 대해 많은 걸 조사했다.

그중에는 수호가 어떤 훈련을 하고 누구에게 교육받았는지에 대한 것도 있었다.

2학년 때 갑작스레 나타난 수호였기에 이런 조사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수호가 누구에게 레슨을 받았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귀신에게 레슨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지.’

말도 안 되는 망상까지 하게 하는 수호의 행적에 남자는 같은 야구부 선수들에게 정보를 캐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미스테리한 수호였다.

“오늘 이야기 고마워요. 그리고 이왕이면 오늘 있었던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 왜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하면 선수가 들뜰 수 있습니다. 그럼 시즌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우일이 고개를 숙이고 다시 더그아웃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가 몸을 돌렸을 때.

눈앞에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서있었다.

“데이비드,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오랜만입니다. 오 팀장님.”

“인사는 됐고. 또 우리 애들 빼가려고 온 거냐?”

“우리 애들이라뇨. 한수호 선수는 아직 팔콘스 소속이 아닙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발끈한 대전 팔콘스의 오성민이 그에게 다가갔다.

“작작 좀 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애들을 외국으로 데려갈 생각이냐?”

“저는 그들에게 선택권을 줄 뿐입니다. 선택은 선수들이 직접 하는 거고요.”

“그렇게 데려간 애들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아?!”

“아쉽게도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한 거죠. 우리는 최고의 훈련환경을 제공했을 뿐입니다.”

“그런 말로 꼬드겨서 망가트린 애들이 수두룩이다! 걔네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

“반대로 성공한 선수도 많죠. 결국 선수의 차이입니다.”

“이 개자식이...!”

오성민이 달려들어 데이비드의 멱살을 잡았다.

데이비드는 그런 오성민을 노려보며 말했다.

“구단에 정식으로 항의할까요?”

“이익...!”

오성민이 손을 풀자 데이비드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걸음을 옮겼다.

“각자의 일을 합시다.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게.”

그 말을 끝으로 데이비드가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오성민은 화를 삭히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나다. 데이비드가 여기에 나타났다. 그래, 양키스의 데이비드 킴. 그 망할 새끼가 한수호를 노린다고! 저 녀석이 움직인다는 건 다른 녀석들도 움직인다는 거야. 어떻게 해서든 한수호에게 우리의 조건을 제시해야 해. 돌아가는 즉시 성일고와 관련된 애들 소집해.”

오성민이 전화를 끊자 그라운드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옮겨 경기장으로 나간 오성민의 눈에 그라운드를 여유롭게 돌고 있는 수호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대전 팔콘스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꼴찌만 9번을 했다.

말인즉슨 1차 드래프트의 우선지명권을 9번이나 가졌다는 소리였다.

이전에야 연고지우선지명제도였기에 대부분 북일고 선수를 지명했었다.

하지만 전면드래프트가 시행된 2023년부터 지금까지 팔콘스는 실질적으로 고교랭킹 1위를 한 번도 지명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망주 하이재킹 때문이었다.

국내구단은 선수와 접촉할 수 있는 게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이후였다.

만약 이전에 접촉한 게 적발될 시 지명권을 박탈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놓칠 수 없었다.

‘전면드래프트로 바뀐 이후에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팎으로 우리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어. 어떻게든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어를 잡아야 해.’

그 대어란 바로 한수호였다.

어느덧 그는 그런 위치까지 올라서 있었다.

* * *

한 마디로 폭격이었다.

[고교 주말리그 한수호! 2경기 연속 홈런!!]

[고교최대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수호! 3경기동안 타율 6할 3푼 6리! 장타율 1.454 기록중!]

[한수호의 활약에 성일고 주말리그 선두 질주!]

3경기 연속홈런을 시작으로 한수호는 주말리그를 초토화시켰다.

이 소식은 곧장 언론을 통해 야구팬들에게 전해졌다.

- 타율 6할? 실화냐?

- 고교야구라 해도 대단한데?

- 3경기밖에 안했잖아?

ㄴ 안타 7개 중에 홈런이 2개임.

ㄴㄴ 단타는?

ㄴㄴㄴ 1개. 2루타 3개.

ㄴㄴㄴㄴ 미쳤는데?

- 얘 작년에 청룡기에서 5경기 연속 홈런 때린 애 아닌가?

ㄴ ㅇㅇ 맞음.

- 와...고교야구에서 이런 슬러거가 나온다고?

- 얘도 스테로이드 맞은 거 아님?

- 고교야구에서 스테로이드 ㅇㅈㄹ

- 얘 3학년이면 내년에 프로겠네.

ㄴ 어디 가려나?

ㄴㄴ 국내면 팔콘스, 해외는 모르겠다.

ㄴㄴㄴ 양키스가 얘 노리고 있다더라.

- 한수호는 이미 탈고교급임.

수호에 대한 소식은 각종 커뮤니티를 점령했다.

이런 소식들은 곧 주말리그를 관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한수호가 누구지?”

“저기 마스크 쓰고 앉아 있는 애 아니야?”

“아~저 친구야? 와...피지컬 장난 아니네.”

“그러게. 키는 다른 애들하고 비슷한데. 몸집이 장난 아닌데?”

“웬만한 어른들하고 비교해도 밀리지 않아 보이네.”

수호를 처음 보는 관중들은 놀라기 일쑤였다.

두 번째로 놀라는 건 그의 플레이에 있었다.

“플레이볼!”

“오, 시작한다.”

“그런데 수비할 때는 뭐 볼거 없지 않을까?”

“그렇지. 수호 보러 왔는데. 포수니까, 볼 게 뭐 있겠어?”

포수라는 포지션은 마당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분명 고생하는 건 잘 알겠지만, 화려한 면모가 전혀 없었다.

최소한 지금까지 포수들은 그랬다.

그런데.

퍽!!

“오~저걸 블로킹하네.”

“이야~커브가 저런 식으로 떨어졌는데. 몸으로 제대로 막았는데?”

“주자 뛰려다가 못 뛰는거 봐.”

“저렇게 막아주면 투수도 마음 편하겠다.”

수호는 1회부터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포수로서 해야 하는 블로킹과 정석적인 포구로 관객들의 칭찬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정점은 1루 주자가 2루로 내달릴 때였다.

“어? 뛴다!”

투아웃 상황에서 1루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다.

타이밍은 완벽했다.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위해 발을 떼는 순간, 스타트를 걸었다.

투수의 딜리버리 과정을 정확히 캐치해낸 것이다.

“저건 성공했네.”

“그러게. 완벽한 타이밍...”

관중들이 말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파앙-!!

공이 미트에 도달하는 순간.

수호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은 상태 그대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낮게 날아가 그대로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퍽!!

“아웃!!”

2루수의 글러브가 움직이지 않은 채, 주자의 손을 태그했다.

그걸 본 관중들의 눈이 커졌다.

“우와아아아! 저게 뭐야?!”

“앉아쏴 아니야?”

“쟤가 앉아쏴도 했어?”

“아니, 기자들은 왜 이런 걸 기사에 안 올리는 거야!”

“대박이네!!”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를 들으며 이닝을 마감한 수호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우일이 그의 장비를 벗는 걸 도왔다.

“땡큐.”

“헤헤, 그런데 오늘 관중들 정말 많이 왔네요.”

“그러게. 평소보다 많아서 놀랐다. 꽤 열정적이기도 하고.”

“이게 다 선배님을 보기 위해서 온 거 아니겠습니까?”

“설마 나 하나 보자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겠어?”

“에헤이~선배님. 최근 고교야구 최고의 선수 아닙니까? 당연히 선배님 보러 오는 사람들이죠.”

우일이를 볼 때마다 참 성격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ㅇㅈ]

[이 나이에 이 정도 사회성이면 사회 나가서도 잘 할 듯.]

[이런 사회성은 타고나는 거지.]

[인싸중에 인싸네.]

[에헤이, 아저씨. 요즘 그런 말 안써요.]

[응? 요즘 단어 아니야?]

[요즘 애들은 MBTI부터 말하지.]

[그런가?]

시끌시끌한 채팅을 뒤로 하고 배트를 챙겨 대기타석으로 걸어갔다.

3학년이 되고부터 수호는 3번 타순에 고정으로 나가고 있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3번 타자에 장타력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장타력만 좋아선 안 된다.

정확도도 높고 결정력도 가지고 있는 한 마디로 팀내에서 가장 좋은 타자를 배치한다.

아무래도 출루율이 높은 1, 2번 타자들의 뒤에 있으니 타점의 기회가 많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에 장타력이 좋은 타자들도 기다리고 있어서 출루에만 성공하면 대량득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한수호다. 이번 이닝에도 한 방 날려버려!”

“방금 앉아쏴 진짜 멋졌다!”

“한수호 파이팅!!”

자신을 응원해주는 관중들을 보며 수호가 꾸벅 허리를 숙였다.

[이열~벌써 팬들도 생겼네.]

[역시 고교야구 최고의 선수답다.]

[올해 고교야구 정점 찍고 바로 메이저리그 가자.]

[안 그래도 저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애들 보이네.]

[숫자가 저번보다 늘어난 거 같은데?]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숫자가 이전보다 늘었다.

국내 스카우트들은 오히려 잠잠했다.

아무래도 드래프트 제도 때문에 자신이 국내에 남으면 가야 할 팀은 팔콘스일 가능성이 높았다.

[팔콘스 스카우트는 매일 보이네.]

팔콘스의 스카우트는 매일 같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수호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경쾌한 소리와 함께 주자가 출루했다.

[오~주자 쌓이고.]

[오늘도 한 방 날려라.]

‘예.’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다음 타석을 준비했다.

* * *

수호는 오늘 경기에서도 2루타와 안타를 때려내면서 멀티히트 경기를 이어나갔다.

아쉽게도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활약에 현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광하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끝난 수호는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호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성일고 야구부의 코치 중 한 명인 임호성이 서있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임호성 코치와는 딱히 접점이 없었기에 그의 부름이 다소 이상했다.

“예, 코치님.”

“수호야, 최근 네 활약을 보고 팔콘스에서 아주 관심이 높더구나.”

“아...”

단번에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

“내 선배 중에 한 명이 팔콘스에서 일하고 있거든. 최근에 우연찮게 만나서 술 한잔하면서 잠깐 이야기 하게 됐다.”

임 코치의 말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그게 목적이었으면서 무슨 우연이야.’

[ㅋㅋㅋ 눈에 보이는 거짓말 하누.]

[어린 애들이나 저런거에 속지.]

[요즘 애들 영악해서 속지도 않음.]

[뒷돈 좀 받았나?]

[선배면 뒷돈이 아니라 그냥 학연 지연 뭐 이런 거겠지 ㅋㅋ]

임 코치의 말은 간단했다.

팔콘스가 관심이 많고 높은 연봉을 제시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수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음, 그런데 코치님.”

“응? 왜? 더 궁금한 게 있어?”

“아뇨. 그게 아니라 전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습니다.”

“어? 메이저리그?”

“예. 그곳에서 뛰는 게 제 꿈입니다.”

“아~물론 메이저리그에 바로 갈 수 있으면 좋지. 그런데 너 그거 알아? 메이저리그랑 계약해도 처음 시작은 마이너리그에서 해야 해. 트리플A도 아니고 루키리그부터 시작하는데. 거긴 월급이란 것도 없어. 거기에 밥도 안 나오고 숙소도 따로 없다.”

맞는 말이다.

마이너리그의 환경은 척박했다.

눈물 젖은 빵도 싱글A나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였다.

“거기에 이제 포스팅 시스템도 개선되었잖아. 그러니 바로 메이저리그에 안 가도 국내에서 성적만 내면 바로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니까?”

“그럼 그걸 계약서에 적을 수 있을까요?”

“응?”

“특약으로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할 수 있다고 넣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건...”

불가능할거다.

수호에게 줄 계약금만 해도 몇억원이 될 것이다.

그 정도의 거액을 주고 아무때나 포스팅 신청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럴 구단은 없었다.

“그게 어려우면 어쩔 수 없죠. 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습니다.”

수호는 단호했다.

평소 거절을 잘 하지 못하고 예의바른 수호였기에 이런 태도는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이 말하면 잘 생각해보겠습니다 정도는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다니.

임 코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임 코치에게 인사를 한 수호가 걸음을 옮겼다.

[ㅋㅋㅋ 저 코치 얼이 나갔네.]

[평소 수호를 보면 이렇게 나올 애가 아니었으니까.]

[단호하게 나가니까 암말도 못하네 ㅋㅋ]

[그런데 쟤가 이대로 물러날까?]

[앞으로도 찾아와서 귀찮게 할 듯.]

레전드들의 말에 수호도 동의했다.

“그러니 귀찮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죠.”

[응?]

[어떻게?]

수호는 대답 대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자님,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