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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마왕은 갱생이 어렵다-147화 (147/197)

제147화

기사단 창설을 위한 인재 포섭.

이를 위해 마틴은 칼과 갈라져 헤이젤을 포섭하기 위해 디아나와 움직였지만, 여정 초반부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마차에 올라탄 뒤, 곧장 숙소에 오기까지 여정은 무난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큰 화근이 돼버렸다.

지참해둔 군자금을 담은 아공간 가방이 어느 순간, 가짜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약 하루 뒤 칼이 합류했다.

임시로 대여한 공간.

마틴에게서 보고를 듣던 칼은 슬쩍 눈을 돌려 디아나를 쳐다봤다.

파르르.

가방을 잃어버린 당사자인 그녀는 미미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칼의 야단이 두려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칼을 실망시킨 것이 크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칼은 다시 마틴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가방 관리했던 건 네가 맞아?”

“맞아. 나야.”

“?!”

마틴은 주저 없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고, 깜짝 놀란 디아나는 그를 홱 쳐다봤다.

“그런 녀석들이 허다한 곳에 돌아다녔지만, 이번 일은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어.”

궁색한 변명이 아니다.

실제로 마틴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며 당시의 일을 설명했다.

“나 참 겨우 소매치기한테 당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칼의 뒤를 지키고 있던 괴츠는 한심하다는 어투로 말하며 마틴을 바라보았다.

“괴, 괴츠님.”

당황한 제이크는 그를 만류하려고 했지만.

디아나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심기가 불편해진 마틴은 눈매를 치켜뜨며 입을 열었다.

“저 덩치가 이번에 새로 잡은 몬스터인가?”

“누가 몬스터야!”

괴츠는 버럭 화를 내며 한 발짝 앞을 내디뎠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칼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괴츠에게 말했다.

“또 맞고 싶냐?”

“히끅! 아, 아닙니다. 칼리언트 님.”

괴츠는 안색이 새파래진 상태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칼의 통제를 무시할 때마다 엄청나게 혹독한 대가를 치렀기 때문이다.

칼의 말을 거스르고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두들겨 맞았다.

맞을 때마다 숨이 끊어질 만큼 강한 고통이 뒤따랐다.

이런 고통은 오랜 시간 전쟁터에서 활동했을 때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상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크윽! 이 내가 폭력에 굴복하다니.’

굴욕에 괴츠는 의수를 만지작거리며 부르르 떨었다.

타악.

칼은 양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마틴과 괴츠에게 말했다.

“반나절 줄 테니, 잡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

“자, 잠깐. 저도 하는 겁니까?”

“불만 있어?”

“아, 아닙니다. 그깟 녀석 한 방에 잡으면 그만이죠.”

칼이 슬쩍 올려다보자 괴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마틴은 팔짱을 끼며 답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한데. 난동만 부릴 줄 아는 몬스터는 그다지 필요 없어.”

“누가 몬스터야! 이게 끝까지 기고만장해가지고! 그래, 누가 먼저 잡는지 한번 보자.”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말투에 괴츠가 버럭 소리치며 성큼성큼 발을 뗐다.

“갖다 오지.”

주어진 시간이 급박한 만큼 마틴 역시 짤막한 한마디를 뱉은 뒤, 집무실에서 빠져나갔다.

“…….”

잠시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칼과 단둘이 남은 디아나는 호흡을 갈무리한 뒤, 입을 열었다.

“칼리언트 님. 군자금은 사실 제가…….”

“됐어.”

“네?”

“이미 끝난 이야기고 누구를 탓할 생각도 없어. 오히려 지금은 마틴과 괴츠 녀석의 역량을 시험할 좋은 기회일 뿐이야.”

‘일부러 경쟁을 붙인 거구나.’

칼의 의도를 파악한 디아나는 조금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헤이젤이 오면 굶든 삶든 두들겨 패든 디아나 네가 스스로 정해.”

“네?”

당황한 디아나는 자연히 반문할 수밖에 없었고, 칼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보복은 확실히 해야 하지 않겠어?”

* * *

“으드득.”

포어트 지방의 영주, 라우벤은 오늘도 이를 갈며 분개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 지방에서 이제 전설처럼 자리 잡힌 헤이젤 때문이었다.

실체도 잡아낼 수 없는 이 녀석은 틈만 나면 간교하게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함정에 빠뜨리는 몹쓸 짓을 벌이고는 했는데.

녀석의 표적은 주로 호화로운 귀족들이었으며, 가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훔쳐 간 물건을 돌려주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아녀자들을 겁탈하려는 병사들을 피투성이로 만든 일도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병사들은 자신들을 팬 당사자의 얼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그 범인이 헤이젤이라고 특정한 것은 본인이 벽에 자신이 헤이젤이라는 문구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헤이젤이 무시하지 못할 무위의 소유자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 자식. 언젠가 잡히면 반드시 부숴버리겠어.”

헤이젤에 대한 앙심이 단단히 쌓인 라우벤은 언젠가 복수를 하리라 다짐하며 그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값진 물건을 파는 프로메스 상회 쪽으로 향했다.

“꺄아. 하지 마! 혼난다. 호호호”

“무겁잖아. 나도 남자니까 이 정도는 들 수 있어.”

그렇게 길을 걷던 중 라우벤의 눈에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며 길을 걸어가는 남매가 눈에 들어왔다.

여성은 마른 이불을 안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어린 소년이 그녀에게서 이불을 대신 들겠다며 투정을 부리는 중이었다.

여성을 향한 라우벤의 눈빛은 점차 음흉한 탐욕으로 물들어갔다.

“고트.”

“네.”

라우벤의 부름에 곁에 있던 집사가 앞으로 나섰다.

누구든 매료할 것 같은 호박색 눈동자가 유난히 매력적인 이 노인은 라우벤이 총애하는 집사 중 한 명이었다.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고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라우벤은 그에게 호위 중이던 병사 두 명을 딸려 보냈다.

잠시 후.

병사 두 명이 사람들의 눈길이 띄지 않는 골목으로 여인을 억지로 끌고 갔다.

“꺄아아악! 왜 그러세요!”

“우리 누나 놔줘!”

기껏 빨았던 이불이 다시 흙탕물에 젖어버렸고, 흥분한 남동생은 병사들의 허리춤을 붙들고 강제로 떨어뜨리려고 했으나.

퍼억!

“크헉!”

병사들은 냉혹하게 소년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얀!”

깜짝 놀란 소녀가 남동생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나, 병사들에게 팔이 잡혀 옴짝달싹 못 했다.

“이것 놔!”

그녀는 무척 분한 듯 눈물을 흘리며 병사들을 쳐다봤으나…….

“이게! 얌전히 따라오지 못해!!!”

그들은 오히려 역정을 내며 주먹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그때.

“얌전히 모셔.”

그들의 뒤에 있던 고트의 냉담한 명령에 병사들은 우물쭈물거리다 가까스로 팔을 내려놓았다.

“그게 아니지.”

저벅저벅.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파앙!

일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뭉개지며 허공에 파공성이 일어났다.

“쿨럭!”

이빨까지 깨져 얼굴이 완전히 박살이 난 그들은 다리를 벌벌 떠다 그대로 고꾸라지며 기절했다.

“……..”

소녀는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저벅저벅.

고트의 몸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의문스런 현상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헤이젤?”

* * *

한 건물의 옥상.

그곳에는 포어트의 영주, 라우벤의 집사 고트가 이마를 매만지며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했다.

“아아, 망했네.”

쫘악!

개탄과 동시에 그는 얼굴을 감싸고 있던 가죽을 뜯어버리며 본래의 얼굴을 드러냈다.

이십 대 정도 되어 보이는 곱상한 외모의 남자.

그는 이내 거슬렸던 백발의 가발을 벗어 던지고 흑발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그를 지칭하는 이름은 헤이젤.

원래 그는 영주의 곁에 있다 영주의 재산을 갈취하려고 했지만, 계획은 방금 전에 벌인 소행으로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계획에 있어서 군더더기는 없었다. 문제는 그가 꺼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시 화를 주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되겠군.”

그렇게 다시 계획을 고민할 때.

휘잉.

느닷없이 불어온 바람에 헤이젤은 스윽 주변을 살폈다.

양옆의 건물 옥상에는 언제 올라온 건지, 마틴과 괴츠가 서 있었다.

“흐흐흐, 제법 곱상한 외모를 갖췄네. 소매치기 나부랭이가.”

끼익!

괴츠는 왼손으로 의수의 손가락을 굽혀 주먹으로 만들었고, 마틴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죽 좋아하냐? 이참에 턱을 박살 내 평생 죽만 먹게 해줄게.”

‘이 녀석은?’

괴츠는 모르지만, 마틴은 분명 자신이 사기를 친 대상자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헤이젤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헤이젤은 마틴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같이 있던 소녀, 디아나를 속여 군자금을 탈취해내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시도를 하는 내내 마틴의 감이 워낙 날카로워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직전까지 마부의 흉내를 내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정체가 탄로 나고 말았다.

“흐음, 어떻게 알았지?”

헤이젤은 애써 여유로운 척 웃으며 발을 뺄 준비를 했고, 마틴은 퉁명스레 한마디를 내뱉었다.

“대상을 한정해놓으니까 그러지. 몇 년이나 여기에 거주한 이유를 생각하면, 한탕을 노리는 거고. 여기서 부유한 녀석은 영주 빼고는 없잖아. 헤이젤은 아마 그 주변에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지. 무엇보다 내가 봤던 마부랑 너의 체격이 정확히 일치하거든.”

“짐승이냐?!”

말도 안 되는 안목에 헤이젤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목구비는 완벽히 속이는 데 성공했거늘.

설마 자신의 체격을 정확히 기억하는 녀석이 있을 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틴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짐승은 네 눈앞에 있는 녀석이지.”

“눈앞?”

헤이젤이 의아한 표정으로 옆을 보는 순간.

쇄액!

언제 난입한 건지, 괴츠가 헤이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으랏차차!”

콰아아앙!

괴상한 비명과 함께 의수로 내려친 옥상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당황한 헤이젤은 즉각 괴츠의 다리를 걸어 균형을 무너뜨렸다.

“헤엥! 어림없지!”

콰앙!

괴츠는 주춤했으나, 곧장 균형을 잡으며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옥상 지면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쪼개졌다.

씨익!

괴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으나.

“잘 가.”

“뭐?”

헤이젤의 의미심장한 한마디와 함께…….

쩌저적!

콰아앙!

“으아악!”

괴츠는 그대로 박살 난 바닥 틈새로 빠져버렸다.

한순간의 기지로 괴츠를 따돌린 헤이젤은 곧장 발을 박차 옥상과 옥상을 뛰어넘으며 도주를 꾀했다.

“나는 어떻게 따돌릴 생각일까?”

언제 다가온 건지, 마틴이 곧장 눈앞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스팟!

헤이젤은 당황하는 대신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마틴과 공방을 펼치기 위해 주먹을 내질렀다.

보통 사람은 식별할 수조차 없는 빠르기를 가진 주먹.

하지만 헤이젤의 주먹은 마틴이 휘두른 주먹에 가로막혔다.

“뭐?!”

헤이젤은 멋대로 자신의 기술을 카피해버리는 마틴을 보며 경악한 나머지 턱을 떨어뜨렸고.

파앙!

마틴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헤이젤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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