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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4화 (2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4화

* * *

성일고는 3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4월부터 있을 주말리그를 대비한 훈련이었기에 팀훈련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날이 온전히 풀리지 않아 제법 쌀쌀했지만, 선수들의 이마에는 금세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가 됐다.

“자, 간다.”

“예!”

수호의 대답과 함께 코치가 공을 가볍게 던졌다.

수호의 바로 앞에서 바운드 된 공이 불규칙으로 튀어올랐다.

수호는 미트를 끌어 공을 낚아채 그대로 포구했다.

이 훈련은 투수가 던진 공이 원바운드 되었을 때 제대로 포구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이런 기초적인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함.]

[ㅇㅇ]

[기초가 부족하면 결국 문제가 생긴다.]

레전드들의 조언을 받으며 훈련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성일고로 한 대의 버스가 들어왔다.

주차장에 멈추는 버스를 본 박규현 감독이 이내 소리쳤다.

“모두 그만! 오늘 훈련은 여기에서 종료하고 오후에는 공지한대로 연습경기를 진행한다!”

주말리그를 앞두고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인 연습경기.

상대는 다른 지역에서 뛰고 있는 대성고등학교였다.

대성고는 야구명문 중 하나로 손꼽히며 70년대부터 야구부가 있을 정도로 유서깊은 학교였다.

작년 봉황기대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오랜만에 실전이네.’

[왜? 떨리냐?]

‘떨리죠.’

수호는 장비를 챙기면서 걸음을 옮겼다.

‘제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겨울동안 수많은 훈련을 진행했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분명 발전했다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전을 치르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열리는 연습경기이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선배님! 오늘 파이팅입니다!”

그때 우일이가 다가오면서 손을 뻗어 수호의 장비를 받았다.

“아, 고마워. 너도 오늘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까. 몸 잘 풀고 있어.”

“물론이죠! 저도 경기에 나갈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거 같습니다. 선배님하고 같이 훈련하면서 조금씩 타격에 대해서 알아가는 거 같거든요!”

우일이 역시 비슷한 기분인 듯 했다.

설렘을 가지고 두 사람은 경기를 준비했다.

* * *

잠시 뒤.

성일고와 대성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였다.

두 팀의 감독인 박규현과 이성규가 악수를 나누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그래. 오늘 경기 잘 부탁하마.”

“저희야 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친분이 있는 듯 친근하게 인사를 나눈 두 선수가 각자의 팀으로 돌아갔다.

방금 전까지 웃으면서 인사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선수들 앞에서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반드시 이긴다.”

“예...예!”

“오늘 지면 돌아가서 추가훈련 들어간다.”

“예!”

두 팀의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레전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놈들 왜 저러냐?]

[그러게. 분위기 좋드만, 갑자기 안면 싹 바꾸네.]

‘현역시절에 같은 팀이었는데. 저희 감독님이 주전으로 올라가면서 이 감독님이 빠졌거든요.’

[아하-!]

[그런 사연이 있구만.]

[어쨌든 지면 곤란하겠네?]

‘물론 질 생각은 없었습니다.’

[고러치~]

[경기를 하는데 질 생각으로 임하면 안 되지.]

[고교야구 레벨 정도는 어여 끝내라.]

‘예.’

수호도 여기에서 발목을 잡힐 생각은 없었다.

고교야구를 제패하지 못하면 메이저리그는커녕 국내프로야구에서도 통하지 않는단 소리였다.

실제 프로선수들 대부분이 고교시절에는 초고교급이란 평가를 받던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프로팀에 가면 주전은커녕 2군에서 헤매다가 은퇴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건 그런 험난한 여정을 뚫은 극소수만이었다.

“수호야! 준비해라.”

“예!”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장비를 착용하고 캐처박스로 향했다.

마운드에는 그의 오랜 친구인 임광호가 서있었다.

고교시절부터 사이드암으로 던졌던 그가 와인드업과 함께 공을 뿌렸다.

쐐애액-!

퍽!!

“나이스 볼!! 아주 볼 끝이 제대로 휘어서 들어온다!!”

수호가 공을 던져주면서 광호의 장점을 이야기해주었다.

광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몇 번의 연습구를 더 던지고 본격적으로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타석으로 좌타자가 들어왔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선수였는데, 얼굴이나 이름이 기억나진 않았다.

하지만 경기 전, 코치들이 건네준 자료에는 이름이 있었다.

‘김명수, 발이 빠르고 컨택능력이 좋은 녀석이다.’

[리드오프의 정석 같은 놈이네.]

[그래서 배트를 저렇게 짧게 쥐는 건가?]

‘고교야구에서는 저게 정석이에요. 나무배트로 바꾼 뒤로 고교야구가 홈런이 아닌 안타 위주의 경기를 펼쳤거든요.’

[으흠~그렇구만.]

‘일단 경기에 집중 좀 하겠습니다.’

[그래라.]

[알아서 하셈.]

수호가 상체를 세우고 사인을 보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대성고 선수단의 눈빛이 신중해졌다.

“쟤가 걔지?”

“어, 작년에 국가대표로 나가서 MVP 받은 애.”

“덩치가 상당히 크네.”

“작년에 봤을 때는 저 정도까진 아니었던 거 같은데.”

“방학동안 키가 컸나 본데?”

“저런 덩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펀치력이 좋은 거겠지.”

“우리 투수들은 고생 좀 하겠네.”

“그것보다 저기 투수는 뭐 자료없어?”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것밖에 딱히 없어. 작년 경기에 많이 나온 편도 아니고.”

“그럼 실력이 별로란 소리니까. 타격전이 되겠네.”

실력좋은 선수라면 학년에 상관없이 마운드에 세운다.

2학년에 자주 출전하지 않았다면 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대성고는 이러한 분석도 선수들이 바로 해낼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상대는 투수인 임광호만이 아니란 걸 말이다.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 몸쪽에 붙여서 반응을 보자.’

‘응.’

수호의 사인을 받은 임광호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흡!!”

쐐애애액-!!

킥킹과 함께 뿌린 공이 수호의 리드대로 김명수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김명수는 배트를 내밀다가 공이 몸쪽으로 오는 걸 확인하고 멈췄다.

퍽!!

“스트라이크!”

구심의 손이 올라가자 김명수가 당황한 듯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고교야구에서 심판은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교육의 일환이었기에 심판에게 항변하는 걸 터부시되는 분위기였다.

‘이걸 잡아주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는데.’

타석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는 김명수를 보며 수호는 그의 생각을 읽어냈다.

‘우리 코치님이 원래 몸쪽이 좀 후하신 편이지. 이 나이대 애들이 원래 몸쪽에 약하기도 하니 상당히 골치 아플 거다.’

오늘 구심은 성일고의 코치 중 한 명인 한경호였다.

연습경기에서도 자주 구심을 봤기에 그의 성향이 어떤지 수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초구를 몸쪽으로 요구했고 정확히 먹혔다.

‘몸쪽이 넓다는 걸 알았으니, 다른 코스로 오는 공에 더 조바심을 내겠지.’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임광호가 와인드업과 함께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공은 다시 한 번 몸쪽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초구에 비해 중앙에 더 가까웠다.

‘실투다!’

그걸 보는 순간 실투라고 판단한 김명수가 배트를 돌렸다.

그때 공이 휘어서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슬라이더!’

변화구임을 눈치챘지만, 스윙의 궤적을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

딱!!

“파울!!”

겨우 공을 맞추었지만, 타구는 1루쪽 파울라인 밖에 떨어졌다.

수호는 오히려 그게 아쉬웠다.

‘차라리 땅볼이 나왔으면 투구수를 줄이고 아웃카운트를 올렸을 텐데.’

하지만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이득도 있었다.

탁! 탁!

타석에서 벗어났던 김명수가 다시 들어오면서 배터박스의 땅을 골랐다.

스트라이드 지점의 흙을 골라서 앞발을 잘 고정되게끔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위치가 이전과 조금 달랐다.

‘바깥쪽의 땅을 고르고 있다. 스탠스를 바꾸겠다는 소리로군.’

김명수의 타격자세는 디딤발을 들어올리는 레그킥 스타일이다.

컨택형 타자에게 유리한 타격자세는 아니지만, 힘을 실을 수 있고 무엇보다 스탠스를 속일 수 있는 자세였다.

하지만 저런 작은 준비동작을 놓치지 않고 수호는 캐치해내면서 그가 무엇을 노리는지 알게 됐다.

‘연속해서 몸쪽으로 들어왔으니.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이군. 정답이긴 하지만, 너무 단순한 생각이야.’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오픈 스탠스를 통해 몸쪽에 대응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 확실하게 공략해줄 생각이었다.

사인을 받은 임광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김명수는 예상대로 오픈스탠스를 내디뎠기에 완전히 빠지는 공을 칠 이유가 없었다.

그가 스윙을 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순간,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스트라이크존으로 파고들었다.

‘이건 빠진다.’

하지만 공의 변화가 부족해보였다.

그리고 그건 수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 순간.

스윽

수호가 상체를 들어올려 구심의 시야를 순간적으로 가리고.

치직!!

공을 정면이 아닌 웹으로 잡으면서 오른쪽 무릎을 명수쪽으로 구부렸다.

그러자 그의 미트는 자연스럽게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왔고 그걸 본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예?! 아니 이거 빠지지 않았습니까?”

“미트의 위치를 봐. 확실히 들어왔어.”

“아니, 하지만...”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아닙니다.”

구심이 단호한 판정에 김명수는 더 반론하지 못하고 힘없이 몸을 돌렸다.

그걸 보며 박규현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빠지는 공이었다. 그걸 미트질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어.’

수호의 프레이밍이 아웃카운트를 만든거였다.

무엇보다 더 인상적인 건 타자를 상대하는 과정이었다.

‘광호가 구속은 느리지만, 제구력이 좋은 걸 알고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거기에 두 번째 공 역시 같은 선상에 있었지만, 몸쪽으로 더 파고들었어.’

1구가 있었기에 2구에서 상대의 배트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좋은 변화구였고 스토리텔링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3구였다.

‘타자의 준비동작을 확인하고 노리는 걸 캐치하다니. 뭐, 저렇게 노련한 자식이 있어?’

마치 베테랑 선수를 보는 듯했던 3구의 빌드업이었다.

더 놀라운 건 그 공이 예상대로 들어오지 않자 자신이 직접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만약 실패했다면 4구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갔을까?’

수호가 어떤 식으로 타자를 상대해나갈지 궁금했다.

그리고 박규현은 이런 부분을 캐치했던 황우성에 대한 존경심까지 생겼다.

‘한 번 보고 이런 부분을 캐치했단 말이지? 그래서 녀석에게 U18야구월드컵에서 아예 볼배합과 리드를 맡긴 거고.’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믿지 못했다.

설마 국제전에서 선수에게 볼배합과 리드를 맡기다니 말이다.

왜 그랬을지 궁금했고 연습경기에서 수호에게 직접 리드하라는 언질을 주었다.

그리고 수호는 단 한 타자만에 황우성이 봤던 재능을 뽐내고 있었다.

‘이런 재능을 가진 녀석이었다니.’

박규현이 감탄하며 경기를 보는 사이.

수호의 리드를 따른 임광호가 세 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감했다.

더그아웃에 돌아온 수호는 곧장 장비를 벗고 헬맷을 썼다.

‘이제는 내 시간이다.’

포수 한수호가 아닌 타자 한수호가 출격할 시간이었다.

* * *

원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서 수호가 3번 타자로 타석에 섰다.

[베스트 상황이네.]

[여기에서 선취점 뽑으면 오늘 경기 쉽게 가져갈 듯.]

[기선제압을 하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다.]

기선제압은 중요했다.

그리고 그 좋은 기회가 팀의 중심타자인 수호에게 찾아왔다.

[네가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

‘예.’

겨울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순간도 있었지만, 참고 견뎌냈다.

그건 오직 경기에 나서는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플레이볼!!”

[길게 끌 필요 없다.]

[투수도 너와의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을 거임.]

[오히려 승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습인데?]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는 벌써부터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대성고를 대표하는 에이스다운 모습이었다.

수호가 타격자세를 잡자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2루수를 눈으로 견제했다.

2루 주자는 뛸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투수는 오직 수호에게만 집중했다.

‘국가대표 MVP를 잡으면 내 가치가 올라간다.’

프로야구 드래프트를 앞둔 상황에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기회였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전력을 다했다.

‘반드시 잡는다.’

콰직!!

사이드스텝을 밟아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투수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몸쪽으로 잘 제구된 공이 날아들었다.

구속은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47~8정도가 나올 정도로 좋은 공이었다.

그걸 본 순간.

휘릭!!

수호의 하체가 회전했다.

그 회전은 곧 상체로 이어졌고 회전력을 온전히 담은 배트를 그대로 휘둘렀다.

딱!!

“우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성일고 더그아웃이 들썩였다.

타구를 확인한 우익수가 공을 쫓다 이내 걸음을 멈췄다.

그만큼 큰 타구였고 예상대로 공은 그대로 담장밖으로 사라졌다.

홈런을 만들어낸 수호는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이전과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왜?]

‘그리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저런 타구가 만들어지다니...’

[그만큼 훈련이 제대로 됐다는 소리임.]

[타격은 회전력을 얼마나 잘 이용하냐에 따라 판가름 됨.]

[그리고 너는 하체와 상체가 잘 연결되어서 스윙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파워를 많이 쓸 필요가 없다.]

[즉, 전신을 이용한 스윙을 제대로 한다는 소리지.]

피나는 훈련은 정답이었다.

그걸 설명이 아닌 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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