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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0화 (20/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0화

경기가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야토의 원맨쇼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이번 대회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고 일본에서도 고시엔 결승전 노히트노런을 작성하는 등 엄청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상황은 달랐다.

후웅!!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와아아아!! 또 삼진이다!!”

“이걸로 벌써 5개째야!!”

“승우 나이스!!”

한국의 에이스 정승우가 일본의 타자들을 압도했다.

최고구속 155km, 평균구속 150km로 고교생임을 감안했을 때 매우 좋은 피칭이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그만의 능력이 아니라는 걸 간파했다.

‘포수의 리드가 무척이나 안정적이다.’

수호와 접촉했었던 톰슨은 뉴욕 양키스 헤드 스카우트답게 단번에 승우의 호투에 수호의 역할이 크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가 눈치챘다는 건 다른 스카우트들 역시 알아챘다는 소리와 같았다.

단적인 예로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스티븐이 수호를 언급했다.

“한국대표팀은 벤치에서 사인을 내지 않고 포수에게 투수에 대한 리드를 맡기고 있군.”

“...그런거 같군.”

“그런 걸 감안하면 저 포수의 능력은 생각보다 더 뛰어난거 같아. 나는 하야토에게서 홈런을 뺏어내기에 타격쪽에 더 재능이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지.”

톰슨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거기에 1회에 보여주었던 장면은 몰리나를 연상케했단 말이지.”

“확실히 그랬지.”

야디어 몰리나.

지금은 은퇴한 전 카디널스의 레전드이자 현대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포수로 평가받는 선수였다.

타격능력보다는 수비능력이 더 뛰어난 선수로서 그는 프레이밍, 블로킹, 송구 등.

모든 수비 스탯이 골고루 높은 선수의 대표격이었다.

특히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앉아쏴는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정도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저런 선수를 혼자 알고 있었다니. 치사한 거 아닌가?”

스티븐의 장난스런 목소리에 톰슨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경쟁자가 많이 늘어날 거 같군.’

주위에 있는 스카우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수호를 체크하는 걸 확인한 톰슨은 고개를 저었다.

* * *

결승전이란 이름에 걸맞게 두 팀은 투수전을 펼치고 있었다.

스코어는 1 대 0.

수호가 1회에 홈런을 터트리면서 선취점을 올린 덕분에 한국팀이 앞서고는 있었다.

하지만 하야토는 그 뒤에 7타자 중 6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리고 하야토는 9개째 탈삼진을 올리며 4회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엄청난 탈삼진 페이스였지만, 하야토는 굳은 얼굴로 다음 타자를 노려봤다.

‘기다렸다.’

다음 타자는 그에게서 홈런을 뺏어냈던 수호였다.

복수를 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야야, 노려보는 걸로도 사람 죽이겠다.]

[장난아니게 노려보네.]

[너 제대로 찍힌 듯?]

[몸으로 던지지 않을까?]

[내기하실?]

[오케이. 나는 초구 몸에 맞춘다에 1000노잣돈.]

[머리에 맞춘다에 1000]

레전드들은 노잣돈을 걸며 내기에 들어갔다.

‘모두 맞는다에 거시면 내기의 의미가 없지 않나요?’

[엌ㅋㅋ 그건 그렇네.]

[야야, 너희는 안 맞춘다에 걸어라.]

[백퍼 각 아니냐?]

‘에휴...’

한숨을 내쉰 수호가 타석에 섰다.

타격자세를 취한 그의 시선이 하야토에게 고정됐다.

‘나를 잡으려는 의지가 강한 건 알겠지만, 그렇게 드러내면 어떤 공을 던질지 눈에 보이잖아.’

이는 레전드들의 능력이 아니었다.

수호 본인이 한 번의 삶을 살아오면서 나온 일종의 통찰력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람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야구라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자신감이 강한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복수를 어설픈 방법으로 하지 않는다.

‘전력으로 부딪혀서 이기려고 하지.’

상대의 심리를 읽어낸 수호는 초구가 어떤 공으로 올 것인지 예측했다.

‘자신에게 홈런을 허용한 패스트볼로 다시 승부를 걸어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건 백퍼센트가 아니다.

틀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만약 내 예측이 틀리다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된다.’

[오~굿 마인드.]

[그게 정답이지.]

[모든 공을 예측하고 정답으로 맞출 순 없다.]

[틀리면 그때 다시 수정하면 됨.]

[중요한 건 정답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을 믿느냐 아니냐지.]

레전드들이 수호의 생각에 동조하듯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때 하나의 창이 떴다.

[타이콥님이 미션을 걸었습니다.]

[초구 포심이면 성공]

[성공시 : 10000노잣돈]

처음 받는 미션이었다.

그동안 레전드들이 평균적으로 후원하는 금액이 1000노잣돈이었으니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레전드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크으-! 여윽시 재벌콥]

[역시 재벌은 다르니까.]

[이 정도면 회장님 각 아니냐?]

타이 콥은 야구선수로서도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괜히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헌액된 5명에 선정된 게 아니었다.

베이브루스 이전 세대의 야구의 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야구선수로서 쌓은 부보다 은퇴 이후 투자로 쌓은 부가 더 많은 인물이었다.

대표적으로 그는 코카콜라의 주주이기도 했으며 부동산재벌에 속하기도 했다.

촤앗-!!

그때 하야토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뒤이어 킥킹과 함께 특유의 부드러운 폼으로 공을 뿌렸다.

“흡-!!”

기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구종은 그의 예상대로 포심 패스트볼, 코스까지 그대로였다.

다만 달라진 건 구위였다.

첫 상대했을 때보다 공은 날카롭게 몸쪽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미 예측을 끝낸 수호의 배트 역시 날카롭게 돌아갔다.

후웅-!!

딱!!

“때렸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타구는 2루수 키를 넘어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초구와는 달리 장타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나온 안타였다.

한국팀 벤치를 들끓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연타석 안타다!”

“수호 나이스!!”

“나이스 안타!!”

동료의 응원에 수호가 손을 들어 주먹을 쥐고는 곧장 보호장구를 벗기 시작했다.

[코스랑 다 예측했는데, 단타누.]

‘무브먼트가 초구보다 더 커서 어쩔 수 없었어요.’

[ㅇㅇ 확실히 무브먼트가 다르더라.]

[초구에는 방심했던 게 확실함.]

[자신감이 넘쳤던 거지.]

[그걸 제대로 내린 너의 승리고.]

초구를 홈런으로 만들어냈던 건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였다.

두 번째 타석에서 장타로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하야토가 더 이상 방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션을 성공하셨습니다.]

그때 알림창이 떴다.

노잣돈이 생겼다는 사실에 수호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그걸 보고 착각한 1루 주루코치 임병철이 물었다.

“안타쳐서 기분 좋냐?”

“당연히 좋죠.”

“자식, 잘했다. 저 하야토에게 안타를 뽑는게 네가 유일하구나.”

“공이 만만치 않아요. 빠르고 제구력까지 좋은데. 거기에 무브먼트까지 심하니까요.”

“확실히 여기서 봐도 그런게 눈에 보이더라. 그런 공을 연타석으로 때려내다니. 대단한데?”

“흐흐, 그런데 코치님.”

“응?”

“혹시 뛰어도 됩니까?”

임병철이 곁눈질로 1루수를 확인했다.

혹시나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견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루수에게선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가 잘 달리는 건 알고 있지만, 힘들지 않겠냐? 저쪽 포수도 너만큼이나 잘 던지는 녀석이야. 팝타임이 1.9초대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수호의 말에 임병철이 고민에 들어갔다.

팝 타임은 포수가 공을 받아 2루로 던지는 시간을 말한다.

메이저리그 평균이 1.9초대로 고등학교 3학년이 이 수치로 던진다는 건 송구만큼은 완성됐다고 볼 수 있었다.

임병철은 결국 본인이 결정내리지 못하고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그 사인을 본 황우성이 김민기에게 물었다.

“저거 달리겠다는 사인이지?”

“예. 수호가 원했나 본데요?”

“흠...”

황우성은 고민에 들어갔다.

그 사이 타석에 들어선 김태수를 향해 하야토가 1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부웅!!

펑!!

“스윙! 스트라이크 원!!”

김태수의 배트가 허공을 헛돌았다.

‘안타를 맞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가?’

홈런에 안타까지 허용한 하야타다.

이쯤이면 흔들려도 이상할게 없었음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쉽게 공략하기 힘들다는 소리군. 여기에서 변수를 만드려면 가장 좋은 건 도루긴 해.’

실패에 대한 디메리트보다 성공에 대한 메리트가 더 큰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수호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지금까지 수호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여기에서도 내 예상을 뛰어넘어준다면...’

확실히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결론을 내린 황우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인을 보냈다.

그걸 본 임병철이 수호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대로 해.”

허락이 떨어졌다.

* * *

도루가 결정되자 채팅창이 뜨거워졌다.

[도루에서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투수에게서 타이밍을 뺏어서 달리면 네 승리야.]

[투수의 딜리버리를 훔칠 수 있어야 한다.]

빌리 해밀턴과 루 브록 거기에 타이콥까지 채팅을 치느라 바빴다.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도루로 엄청난 업적을 이룬 선수들.

그들의 채팅을 보면서도 수호는 하야토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눈으로 견제를 하지만, 던지려는 제스처는 취하지 않는다.’

[당연한 거임.]

[이번 대회에서 너는 도루가 없었으니까.]

[거기에 포수는 발이 느릴 거라는 편견도 있으니까.]

[고정관념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지.]

볼카운트는 원스트라이크 원볼.

[네가 포수라면 여기에서 뭘 던지게 하겠냐?]

요기 베라의 말에 머리가 번뜩였다.

‘제가 포수라면...’

동시에 하야토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변화구죠!’

뒤이어 수호의 무게중심이 2루로 향하면서 발이 지면을 박찼다.

“런!!”

1루수의 신호를 뒤로 하고 수호는 미치도록 내달렸다.

공은 수호의 예상대로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를 일으켰고 포수의 미트가 거의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공을 포구했다.

포수가 급히 몸을 일으켜 공을 뿌렸지만, 이미 수호는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촤아아앗-!!

흙먼지를 뿌리며 미끄러진 수호의 손이 베이스에 닿았지만, 2루수의 글러브는 그를 터치하지 않았다.

퍽!!

한참 뒤에야 글러브에 공을 들어가면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상체를 일으킨 수호가 그걸 보고는 2루심을 바라봤다.

“세이프.”

완벽한 타이밍에 나온 도루로 한국대표팀이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 * *

수호의 도루는 하야토의 단단한 멘탈을 흔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도루까지 한다고...?’

홈런에 이어 연타석 안타, 거기에 도루까지.

한 선수에게 이렇게 많은 기록을 내준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망할...!”

하야토는 2루의 수호를 노려보고는 다시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난 신경도 쓰지 않네.’

그런 하야토를 보며 김태수가 이를 악물었다.

“흡!!”

쐐애애액-!!

하야토가 공을 뿌리자 김태수의 배트가 돌았다.

‘네 상대는...!’

후웅!!

하야토의 행동은 김태수의 자존심을 건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한 김태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나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외야로 날아갔다.

우익수가 앞으로 달려나오며 원바운드 된 공을 잡았다.

‘이미 3루에 도착했네.’

3루 베이스 앞에 도착해 속도를 줄이는 수호를 본 우익수가 가볍게 2루에 송구하는 순간.

타닥!!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수호가 3루 베이스를 통과해 홈으로 쇄도했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2루수에게 날아간 공은 수호가 17~8m를 내달릴 때야 글러브에 들어갔다.

2루수는 공을 포구하자마자 곧장 홈으로 뿌렸다.

그 순간 몸을 날린 수호의 손이 미끄러지면서 홈플레이트를 정확히 터치하고 지나쳤다.

촤아아앗-!!

“세이프! 세이프!!”

“아자!!”

우익수의 안일한 플레이.

그리고 그걸 캐치해낸 한수호가 발로 점수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 * *

한선예는 더그아웃에 도착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수호를 보며 말했다.

“진정한 5툴 플레이어네요.”

야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능력.

“타격의 정확도와 파워, 거기에 주루능력과 뛰어난 수비와 송구까지. 정말 모든 걸 다 가졌네.”

고개를 끄덕인 한선예는 곧장 노트북을 켰다.

“기사 쓰게?”

“떠올랐을 때 써야죠.”

그녀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새로운 스타 한수호가 결승전을 자신의 원맨쇼로 만들었다.]

그 문장을 시작으로 기사를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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