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8화
꿈 같은 하루였다.
‘내가 홈런이라니...’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경기 후에는 선배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코칭스태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 홈런 처음 때렸냐?]
[동료들 반응이 장난 아니누.]
‘이번 생에서는 처음일 거에요.’
[처음일 거라고?]
‘네. 제 기억으론 이전 생에서 때렸던 첫 번째 홈런이 3학년이었으니까요.’
[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생각보다 재능이 별론가?]
[그럴리가 없잖아. 얘 재능은 우리 예상을 뛰어넘어.]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해? 전생에선 우리가 없었잖아.]
[그것도 그렇지.]
수호도 동의했다.
레전드들과 만난 게 얼마나 행운인지 그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뭐부터 하면 될까요?’
[올~이제 좀 본격적인데?]
[우리가 시키는거 다 할 수 있음?]
‘물론입니다.’
이들의 조언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직접 경험했다.
거기에 빙의를 통해 저들의 경험을 습득하는 게 얼마나 사기인지도 말이다.
‘뭐든 시켜만 주세요!’
이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저들과 함께라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을.
* * *
한선예는 수호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뭐야? 한눈에 반하기라도 한 거야?”
“성희롱이에요.”
“허참~요즘은 별게 다 성희롱이라니까. 그래서 반한게 아니라면 한수호 사진은 왜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데?”
“어디서 이런 선수가 나타났나 싶어서요.”
“하긴, 인상적이긴 했지. 포수로서의 능력도 좋았고 무엇보다 홈런은 예상도 못했다니까.”
고교야구에서 홈런은 자주 나오는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3년 동안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그만큼 홈런은 선택받은 이들이 내놓는 결과물이었다.
“그 뒤에 2루타도 때렸지?”
“네. 무엇보다 그 과정이 좋았어요. 선구안이 원래 좋았던건지 투수가 던지는 유인구와 실투에 배트가 나가지 않았어요.”
“확실히 인상깊었네.”
“맞아요.”
“아니, 네 눈에 말이야. 그정도로 기억에 남았다면 인터뷰라도 해보지 그랬어.”
“위에서 허락하겠어요?”
“그것도 그렇네.”
고교야구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있다.
간혹 나오는 인터뷰나 기사도 대형유망주의 것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켜봐요. 이 녀석 분명 거물이 될 거에요.”
고작 홈런 한개였다.
하지만 한선예는 수호의 경기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조만간 사고 한 번 칠거 같아.’
* * *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프로가 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체력이 받쳐줘야 해.]
[체력이 떨어지면 파워는 물론 정확도 그리고 집중력과 정신력까지 떨어지면서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체력을 늘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뭔지 알아?]
[바로 달리기지.]
[그러니까 달려라.]
러닝은 매일 하고 있었다.
회귀 이후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제일 처음 시켰던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하던 러닝은 그냥 유지용이지.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그런게 아님.]
“그럼 뭐가 필요한데요?”
[심폐지구력을 강화시키는 거지.]
“심폐지구력이요?”[그래. 심장과 폐를 동시에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역시 인터벌로 가는 게 좋겠지?]
[그게 베스트긴 하지.]
“인터벌이 뭔가요?”
[해보면 알아.]
[일단 전력으로 달려라.]
뭔지도 알려주지 않고 달리라니.
의문이 들었지만, 수호는 어느덧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경험했던 그였다.
‘그들의 말을 따라서 내게 독이 될 건 없어.’
[정답.]
[우리도 너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너한테 독이 되는 걸 시키겠냐?]
‘뜁니다!’
수호는 그들의 말대로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처음 50m는 달릴만 했다.
하지만 100m를 통과하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더 뛰어~]
[아직 멀었다~]
[어어? 속도 떨어지지?]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재촉이 이어졌다.
이를 악물고 떨어지던 속도를 다시 끌어올렸다.
200m가 지나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100m만 더 가자~]
[속력 줄이지 마라.]
[달려! 달려!]
단순히 200m를 뛴 게 아니다.
전력으로 모든 힘을 폭발시켰다.
당연히 숨을 차오르고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만이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그때.
[오케이~]
[잘 뛰네.]
“허억...허억...!”
됐다는 채팅이 올라오는 순간 속도를 줄였다.
이내 제 자리에 멈춰서 숨을 골랐다.
그때 음성이 귀를 때렸다.
[요기 베라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너 안 뛰고 뭐하냐?]
“예? 바...방금까지 뛰...뛰었는데요...?”
눈을 뜨자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이 보였다.
[쉴 때도 뛰어.]
[전력이 아니라 천천히 조깅하듯이.]
[빨리빨리 뛰어라!]
[그리고 눈 감지마라.]
[우리 채팅 안보이잖아!]
눈을 감으면 채팅이 보이지 않았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수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믿어라.’
레전드 플레이어들에 대한 그의 믿음은 그만큼 강해진 상태였다.
[말 잘 듣는 건 마음에 드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이제 좀 호흡 돌아왔지?]
[그럼 다시 달려 인마!]
수호는 깨달았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란 게 무엇인지 말이다.
‘지옥훈련이잖아!’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수호가 속력을 더했다.
* * *
훈련이 힘든점은 그 성과를 바로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분명 훈련을 할 때는 힘들어 죽을 거 같은데, 그것이 열매를 맺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수호는 열매를 맺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청룡기 두 번째 경기.
수호는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이는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위한 박규현의 로테이션이었다.
‘무엇보다 수호 녀석이 친 홈런이 진짜인지 아닌지 보고 싶다.’
이전 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코칭 스태프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거기에 박규현은 그의 포수로서의 능력 역시 보고 싶었다.
‘포수로서의 능력은 하루 아침에 늘어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런데 수호는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를 테스트할 가치는 충분했다.
‘과연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박현규는 기대를 가지고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수호는 그런 기대를 충족하듯 1회부터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퍽-!
“스트라이크!!”
포구는 안정적이었고.
탁!!
“나이스 블로킹!!”
블로킹은 벽과 같았다.
그의 이런 모습은 투수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저 자식 잘 막아주네. 웬만한 공은 빠지지 않는데?’
포수가 안정적이면 투수 역시 신뢰한다.
[투수들은 언제 공을 실투할지 모르거든.]
[그런데 포수의 포구가 엉망이면 공을 제대로 던지기 힘들지.]
[억지로 제구를 잡으려 하면 구위가 떨어지니까. 얻어맞기 쉽고 말이야.]
[그러니까 포수가 잘 잡고 막아줘야 해.]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호는 투수의 생각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포수가 불안정하면 자신의 공을 던지기 힘들겠지.’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사이.
어느덧 경기는 2회로 넘어갔다.
“아직 이렇다할 공격이 나오지 않는군.”
선배의 말에 선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투수가 잘 던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니 이번 이닝에는 볼만할 거예요.”
“그리고 너의 그님도 나오고 말이야.”
선예가 째려보자 선배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한경기만에 6번에 배치되네.”
“당연한 선택이에요. 그날 홈런만 때렸다면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후에 때린 안타들의 성격을 보면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이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에 배치하는 게 적절해요.”
“흠, 확실히 타격이 좋긴 했지.”
“무엇보다 선구안이 좋았어요.”
“하긴, 나쁜 공은 그냥 보내버리더라고.”
그날 수호의 활약을 떠올리며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성일고의 공격이 시작됐다.
* * *
선예의 예상은 정확했다.
성일고는 2회에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가 안타를 때리면서 2루까지 출루했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서 문제가 생겼다.
딱-!!
‘너무 높다.’
공이 맞는 순간 높이 떠올랐다.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 타구는 2루수가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아쉽네.]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질 못하누.]
[저런 공은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저 녀석이 무슨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냐?]
테드 윌리엄스의 질문이었다.
수호는 고민없이 답했다.
‘무리하게 초구를 노리다가 유인구를 때렸습니다.’
[맞아.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선 스트라이크존을 더 줄여야 해. 그리고 더욱 집중해서 유인구를 골라내야지.]
[특히 선두타자가 장타를 때렸다면 그 흐름을 놓치면 안 돼.]
[괜히 아웃이 되면 투수의 자신감을 다시 살려주는 꼴이 되니까.]
레전드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호가 타석에 섰다.
[집중력을 높여라. 선구안은 결국 집중력에 따라 달라진다.]
테드 윌리엄스는 다시 한 번 선구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나쁜 공을 때릴 필요는 없어. 너의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서 거기에 들어오는 좋은 공들을 노려라.]
그는 자신의 타격이론을 이야기하면서 수호의 집중력을 끌어올려주었다.
그래서일까?
‘나의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라.’
타석에 들어선 수호의 눈에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이 만들어졌다.
이는 테드 윌리엄스를 비롯해 레전드들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한 방 날려라~]
[괜히 앞에 애처럼 이상한 공에 배트 나가지 말고.]
[이상한 공에 나가면 훈련강도 높인다.]
[테드는 배드볼을 때리는 걸 정말 싫어하는 놈이야.]
그리고 여기에서 수호의 또 다른 능력이 발현되고 있었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는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꾸도 안하누.]
[야야. 우리 채팅 안 보이냐?]
[집중하랬다고 대꾸도 안하네.]
[...그게 아니라, 안 보이는 거 아니야?]
테드의 한 마디에 채팅이 조용해졌다.
그때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후원이 도착했다.
[베이브 루스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얀마, 안 들려?]
후원은 채팅 형식이 아니라 음성 형식으로 들려온다.
그렇기에 눈을 감고 있어도 인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수호에게는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고 날아오는 공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퍽!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수호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냈다.
“볼.”
초구가 볼이 되었지만, 수호의 집중력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이놈 뭐야?]
[이런 집중력 들어본 적도 없는데.]
[아니, 순간적으로 집중할 순 있어도 이게 깨지지 않는다고?]
집중력은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그게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다른 상황에 놓이면 깨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수호의 집중력은 깨지지 않았다.
그걸 보면서 테드가 어이없다는 듯 채팅을 쳤다.
[이거 생각보다 괴물이네.]
그 채팅을 보지 못한 채, 수호는 자신의 존을 만든 상태에서 투수와의 승부를 이어나갔다.
그 결과.
딱-!!
실투로 들어오는 4구를 그대로 강타.
“크다! 크다!!”
“넘어갔다!!”
그대로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선예를 향해 선배 박경태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야야, 네가 말했던대로 장난아닌데?”
박경태의 말에 한선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 예상보다...더 괴물이었어...’
한선예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한국야구에 또 한 명의 괴물이 등장했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