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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마왕은 갱생이 어렵다-142화 (142/197)

제142화

화르르륵.

화기애애했던 마틴의 진영은 새빨간 불길에 휩싸여 타들어 가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물을 퍼와!”

화제를 진압하기 위해서 마틴의 부하들은 피투성이 몸을 이끌고 분주하게 길어온 물을 집에 쏟고 있었다.

“흐아아앙!”

갑작스런 기습에 크게 놀란 아이들은 울고 불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급하게 달려온 마틴은 엉망진창이 된 풍경에 분노하며 소리쳤다.

“대, 대장. 죄송합니다. 갑자기 오르카 녀석들이 습격하는 바람에…….”

면목이 없는지 부하는 고개를 수그렸다.

“이 새끼들이!”

마틴이 이를 갈며 분개할 때.

콰앙!

칼은 불에 타면서 무너진 잔해더미를 발로 걷어차서 거기에 묻힌 제이크를 찾아냈다.

제이크의 품에는 숯검정이 잔뜩 묻어있는 아이 두 명이 있었다.

“쿨럭, 쿨럭!”

그을린 연기를 많이 마셨는지, 제이크는 눈물을 쏟으며 기침까지 하고 있었지만.

칼은 무심한 표정으로 상황을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쿨럭. 오르카라는 단체에서 습격을 해왔습니다. 대뜸 불부터 지피더니 팡고를 데려갔습니다. 찾고 싶으면 쟁탈전을 벌이자고 했습니다.”

빠직!

속셈은 모르지만, 단단히 화가 뻗쳤던 마틴은 주먹을 연신 쥐었다 폈다.

칼은 그의 감정에 전혀 개의치 않고 제이크에게 물었다.

“몸 상태는?”

“물만 마시면 나을 것 같습니다. 일찍 구해주셔서 특별히 화상은 없습니다.”

“아, 그래?”

상황을 모두 파악한 칼은 잠시 오른쪽 발을 크게 들어 올리더니…….

콰앙!

지반이 요동칠 정도로 강하게 짓밟았다.

그 영향으로 대지는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칼을 중심으로 마을 전체에 서킷이 퍼져나갔다.

“?!”

그 박력에 놀란 마틴과 그 부하들,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칼에게 주목됐고.

칼은 품에서 꺼낸 마법스크롤을 꺼내 쫘악 소리를 내며 찢었다.

스크롤에 저장된 마법, 블리자드 스트링이 서킷을 타고 퍼져나갔다.

쩌저저저적!

불길은 냉기와 만나 그대로 사그라들었고, 마을에는 자욱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

믿기지 않는 사태에 일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칼은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시며 싸늘한 어조로 주변의 남자들에게 말했다.

“허둥대지 마라. 굼벵이들아.”

오싹!

그 강렬한 패기에 마틴의 부하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꼿꼿이 세웠다.

칼은 그 상태로 남자들에게 지시했다.

“너는 다섯 명정도 데리고 남은 잔불을 마저 진압하고 너는 아이들을 구조한 다음 당장 숙소 문제부터 해결해.”

“네, 넵!”

“……너희들.”

자연스럽게 지휘통제권을 빼앗긴 마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지만.

칼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제이크를 쳐다봤다.

“제이크 윌로우!”

“네!”

제이크는 등을 꼿꼿이 세우며 칼에게 경례했고, 칼은 대수롭지 않게 지시를 내렸다.

“아이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라. 그다음에 2차 습격에 대비해 방어태세를 갖춰놔.”

“알겠습니다.”

제이크는 즉각 발을 굴려 주변의 사람들을 독려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 뭐 하는 놈이야?”

순식간에 재난을 정리하는 그 모습에 마틴은 동공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칼리언트 슈타크. 그게 내 이름이다. 지금부터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칼의 질문에 마틴은 황당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왜 우리 쪽 일인데, 네가 책임자인 것처럼 말하는 거야!”

“그럴 각오로 말하는 거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답에 마틴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말싸움을 할 시간도 없었기에 그는 가까스로 화를 삭이며 칼의 질문에 답했다.

“당연히 팡고를 구하러 갈 거야. 가족이니까.”

스스로 내뱉는 그 발언에 면목이 없는지 마틴은 고개를 수그렸다.

타닥, 타닥, 타닥.

지면에는 아직까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목각 인형이 놓여 있었다.

마틴은 불길을 걷어낸 뒤, 그 인형을 집어 올렸다.

검게 그을렸음에도 불구하고 인형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뵈제하워. 여긴 할아버지가 날 주웠을 때부터 줄곧 길러준 곳이야. 가족들이 지내는 곳이니까 잘 보살펴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여기 남아있는 거지. 아까 네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될까?”

“그걸 왜 나한테 묻지?”

칼은 팔짱을 끼며 마틴을 쳐다봤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볼 때, 버려진 사람들끼리 똘똘 뭉친 걸 가족이냐며 치부하잖아. 가끔 지금 같은 생각이 들어. 그게 가족이 맞을까? 하고.”

자책하는 듯한 마틴의 모습에 칼은…….

“하찮기는.”

단 한마디로 그의 고민을 폄하했다.

“지금 하찮은 감상에 젖을 땐가? 마틴 뵈제하워. 그딴 건, 언어 따위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그 말에 마틴은 저도 모르게 칼을 응시했고, 칼은 그대로 발을 옮기며 걸었다.

“계속 꾸물거리던지. 난 팡고를 구하러 간다.”

울컥!

“내 가족이야!”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 모습에 자신이 바보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마틴은 그대로 칼의 등을 쫓았다.

* * *

오르카의 아지트.

“으음.”

인정사정없는 구타로 인해 의식을 잃었던 팡고는 가까스로 눈을 떠서 주변을 살폈다.

현재 그녀는 수갑에 양손이 구속당해 있었는데.

건물 내부 중앙 계단에서는 곱상한 외모를 갖춘 남성이 피식 웃고 있었다.

“……콜챠크.”

“호오, 그 나이에 날 알아보다니. 정말 대견하구나.”

콜챠크는 자신을 한눈에 알아본 팡고를 보며 빙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주변에는 콜챠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엄연히 오르카의 아지트.

콜챠크의 옆에는 오르카의 수장인 클레이브가 있었고, 다수의 조직원들이 콜챠크를 보필하 듯 서 있었다.

“우리한테 무슨 엄한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말하지 말아 줄래. 구린내가 여기까지 풍기니까.”

콜챠크가 손수건으로 코를 감싸며 혐오스런 표정을 짓자…….

빠득!

오기가 생긴 팡고가 힘껏 소리쳤다.

“그럴 거면 애초에 이 슬럼가에서 오지 말았어야지. 이 멍청한 변태 공자 같으니라고.”

퍼억! 퍼억!

“쿨럭!”

독설에 대한 대가는 참혹했다.

오르카의 조직원들은 가차 없이 주먹으로 팡고의 배와 얼굴 등을 가격했다.

여린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팡고는 살집이 터지고 입 밖으로 토혈을 했다.

“하하하하, 그 꼴 아주 가관인데.”

숨조차 쉬기 어려워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지, 콜챠크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이 자식. 가학적인 행위에 성욕을 느낀다고 소문으로 무성히 듣기는 했는데, 진짠가 보네.’

클레이브는 콜챠크를 보더니 쯧쯧 혀를 차며 부하들에게 명했다.

“그만 때려. 이러다가 마틴이 오기 전에 죽겠다.”

“아차차, 그랬지.”

여기 온 가장 중요한 목적을 잠시 망각했던 콜챠크는 기이한 감탄사를 토해냈다.

“하아, 하아, 하아.”

팡고는 숨을 헐떡이며 반쯤 눈을 뜬 상태로 생각했다.

‘마틴 오지 마. 이 자식들 완전히 미쳤어.’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처참하게 박살 났다.

콰앙!

왜냐하면 곧장 현관문이 부서지며 마틴과 칼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꼬리를 달고 왔네.”

콜챠크는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칼을 쳐다봤다.

“팡고를 내놔.”

마틴은 분기탱천한 마음을 가까스로 다스리며 콜챠크를 쳐다봤다.

“푸훗! 그렇게 노려보니까 더 가지고 싶네. 쟁탈전을 제안하지. 만약 여기서 내가 이기면, 넌 내 부하가 되는 거다. 내가 지면 꼬맹이를 풀어주지.”

“해보던지.”

드르륵.

마틴이 승낙하기 무섭게 콜챠크는 손에 들고 있던 병을 마틴의 발까지 굴렸다.

“……이건.”

마틴은 병에 담긴 용액에 꺼림칙한 기운을 느끼며 눈매를 좁혔고.

콜챠크는 양손 깍지 끼며 약병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독약이야. 물론 죽이는 약은 아니고 일정 시간 동안 마나의 움직임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 네가 너무 강하니까 수준을 좀 낮춰야겠어.”

“흐음.”

칼은 마음에 안 드는지, 눈에서 살기를 발산했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

마틴은 병을 집어 들어 뚜껑을 개봉한 뒤, 그대로 용액을 들이켰다.

피식.

콜챠크는 만족스런 웃음을 띠며 클레이브를 쳐다봤다.

“데이빗.”

쿵.

클레이브가 고개를 돌린 곳에서 2미터 정도의 거한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중후한 그 기세에 팡고는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클레이브는 한쪽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오르카의 전투 대장, 데이빗이다.”

“피라미 조직 전투 대장이 뭔 대수라는 거지?”

“싸워보면 알 거다.”

클레이브의 한마디와 함께…….

“으아아아아앗!”

데이빗이 기합을 터뜨리며 들소처럼 전속력으로 마틴에게 돌진해왔다.

움찔!

벌써부터 약효가 도는지, 마틴은 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대신 양팔을 교차해 가드를 취했다.

콰아아앙!

데이빗이 마틴의 몸을 강하게 밀쳐냈다.

‘힘이랑 스피드가 차원이 달라.’

도저히 골목에서 보던 도전자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오히려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다가왔던 정체불명의 무리와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서 끝나면 섭섭하지.”

약효로 인해 마틴이 고전을 겪자, 데이빗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팔꿈치로 마틴의 등을 강하게 찍었고, 이어서 무릎으로 마틴의 복부를 찍었다.

“쿠학!”

심각한 격통에 마틴은 피를 토해냈다.

“마틴!”

팡고는 눈물을 쏟으며 그런 마틴에게 소리쳤지만.

퍼억! 퍼억!

데이빗을 마틴을 비웃으며 전신을 주먹으로 연신 강타했다.

“크흐흐흐흐, 좀 두들겨 맞았으니까 이제 정신 좀 차리겠지.”

반면, 그런 마틴을 쳐다보며 칼은 냉정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게 다야?”

마치 그게 너의 한계냐며 묻는 듯한 그 눈빛에…….

콰직!

마틴의 전신에서 담청색의 기운이 발산되며 그의 주먹이 데이빗에게 꽂혔다.

“쿠헉!”

코뼈가 일그러지며 데이빗은 볼품없이 날아갔다.

“……에클라 세트였어.”

반짝이는 성운과 같은 그 기운을 보며 콜챠크는 말했다.

“다음을 내보내.”

저벅저벅.

또 한 명의 전투원이 마틴의 앞에 섰다.

“뭐 하는 짓이야! 이건 억지야!!!”

분노한 팡고가 소리를 내지르자, 콜챠크는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챔피언이잖아. 나는 여기 있는 패가 모조리 소진될 때까지 도전하면 그만이고. 안 그래? 챔피언? 하하하하.”

콜챠크가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허억, 허억.”

마틴은 체내의 약효를 버티기 어려웠는지 눈을 반쯤 뜨며 자세를 약간 낮추고 있었다.

“이익! 너 같은 건, 차남한테 자리 뺏겨서 한 번 망해 봐야 돼.”

분노한 팡고가 내지른 말에…….

“반쯤 죽여 놔.”

콜챠크는 곧장 싸늘한 눈으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오르카의 조직원들이 주먹을 올릴 때, 칼의 발이 남자의 등에 작렬했다.

콰앙!

“크하아아악!”

그 엄청난 힘에 날아간 부하들은 그대로 벽에 충돌했고.

“…….”

모두의 시선이 한데 쏠린 가운데, 칼은 나지막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좋지. 쟁탈전. 나도 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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