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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4화 (4/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4화

* * *

다음 날.

수호는 새벽부터 나갈 준비를 했다.

“으음...어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깬 것일까?

같은 방을 쓰는 김영호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러닝 좀 하려고. 같이 나갈래?”

“아후...됐다. 이따 어차피 연습할 텐데. 무슨 러닝이야. 난 더 잘래.”

다시 잠이 드는 그를 보며 수호는 숙소를 나섰다.

새벽 4시.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지만, 수호는 묵묵히 운동장을 달렸다.

[러닝은 운동의 기본이지.]

[심폐지구력을 단련하면 자연스레 지구력이 좋아짐. 거기에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음.]

[무엇보다 루틴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루틴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맞춰 바이오리듬도 정해지기 마련이야.]

운동장을 달리는 와중에도 채팅창은 멈추지 않았다.

이 사람들 생각보다 수다쟁이들이다.

처음에는 레전드 플레이어라고 해서 긴장했다.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엄청난 업적을 남겼던 사람들이다. 그들 앞에서 긴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이 엄청난 수다쟁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긴장이 풀렸다.

‘그런데 다들 왜 이렇게 말씀이 많으십니까?’

[당연한 거 아님?]

[오랜만에 이승을 보는 건데. 말이 많을 수밖에 없지.]

[무엇보다 너처럼 초짜를 키우려면 말이 많을 수밖에 없어.]

‘초짜는 아닙니다만...’

[풉!]

[ㅋㅋㅋㅋㅋ]

[초짜가 아니시란다 ㅋㅋㅋ]

채팅창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게 그렇게 웃긴 건가?

[당연히 웃기지.]

[짜식아, 너는 프로도 가지 못했어. 그런데 초짜가 아니라니?]

[지금 네 상태는 또래 애들한테도 발릴걸?]

[ㅇㅈ]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첫 경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재능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야구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찾아오는 감각의 문제였다.

‘결국 제가 해야 하는 건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감각을 찾아와야 한다는 거군요.’

[ㅇㅇ]

[베이스볼은 결국 반복해야 한다. 그 반복의 끝에 익숙함을 찾아야지.]

옛날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니.

이건 많은 의욕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물론 수호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얻은 두 번째 기회인데, 고작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할까?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도 너무 막연하게 시키면 좀 불쌍하지.]

[그건 그렇네.]

[일단 단기적인 목표를 정해줄까?]

무슨 소리일까?

의문을 가지는 순간 눈앞에 하나의 창이 떴다.

[요기 베라님이 미션을 설정했습니다.]

[내용 : 10일간 매일 아침 4시부터 5시까지 러닝에 성공하라.]

[보상 : 1000노잣돈]

미션?

[라방 봤으면 익숙할 거 아니야?]

‘그 시청자들이 BJ에게 거는 미션 말입니까?’

[맞아.]

“이 노잣돈이라는 건 뭐죠?”

[저승에서 쓸 수 있는 돈.]

“저승에서도 돈이 필요해요?”

[뭐, 일종의 유희를 위해서지.]

[극히 드물긴 하지만,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노잣돈으로 뭐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음?]

“궁금합니다.”

현생의 BJ들은 방송을 통해 후원을 받는다.

미션도 후원을 모집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시청자들이 미션을 걸고 BJ가 그것을 달성했을 때 후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BJ의 주수입원 중 하나였지만, 노잣돈은 당장 수호가 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쓸 수 없는데 미션을 걸었을 거 같지 않았다.

[바로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지.]

“경험을 공유해요?”

[그래. 일종의 빙의라고 생각하면 돼. 빙의가 뭔지 알지?]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살았던 선배님들의 기억을 제가 공유할 수 있는 건가요?”

[ㅇㅇ 가능함.]

[저승의 하이테크놀로지에는 불가능한 게 없지.]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놈들이 모여서 별 이상한 걸 다 만들거든 ㅋㅋ]

[자세한 건 미션에 성공해보면 알 거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목표가 정해졌다는 게 중요했다.

“그럼 미션 수락하겠습니다.”

[요기 베라님의 미션을 수락했습니다.]

첫 번째 미션을 받으며 수호는 새벽거리를 달렸다.

* * *

새벽 러닝을 시작하고 열흘째가 되는 날.

“후욱! 후욱!”

수호는 땀에 젖어가며 운동장을 달리고 있었다.

여름인 탓에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양의 땀을 흘렸지만, 수호는 멈추지 않았다.

[이 녀석 근성은 나쁘지 않은 듯?]

[그러게.]

[1분도 늦지 않게 일어나서 바로 준비해서 나오네.]

[얼마나 갈지 궁금하긴 한데. 일단은 합격점일 듯.]

고작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이어지는 걸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열흘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허다하다는 걸 잘 아는 레전드들이었다.

즉, 첫 관문은 넘어섰다는 소리였다.

[일단 첫 관문만 넘으면 되지.]

[ㅇㅈ]

[보상이 생기면 의욕도 다시 살아날 테니까.]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4시 59분.

미션달성까지 1분을 남겨둔 시점.

수호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눈앞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미션을 성공했습니다.]

[1000노잣돈을 획득했습니다.]

미션을 성공했다.

걸음을 멈춘 수호는 미소를 지었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성취감을 주었다.

그때 또 하나의 창이 떴다.

[빙의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설명 : 시청자의 현생에 빙의해 그들의 경험과 기억을 체득합니다.]

[비용 : 1000노잣돈~]

레전드들이 이야기했던 빙의가 활성화되었다.

“경험과 기억을 체득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의 기술을 얻을 수 있단 소리지.]

[이거 거의 치트 아니냐?ㅋㅋ]

[맞는 말이지.]

맞는 말이다.

지금 자신의 방송을 보는 이들은 하나 같이 메이저리그에서 전설로 남은 선수들이다.

그들의 경험을 체득할 수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건 없었다.

“빨리 해보고 싶군요.”

수호가 손을 뻗어 좌측 하단에 있는 아이콘을 눌렀다.

[빙의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Y/N]

망설임은 없었다.

설명보다는 먼저 경험해보는 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Y]를 누르자 또 하나의 창이 떴다.

[빙의할 시청자를 선택해주세요.]

[1. 베이브루스]

[2. 타이콥]

현재 접속중인 시청자들 목록이 떴다.

수호는 손을 뻗어 목록을 쭉 내렸다.

그리고 중간에서 스크롤을 멈췄다.

[7. 요기 베라]

빙의해야 할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요기 베라로 빙의하시겠습니까?]

[Y/N]

수호가 Y를 눌렀다.

동시에 그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 * *

요기 베라는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다.

“얼마든지 던지라고!”

그의 맞은편에는 6.25전쟁에서 돌아온 화이티 포드가 마운드에 서있었다.

“저 녀석 전쟁에 다녀와서 제대로 된 공을 던질 수 있겠어?”

“은퇴하고 십년만에 돌아와도 너 정도는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녀석이지.”

“뭐라고?!”

타자의 시비를 가볍게 말로 눌러버린 요기 베라가 미트를 내밀었다.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

오랜만에 복귀한 포드를 위한 배려였다.

“흡!!”

쐐애애액-!!

포드가 던진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가 나빴다.

원했던 곳보다 공 반개는 더 밖으로 빠졌다.

그 순간, 요기 베라는 한쪽 무릎을 굽히며 중심을 낮췄다.

그리고 공이 미트에 들어오는 순간.

촤아앗-!!

글러브의 볼집이 아닌 웹으로 공을 잡아 기묘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손목을 꺾으며 보더라인 안쪽으로 이동해 그대로 멈췄다.

“스트라이크!!”

구심이 망설이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야?! 공 한 개는 빠졌잖아!”

타자가 항의했다.

하지만 요기 베라는 이미 공을 빼내 투수에게 던지고 있었다.

“나이스 볼!!”

요기 베라가 마지막 순간, 프레이밍을 하지 않았다면 볼이 되었을 공이었다.

거기에 타자의 성질을 건드리는 말과 공을 포구한 이후, 구심이 다시 확인하기 어렵도록 빠르게 투수에게 공을 던지는 동작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고 한 행동이었다.

‘대단하다.’

요기 베라의 플레이를 직접 경험한 수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교하면 자신의 플레이는 얼마나 엉망인지 알 수 있었다.

[종료까지 10초]

그때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아쉬웠다.

조금 더 그의 플레이를 보고 싶었다.

‘또 기회가 오겠지.’

그들의 미션을 받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빙의를 종료합니다.]

다시 시야가 어두워졌다.

* * *

성일고 야구부는 본격적인 여름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청룡기에 나가는 건 주말리그에 나간 명단과 동일하게 나가도록 해.”

“알겠습니다.”

“2학년도 그대로 포함하나요?”

이제 3학년들의 행선지는 하나 둘 정해지고 있었다.

슬슬 내년을 생각해서 멤버 구성을 할 필요가 있었다.

“투수쪽은 건들 필요가 없고 야수쪽에서는 조금 멤버를 교체해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가장 먼저 포수쪽을 보자고. 현재 2학년에서 포수로 가장 뛰어난 애는 현식이지?”

“예. 수비쪽에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타격쪽으로 보자면 다른 애들을 가볍게 눌러버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장 최근 경기에서도 대타로 나가서 3타점 2루타를 터트렸잖습니까?”

“펀치력이 대단하단 말이지.”

박현식의 장점은 분명했다.

비록 주포지션인 포수가 가져야 할 수비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지만, 그 약점을 덮을 정도로 장점이 대단했다.

“수호는 어때?”

“수비적인 능력은 수호가 더 뛰어나긴 했었죠. 하지만 최근 있었던 연습경기에서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음...”

“원래라면 이 두 녀석을 로테이션 돌리면서 갈 생각이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보였습니다.”

수호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그만큼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불안했다.

박규현 감독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 자체 연습경기가 잡혀 있지?”

“예.”

“A팀의 주전포수를 현식이로 넣고 B팀에는 수호를 배치하도록 해.”

“둘을 직접적으로 비교하시려는 거군요.”

“맞아. 현재 우리팀에 백업포수가 부족해. 하지만 둘 다 데려갈 필요는 없지.”

“그렇긴 합니다. 현식이를 백업포수로 넣을 수 있다면 수호한테는 미안하지만, 굳이 로스터에 추가할 필요는 없죠.”

“그러니 그 가능성을 보는 자리를 마련해주자고.”

“알겠습니다.”

수호의 두 번째 연습경기가 잡혔다.

* * *

현실로 돌아온 수호는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이 찬물에 씻기며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분명 나는 요기 베라가 됐었어.’

꿈과는 달랐다.

자신은 분명 요기 베라 그 자체가 되었고 그가 왜 그런 리드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프레이밍을 하는 순간까지의 감각도 몸에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수호는 자신의 눈앞에 떠있는 하나의 창을 바라봤다.

[동기화]

[요기 베라 : 0.1퍼센트]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동기화라는 창이 보였다.

고작 0.1퍼센트였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몸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는 거다.

‘빨리 확인해보고 싶다.’

이렇게까지 연습이 기다려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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