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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마왕은 갱생이 어렵다-121화 (121/197)

제121화

내지른 주먹은 거대한 산맥의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만큼 웅장하고 과격했다.

그 일격을 에릭 듀란트는 신묘한 창술로 맞받아쳤다.

콰앙!

바닥이 무너질 것만 같은 충격에 굉음이 브로켄 마운틴 곳곳으로 메아리쳤다.

“허억, 허억.”

가까스로 직격타는 면한 에릭이었으나…….

끼기기기깃!

아인벨레는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각도로 휘며 기이한 소리를 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위력을 몸소 감당한 에릭의 팔다리는 후들후들 떨려왔다.

게어트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꿇었던 한쪽 무릎을 펴 에릭을 발로 걷어찼다.

콰앙!

오른팔의 건틀렛이 부서지며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힌 에릭은 빠득 이를 갈았다.

‘미친 완전 괴물이잖아.’

뼈에 금이 갔는지 엄청난 고통이 에릭의 전신을 파고들었다.

후우웅!

게어트너는 그 덩치에 맞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에릭의 숨통을 완전히 끊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마, 말도 안 돼!”

쇄액!

일순간이지만 에릭은 휘둘러지는 주먹에서 터져 나오는 풍압에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죽을까 보냐!!”

아랫입술을 아작 깨문 에릭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게어트너의 주먹을 회피한 뒤, 팔에 창날을 꽂아 넣었다.

우웅!

창날에 흘러나온 새파란 오러는 게어트너의 피부를 완전히 꿰뚫지 못했지만.

키에에에엑!

일부가 박힌 것만으로도 커다란 고통을 느낀 듯 게어트너는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악!”

에릭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게어트너의 팔에 커다란 빗금을 그렸다.

사아아아아악!

새빨간 혈흔이 게어트너의 팔에 길쭉하게 이어졌고.

퍼억!

게어트너는 무척 빠른 속도로 아인벨레의 창날을 쳐낸 뒤, 에릭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

에릭의 등이 암석에 처박혔다.

“쿨럭!”

그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각혈했다.

-타라! 타라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은 죽인다!!

쿵쾅! 쿵쾅!

게어트너는 입가에 침을 게걸스럽게 흘리며 돌진했다.

등 뒤로는 주변에 널브러진 병사의 피를 흡수해 크기를 키운 타라가 흉흉한 붉은 눈동자로 에릭을 지켜보고 있었다.

‘타라의 눈동자로 날 본 거였어.’

뒤늦게 눈이없는 게어트너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지 깨달은 에릭은 손발을 파르르 떨었다.

어떻게든 게어트너의 돌진을 저지하고 싶었으나, 부상을 입은 몸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쇄애애애액!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수십 발의 빛줄기가 무수히 많은 타라의 눈동자를 동시에 꿰뚫었다.

파앙!

순식간에 시야를 잃은 게어트너는 뒤뚱거렸고.

절벽 부근에서 뛰어내린 칼은 붉은 오러를 두른 검으로 게어트너의 목을 내려쳤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칼의 오러에도 녀석의 몸에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칼의 우악스런 힘을 버티지 못했는지, 게어트너는 2미터 남짓 날아가 비탈길을 굴렀다.

쇄애애애액!

하지만 녀석은 곧장 발끝에 힘을 줘 멈춰 섰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에릭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칼에게 말했다.

“……힘으로 휘두르는 거냐?”

“아니. 베려고 휘두른 건데.”

진심으로 안타까웠는지 칼은 쯧 혀를 차며 비어벨을 잠시 땅에 꽂고 양쪽 손목을 풀어주었다.

“방심하지 마. 녀석은 아직 건재해.”

크르르르르.

에릭의 충고가 맞다는 것을 몸소 보이려는 걸까?

타라의 줄기를 몸에 두른 게어트너는 칼을 향해 걸어오며 중얼거렸다.

[타라가 자라는 걸 방해하는 녀석은 죽인다.]

“그러냐? 난 그냥 너 죽일 건데?”

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만하게 턱을 추켜세웠다.

피식.

그런 칼의 태도에 에릭은 안도가 된 건지, 곧장 칼의 옆에 섰다.

“방금 전 일격은 그 엘프도 함께 있는 건가?”

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 근방에 있어. 녀석이 원호해주지 않으면 저걸 상대하는 건 꽤 어려울 테니까.”

칼의 말에 에릭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는 게어트너의 눈 역할을 대신해준다.

게어트너는 타라에게 양분을 제공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주변의 생명을 학살한다.

실로 끔찍한 공생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멀찍이서 게어트너를 관찰하고 있는 베르데가 타라의 위치를 포착하는 족족 화살로 쏘아버린다는 것이다.

하나, 놀라운 것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크르르르르.]

게어트너는 더 이상 칼과 에릭에게 별반 흥미를 못 느꼈는지…….

스팟!

곧장 마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속도에 칼과 에릭은 경악했다.

“말보다 더 빠른 속도잖아! 어떻게 저 덩치에 저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야?”

“괜히 전설 속에 나오는 마물은 아니겠지. 쿠라빌!”

위급한 가운데 칼은 쿠라빌을 불렀다.

화르륵!

푸른 불꽃과 함께 영체화하고 있던 쿠라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에릭도 곧장 엄지와 검지를 입에 물어 휘파람을 불었고, 그 소리에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릭의 회색 말이 달려왔다.

“쫓는다.”

두 사람은 곧장 자신의 말을 타고 게어트너를 뒤쫓기 시작했다.

* * *

[타라, 타라!!!]

타라를 피우기 위해서는 발에 치이는 모든 생명을 학살해야 된다.

[잘하고 있어. 좀 더, 좀 더!]

게어트너의 몸을 감싼 타라의 줄기는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이며 게어트너에게 돌진을 강요했다.

그 결과.

콰아아아앙!

게이트너는 목재로 만든 진지를 단숨에 박살내며 안으로 침입했다.

“크아아아악!”

그 돌진에 말려든 병사들은 사지가 부러지거나,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했다.

시체가 널브러진 땅에서는 어김없이 타라가 솟아나며 피와 생명을 흡수했다.

단숨에 병력을 전멸시킨 게어트너는 다시 발을 박차 산 밑으로 향했다.

두그닥, 두그닥!

때마침 게어트너의 양옆에 나란히 추격하던 칼은 비어벨을 휘둘렀고 에릭도 아인벨레로 그 복부를 내찔렀다.

카앙!

게어트너는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생채기와 함께 몸이 뒤뚱 흔들렸다.

그러나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칼과 데제스는 말의 기동력을 한껏 살려 게어트너를 따라붙으며 집요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기마술에 웬만큼 자신이 없다면 절대로 펼치지 못하는 연계였다.

하지만 그보다 게어트너를 짜증나게 만드는 건 바로 몸에 두르고 있는 타라의 눈동자만을 집요하게 노리는 화살이었다.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 타라가 계속 눈을 깜빡임으로 인해 시야가 흔들렸다.

결국 게어트너는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붙이는 세 사람으로 인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었다.

[크아아아아아!]

결국 분노가 극에 다다른 게어트너는 손을 뻗어 칼의 몸을 붙잡았다.

“크윽!”

“칼리언트!!!”

당황한 에릭이 재빨리 게어트너의 팔을 노렸다.

카앙!

오러가 실린 창격에도 게어트너의 피부는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어트너는 붙잡은 칼을 인정사정없이 지면에 내동댕이쳐버렸다.

그 일격으로 주변 일대에서는 엄청난 양의 흙먼지가 일렁거렸고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니 베르데도 자연히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칼리언트!!!”

걱정스런 마음에 에릭이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콰앙!

칼은 곧장 구덩이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분노를 표출했다.

“……죽인다. 버러지가 감히!”

온몸이 완전히 피철갑 된 칼은 심홍색 눈으로 게어트너를 노려보았다.

오싹!

게어트너의 몸에 있던 타라의 눈동자는 그 눈빛에 당혹해 눈을 부릅떴고, 동시에 게어트너 역시 몸이 경직돼버렸다.

‘설마 저 괴물이 칼리언트한테!’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에릭이 동공을 휘둥그레 떴다.

바로 그 순간.

스스스. 타악!

언제 이동을 한 건지, 베르데는 게어트너의 어깨 위로 깃털처럼 사뿐히 착지했다.

‘이 녀석은 또 언제?!’

그 모습을 보던 에릭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기척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베르데의 속도와 시위를 당긴 화살 끝으로 모이는 강렬한 오러의 소용돌이 때문이었다.

“이거는 먹히려나.”

베르데는 차가운 표정으로 시위를 놓았고.

콰아아아앙!

화살에 적중당한 게어트너의 얼굴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베르데는 자리를 힘껏 박차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근접전에서도 이렇게 강하다고?!’

에릭은 믿기지 않는지, 자신의 옆에 착지한 베르데를 곁눈질로 쳐다봤다.

하지만 베르데는 이내 의기양양한 표정을 대신 곤혹스러워 하는 얼굴로 이맛살을 좁혔다.

“……저건 어떻게 된 생물이지?”

“뭐?”

반문하기 무섭게…….

[타라를 방해하는 녀석들은 모조리 죽인다!!]

머리의 반이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게어트너는 양팔을 벌리며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혼신의 힘을 다해야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거군.”

베르데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살아있다는 것에 에릭은 혀를 내두르면서 창을 고쳐 쥐었다.

하지만 게어트너는 말과는 달리 곧장 마을을 향해 다시 한번 하산을 강행했다.

마지막 진지까지 완전히 박살난 상황이라 이대로 가다가는 마을의 사람들이 위험했다.

“젠장! 관심도 없는 건가.”

에릭은 다시 자신의 말에 올라타며 게어트너를 추격하려고 했다.

가장 상처를 크게 입은 칼은 조금 지쳤는지, 몸을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베르데는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쉬지 그래?”

“닥쳐.”

칼은 힘겹게 쿠라빌의 등에 올라탔고, 베르데는 한숨을 쉬며 앞에 탄 다음 고삐를 쥐었다.

“쫓아가는 동안, 기력을 회복하고 있어. 아무래도 셋이서 저 녀석을 상대해야 될 것 같으니까.”

그의 말에 칼은 보기 드물게 고집을 꺾으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나 혼자 죽일 테니까 나서지 마.”

단순히 허세가 아닌 건지, 칼의 눈동자 속에서는 심홍색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 * *

카앙! 카앙! 카앙!

요란한 격전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더욱 커져갔다.

반면 마을 곳곳은 병사가 배치돼 있지만 아직까지 평화로웠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평상시와 달리 활력을 잃고 고요하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어디까지나 불길의 전조 중 하나였다. 그 고요를 깨뜨린 것은 비탈길을 타고 내달리다가 허공으로 높게 도약한 검은 점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높게 뛰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

“뭐, 뭐야? 저건!”

하지만 추락하면서 점점 거리가 좁혀지며 점점 커졌고, 그걸 본 사람들의 표정은 절망에 차올랐다.

콰아아아앙!

마을 한가운데, 광장을 부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크아아아아앙!]

온몸에 타라를 치렁치렁 감은 4미터의 거인, 게어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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