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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마왕은 갱생이 어렵다-148화 (148/197)

제148화

마틴에게 제압돼 끌려온 헤이젤은 팔다리가 묶인 상태로 흔들의자에 앉혀졌다.

끼익, 끼익

의자가 흔들릴 때마다 아늑함 대신 쇠를 긁는 느낌이 고막을 자극했고.

무엇보다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꽈악!

벗어나기 위해 손에 힘을 쥐는 것은 무의미했다.

어떻게 된 재질인지 그의 손목을 붙든 끈은 쉽사리 끊거나 풀어헤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후룩.

헤이젤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앞에서 홍차를 마시고 있는 칼을 바라보았다.

칼의 뒤에는 마틴, 괴츠, 제이크 그리고 디아나가 서 있었는데.

언뜻 봐도 이들이 모시고 있는 남자가 칼이라는 것을 직감한 헤이젤은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킨 뒤, 질문을 건넸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칼리언트 슈타크. 잔꾀가 능한 녀석이니, 어느 정도 나에 대한 정보를 접했겠지.”

‘루콘의 광견이 왜 나한테 온 거야!’

헤이젤은 겸연쩍게 웃으며 모른 척 화제를 전환했다.

“그,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그보다 저로 인해서 많이 골머리를 앓았을 텐데. 훔친 돈은 다시 돌려드릴 테니 저를 풀어주시는 게 어떨까요?”

칼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헤이젤이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뱉었다.

“너 가져. 그 정도 돈이면, 삼 년은 굴릴 수 있을 테니까. 삼 년 동안은 급여 없다.”

이건 뭔 소리지?

불길해지기 시작했다.

헤이젤은 얼굴에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구, 굴리다니요?”

“성실하게 일하라고 일자리를 마련해줄 참이거든. 넌 알테어 사선에서 내 부하로 살아가게 될 거야.”

“흐읍!”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미, 미친 새끼 아니야.’

알테어는 루콘, 아벤트로트, 샤텐의 국경이 밀접한 최악의 흉지로 흉포한 몬스터들이 들끓는 데다 환경마저 척박해 그 누구도 지배할 수 없는 땅이었다.

심지어 루콘 최강의 무가인 슈타크 가문마저 이 흉지에 대해서는 정복을 포기하고 형세 유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뿐.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제, 제가 아직 젊어서 그런 흉지를…….”

“이미 정해진 일이야.”

왈칵!

의사도 물어보지 않는 결정에 헤이젤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칼의 뒤에서는 제이크가 손날을 목에 긋는 시늉을 한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까불지 말고 고분고분 들으라는 의미였다.

여기서 더 가관인 것은 이 순간만큼은 마틴과 괴츠가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

저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씹어 먹어도 모자를 몹쓸 녀석일 텐데.

오히려 걱정을 받으니 헤이젤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요, 용감무쌍한 부하들이 저렇게 많은데, 저까지 필요할까요?”

회피하기 위해 내놓은 아부 아닌 아부지만, 반쯤은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붙어보지는 않았지만 괴츠와 싸워도 상당히 고전을 겪을 것이고, 마틴은 헤이젤로서는 대적이 불가능한 상대였다.

“너도 꽤 강하던데. 수준이 어느 정도지?”

칼의 질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헤이젤은 너스레를 떨었다.

“저의 능력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만도 못한 혓바닥인 것 같은데, 이참에 뽑아버릴까.”

칼의 혼잣말에 헤이젤은 기겁하며 빠르게 자신의 무위에 대해 늘어놓았다.

“6성급 오러 유저로 쾌속의 찌르기를 자랑하는 알레그로 지파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칼은 눈매를 좁히며 질문을 이어갔다.

“작위를 받아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사는 이유는?”

씨익.

순간 헤이젤은 가장 진지한 웃음을 보여주며 답했다.

“멍청한 귀족들을 골려주는 재미가 있잖습니까?”

어째서인지 그 미소는 무척이나 어두운 그늘이 서려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 헤이젤의 마음을 눈치챈 건 사람의 감정에 대해 누구보다 둔감한 칼이었다.

물론 칼이 눈치챘다고 해서 구태여 물어보는 남자는 아니었다.

“나를 따를 생각은?”

단도직입적인 요구에 헤이젤은 미소를 유지하며 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역시 패는 게 답인가?”

직접 칼에게 두들겨 맞았던 마틴과 괴츠는 그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인상을 찌푸렸고.

“…….”

헤이젤은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영악하고 교활하지만 심지는 있는 녀석이야. 납득할 수 있는 판만 마련해주면 그 뒤는 어렵지 않겠지.’

살육의 역사만 쌓아온 자신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어이없다고 생각한 칼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갱생은 어렵군.”

“네?”

헤이젤이 고개를 들며 되묻자, 칼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그렇다면 내기를 하지 않을래?”

“무슨 내기입니까?”

“구속을 풀어주지. 반나절 만에 나를 제치고 이 오두막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네 마음대로 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헤이젤이 이지적인 눈빛을 발했다.

“약속 지켜주셔야 됩니다.”

“물론. 하지만 그 전에 내 부하를 골탕 먹인 대가는 받아야지.”

“대, 대가요?”

“디아나.”

헤이젤이 말을 더듬을 때, 디아나가 쭈뼛쭈뼛 헤이젤의 앞에 섰다.

“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는 난감한 표정으로 칼의 눈치를 살폈고.

사정을 알고 있던 괴츠는 힘껏 소리쳤다.

“그냥 힘껏 날려버려.”

툭.

솜처럼 가벼운 주먹이 헤이젤의 얼굴을 치며 칼의 눈치를 살폈다.

“이, 이렇게요?”

“…….”

칼과 헤이젤은 당황하여 침묵을 지켰고, 대신 괴츠가 괴팍하게 화를 냈다.

“지금 장난해? 그냥 다시 못 볼 인간이다 하고 피투성이로 만들라고!! 내가 때려주랴!”

괴츠는 의수의 손가락을 왼손으로 하나씩 접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 하지만.”

디아나는 연신 말을 더듬으며 칼의 눈치를 살폈다.

‘설마?!’

이때 무언가 눈치챈 제이크가 재빨리 칼에게 말했다.

“사, 사령관님. 저게 뭐죠?”

“뭐가 있어?”

칼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제이크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디아나가 험악하게 눈을 치켜뜨며 완드로 헤이젤의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

빠악!

“끄아아아아아악!”

머리에 힘껏 혹이 부어오른 헤이젤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끼익, 끼익.

힘껏 등을 젖혀봤자 흔들의자만 삐걱일 뿐이었다.

제이크가 가리킨 방향에는 우연히 쥐가 꼼지락대다 크게 놀라 쥐구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쥐잖아. ……쟤는 갑자기 왜 그래?”

칼은 연신 흔들의자를 흔들어 젖히는 헤이젤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디아나는 입가를 가리며 다소곳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마틴과 괴츠는 무척이나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힐끔.

칼의 제안에 승낙한 헤이젤은 손목의 아릿한 통증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칼을 쳐다봤다.

칼은 그의 정면에서 책을 읽으며 장작을 던지고 있었다.

이미 구속은 풀린 상태라 오두막 밖으로만 나갈 수 있다면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당장 탈주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역시 칼이란 거대한 벽 때문이었다.

위치상으로 보면 칼이 딱히 문이나 창문을 지킨다고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이젤은 꺼림칙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 번 떠볼까?’

칼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헤이젤이 계획을 시작했다.

칼이 반쯤 잠에 취해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때.

쇄액!

그 틈을 이용해 헤이젤이 문 쪽으로 달렸다.

콰아앙!

칼은 그 자세 그대로 탁자를 걷어차 헤이젤이 행동을 하기도 전에 사전에 차단했다.

일차 시도가 무산되자, 헤이젤은 곧장 의자에 앉아 있는 칼에게 접근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권압만으로 벽을 박살내고 균열을 일으킬 정도의 공격이었지만.

칼은 눈을 감은 상태로 고개를 젖히는 것으로 피했다.

헤이젤은 당황하지 않고 그 즉시 품에서 단검을 빼들어 목젖을 찌르려고 했다.

카앙!

칼은 눈을 뜨며 손등으로 단검을 쳐낸 뒤, 곧장 헤이젤과 공방을 벌였다.

헤이젤은 단검을 역수자로 고쳐 쥐고선 재차 공격을 가했다.

타악, 타악, 타악!

칼은 팔과 다리를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헤이젤의 공격을 모조리 파훼시켰다.

헤이젤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졌다.

푸욱!

그러던 중 헤이젤은 느닷없이 단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긴 혈선을 만들어냈다.

상처 틈새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를 칼의 눈가로 날렸다.

이럴 줄은 예상하지 못한 칼은 눈을 감았다.

파앗!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헤이젤은 곧장 단검을 문 쪽으로 투척한 뒤, 창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화아아악!

하지만 헤이젤의 몸이 마치 그물에 걸린 것처럼 칼의 몸에서 뻗어 나온 붉은색 서킷에 걸렸다.

‘이건?!’

헤이젤이 당황해 눈을 부릅뜰 때였다.

콰앙!

돌격해온 칼의 어깨에 직격을 당해 벽과 충돌한 헤이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방금 그건 마법인가?’

충격으로 입술이 터진 헤이젤은 손등으로 피를 훔쳐내며 칼을 주시했다.

“시야를 차단한 뒤 단검을 던져 상대를 문 쪽으로 유도하고는 창문으로 도망치려 했군. 잔머리 쓰는 것만큼은 에클라 세트라 해도 충분히 믿겠어.”

칼은 눈가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아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하로 쓰려고 하는데, 이렇게 막 패도 되는 겁니까? 폭력에 의한 굴복은 안 좋은 결과만 나올 뿐입니다.”

헤이젤은 긴장하고 있는 몸을 주먹을 쥐었다 피며 어떻게든 완화 시켰다.

마치 어두운 숲에서 살벌한 맹수를 만난 것 같은 감각이 몸을 옥좼기 때문이다.

칼은 어깨를 으쓱이며 의자에 앉으며 헤이젤에게 반문했다.

“그 녀석들이 패서 말 들을 놈들이라고 생각해?”

“……아닙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헤이젤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짧게 대치하긴 했지만 마틴과 괴츠, 이 두 사람이 힘에 굴복해 쉽사리 자신의 신념을 굽힐 남자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파앗!

칼은 테이블에 놓인 붕대를 헤이젤에게 던졌다.

그것을 낚아챈 헤이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치료해.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칫!”

칼의 짤막한 말에 헤이젤은 스스로 상처 입힌 자신의 손을 붕대로 감쌌다.

‘아카데미를 조기 졸업한 천재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마치 전장에서 활동하는 법을 터득한 숙련자 같아.’

짤막한 대치였지만 칼이 마틴 이상의 강자라는 것을 깨달은 헤이젤은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외람스럽지만, 저는 태생부터 토 나오는 남자인데 쓰실 수 있겠습니까?”

“그건 너가 정하는 게 아니야. 내가 정해.”

망설임 없는 대답에 헤이젤은 칼을 괄시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 어머니의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란 녀석은 구질구질한 귀족 나부랭이고요.”

“그래서? 태생이랑 너의 가치를 연관 짓는 이유가 뭔데?”

칼은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헤이젤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시대가 그렇게 단정 지으니까요. 저는 귀족들을 매우 혐오하고 있습니다.”

은연중 보이는 진심에 칼은 시시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혐오해도 상관없어. 아버지란 작자에게 복수해도 상관없고.”

사상과 가치관이 맞지 않는 수하를 두는 것만큼 위험한 경우는 없다.

언제 반란을 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데도 칼의 표정에서는 거짓 없는 진실이 엿보였다.

“……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당황한 헤이젤은 칼의 의중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칼은 자신의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나를 따르는 녀석들은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

“두 가지 말씀입니까?”

“첫째, 여자와 아이는 전쟁 중에도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 날 빡치게 하는 녀석은 예외 없이 죽인다.”

“…….”

칼의 말에 헤이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다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지긋지긋하게 볼 테니, 그 생각도 달라질 거야.”

“쉽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파앗!

대답과 동시에 헤이젤은 신속하게 발을 박차 땅에 박힌 단검을 손으로 집었다.

검신은 아까와 다른 청록색의 오러가 피어올랐고.

콰아아앙!

헤이젤은 그 오러를 발출해 허공에 한 줄기의 궤적을 그렸다. 벽난로 쪽을 박살 내 시야를 차단함과 동시에 부서진 문짝 틈새 사이로 발을 내디뎠다.

이때까지도 칼은 가만히 의자에 앉은 채, 홍차를 마시고 있는 참이었다.

‘도망갔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헤이젤은…….

스윽.

무심코 자신이 문틈 사이에 형성된 서킷을 통과했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까도 분명 이것 때문에 당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칼은 반격을 가하지 않았다.

‘충분히 반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반응에 어리둥절할 때, 칼은 자리에 일어서며 헤이젤에게 말했다.

“축하해. 내기는 네가 이겼네.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이렇게 쉽게?

어째서?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무심코 밖을 내다본 헤이젤은 곧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휘이이잉.

바깥은 몬스터의 시체가 눈밭에 묻혀있는 혹독한 눈보라 지대였기 때문이다.

“여긴 왜 이렇게 몬스터들이 많아?”

바깥에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던 마틴은 인상을 찌푸렸다.

“크하하하하! 최흉의 땅이라더니. 정말 최흉이군.”

가슴을 젖히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괴츠도 기진맥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허억, 허억. 전 행정병인데, 왜 이런 무시무시한 격전을…….”

이미 기진맥진한 제이크는 이제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눈밭에 뻗어있었다.

“여, 여긴 설마?!”

헤이젤은 속았다는 듯 황망한 표정으로 칼을 쳐다봤고.

칼은 헤이젤을 지나쳐 문밖으로 나섰다.

“칼리언트 님. 그렇게 입고 나오시면 추워요.”

바깥에서 괴츠와 마틴을 돕고 있던 디아나는 챙겨둔 외투를 재빨리 칼에게 갖다 주었다.

칼은 자연스럽게 외투를 껴입으며 헤이젤에게 말했다.

“가봐. 여비는 안 준다.”

그 입가는 묘하게 약 올리고 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칼이 걸음을 옮기자, 일행들은 일제히 칼을 뒤따랐다.

당황한 헤이젤은 다시 한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추측이 맞는다고 하면, 이곳은 최악의 흉지인 알테어. 절대 단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싸아.

그제야 상황 파악을 마친 헤이젤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했던 언행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칼을 향해 달려갔다.

“카, 칼리언트님. 잠깐만요.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제발! 여기에 버리고 가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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