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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2화 (12/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2화

    별거 아니라는 듯 잡아낸 수호를 보며 정승우의 승부욕에 불이 붙였다.

    ‘이 정도는 가볍다 이거지.’

    승부욕이 발동한 그가 구속을 조금씩 높였다.

    쐐애애액-!!

    뻐어억!!

    “오~더 빨라졌습니다.”

    150을 넘긴 2구도 수호는 가볍게 잡아냈다.

    뻐어억!!

    “나이스!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3구 역시 마찬가지다.

    뻐어어억-!!

    “이번이 가장 빨랐습니다!!”

    그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정승우의 승부욕이 폭발했다.

    ‘어디 이것도...!’

    촤아앗-!!

    ‘잡아봐!!’

    정승우가 있는 힘껏 5번째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수호는 이번에도 좋은 코스로 날아드는 공에 미트를 가져갔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빠르게 변했다.

    ‘슬라이더!’

    그것을 확인한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다.

    무게중심을 왼쪽으로 옮기면서 상체를 그쪽으로 기울였다.

    몸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회귀 후 단련했던 하체가 그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퍽!!

    “오~”

    “저걸 잡네.”

    “자세도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잡아내는데?”

    보고 있던 선수들이 감탄했다.

    국가대표에 뽑힌 선수이니 슬라이더를 잡는거야 어렵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사인을 교환하지 않고 던진 슬라이더다.

    그걸 안정적으로 잡아낸 건 다른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어. 기초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소리다.’

    보고 있던 성대우 코치조차 감탄하게 만드는 캐칭이었다.

    그리고 감탄한 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프로에 지명된 선수라서 그런지 공의 수준이 다르네요.’

    [ㅇㅈ]

    [너네 학교 애들학교는 아예 다르네.]

    [이런 애들이 왜 청룡기에는 안 나온 거냐?]

    ‘국대 일정하고도 겹쳤고 이 정도 선수라면 이미 프로지명이 확정된 선수니까요.’

    [아하~보여줄 게 없었다 이건가?]

    ‘그런 셈이죠.’

    좋은 공을 던진 정승우가 수호를 향해 걸어왔다.

    “한수호라고 했나?”

    “아, 예.”

    “잘 받네.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수호를 인정한다는 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선배는 무슨, 그냥 형이라고 불러 인마.”

    “야야! 수호야, 다음에는 내 공 좀 잡아주라!”

    “나부터 잡아줘!”

    승우의 인정 뒤로 다른 투수들도 수호에게 다가왔다.

    갑작스레 합류하게 된 국가대표이기에 그를 궁금해하는 선수는 많았다.

    그리고 그건 투수들만이 아니었다.

    “쟤가 이번에 감독 빽으로 들어온 애라고?”

    “그런 거 같은데.”

    “하! 감독님은 우리가 있는데. 왜 포수를 또 뽑은 거야?”

    “그러게 말이야. 잡는 건 제법 하는 거 같은데.”

    “포수가 그냥 공만 잡는 포지션은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감독님에게 분명히 보여주자고. 우리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말이야.”

    기존의 포수들이 수호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 * *

    황우성이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호가 투수들에게 벌써 인정받는 분위기네요.”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말하는 김민기를 바라보던 황우성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승우가 테스트한다고 공을 던졌는데. 그것들을 모두 받아냈어요. 특히 고속슬라이더를 안정적으로 받아내더라고요.”

    “뭐, 그 정도는 당연히 할 거라 생각했어.”

    “감독님은 수호를 꽤 높게 평가하시네요.”

    “그동안 왜 드러나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실력이 좋은 녀석이야. 그런 녀석이 이제야 발굴됐다는 게 웃길 정도지.”

    “으흠, 전 한 경기밖에 안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 정도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던데. 아, 물론 타격이 아니라 포수로서 말입니다.”

    “그게 바로 범인과 천재인 이 몸의 차이지.”

    나르시즘이 있는 황우성의 발언에 김민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 반응은 뭐야?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저는 천재가 아니라서요. 직접 봐야 알겠습니다.”

    “그럼 직접 보여주도록 하지. 내일 연습경기 명단이야.”

    “수호를 선발로 내보내게요?”

    “봐야 믿겠다며? 그럼 보여줘야지.”

    수호의 첫 연습경기가 잡혔다.

    * * *

    다음 날.

    국가대표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 연습경기를 펼쳤다.

    A팀은 정승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후보군으로 포진했다.

    수호 역시 여기에 포함되어 전력이 1군들이 주로 포진한 B팀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었다.

    물론 국대이니 상향평준화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편차는 존재했다.

    “한수호를 저기에 넣은 건 우리보고 직접 느껴보라는 건가?”

    “뭘?”

    “한수호가 가진 실력을 말이야.”

    눈치가 빠른 선수들은 황우성 감독이 이번 연습경기를 정한 이유를 눈치챘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낙하산에게 대표팀의 벽을 보여줄 시간이군.”

    “아주 제대로 보여주자고!”

    “여기는 어중이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주전 타자들의 대다수가 수호에게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갑자기 굴러들어온 수호가 마땅치 않은 그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호는 정승우와 사인을 맞추고 있었다.

    “선배님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이 포심, 커터,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죠.”

    “그래. 스플리터도 구사하기는 하지만 완성도는 낮다.”

    [에이스형이라 그래서 자존심이 강할 줄 알았는데. 자기를 냉정하게 판단하네.]

    [이놈은 될 놈이야.]

    [자기분수를 아는 게 성공의 첫 번째지.]

    레전드들의 채팅을 뒤로하고 사인을 정한 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늘은 전력으로 뿌리셔도 괜찮아요.”

    “어?”

    “어제는 봐주면서 던지신 거잖아요. 오늘은 굳이 안 그러셔도 됩니다.”

    “어? 어어...”

    정승우가 더듬거리면서 대답하자 채팅창이 난리났다.

    [ㅋㅋㅋㅋ 너 얘 먹이냐?]

    [초구는 봐줬지만, 그 뒤에는 거의 전력이던데 ㅋㅋㅋ]

    [거기에 사인도 교환 안하고 슬라이더까지 던졌는데.]

    [제대로 먹였네.]

    수호가 아차싶었다.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ㅋㅋ 뭐, 나쁘게 받아들이진 않았을 거다.]

    [그러길 바래야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호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런 수호를 황우성이 불렀다.

    “수호야, 이리와봐.”

    “예, 감독님.”

    그에게 다가가자 황우성이 의외의 말을 했다.

    “오늘은 벤치에서 사인이 안나갈거다.”

    “예?”

    “네가 알아서 볼배합하고 투수리드하도록 해.”

    A팀의 수석코치를 맡은 성대우의 눈이 커졌다.

    ‘최근에는 프로조차 벤치에서 사인을 내는데.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애한테 모든 걸 맡기겠다고?’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었다.

    더 이해되지 않는 건 수호의 반응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얘 뭐야?’

    당황스러운 성대우였다.

    * * *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다.

    [저 감독은 좀 마음에 드네.]

    [그러게 말이야.]

    [와~볼배합이 매번 벤치에서 나와가지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포수의 개성을 죽이는 짓이라니까.]

    포수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들 대부분이 라이브볼 초기에 현역으로 뛰었던 선수들이다.

    그 당시 메이저리그의 볼배합은 전적으로 포수의 능력이었다.

    벤치에서 나올 때도 있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볼배합은 포수가 결정했었다.

    그들 입장에선 현대야구의 볼배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기 베라 선배님의 능력을 흡수하고 벤치에서 나오는 사인을 이해 못할 때가 있었어.’

    그는 요기 베라와 빙의했었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흡수했다.

    당연히 투수리드와 볼배합에 관련된 능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즉, 그동안 수호는 능력 중 일부가 봉인되어 있던 셈이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데.’

    처음이었다.

    이렇게까지 경기가 시작되길 바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런 기다림의 끝에.

    “플레이볼!”

    구심이 경기시작을 알렸다.

    수호는 거침없이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낮은 코스.’

    코스를 정하고.

    ‘포심 패스트볼.’

    구종을 결정했다.

    ‘절 믿고 강하게 던져주십쇼.’

    가볍게 미트를 주먹으로 때린 뒤, 자신의 가슴을 쳤다.

    그 모션을 본 정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말을 주고받은 건 아니지만, 수호가 원하는 걸 알 수 있는 기분이었다.

    ‘널 믿으라 이거지?’

    정승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촤앗-!!

    뒤이어 몸을 틀면서 다리를 차올렸다.

    ‘믿지 않았다면...!’

    킥킹 동작에 이어 힘을 축적한 뒤, 있는 힘껏 다리를 내디뎠다.

    ‘시작부터 거부했을 거다!’

    콰직!!

    스파이크가 마운드에 박히고.

    휘릭!!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흡!!”

    돌아가는 팔과 함께 기합을 터트리며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날아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뻐어어억-!!

    공이 정확히 미트에 박히며 굉음을 토해냈다.

    타자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미트에 박힌 공을 바라봤다.

    “스트라이크!!”

    “우와아아아-!”

    “역시 정승우 선배다!”

    “초구부터 저게 말이 돼?”

    “최소 150은 나왔겠는데?”

    “와...소리가 무슨 폭탄 터진 줄 알았다.”

    대부분의 선수가 승우의 엄청난 피칭에 집중했다.

    “역시 승우네요. 도무지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구속이에요.”

    “그러니까 모든 구단이 군침을 흘렸지.”

    정승우는 확실히 괴물이다.

    하지만 황우성은 그보다 수호에게 더 집중하고 있었다.

    ‘승우 녀석이 대단한 건 이미 알고 있어. 중요한 건 한수호다.’

    수호를 발탁한 건 단순히 엄청난 타격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오~두 번째 공은 몸쪽으로 잘 유도했네요.”

    안정적으로 공을 포구한 수호를 보며 황우성은 청룡기를 떠올렸다.

    ‘결승전에서 성일고 투수들 대부분이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수호가 캐처박스에 앉는 순간 분위기가 안정됐어.’

    그 이유는 경기를 보자 알 수 있었다.

    ‘안방마님이 안정이 되니까. 투수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였지.’

    그것만으로도 수호가 포수로서 가진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재능이 국대 투수들에게도 통하느냐인데.’

    그걸 확인하기 위해 오늘 연습경기를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정승우의 빠른 공을 가볍게 잡아내고 있었다.

    퍽!!

    “볼.”

    “성훈이가 슬라이더를 잘 참아냈네요.”

    슬라이더까지 가볍게 잡아내는 수호를 보며 황우성은 자신의 눈이 맞았다는 걸 점점 확신하고 있었다.

    ‘국대에서도 녀석의 재능은 어느 정도 통하는 거 같군.’

    정승우라는 초고교급 에이스의 공을 무난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포수로서는 합격점을 내릴 수 있었다.

    그때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낮은 코스.’

    사인을 확인한 성대우가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볼카운트가 여유가 있으니, 하나쯤 더 빼는 거 같네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뭐, 볼배합도 정석적이고 사인을 보내는 템포, 캐칭 등. 전반적으로 수준이 나쁘지 않네요.”

    “민우랑 비교하면 어때?”

    “에이~민우는 이미 프로급이에요. 그 녀석은...”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정승우가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순식간에 타자의 앞에까지 도달했다.

    ‘빠졌어.’

    타자는 일찌감치 공의 궤적을 확인하고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그의 예상대로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반개는 빠진 채,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미트에 들어갔다.

    그 순간.

    치직-!!

    앞에서 들려오던 위력적인 소리가 아닌 다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배터 아웃!!”

    자신의 삼진 콜이었다.

    민성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구심을 바라봤다.

    “왜?”

    “이게 스트라이크에요? 볼 아니었어요?”

    “스트라이크야. 미트의 위치를 봐.”

    구심의 말에 민성훈의 시선이 수호의 미트를 확인했다.

    ‘저게 왜...?’

    분명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통과할 때와 달리 정확히 스트라이크존에 위치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황우성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대우야...봤냐?”

    “...”

    아무런 대답이 없자 황우성이 성대우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야, 봤냐고.”

    “예? 아, 예. 미트의 볼집이 아니라 웹으로 잡아냈어요. 거기다...”

    “거기다?”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는 순간에 상체를 들어서 구심의 시야를 방해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구심의 시야를 방해해서 홈플레이트 위를 지날 때 볼이라는 걸 보지 못하게 했어. 그래서 구심은 미트의 위치로 볼판정을 내려야했고...’

    말은 쉽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 자식...도대체 뭐야?’

    수호에 대한 경악.

    그리고 자연스레 시선은 황우성에게로 향했다.

    ‘저런 괴물을 알아본 선배는 또 뭐고요?’

    황우성 덕분에 수호의 능력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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