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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3화 (25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3화

공식훈련이 모두 끝나면서 기자들과 스카우트들이 돌아갔다.

수호와 따로 접촉을 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무서워서 그러지 못했다.

사전접촉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기에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라운드가 조용해지자 수호는 개인장비를 가지고 다시 나왔다.

“후우...이제야 좀 마음 편하게 훈련할 수 있겠네.”

“아직 훈련이 끝난 게 아니에요?”

“어우씨! 놀래라! 그...한선예 기자님 아니세요?”

“네.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

“다들 돌아가신 줄 알았죠. 왜 아직도 여기에 계십니까?”

“한수호 선수에게 궁금한 게 많아서요.”

[오올~이 여자 저번에 공항에서 봤던 그 여자지?]

[아무래도 너한테 관심있는 듯?]

[연상도 괜찮냐?]

[어차피 얘 내용물은 40대 아재잖아.]

[엌ㅋㅋ 그건 그렇네.]

뭐가 그리 신나는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애써 무시한 수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한데. 아직 훈련이 끝나지 않아서요. 취재는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혹시 방해가 안 된다면 훈련을 좀 봐도 될까요?”

“뭐...상관은 없습니다만, 재밌는 훈련은 아닐 겁니다.”

“상관없어요.”

“그럼 편한대로 하세요.”

한선예의 눈이 빛났다.

도대체 어떤 훈련을 했기에 단기간에 이런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을 볼 수 있었기에 기대 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장비를 정리한 수호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티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공을 올렸다.

‘응? 공이 좀 이상한데?’

티대에 올린 공은 평범한 야구공이 아니었다.

사이즈는 같았지만, 공의 색깔이 흰색이 아니라 붉은색이었다.

‘저걸 어디서 봤었지?’

분명 본 기억은 있는데, 기억에 남지 않았다.

한선예가 기억을 더듬는 사이.

수호가 본격적인 스윙에 들어갔다.

딱!!

딱!!

반복적인 스윙이 지겨울만도 하지만, 수호는 멈추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아직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팔로스로가 확실히 끝까지 되고 있어. 마지막까지 힘을 실어내는 게 인상적이야.’

어린 선수들에게 스윙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팔로스로를 끝까지 하라는 거다.

스윙을 중간에서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하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스윙을 멈추려고 하면 힘의 전달이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어. 하지만 팔로스로를 끝까지 가져가려고 하면 힘의 전달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지.’

수호의 스윙이 인상적인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몸에 붙는 오른팔이 정확히 L자가 되고 있어. 저러면 배트의 헤드가 움직이지 않고 정확한 히팅포인트에서 때릴 수 있지.’

한선예가 이러한 정보를 아는 건 그녀가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매니저까지 맡으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그 관심은 직업으로까지 이어졌고 기자를 준비하면서도 외국의 논문이나 훈련자료를 찾아 습득했다.

그 결과 수준높은 기사를 써내면서 국내에서 인지도 있는 기자가 되었다.

그런 한선예의 눈에 수호의 훈련법은 무척이나 이채로웠다.

수호의 스윙은 100개를 채우고 나서야 멈췄다.

숨을 고르고 장비를 어느 정도 정리한 뒤, 수호가 한선예를 돌아봤다.

“많이 기다리셨죠?”

“아니에요. 제가 무리하게 부탁한 걸요. 이제 훈련이 다 끝나신 건가요?”

“10분 쉬었다가 다음 훈련으로 넘어갑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시는 거 같아서요.”

“아직 훈련이 더 남았어요?”

“단체훈련은 아무래도 팀플레이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저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에는 부족해서요. 따로 시간을 내서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요? 이미 고교선수들 중에서는 최고가 아닌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내년부터 프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교레벨이 아닌 프로레벨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호의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 대답을 들은 한선예의 눈이 빛났다.

“좋은 대답이네요. 혹시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첫 번째로 내구력입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의문점을 정확히 말하는 수호의 대답에 놀랐다.

“왜 내구력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작년에 제가 충분한 경기를 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가대표도 했지만, 대부분 단기전이었습니다. 고교야구에서야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역시 프로를 생각하면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와...어떻게 저럴 수 있지? 내가 생각한 거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네.’

놀라서 입을 다물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 뒤에도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서 느낀 건 수호가 그저 재능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분명한 선수야.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알고 있어. 어떻게 이 나이에 저럴 수 있지?’

나이가 들어도 미래에 대해 계획이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수호는 그걸 분명하게 정하고 달려나가고 있었다.

‘마치 이현수를 보는 거 같아.’

고척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이현수는 프로야구 2세로 데뷔 이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확실한 청사진을 가지고 메이저리그를 향한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 선수였다.

그만큼 성실하고 철저한 계획아래 움직인 선수를 한선예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수호에게서 이현수가 오버랩 되어 보였다.

‘이 선수가 어디까지 갈지 너무 궁금해.’

이런 기대감은 다른 궁금증을 낳았다.

“두 번째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파워입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청룡기에서 5경기 연속홈런을 때리고 국가대표로 대회 MVP로 뽑혔는데. 파워가 부족하다고요?”

“분명 또래에 비하면 파워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프로에 올라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의 구위가 달라지고 긴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이 떨어져 파워 역시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래서 파워를 늘리는 훈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혹시 방금하던 훈련도 그것의 일환인가요?”

“예. 웨이티드 볼을 사용한 훈련이에요.”

한선예가 이제 놀라는 것도 지쳤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호 선수는 정말 대단하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한데, 저 이제는 다음 훈련에 들어가야 해서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예.”

“한수호 선수의 목표는 KBO인가요? 아니면 메이저리그인가요?”

한선예의 질문에 수호가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메이저리그입니다.”

이렇게까지 확실한 대답이라니.

한선예는 수호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물러나 그의 훈련을 조금 더 지켜봤다.

‘이제는 배트를 바꿔가면서 스윙을 하네. 확실히 훈련 하나하나가 메이저리그식이야.’

웨이티드 볼을 활용한 스윙훈련.

배트의 무게를 바꿔가면서 스윙을 하는 훈련.

두 가지 모두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 훈련법들이었다.

2020년대 들어 국내에도 들어와 일부 지도자들이 활용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웨이티드 볼은 일반 야구공보다 무겁다. 그런 공을 마지막까지 팔로스로해서 때리는 건 무척이나 힘들어. 그 현상은 체력이 떨어졌을 때와 비슷해서 체력과 파워를 기르는데 효율적이야.’

수호는 이런 효과를 잘 이해하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배트의 무게를 바꾸는 오버로드 언더로드 스윙까지 겸하면서 파워를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긴 시즌과 강속구에 대비한 훈련법들이야.’

수호의 훈련은 무척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훈련법들이었다.

고작 18살이 혼자 해낼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그의 뒤에 있는 거지?’

그렇기에 수호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호의 훈련은 혼자서 진행되었다.

코치들이 간간이 지나가면서 독려는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훈련에 대한 조언 같은 건 없었다.

한 마디로 그의 스승이 따로 있다는 소리였다.

‘도대체 누굴까?’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녀는 아쉬움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야 했다.

한선예가 사라지자 수호는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왜? 아쉽냐?]

기다렸다는 듯 수호의 눈에만 보이는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이쁘긴 하더라.]

[작업이라도 해보지 그래?]

[엌ㅋㅋ 우리 수호가 그럴 수 있을까?]

[그래도 저 여자 야구에 대한 지식은 제법인 듯?]

[ㅇㅇ 수호의 훈련에 대해 이해하는 거 같더라.]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채팅을 보면서 수호는 다시 훈련에 전념했다.

“흐읍!!”

딱!!

경쾌한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려고 할 때.

[에헤이~또 중간에 힘 빠지지?]

[힘을 빼지 말고 팔로스로가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니까?]

‘열심히 밀었습니다.’

[열심히 밀기는.]

[히팅하는 순간 배트가 흔들렸거든?]

[웨이티드 볼 그거 얼마나 무겁다고 그러냐?]

‘3배요. 거기에 배트는 36온스(1.02kg)짜리거든요?’

[엌ㅋㅋ 제법 무겁긴하네.]

[ㅇㅈ]

[그래도 어쩌겠냐?]

[힘 약한 녀석 제대로 파워업 시키려면 이래야지.]

[ㅋㅋ 그래서 안할려고?]

‘합니다! 해요!’

수호는 레전드들의 도발을 뒤로 하고 다시 훈련에 전념했다.

그때 테드 윌리엄스의 채팅이 올라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와 동기화하는 게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지마.]

[ㅇㅇ. 우리는 우리 시대에서 쩌는 선수들인 건 맞는데. 베이스볼은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발전했다.]

[우리 레벨이 현대의 베이스볼에서 어디까지 통할지 우리도 장담할 수 없어.]

[무엇보다 지금 우리의 레벨도 그때에 머물러 있지 않아.]

‘예.’

수호도 잘 알고 있었다.

베이스볼이란 스포츠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는지 말이다.

당장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00마일을 꿈의 구속이라 이야기했다.

그만큼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희귀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100마일은 흔한 구속이 되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에서도 다수의 강속구 투수들이 등장해 100마일을 뿌리고 있었다.

배팅 역시 발전한 피칭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을 거듭해왔다.

100년 전에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던 레전드들이 그때의 실력으로 돌아온다 해도 현대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무엇보다 레전드들은 저승에서도 베이스볼에 대한 발전을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훈련하면서 지금은 과거와 전혀 다른 플레이를 해내고 있었다.

[네가 해야 할 건 우리의 과거를 통해 경험을 흡수하고 현대 베이스볼의 훈련으로 육체를 강화해 하나로 만드는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육체와 경험으로 우리의 계획을 깨는 거다. ㅇㅋ?]

“예!”

딱!!

수호의 훈련이 늦게까지 이어졌다.

* * *

야구부가 다시 소집되고 보름이 지났다.

그 사이 성일고 야구부원들 사이에서 수호를 부르는 별명이 생겼다.

(연습벌레)

매일 공식훈련이 끝난 뒤에도 수호는 운동장에 남아 개인훈련을 진행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진행하는 훈련의 스케줄은 보는 것만으로도 토나올 지경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공식훈련이 끝나고 해산하는 선수들과 달리 수호는 다시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상이 된 그 모습을 보면서 동기들이 고개를 저었다.

“야야, 너 그거 오버트레이닝이야.”

“훈련 많이 한다고 좋은 거 아니다.”

“우리 코치님도 항상 무리하지 말라고 하더라. 너무 무리하지마라.”

동기들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툭툭 던졌다.

몇몇 이들은 비아냥도 섞여 있었지만, 수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겉모습은 또래였지만, 속은 중년이었기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튀는 거 같지만 어쩌겠냐? 우리 스승님들이 안 하면 아주 길길이 날뛰는데.’

[잘 알면 빨리빨리 움직여라~]

[이 정도로 오버트레이닝이면 쟤들 프로 가서 어쩌려고 저러냐?ㅋㅋ]

[프로를 못 가겠지.]

[ㅇㅈ]

[그런데 쟤는 왜 계속 지켜보고 있냐?]

레전드의 말에 수호의 고개가 들렸다.

그리고 앞에 서있는 선수를 바라봤다.

“선배님!”

“어, 그러니까 이름이...”

“1학년 정우일입니다! 옆에서 훈련 도와드려도 될까요?!”

“응? 도와주면 나야 고맙지만, 너도 쉬어야 되지 않겠어?”

“괜찮습니다!”

“어, 그래. 그럼 도와줘.”

수호의 허락이 떨어지자 먼저 나서서 장비를 옮기는 우일을 보며 수호가 머리를 긁었다.

‘아무래도 같이 훈련할 친구가 생긴 거 같은데요.’

[뭐 파트너가 있으면 경쟁심도 생기고 좋지.]

[ㅇㅇ]

[쟤가 훈련을 이해하느냐가 문제지.]

훈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건 노동에 가깝다.

그걸 아는 수호는 자신의 훈련을 효율을 알려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선배님! 웨이티드 볼부터 준비할까요?”

“어? 어! 그거부터 할 거야.”

“넵!”

웨이티드 볼을 티대에 올리는 우일을 보며 수호가 말했다.

‘아무래도 알려줄 필요는 없는 거 같은데요?’

[ㅇㅇ]

[그런 듯.]

“준비 다 됐습니다!”

“오케이, 시작하자.”

그의 훈련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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