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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6화 (16/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6화

야구에서 실점을 하고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이걸 묻는다면 나오는 대답은 열에 아홉은 같을 것이다.

바로 따라가는 득점이었다.

이 득점이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그날의 경기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수호가 때려내린 솔로홈런은 넘어가려는 흐름을 붙잡는 효과를 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무엇보다 에이스인 승우가 다시금 자신의 공을 던지게 만들어주었다.

이것은 팀을 이끄는 황우성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1회에 큰 걸 허용해서 멘탈이 흔들릴 수 있었는데. 다행이군.’

2회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승우는 평소의 모습이었다.

‘수호의 한 방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었겠지.’

승우는 분명 초고교급이다.

그러나 국제전에서 초반부터 큰 걸 허용하면 멘탈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고등학생에 불과하니까.’

겉모습이 다 컸다해서 고등학생이란 건 다를 게 없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저놈은 정말 특이했다.

‘타격능력은 분명 뛰어날 거라 예상했지만, 첫 국제전에서 그것도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다고?’

한수호.

자신의 예상보다 더 보통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멘탈을 다시 잡은 승우는 빼어난 피칭을 이어나갔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나이스 볼!!”

[이열, 공 좋네.]

[확실히 이 녀석은 미래에도 잘 클 거 같아.]

‘잘 크죠. 앞으로 3년 뒤에는 22승을 올리는 투수가 되는데요.’

[22승? 진짜냐?]

[3년 뒤면 크보에서 세운 건가?]

‘예. 그 뒤로도 20승은 밥 먹듯이 하다가 포스팅으로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그리고 FA로 1억 달러 계약을 맺고요.’

[이야...]

[이거 엄청난 놈이네.]

[그런 놈이랑 호흡을 맞추고 있던 거야?]

야구계를 떠났지만, 정승우에 대해서는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그의 이야기는 시도때도 없이 나왔으니 말이다.

[그럼 저 버넷이란 놈은?]

‘저 녀석은 브라이스 하퍼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됩니다.’

[브라이스 하퍼?]

[그 녀석 정도면 나쁘지 않잖아?]

‘예. 하지만 워낙 어그로를 많이 끌어서 실력보다 저평가를 받게 되죠.’

[아하~언론의 설레발?]

[그럼 버넷도 비슷하게 된다는 건가?]

‘초반에는요. 매년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긴 하지만, 뭔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게 되죠.’

[이야...20홈런 이상이면 나쁘지 않은데.]

[그렇다고 괴물 수준은 또 아니네.]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20홈런을 때리는 건 분명 어렵다.

하지만 수호와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기록된 레전드 플레이어들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FA 1년을 앞두고 포텐셜이 폭발합니다. 한시즌 61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커리어하이를 갱신하거든요.’

[61개?!]

[이야~진짜 포텐셜이 제대로 터졌네.]

애런 저지 이후로 나온 한시즌 60홈런이었기에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 뒤로도 역대급 활약을 펼치면서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되고 있었죠.’

[이야...그 정도의 괴물이란 말이야?]

[저런 녀석과 어떻게 싸워서 이기냐?]

‘괜찮습니다. 이 시기 버넷은 명백한 약점이...’

[응?]

[약점이라니?]

불현 듯 떠올랐다.

‘분명 약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였지...?’

[야야, 무슨 약점이냐고.]

[우리한테도 말 좀 해줘.]

[얌마!]

[야 이 자식아!!]

레전드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수호는 대답 대신 생각을 정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 * *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기억의 조각을 찾아내면 퍼즐을 맞추듯 다른 기억들이 떠오르곤 했다.

수호도 그런 퍼즐을 하나씩 맞추고 있었다.

‘버넷은 메이저리그 적응에 꽤 고생했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약했던 것이 몸쪽 공에 약했어.’

사람에게는 누구나 약점이 있다.

그건 완벽해보이는 프로선수라 해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의 현미경 분석은 그런 버넷의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래서 버넷은 아마추어 시절 평가받던 압도적인 포텐셜을 터트리지 못했어.’

약점을 극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선수는 약점에 발목잡혀 포텐셜을 터트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그는 극복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대형계약을 따내고 웃으며 자신의 약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평범한 선수의 인터뷰라면 멀리 한국까지 전해오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버넷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성적을 올린 선수였다.

먼 한국까지 기사가 전달되었고 수호는 분명 그걸 확인했었다.

‘몸쪽 공에 약했던 이유...’

문제는 그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우씨...저 자식 구속은 더럽게 빠르네.”

헬맷을 벗는 선수의 푸념이 들려왔다.

“미국애들은 뭐 저렇게 90마일 후반 공을 쉽게 던져대냐?”

“쉽게 던지면 뭐해?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한 번씩 몸쪽으로 훅 들어오는데. 방금도 봤잖아. 내가 손 안뺐으면 그대로 손등에 직격이라니까.”

“응...손등에 저런 공을 맞으면 어떤 기분일까?”

“어떤 기분이긴. 지옥을 다녀오는 기분이겠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무언가 번뜩였다.

[지옥이긴 하지.]

[ㅇㅈ]

[나도 현역 때 손등에 공 맞아서 손뼈가 부러졌는데. 진짜 트라우마 쩔더라.]

[그거 진짜 지옥이지.]

[골절상 당하면 한동안 그쪽으로 공 들어오면 움찔하게 된다니까.]

[일부러 그거 노리는 애들도 있잖아.]

번뜩임은 레전드들의 채팅으로 하나의 조각으로 변했다.

‘그거다!’

[아씨! 그게 뭔데 인마!]

[왜 너만 아는데?!]

분노에 찬 레전드들의 채팅이 이어졌다.

* * *

3회초.

수호가 하나의 안타를 추가했다.

하지만 점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재빨리 더그아웃에 들어온 그는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그라운드로 달려갔다.

헌데 그가 향한 곳은 캐처박스가 아니라 마운드였다.

“왜? 할 말이라도 있어?”

“이번 이닝부터 타순이 한 바퀴 도니까 조금 더 피치를 올려보죠.”

“응? 지금도 전력을 하고 있는데?”

“에이~선배님, 지금까지는 제구때문에 구속이 좀 낮잖아요.”

“뭐, 그거야 당연하지. 구속이 올리면 공이 엉망으로 날아가는데. 제구를 우선으로 해야 해.”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조금 더 구속쪽에 힘을 주도록 하죠. 그래야 쟤네들도 놀라서 타이밍이 조금 어긋날 거 같습니다.”

“음...”

승우도 알고 있었다.

타순이 한바퀴 돌았으니 그들은 이전의 이미지가 남아 있을 거다.

여기에서 구속을 올리면 확실히 그들의 타이밍을 어긋나게 만들 수 있었다.

“오케이. 네 말대로 한 번 구속을 높여볼게.”

“감사합니다! 두 번째 타자부터 제가 말씀드렸던 대로 가죠!”

“오케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인 승우를 뒤로 하고 수호는 캐처박스에 앉았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재개됐다.

‘바깥쪽 낮은 코스.’

사인을 보내자 승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호쾌한 투구와 함께 첫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대기타석에 있는 터너가 배트를 돌리며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다.

“여전히 구속이 빠르네. 제구도 나쁘지 않고. 대기타석에서 보니까 확실히 공이 상당히 지저분하다.”

그는 대기타석에서도 버릇처럼 자신의 생각을 입밖으로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마이클 버넷이 말했다.

“터너, 너 그거 언제까지 그럴 거냐?”

“뭐가?”

“입밖으로 생각 말하는 거 말이야. 포수가 들으면 네 생각을 읽고 그대로 공략할 수 있어.”

“여기에서는 그럴 일 없어. 어차피 저 한국녀석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거야.”

“굳이 안해도 되는 걸 왜 하느냐 이거야. 그게 약점이 될 거란 생각은 안 해?”

“이게 내 루틴 중 하나야. 네가 아무리 잘 때린다 해도 날 존중 좀 하지 그래?”

“하...알았다.”

터너의 날카로운 반응에 버넷은 대화하기를 포기했다.

‘멍청한 녀석. 자존심 때문에 약점을 말해줘도 듣지를 않다니.’

그런 버넷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두 번째 타석에 선 터너는 생각과 다르게 들어오는 공들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부웅-!!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원!!”

그의 예상보다 공이 더 빨라졌다.

“첫 타석보다 공이 빨라졌는데? 힘을 아끼고 있던 건가?”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터너를 보며 수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예상과 다르게 들어오니까 당황하네. 그럼 더 당황스럽게 만들어줄까?’

수호가 사인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인 승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전력으로 던지라...’

콰직!!

‘이거지!!’

쐐애애액!!

승우는 이닝이 시작되기 전 했던 말을 떠올리며 전력투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걱정대로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생각보다 터너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터너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야 할 정도로 빠지는 공이었다.

퍽!!

“볼!”

“뭐 이딴 볼을 던지는 거야?”

“아, 미안. 손에서 빠졌나 보네.”

“아무리 손에서 빠졌...어? 뭐야? 너 영어 할 줄 알아?”

“응? 당연히 할 줄 알지.”

“그...그럼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을 계속 알아 들었단 거야?”

“물론이지. 덕분에 네 생각을 잘 알 수 있어서 편했어.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해주면 좋겠어.”

터너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열...나이스 타이밍.]

[아주 제대로 멘탈 흔들어버리네.]

[와~이거 완전 사악하네.]

[ㄹㅇㅋㅋ]

[포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견제를 여기서 해버리냐 ㅋㅋ]

선발투수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바로 타순이 한 바퀴 돌았을 때다.

타자는 투수의 공을 한 번 경험했기에 익숙해지고 공략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평정심이 무너진 타자라면?

뻐어억!!

“스트라이크!!”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두 번째라 하더라도 투수의 공을 제대로 공략할 수 없었다.

터너는 신경질적인 시선으로 수호를 노려보고는 이내 몸을 돌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때 맞은편에서 오던 버넷을 보고 말했다.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고 있다. 기회일 수 있으니까, 놓치지 말도록 해.”

“제구가 흔들린다고?”

“그래. 방금 날 맞출 뻔 했던 공도 아예 손에서 빠진 거야.”

손에서 빠졌다는 말에 버넷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저 포수자식 영어를 알아들을 줄 알았어.”

터너가 이를 갈면서 말했지만, 이미 버넷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타석에 선 그의 머릿속에는 터너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

‘손에서 공이 빠졌다고? 제구가 빼어난 투수가 아니었어?’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말이 떠나지 않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몸쪽 패스트볼.’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승우가 망설임 없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몸쪽으로 붙어오는 공에 버넷이 시동을 걸려고 할 때.

(조심해.)

터너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뒤로 빼며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퍽!!

“볼!!”

구심이 볼을 선언했지만, 수호는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예상대로 과민하게 반응한다.’

[무슨 일임?]

[얘 왜 이렇게 과민반응이냐?]

“나이스 볼! 이대로 가요!”

공을 다시 던져두고 앉은 수호가 궁금해하는 레전드들에게 설명해주었다.

‘버넷은 어렸을 때 손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그래?]

‘예. 부상이 심하긴 했지만, 복귀하는데 문제는 없었죠. 그런데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몸쪽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응? 이상한데? 첫 홈런을 때린 게 몸쪽이었잖아?]

‘그때는 아직 트라우마가 깨어나지 않았으니까요.’

수호가 설명하는 사이, 승우의 두 번째 공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몸쪽으로 붙는 공이었다.

평소라면 버넷이 공략하기에 충분한 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응이 느렸다.

딱!!

“파울!!”

볼카운트가 몰린 버넷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터너에게 던졌던 몸쪽 실투가 버넷의 트라우마를 깨웠을 겁니다. 그리고 터너의 성격상 들어가면서 정보랍시고 이야기를 했을 거고요.’

[아하!]

[그 정도 정보는 당연히 줘야하는 게 맞지.]

[저 떠벌이면 플러스 알파로 이야기했을 듯.]

[승우에게 구속을 높이자고 했던 게 이런 이유고만.]

‘예.’

모든 걸 계산했던 수호였다.

그리고 그 계산으로 만든 설계는 완벽하게 버넷의 트라우마를 깨웠다.

‘몸쪽 슬라이더.’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낸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와인드업과 함께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다시 몸쪽으로 붙는 공에 버넷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며 그대로 존을 향해 빨려 들어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미국 최고의 유망주를 단 4개의 공으로 처리한 승우가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으랴아앗!!”

모든 이가 승우의 피칭에 버넷이 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전드들은 알고 있었다.

[무서운 놈일세.]

[이야...아무리 정보를 알았다지만, 이걸 이렇게 설계하냐?]

[레알 설계 지렸다...]

수호의 완벽한 설계가 버넷을 무너트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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