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9화 (9/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9화

    [고교야구에 괴물이 등장했다.]

    한선예가 이 타이틀을 쓸 수 있었던 건 청룡기가 준결승에 도달했을 때였다.

    [괴물은 성일고에서 등장했다. 이름은 한수호, 포지션은 포수이며 올해 2학년이다.

    청룡기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첫 경기에서 2타수 2안타 1홈런을 기록, 기자의 인상에 강렬하게 남았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홈런을 포함 3타수 3안타 를 기록했고 세 번째 경기에서도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어제 4경기 연속 홈런이자 4타수 4안타 경기를 펼치며 성일고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현재까지 장타율 2.153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남기고 있다.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지만, 한국야구에 또 한 명의 괴물이 등장했음을 직감했다.]

    기사의 파장은 대단히 컸다.

    - 장타율 2.153이라고?

    - 실화냐?

    - 4경기 연속 홈런은 또 뭐야?

    - 성일고에 그런 선수가 있었어?

    - 아니, 이런 애가 왜 그동안 보이지 않았냐?

    - 너튜브에 영상 있더라.(링크)

    - 이야~이거 물건 하나 나왔네.

    - 무슨 홈런을 밥먹듯이 치냐?

    - 거기에 포지션인 또 포수네.

    - 괴물 포수 한 명 등장임?

    - 아직 타수가 적어서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 않음?

    - 결국 타수 늘어나면 내려갈 성적임.

    - 아무리 그래도 고교야구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은 괴물이지 ㅋㅋ

    하나의 기사로 사람들이 수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수호도 기사를 보고 있었다.

    “괴물의 등장...”

    [4경기 연속 홈런이면 괴물이긴 하지.]

    [아마 야구이지만, 충분히 잘 한 거임.]

    [뭐,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냐?]

    [메이저리그를 노리는데. 이 정도 성적은 당연한 거지.]

    [무엇보다 요기랑 테드의 경험까지 흡수했으니까.]

    레전드들의 이야기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들의 말씀대로 확실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빙의는 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사기네요.”

    [그래, 그래. 그게 사기긴 하지.]

    “예. 덕분에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수호의 말에 채팅이 갑자기 멈췄다.

    “응? 왜 갑자기 말씀이 없으세요?”

    [네가 오해하는 거 같아서.]

    “오해요?”

    [집중력은 빙의로 해결될만한 게 아니야.]

    “예?”

    [그건 원래 네 능력이다.]

    [ㅇㅈ]

    [그런 집중력은 듣도보도 못했음.]

    [도대체 그런 집중력을 가지고 왜 전생에선 야구선수로 성공 못한거임?]

    [그것도 그렇네.]

    온전히 자신의 능력이었다니.

    수호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감각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아니, 제 인생에서 다수 느꼈습니다.”

    [집중력이 높은 걸 말이야?]

    “예. 한 번 집중력이 높아지면 주위에서 하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에요. 회사 생활할 때는 이것 때문에 선배들에게 많이 혼났죠. 제때 대답하지 않는다고 말이에요.”

    [으흠, 야구할 때는?]

    “그때는 이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때는 이런 스윙을 하지 못했습니다.”

    수호의 스윙은 테드 윌리엄스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극단적으로 변했다.

    테드 윌리엄스는 선구안과 뛰어난 배트 컨트롤 그리고 파워를 겸비한 선수였다.

    그런 선수의 경험을 흡수했으니 수호의 스윙이 크게 향상된 게 당연했다.

    [내 스윙을 흡수하고 거기에 너의 집중력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이거군.]

    “그렇게 봐야 될 겁니다.”

    [뭐, 좋아. 시너지를 일으키면 좋은 법이지.]

    [그리고 지금 받는 관심도 말이야.]

    [이대로 관심이 커질수록 메이저리그도 널 주목할 거다.]

    [메이저리그로 가는 길이 열리는 셈이지.]

    [이대로 가즈아-!]

    목표는 메이저리그.

    고교야구는 그저 지나가는 관문에 불과했다.

    그리고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 * *

    박현식은 기사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망할새끼...”

    한수호의 기사는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내가 우리 학교 마스크를 독차지할 예정이었는데...!”

    수호가 각광을 받기 이전, 박현식은 성일고의 주전 포수로 발탁되어 있었다.

    공격력면에서는 그를 따라올 선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3학년이 졸업한 뒤에는 그가 주전포수로 경기에 나갈 게 확실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수호가 등장했다.

    “4경기 연속 홈런이라니...”

    이 말도 안 되는 성적과 함께 그는 청룡기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서고 있었다.

    3학년조차 그를 제치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학년인 박현식에게 기회가 없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3학년이 되어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였다.

    “어떻게든 해야 해...”

    학생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든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삼촌, 저 현식이에요. 예,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경기에 못나가서 그러는데...”

    그는 실력이 아닌 인맥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 * *

    청룡기 결승전.

    수호는 예상하지 못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선발은 박현식이 나간다.”

    선발에서 제외된 것이다.

    “수호가 선발이 아니었어?”

    “왜?”

    “최근에 타격감도 미쳤는데.”

    “왜 수호가 제외됐지?”

    수호의 선발제외는 선수들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수호의 타격감은 물이 올라있었다.

    팀내에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뭐냐?]

    [갑자기 왜 선발 제외인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네.]

    [이게 무슨 짓이야?]

    [ㅅㅂ. 이게 말이 됨?]

    레전드들 역시 반발하긴 마찬가지였다.

    [넌 뭔가 알고 있냐?

    테드의 질문에 수호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마 인맥일 겁니다.’

    [인맥?]

    ‘예. 현식이 삼촌이 현재 프로선수고 무엇보다 우리 감독의 직속 선배거든요.’

    [그게 왜?]

    [뭔 상관임?]

    ‘한국에서는 상관이 있습니다.’

    수호는 한 번 사회를 경험했다.

    그렇기에 인맥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스포츠 업계에서 인맥은 필수불가결의 하나였다.

    [그러니까, 인맥이 있어서 네가 선발에서 밀렸다는 거야?]

    [실력이 네가 더 좋은데?]

    [뭐 이런 개똥같은 짓이야.]

    개똥같은 짓.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이대로 절망만 할 순 없어.’

    인생을 살면서 이런 절망감은 수도없이 맛봤다.

    즉,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다는 소리다.

    ‘청룡기는 큰 경기다. 아무리 인맥이 강하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하면 계속 마스크를 쓸 수 없어.’

    [정답이다.]

    [기회는 온다.]

    [그 기회를 잡는 건 결국 준비된 자만 가능하다.]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으며 수호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거다.

    하지만 저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수호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 * *

    청룡기 결승전.

    많은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박경태와 한선예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뭐야? 한수호가 선발이 아니야?”

    선발명단을 본 박경태의 말에 한선예가 인상을 구겼다.

    “설마 청룡기 결승전에서도 인맥야구를 할 줄은 몰랐네요.”

    “허...박현식의 삼촌이 박대성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까지 그럴 줄은 몰랐네.”

    ‘한국야구는 이래서 안 돼.’

    실력보다 인맥이 우선시된다.

    스포츠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능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바뀌지 않았다.

    “한수호는 오늘 출전 못하는 건가?”

    “글쎄요. 박규현 감독이 박대성의 후배이긴 하지만, 오늘 경기는 본인의 커리어에도 중요하니까요. 기회가 생기면 출전시킬 거예요. 무엇보다...”

    한선예의 시선이 관중석의 한곳으로 향했다.

    “저 사람도 왔으니까요.”

    “어?”

    한선예가 보는 남자를 확인한 박경태의 눈이 커졌다.

    “황우성 감독...”

    U-18야구 월드컵의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인 황우성.

    현역시절 그는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포수이자 타자였으며 은퇴 이후에는 다양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프로팀의 타격 인스트럭터를 시작으로 2군과 1군의 타격코치 그리고 2군 감독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었다.

    프런트와의 불화로 2군 감독을 그만둔 뒤로 야인으로 있던 그는 U-18야구월드컵 감독이 되어 현장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인맥야구에는 관심이 없지만, 저 남자의 등장만으로 박규현도 한수호를 그냥 방치할 수는 없을 거야.’

    황우성이 한수호만 보러 온 것은 아닐 것이다.

    9월에 있을 U-18야구월드컵의 멤버들 중 일부가 성일고와 상대인 가락고에 포진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내 기사와 데이터를 통해 한수호를 알고 있을 거다. 그걸 박규현이 모를리 없어.’

    한수호는 출전할게 분명하다.

    한선예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조용히 경기를 관전했다.

    * * *

    경기는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경기를 보던 황우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엉망이군.”

    그의 말에 국가대표 수석코치인 김민기가 동의했다.

    “성일고가 생각보다 수준이 낮네요. 투수들의 제구력도 그렇고 타자들의 집중력도 떨어진 모습입니다.”

    “무언가 나사 하나가 빠진 느낌이야. 그리고 그 나사는 여전히 벤치에 앉아 있는 거 같고 말이야.”

    “한수호 말씀입니까?”

    황우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민기가 성일고 벤치를 바라봤다.

    “확실히 최근 임팩트가 대단하긴 하지만, 중학야구나 고교 1학년 때도 별다른 활약을 못하지 않았습니까?”

    “기회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지. 기록을 찾아보니 꾸준히 경기에는 나섰어. 후보선수로 말이야.”

    “제대로 선발로 나온 건 최근이라는 소리군요.”

    “그래. 재능이 늦게 발화했을 수도 있지. 이 시기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황우성이 의자에 몸을 기대면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아쉽군요. 그렇게 발화된 재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잠들 수도 있다니 말이죠.”

    “아니, 어쨌든 기회는 올 거다. 문제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는 거지.”

    “박규현이 그럴 수 있을까요?”

    “청룡기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을 테니까.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한수호가 멘탈이 흔들렸을 거라는 거지.”

    “하긴,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은 충격으로 다가오겠죠. 그럼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할 가능성도 크겠군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만약 기회를 잡는다면...”

    “잡는다면?”

    “난 녀석을 국대에 뽑을 거다.”

    충격발언이었다.

    U-18야구월드컵까지는 고작 두 달이 남은 상황.

    이미 명단은 정해졌고 훈련도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그런데 새로운 선수를 뽑는다?

    “반발이 클 겁니다.”

    김민기의 말에 황우성이 씩 웃었다.

    “좆까라 그래.”

    그다운 대답에 김민기도 웃으며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선배의 예상대로 나오네요.”

    6회.

    한수호가 교체로 출전했다.

    * * *

    기회가 찾아왔다.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은 수호는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스코어는 4 대 1. 크게 벌어지진 않았어.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

    분위기가 어수선한 이유는 단번에 알았다.

    ‘마운드가 안정되지 않았어.’

    [정답.]

    [벌써 세 번째 투수지.]

    [선발투수가 4이닝밖에 못 던졌으니까.]

    [구심점이 잡히지 않았다.]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에이스를 올렸음에도 말이다.

    에이스의 역할이 프로야구보다 큰 고교야구에서 이는 매우 큰 문제였다.

    ‘일단 분위기를 잡는 게 우선이군요.’

    [어떻게?]

    대답 대신 수호의 시선이 1루 베이스로 향했다.

    ‘이명호, 발이 빠른 주자. 언제든지 달릴 수 있는 그린라이트가 주어진 선수.’

    이명호의 특기는 빠른 발과 정확한 도루타이밍이었다.

    그 능력을 인정한 감독이 그린라이트를 부여하면서 꽃은 더욱 만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냐고.]

    ‘일단 분위기를 가져와야죠.’

    수호의 말에 물음표가 올라오는 순간.

    “플레이볼!”

    경기가 재개됐다.

    ‘몸쪽 포심 패스트볼.’

    수호는 초구부터 공격적인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확인한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슬라이드 스텝을 밟는 순간.

    타닥-!!

    이명호가 스타트를 걸었다.

    ‘도루 하나 추가!’

    그의 빠른 발이 순식간에 2루 베이스를 눈앞에 두게 했다.

    그리고 몸을 날려 2루 베이스를 훔치려는 순간.

    휙!!

    그의 눈앞으로 흰 물체가 지나갔다.

    그리고.

    퍽!!

    묵직한 소리와 함께.

    퍽!

    자신의 어깨를 글러브가 때렸다.

    “어?”

    의아한 얼굴로 글러브를 바라본 이명호의 눈에 안에 숨어있는 공이 보였다.

    “어...?”

    고개를 돌리자 앉은 자세 그대로 앞으로 전진해 있는 수호가 보였다.

    아직 상황파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웃!!”

    2루심의 아웃판정이 나왔다.

    판정을 들은 한수호가 마스크를 고쳐 쓰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와아아아-!!”

    “엄청난 송구다!”

    “방금 뭐야? 앉아쏴 아니야?”

    “아니, 저런 애를 이제 내놓는 건 뭐야?”

    분위기가 단숨에 뒤집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