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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9화 (19/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9화

    숙소로 돌아온 수호는 한선예가 보내준 자료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가 보내준 자료에는 동영상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하야토의 투구영상도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

    [확실히 잘 던지네.]

    [공의 무브먼트가 많지는 않고 일본 특유의 스트레이트성이긴 하지만, 확실히 공이 빠르다.]

    [제구는 뭔가 특별하진 않지만 역시 공이 빠르네.]

    [공이 빠른 게 가장 큰 무기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하야토의 투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공이 빠르다는 것이었다.

    ‘160이상을 숨쉬듯이 던져대네요.’

    [그게 가장 큰 강점이네.]

    [구속이 떨어지는 건 70구 이후부터네.]

    [그래도 150km대를 던진다는 게 문제지.]

    [거기에 슬라이더도 큰 무기임.]

    하야토의 슬라이더는 각도가 크진 않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커터성에 가까운 궤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커터보단 크게 변화해서 제대로 겨냥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구속이 빨랐다.

    ‘슬라이더의 구속이 150 초반...’

    [웬만한 패스트볼 구속인데?]

    [거기에 140대 슬라이더를 던지는 걸 봐선 두 종류라고 봐야겠다.]

    ‘쉬운 상대가 아니네요.’

    [그렇지.]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로 직행해도 괜찮겠는데?]

    ‘일본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

    ‘예. 포스팅 시스템이 한국이랑 달라서 프로 데뷔 이후 언제든지 구단과 협의만 되면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거든요.’

    [그래? 그런데 한국은 왜 이래?]

    [ㅇㅈ. 7시즌이면 너무한 거 아니냐?]

    ‘한국도 그래서 내년부터는 변경...’

    그제야 떠올랐다.

    한국의 포스팅시스템이 바뀌는 걸 말이다.

    ‘생각해보니 내년부터 포스팅시스템이 바뀌네요. 일본처럼 1시즌이라도 뛰면 바로 신청이 가능한 걸로.’

    [진짜?]

    [올~]

    ‘제가 굳이 메이저리그에 직행할 이유는 없는데요?’

    순간 채팅창이 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넌 메이저리그 바로 가야지.]

    [ㅇㅇ]

    [그래서 우리가 널 도와주는 건데.]

    [KBO에서 뛰는 건 별로 관심없음.]

    레전드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수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 자신들의 기록을 깨는 것.

    [네가 우리 기록 깨려면 성인이 되는 첫 해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해야 해.]

    [그래야 깰까 말까지.]

    [마이너리그에도 오래 있으면 안 된다.]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채팅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배님들의 과거를 더 볼 필요가 있겠네요.’

    [빙의 하려고?]

    [그거 지금 상태에서 자주 하는 건 좋지 않은데.]

    ‘예? 그건 무슨 소립니까?’

    [빙의라는 건 우리의 과거를 체험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거잖아.]

    ‘예. 동기화 수치를 높이는 거죠.’

    [문제는 네가 기술을 습득하더라도 육체가 따라주지 않으면 그 기술들을 쓸 수 없다는 거지.]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는 해머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선배님들의 과거를 보고나서 충분히 그걸 따라할 수 있었는데요.’

    [그거야 우리가 훈련을 어느 정도 시켰으니까.]

    [고작해야 0.1퍼센트인데. 그 정도는 웬만한 야구선수는 다 할 수 있음.]

    [아마 1퍼센트만 넘어도 따라오기 힘들걸?]

    [무엇보다 우리의 스킬을 네가 온전히 다 흡수할 수 없을지도 모름.]

    ‘즉, 선배님들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제 육체가 받쳐줘야 한다는 소리네요.’

    [ㅇㅇ]

    [치트키이긴 하지만 제약이 있는 셈이지.]

    [과하면 오히려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다.]

    조심해야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내일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선 선배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건 맞지.]

    일본과의 승부.

    질 수는 없었다.

    [너무 많이 보지마라.]

    [육체에 무리 갈 수 있음.]

    ‘예.’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그들의 과거를 보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U18야구월드컵이자 한일전이 펼쳐졌다.

    황우성은 한국대표팀을 눈앞에 두고 입을 열었다.

    “그동안 너희들에게 이기라고 말한 적은 없다. 하지만 오늘 경기만 이긴다면 우승이다. 그러니 처음으로 말하마. 이겨라, 그리고 챔피언이 되자.”

    “예!”

    선수들도 전의를 불태웠다.

    오늘 경기 한국의 선발은 당연하게도 에이스 정승우였다.

    한국팀이 후공이었기에 먼저 마운드에 오른 그가 연습투구를 이어나갔다.

    펑!!

    펑!!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데.’

    [공의 회전이나 구속, 모두 나쁘지 않네.]

    [긴장도 딱히 하지 않은 거 같고.]

    에이스라고는 하나 아직 어린 정승우였다.

    그래서 걱정했지만, 연습투구에서는 기우가 아니었아 싶었다.

    연습투구가 끝난 뒤.

    승우가 손짓으로 수호를 불렀다.

    “예, 선배님.”

    “오늘도 네 리드에 맞춰서 공을 던질테니까. 잘 부탁한다.”

    “맡겨주세요!”

    “오케이. 사고 한 번 치자.”

    “예썰!”

    간단한 대화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수호가 마스크를 썼다.

    뒤이어 일본의 1번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섰다.

    ‘일본도 베스트멤버로 출전했다.’

    [당연하지.]

    [결승전에다가 한일전이니 질 생각은 없을 듯 ㅋ]

    [괜히 아껴둘 필요는 없지.]

    ‘무라카미 이 녀석은 전형적인 리드오프형 타자다. 타격의 정확도가 높고 선구안이 좋아. 거기에 발이 빨라서 내보내면 골치 아파진다.’

    오사다 무라카미의 특징을 떠올린 수호가 사인을 내보냈다.

    ‘일단 바깥쪽 낮은 코스로 분위기를 보죠.’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승우가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구속도 빨랐고 코스도 좋았다.

    웬만해서는 때릴 수 없다.

    그렇게 판단을 내렸을 때.

    후웅!!

    눈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지나갔다.

    딱!!

    뒤이어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원바운드 되어 3루수 방향으로 날아간 타구를 3루수, 최진수가 잡아 그대로 1루로 뿌렸다.

    깔끔한 수비였다.

    하지만 무라카미의 발이 더 빨랐다.

    퍽!

    “세이프!!”

    “와아아아!!”

    “나이스 안타!!”

    “잘했어!!”

    일본 더그아웃이 시끌시끌해졌다.

    반면 한국팀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승우 역시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로진을 손에 묻혔다.

    [잘 때렸네.]

    [ㅇㅇ 초구부터 확실히 노렸음.]

    [코스를 예측한 건 아닌데. 결대로 잘 밀어 때렸네.]

    [애초에 큰 타구를 노린 게 아니라 안타를 만들 목적의 스윙이었다.]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말대로였다.

    무라카미는 일본 야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선두타자를 내보내다니, 최악이네요.”

    “어쩔 수 없지. 이건 타자가 잘 때린 거야.”

    황우성의 말에 김민기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스나 구속 모두 좋았죠.”

    상대가 잘 때린 공에 미련을 둘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승우가 이걸 잘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승우 녀석의 멘탈이면 흔들리지 않겠지만...’

    국제전 결승전이란 게 마음에 걸렸다.

    그것도 한일전이다.

    경험이 많은 프로들도 긴장할 텐데, 하물며 미성년자들이 느낄 압박은 더 클수밖에 없었다.

    ‘다음 플레이가 중요하다.’

    무라카미는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주자였다.

    그걸 잘 알고 있어야 대처가 가능했다.

    “수호에게 사인을...”

    그 사실을 인지시킬 생각으로 입을 여는 순간.

    사인을 교환한 승우가 2구를 던지기 위해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 순간.

    타닷-!!

    무라카미가 2루로 내달렸다.

    ‘설마 초구에 바로 달릴 줄이야!’

    허를 찌르는 작전이었다.

    승우를 초반부터 흔들어 리드를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무라카미는 그걸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선수였다.

    ‘빠르다.’

    2루로 달리는 무라카미의 발은 무척이나 빨랐다.

    무엇보다 스타트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완벽하게 2루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타이밍.

    그때였다.

    퍽!!

    공이 수호의 미트에 꽂히는 순간 그의 양손이 어깨 뒤로 이동했다.

    동시에 한쪽 무릎을 굽히며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켰다.

    “흡!!”

    쐐애애액-!!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수호의 손을 떠난 공은 낮게 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2루수 성민우의 글러브를 향해 날아들었다.

    무라카미의 손이 성민우의 글러브 아래를 지나가려는 순간.

    퍽!!

    공이 글러브에 꽂혔다.

    뒤이어 무라카미의 손이 베이스를 터치했지만, 2루심은 냉정하게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웃!!”

    주자가 사라졌다.

    * * *

    박경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무라카미를 앉아쏴로 잡았어?!”

    한선예는 박경수가 놀라는 걸 이해했다.

    ‘무라카미는 제 2의 후쿠모토 유타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주루센스를 가진 선수인데.’

    후쿠모토 유타카.

    전 세계에서 단 2명만 달성한 1000도루를 기록한 일본프로야구의 레전드다.

    무라카미는 그러한 유타카와 비교될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였다.

    그런 그를 잡아낸 것은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제대로 찍혔네.”

    “사진 찍었어요?”

    “이게 내 일인데. 당연히 찍어야지.”

    박경수가 카메라를 내밀었다.

    작은 스크린에는 앉아쏴를 하는 수호의 모습과 공이 정확히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다.

    “역시 선배에요.”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한 한선예가 미소를 지었다.

    * * *

    수호의 엄청난 송구는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자가 사라지면서 다시 안정을 찾은 승우는 두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딱!!

    “마이! 마이!!”

    퍽!!

    “아웃!!”

    세 번째 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이닝을 마감했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팀이 완벽하게 가져왔다.

    “승우 오늘 컨디션 좋은데?”

    “일본도 별거 아니네!”

    “이야~처음 안타 허용했을 때는 식겁했다니까.”

    “그래도 수호가 바로 잡아냈잖아.”

    “와...앉아쏴 저번에도 보긴 했지만, 저 무라카미를 잡아내냐?”

    “대단하다 수호야.”

    대표팀 선수들이 수호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만큼 수호가 보여준 송구는 넘어갈뻔한 분위기를 단숨에 가져오는 것이었다.

    [기세가 올랐네.]

    [이대로 1회에 점수 올리면 쉽게 이길수도 있을 듯?]

    [초반 분위기를 제대로 타야 함.]

    레전드 플레이어들 말대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어떻게 초구부터 뛸 거라 생각했냐?]

    ‘리드폭을 너무 좁게 가져갔어요. 무라카미 정도의 주루능력이라면 더 길게 가져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죠.’

    [ㅇㅎ]

    [평소랑 달랐다는 거군.]

    ‘예. 그래서 뛸 거라 예상했죠. 그래서 공을 평소보다 더 높게 요구했습니다.’

    수호가 승우에게 요구했던 1구는 무라카미가 달릴 거라 예상하고 보낸 사인이었다.

    덕분에 무라카미를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이제 공격에서 점수를 내자!”

    그때 김태수가 외쳤다.

    그 역시 프로팀에 1라운드 지명된 초고교급 선수로 이번 대회에서 수호 다음으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중이었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였기에 그의 외침에 한국선수단의 기세가 올라갔다.

    “한일전은 질 수 없지!”

    “가즈아!!”

    한국 벤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였다.

    뻐어어어억-!!

    갑자기 그라운드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대표팀 선수들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마운드에 서있는 한 선수가 있었다.

    [쟤가 걔야?]

    [엄청 크네.]

    [190은 그냥 넘겠는데?]

    거기에는 장신의 선수가 서있었다.

    공을 돌려받은 그는 피처플레이트를 밟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부드럽게 다리를 차올린 그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가볍게 공을 뿌렸다.

    허나, 그의 손을 떠난 공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쐐애애애액-!!

    뻐어어억!!

    순식간에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간 공이 그대로 포수의 미트에 꽂히며 다시 굉음을 토해냈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과 같은 소리에 방금 전까지 달아올랐던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차게 식었다.

    ‘저게...일본대표팀의 에이스...’

    이치하라 하야토가 마운드에 올랐다.

    * * *

    일본의 에이스는 무서웠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한국의 리드오프인 성민우.

    뻐어억!!

    후웅!!

    “스윙!! 배터 아웃!!”

    2번 타자이자 유격수 백민기까지 두 타자를 모두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공을 건들지도 못하네.”

    관중석에서 보는 박경수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수준이 다르네요. 마치 오타니가 프리미어12에서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던지는 걸 재현하는 거 같아요.”

    “하...그때 진짜 보는 거 자체가 고통이었지.”

    2015년 오타니는 한국대표팀을 노히트로 6회까지 막아내며 확실한 수준차이를 보여주었다.

    현대 한국야구에서 가장 보기 힘든 경기 중 하나였으니, 하야토가 오타니와 오버랩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때 타석으로 수호가 들어섰다.

    “오늘 경기에선 수호를 3번에 배치했네.”

    “아무래도 한수호 선수의 타격감이 대표팀에서 가장 좋으니까요.”

    “제발 한 건 해주라...”

    타석에 선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하자 박경수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수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앞서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하야토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과연 저런 선수를 공략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때 사인을 교환한 하야토가 다리를 차올렸다.

    부드러운 동작에 이어 그가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수호는 기다렸다는 듯 오픈스탠스를 내디디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딱-!!

    처음 들리는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어?”

    “응?”

    박경수와 한선예.

    그리고 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에 펜스를 넘어 날아가는 타구가 보였다.

    공은 그대로 관중석까지 지나 경기장 밖으로 모습을 감췄다.

    “너...넘어...갔어?”

    분명 눈으로 봤음에도 박경수가 되물었다.

    그러나 장외홈런을 만들어낸 수호는 덤덤하게 1루 베이스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마치 조깅을 하듯 모든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는 순간 전광판의 숫자가 올라갔다.

    대한민국 : 1

    일본 : 0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한국대표팀의 선취점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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