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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마왕은 갱생이 어렵다-40화 (40/197)

#제40화

막대한 부를 쟁취할 수 있는 곳.

외부에서의 악명이 오히려 명성이 되는 결투의 무대, 파놉티콘.

챔피언이란 위치에 집착하던 검투사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저 녀석.”

“지금 몇 미터나 뛰어오른 거야?”

“아까 헤라우스를 자살시킨 놈 아니야?”

“아니, 그보다 어떤 미친놈이 노빌레 레오네랑 잭이 있는 곳에 뛰어들어.”

경악과 감탄 그리고 공포까지.

검투사들은 서로 다른 눈빛으로 칼을 쳐다보았다.

칼은 심홍색 눈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안 나오면, 너희들은 모두 기권으로 간주하겠다.”

“…….”

대범하게 나오는 칼의 기세에 검투사들은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없는 것 같으니, 너희들은 전부 기권 패다. 이의 있나?”

칼은 깨진 유리창 너머로 자신을 보고 있는 마미안트 후작 부인을 쳐다봤다.

아직까지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마미안트 후작 부인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호, 좋아요. 만약 잭을 이긴다면 당신이 이 파놉티콘의 챔피언이에요.”

후작 부인의 선포가 떨어지자…….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은 다시금 환호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그 환호에 맞춰 잭이 육중한 몸을 일으키며 괴성을 토해냈다.

잭은 철가면 속에서 붉은 안광을 내비치고 있었는데.

스팟!

칼을 적으로 인식한 순간, 그는 기민한 속도로 도끼질을 가해왔다.

‘빨라?!’

물론 칼 역시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글라디우스를 빼들었다.

두 사람의 병기가 교차했다.

키기기깃!

카앙!

정면으로 응수했다가는 글라디우스의 칼날이 부러지기에 검을 비스듬하게 세워 궤도를 틀어버리자, 마찰열로 인해 생겨난 불꽃이 기다란 선을 그렸다.

카카카카카캉!!!

이윽고 두 남자 사이에서 말 그대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카앙! 카앙!

‘완력이나 속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력도 만만치 않아.’

스스스스.

여기서 마력을 더 사용하여 압도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지만.

그랬다가는 부작용으로 분명 신체 중 어딘가가 망가질 게 분명했다. 그 말은 즉, 잭은 칼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대라는 것을 의미했다.

‘순수하게 검술 실력만으로 이겨야 한다는 건가.’

콰앙!

칼이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린 순간, 잭의 일격이 칼을 향해 날아들었다.

카앙!

받아친 칼의 몸은 허공에 붕 뜨며 뒤로 1미터쯤 날아갔지만.

휘리리릭!

허공에서 그대로 몸을 뒤집어 착지한 뒤, 곧장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 잭과 맞붙었다.

카앙!

다시 한번 참격이 충돌했다.

그 순간 도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팔의 힘줄이 터져 나갔지만.

스윽! 스윽!

칼의 공격 역시 잭의 허벅지나 대퇴부, 팔 등에 생채기를 입혔다.

보통의 상대라면, 아픔을 느껴서 표정이 변화할 법도 했지만.

“크아아아앙!”

잭은 고통을 느끼긴커녕 오히려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후우웅!

손목의 스냅으로 도끼를 휘둘러 괴이한 궤도로 날아드는 칼의 검을 막아낸 다음, 역수자로 도끼를 쥐어 밑에서 위의 방향으로 쳐올렸다.

“?!”

깜짝 놀란 칼은 왼손을 검신에 갖다 댄 뒤, 충격을 대비했다.

카아아아앙!

가까스로 검이 부서지는 것은 방지했지만.

칼의 양팔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상처가 터졌다.

‘성가시군.’

칼은 약해빠진 자신의 육신이 여전히 아쉬웠지만.

마냥, 육신의 한계만을 탓하고 있진 않았다.

스윽.

문제가 있는 것은 잭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앙!!!”

괴성을 토해내며 잭이 돌진하자 경기장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그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마치 오우거 계열의 몬스터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잭은 오우거에 준하는 완력마저 갖추고 있다.

‘뭔가 섞였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칼은 약물이나 혹은 다른 뭔가가 잭의 완력을 폭주시키는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잭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는 아마 마미안트 후작 부인이 분명했다.

싱긋.

아까까지는 칼로 인해 당황한 듯 보였지만, 여유를 찾고 입꼬리가 올라간 그녀에게서는 무언의 음모가 느껴졌다.

“아아, 가련한 생물이었구나. 네놈.”

칼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잭을 쳐다봤다.

쿵쿵! 쿵쿵!

경기장에 지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그는 어김없이 괴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후우웅.

어느새 도끼의 날에는 오러가 흐릿하게 맺혀 있었다.

지금 칼의 경지로는 아직 오러를 사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게 분명하지만.

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쇄액!

왜냐하면 이미 칼의 검은 잭의 몸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잭의 뒤에 도달한 칼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희열에 찬 미소를 지었다.

‘힘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쓰라는 게 이런 의미였군, 맥캘리.’

동시에 잭의 가슴에 사선으로 길쭉한 혈선이 그려지더니…….

파앗!

푸우우우웃!

엄청난 양의 피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악!!!”

지금까지 부상을 무시하고 들이닥쳤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잭은 무릎을 꿇으며 절규했다.

푸욱!

칼은 지체 없이 글라디우스를 들어 잭의 심장을 관통했다.

정확하게 심장이 찔린 잭은 고통이 잦아들었는지, 천천히 바닥에 손을 떨어뜨렸다.

“최고의 상대였다. 경의를 표하마. 잭.”

그리고 무덤덤하게 자신을 인정해주는 칼의 말에…….

“흐흐흐흐.”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바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관중과 검투사들은 일제히 넋을 잃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잭이 완벽히 칼을 몰아붙였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칼의 압승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칼과 잭의 모습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벅저벅.

칼은 이윽고 노빌레 레오네에게 걸음을 향했다.

이번에는 사자인 건가?

많은 이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지만, 칼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노빌레 레오네에게 말을 건넸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 죽는 거냐?]

살릴 수 없다.

이미 노빌레 레오네의 생명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눈에 담긴 투쟁의 불꽃은 사그라지기는커녕, 더 커졌다.

[아아, 그래도 마지막 남은 생명은 모두 불태우겠어. 뒤를 부탁하지.]

“마음대로 해.”

스팟!

크아아아아앙!

대화를 마친 노빌레 레오네는 경기장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포효하더니 그대로 도약했다.

“꺄아아아아악!”

“이, 이건 뭐야?!”

관람석으로 갑자기 난입한 노빌레 레오네로 인해 관중들은 당황하여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스팟!

노빌레 레오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유리창마저 완전히 깨뜨리며 마미안트 후작 부인이 있는 곳에 침입했다.

쨍그랑!

“?!”

후작 부인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크아아앙!

노빌레 레오네는 그대로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크르르릉!

커엉! 커엉!

그녀를 지키던 도베르만들이 일제히 노빌레 레오네에게 자신의 이빨을 박아 넣었다.

숫자만 해도 무려 수십 마리.

콰앙! 콰앙!

노빌레 레오네는 가장 거슬리는 몇 마리의 머리통을 통째로 부수며 마미안트 후작 부인에게 다가왔다.

“머, 멈춰!”

호위 병력들은 창을 내밀어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콰직!

“크아아아악!”

오히려 노빌레 레오네의 발톱에 우악스럽게 살점이 뜯겨 나가는 참사를 겪어야만 했다.

거침없는 질주, 생명을 불사르며 자신을 향해 이빨을 꽂아 넣으려는 그 모습에 후작 부인은 전율이 일어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파르르르르.

그러다 그녀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오, 오지 마!!!”

얼굴이 완전히 공포로 젖어 든 후작 부인의 눈가에는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크르르르.

바로 그 순간.

불과 30센티미터를 남긴 시점에서 노빌레 레오네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아직까지 상황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실눈을 떴다.

“히익!”

눈앞에는 부릅뜬 노빌레 레오네의 살벌한 눈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용기를 내 그 모습을 관찰한 후작 부인은 그 눈에 초점이 없다는 것을 가까스로 알아냈다.

“……죽었어.”

그녀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노빌레 레오네를 쳐다봤다.

“하하하, 아주 꼴이 가관이네. 마미안트.”

바로 그때였다. 어느새 올라온 칼이 보기 드물게 웃음을 터뜨리며 후작 부인에게 비아냥거렸다.

“당신이 꾸민 짓인가요?!”

흥분한 후작 부인이 칼을 홱 쏘아보자, 칼은 어깨를 으쓱였다.

“너의 과오가 만든 결과겠지. 나랑 상관없어.”

“…….”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후작 부인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무언가를 떠올렸다.

“너를 죽이지 못한 건, 이 녀석에게 있어 너무나 큰 한이었겠군.”

스윽.

칼은 손을 들어 노빌레 레오네의 눈을 감겨주었다.

“짐승에게 동정을 표하는 건가요? 칼리언트 슈타크!!”

후작 부인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칼을 쏘아봤다.

“딱히. 그래도 이 녀석의 시체는 내가 가져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거침없는 통보에 후작 부인은 분노를 곱씹었다.

물론 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까지 굳어 있는 슈미트에게 말했다.

“실러캔스!”

“누가 실러캔스야! 왜 불렀어!”

슈미트는 씩씩거리며 칼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칼은 대뜸 그의 목에 걸려있는 구속구를 손으로 잡더니…….

빠직!

그대로 손으로 우그러뜨려서 끊어버렸다.

“?!”

슈미트와 마미안트 후작 부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칼의 행동을 지켜봤다.

“약속대로 우승 상품은 일단 이 녀석 한 명.”

빠득!

점차 분이 치솟았는지, 그녀는 결국 한마디를 내뱉었다.

“보검보다 그런 결함품을 선택하겠다는 건가요?”

“결함품이라면 하나 더 주면 돼. 약속은 잊지 않았지? 두 개를 내주기로 한 것을…….”

“뭘 요구할 셈이죠?”

그녀는 여유를 잃고 칼에게 눈총을 주었으나 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노빌레 레오네의 새끼도 우승 상품으로 선택하겠어.”

“그걸 어떻게?!”

후작 부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휘둥그레 눈을 떴다.

노빌레 레오네의 새끼를 입수한 것은 엄청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그, 그건…….”

“가지고 와.”

칼이 싸늘한 눈빛으로 엄포를 놓자, 후작 부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등을 이마에 얹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파놉티콘의 운영자로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 했다.

“가서 가지고 와.”

“하, 하지만 그건…….”

“그에게는 내가 말해놓을 테니까. 얼른!”

더 이상 신경을 건드리지 말라는 듯이 후작 부인이 살벌하게 눈을 치켜떴다.

히끅!

“데, 데리고 오겠습니다.”

잠시 후.

남자는 노빌레 레오네의 새끼를 데리고 왔다.

털 색깔이 짙은 흑색이었는데, 아장아장 기던 녀석은 잠을 자는 것처럼 누워있는 아빠를 알아보고는 달려와 재롱을 부렸다.

“…….”

하지만 노빌레 레오네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 사실에 노빌레 레오네 새끼가 고개를 갸웃할 때, 슈미트는 복잡한 심경으로 새끼를 품에 안았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칼은 육중한 노빌레 레오네를 한쪽 어깨에 걸치며 걸음을 옮겼다.

꽈악!

분을 참을 수 없었던 후작 부인은 결국 소리를 쳤다.

“어째서 진귀한 명검을 놔두고 그런 것들을 선택하는 거죠?! 누가 봐도 더 가치가 있는 건 레밍호프의 검이에요!!!”

스윽.

발을 멈춘 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네 눈이 틀린 거겠지.”

“…….”

그러곤 미련 없이 발길을 옮겼다.

꽈악!

분개한 마미안트 후작부인은 부채를 으스러질 듯 쥐며 중얼거렸다.

“오늘의 수모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칼리언트 슈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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