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화
26장 4화 앙갚음
반면 일부 지방 귀족들은 혁명군과 협상을 할 정도로 온건한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자들은 혁명군 입장에서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포섭 대상자가 되었다.
“백작님께서는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은 분이십니다. 그러하니 혁명에 가담하시지요.”
혁명군 간부들의 설득을 들은 백작은 한참을 고민하였다. 그는 세금이 폭증하며 다른 지방 귀족들이 이득을 얻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정직하게 물가를 관리하였다.
한참을 고민한 백작은 마지못하여 혁명군 간부를 바라보면서 말하였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내가 뭔 의미가 있다고. 그냥 혁명을 진행하시구려.”
“그럴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차르의 온전한 뜻을 러시아에 퍼트리기 위해 근왕의 의미를 담은 혁명을 거행한 것입니다.”
“입에 침도 칠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군. 어디서 차르를 위한다는 말인가?”
혁명군 간부는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뒤틀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혁명군의 본질은 지배체제를 무너트리고 차르의 목숨만 유지한 채 살려두는 것에 불과하였다.
부패한 귀족만 제거하면 끝날 일에 굳이 제대로 된 귀족을 포섭할 이유가 없다. 이 단 한 가지 사실만 가지고 혁명군의 본질을 파악한 백작에게 또 다른 설득이 시작되었다.
“진실을 바로 보셨군요. 이제 러시아 제국에 귀족은 없으며 자본가가 독점하는 생산수단은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이들이 해방되는 자리이지요.”
“그 자리에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올바른 지도자 중 한 명이 될 자질이 충분히 있지 않습니까?”
백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있다가 혁명이 성공하면 자신은 백작 지위도 상실하고 그저 부자로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혁명이 실패해도 답이 없다. 높으신 나리들은 자신이 혁명군을 진압하지 못했다고 질책할 것이며 모든 지위를 상실하고 재산의 상당수를 잃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남은 것은 소극적 가담이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반쯤 협박을 당해 혁명에 가담했다는 변명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혁명에 참가하겠소. 다만 내 지위가 부족해도 좋은 상황이라 많은 기대는 하지 마시오.”
“말씀이라도 충분합니다. 같이 차르의 눈을 어지럽히는 부패한 놈들을 말살해 봅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아는 사람을 몇 명 알려주도록 하지.”
크림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흑해 연안과 극동 양면에서 패배하였다. 개중에 패전의 책임을 뒤집어쓴 장수 몇 명은 고향으로 내려와 지주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전직 장성들도 혁명군에 합류하기 시작하였다. 차르가 벌인 무리한 전쟁으로 쌓아간 원한은 혁명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혁명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집된 장성들은 작전 지도를 보여주며 하나같이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현재 반란 종자들의 세력은 각지의 농촌을 시작으로…….”
“다른 사항은 다 집어치우고 역도들의 인원부터 말하도록!”
“최소 십오만 명 이상입니다. 지휘관 가운데 가장 기세가 높은 자는 리프란디이며…….”
몇 년 이내로 기틀이 잡힐 대개혁이 중단된 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최소 인원이 15만 명이면 그 뒤에 예비 인원과 단순 가담자를 비롯하여 30만 명 이상이 혁명에 가담한 꼴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르 2세는 눈을 흘기며 장성들을 쏘아본 다음 말하였다.
“어중이떠중이들이 각 지역에서 벌떼처럼 들고일어났으면 파리채로 후려쳐야지! 지방 귀족들의 사병이야 그렇다 치고! 각 지방 군단은 뭘 하고 있나!”
“방도가 없습니다. 반란군은 철저히 산간오지를 위주로 활동하며 기습적으로 요새를 공략합니다. 이들은 놀랍게도 목재를 가공해서 공성 병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금 대포를 쏘고 총알을 날리는 시대에 투석기나 충차(衝車) 따위에 당한다고!”
“그게 아닙니다. 대형 사다리차를 순식간에 조립하여 빈틈을 노려 기습합니다. 더군다나 시가전에서 악귀와 같이 싸워서 같은 숫자로는 절대 당해낼 수 없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시가전이나 공성전 같은 전투 양상은 돈을 퍼부어 훈련을 하고 실전을 경험해야 대응할 수 있다.
알렉산드르 2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거렸고 전투 보고가 시작되었다. 한 지방의 요새가 혁명군의 공격을 받았다가 지원군으로 가까스로 탈환한 보고서였다.
“……이들은 계획적으로 망루를 무력화하고 시가지로 진입하였습니다. 각 건물과 골목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손과 발을 맞추어 권총 위주의 사격으로 우리를 압도했습니다.”
“장난치나! 그 권총 탄환은 어디서 났나! 대체 무기는 어디서 난 거야!”
증거로 압수한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제국의 신형 갑식소총과 러시아에서 생산한 소총, 그리고 달자 권총을 비롯한 장비가 고스란히 전시되었다.
“사로잡은 포로에 의하면 이 무기들은 대한제국에서 돌아올 때 호신용으로 구매했다더군요. 그 외에는 딱히 대답을 듣지 못하고 병으로 죽었습니다.”
실제로는 포로로 잡힌 뒤 분풀이를 위한 구타를 당해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였다. 결국 목을 베거나 심장을 찌른 것이 아니라 아무튼 병사로 처리되었다.
알렉산드르 2세는 이후 계속된 보고를 들었다. 혁명군은 자신들이 수적 우위를 확실히 점하는 순간에만 정면 대결을 펼치고 그 외에는 사방으로 파고들면서 세력을 불려 나갔다.
혁명의 불길은 산적한 불만을 삼켜가며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진격하였다. 결국 이 불길을 막아낼 방법을 찾던 알렉산드르 2세는 책임을 덮어씌울 생각으로 명령을 내렸다.
“대한의 전권대사를 데려와. 대한에서 병장기를 구매했는데 책임이 없을 리가 없지.”
삼십 분이 지나기도 전에 대사가 소환되었다. 예의를 다 하여 인사를 올린 대사에게 알렉산드르 2세는 분노를 담아 일방적인 명령을 내렸다.
“대한이 아주 작정을 하고 우리를 엿 먹이려고 작정하는군. 반란 분자를 육성하고 훈련하는 작업을 진행해? 이건 국제법 기준으로! 도의적으로! 모든 면에서 문제가 아닌가!”
“대단히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희는 모든 일을 순리대로 처리하였습니다.”
한때 박현상의 아래에서 업무를 배운 김재현은 어엿한 외교관이 되어 러시아 제국의 전권대사가 되었다. 그는 박현상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가 가장 철저하게 배운 것은 적당한 책임회피와 남 탓하기, 외교관의 기본기였다. 기본에 철저한 사람답게 그는 청산유수처럼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우리 대한제국은 외국인에 대해서 언제나 수용적인 입장을 취하며 이들에게 모든 자유를 부과합니다.”
“그 자유와 군사 훈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저희는 공식적으로 군사 훈련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설 단체를 조직하여 스스로 훈련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아 훈련하는 것까지 말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대한제국의 행정 절차와 군사 절차상 2기 동티단은, 정확히는 러시아 이주민은 어떠한 군사적 훈련도 받지 못하였다. 이들은 엄연히 황실 소속이었다.
정확히는 순조 휘하의 외국인으로 구성된 금군(禁軍)이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도 엄중히 다루는 황실 내부의 일을 머나먼 외국에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차르께서는 러시아 제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입장이라 저희도 알아서 개간에 참여하고 알아서 자경단을 구성하는 것을 만류하지 못했지요.”
결국 대한제국의 공식입장은 동티단은 사절 단체이자 자경단에 불과하며 대한제국에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것 하나였다. 오히려 알렉산드르 2세가 얼이 빠져 질문을 하였다.
“그러면 아무 책임이 없다. 이 말인가?”
“딱 잘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대한에 책임을 묻고자 하시면 정식 절차를 거치셔야 합니다. 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오히려 제가 궁금할 지경이로군요.”
국제법을 들이대도 대한제국의 잘못을 논할 수 없었다. 이 시기의 국제법은 영토분쟁이나 이율 문제와 관련이 있지 타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의 반란 책임까지 물을 수준이 아니다.
이 사실을 떠올린 알렉산드르 2세는 분노를 꾹꾹 억눌러 삼킨 다음 입수한 총기에 대해 따지고 들었다.
“총기 판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변명할 건가? 얼마나 헐값에 팔아치워서 반란 세력을 육성할 만큼 총질을 하고 다니느냐 이 말이야!”
“약 삼만 정에 불과합니다. 모두 다 개간한 땅을 국가에 판매하여 총과 탄환을 사들였고 이외에 자경단을 운영하면서 또 다른 수익을 거두었지요.”
실제로는 순조의 유산이 끼어들었지만 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구매 관련 서류 몇 장을 보여준 김재현은 고개를 숙인 다음 태연하게 답하였다.
“원하신다면 본국으로 군사 지원 관련 서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청나라의 영토의 치안 유지 작업으로 바쁜 군부에서 응할지는 모를 일입니다만.”
“어서 변명질이야! 썩 꺼져!”
김재현이 물러나자 알렉산드르 2세는 뻣뻣하게 굳어오는 뒷목을 주무르며 분노를 삭였다. 대한제국과 외교적 분쟁을 벌이느니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음으로 소집한 이들은 가장 큰 투자를 실시한 영국과 프랑스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알렉산드르 2세에게 먼저 자신들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계약대로라면 지금쯤 공업단지를 양산할 채비를 갖춰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인력은 언제나 부족하고 공장을 설치하는 본국 노동자들에게 공급할 식량도 부족합니다.”
“이럴 바에는 우리 프랑스의 식량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 봅시다.”
“그 문제가 아니지. 최근 들어 반란세력이 각 지방에서 창궐하였는데 기세가 만만치 않더군. 이러다가 반란 분자들이 공장을 불태우기라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알렉산드르 2세 입장에서도 수습할 수 있을 뿐 권위가 손상되는 일이었다. 타국의 지원을 받아내면 자신의 지위는 물론이고 이후 경제적 압박을 가할 여지가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르 2세는 희망을 가졌다. 이해관계에 놓인 영국과 프랑스는 자신의 이득을 지키기 위해 간접적인 지원을 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알긴 알고 있네. 군대를 보내라는 말이 아니고 약간의 차관을 더 두라는 말이야.”
“지금에 와서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우리 영국도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남중국 자치령의 반란이 기세를 올리고 홍수전의 잔당들이 창궐하였습니다.”
실제로는 영국의 세금제도에 반항하는 사람들을 ‘홍수전 잔당’으로 규정하여 교수형에 처하고 있었다.
어차피 오래 버티지도 못할 남중국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는 영국 특유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미리 계획한 대로 또 다른 사건을 터트렸다.
“더군다나 러시아 제국의 반란 소식이 전해진 아일랜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군사 지원을 하면 아일랜드에서 어떻게 할지는 불 보듯…….”
알렉산드르 2세도 영국군이 들어오는 꼴만큼은 보기가 싫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프랑스 담당자를 바라보면서 권유하였다.
“그러면 프랑스 측이 이득을 보겠군. 프랑스의 대육군이 이번에는 동맹으로 참전하지 않겠소?”
“그게 말입니다만. 상황이 좀 난처하더군요.”
“빈 체제를 유지하는 한 축이자 이탈리아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노고는 잘 알고 있소.”
“실례지만 프랑스군은 위기에 처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왕정이나 공화정을 추진하는 이들이 통일 전쟁을 일으켜 프랑스군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통일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반도 전체가 한 몸으로 결합하는 순간 유럽에는 새로운 세력이 형성된다.
빈 체제로 구축된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그리고 러시아의 5대 강국 구도가 깨어지는 것이다. 이 격변을 마주한 알렉산드르 2세는 간절한 눈빛으로 말하였다.
“온 유럽이 반란으로 들끓는군.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 러시아를 구원해야 하지 않겠소.”
알렉산드르 2세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옛 나폴레옹처럼 나폴레옹 3세가 이탈리아의 군대를 삽시간에 격파하고 러시아에 지원을 선물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 기대와 달리 이탈리아 통일 전쟁은 점차 구체화되었다. 이미 나폴레옹 3세는 빈 체제를 무력화하고 이탈리아를 독립국가로 만들어낼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탈리아 반도에는 공화국, 왕국, 무정부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등 수많은 세력이 난립하였다. 이들은 각자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군대를 구성하였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 주둔군의 방임 하에 무럭무럭 기세를 키워 나갔다.
마침내 어느 정도 세력을 결집한 각지의 세력들이 프랑스 주둔군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프랑스는 물러나라! 위대한 로마의 기상을 담아! 우리 이탈리아는 다시 일어나리라!”
“이탈리아는 다시 일어나리라!”
프랑스 주둔군의 전력이라면 각 집단을 어렵지 않게 격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투가 시작되자 미리 준비한 대로 자신들이 소중하게 여기던 국기를 활용하였다.
“다들 국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두 귀퉁이를 자르면 백기가 되지 않습니까!”
전투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프랑스 주둔군의 요새에서 삼색기를 잘라 만든 백기가 펄럭거렸다. 사실상 부상자도 사망자도 없는 일방적인 항복이었다.
“우리는 항복하겠소. 무장을 해제하고 명령에 따를 것이니 가혹행위를 피해주시오.”
“댁들 프랑스인 맞아? 그동안 부린 행패는 뭣 때문에 부린 거냐고!”
“다 사정이 있어서 한 일이오. 우리가 본심을 드러낸 것은 지금 외에는 없소이다.”
프랑스 주둔군은 고작 6주 만에 모조리 항복한 주제에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였다.
이들을 핍박하고 탄압하고 싶어도 각 독립 세력의 후원자로 소속된 프랑스인이 사태를 중재하였다. 이 과정에서 종군기자들은 프랑스 내부에 계획적인 언론 공세를 실시하였다.
<이탈리아는 자유, 평등 그리고 박애를 원한다!>
<주둔군 장병들은 자유를 위해 분연히 일어난 이탈리아 민병대를 차마 공격하지 못하였다. 이들은 패잔병이 아니다! 자유를 위해 스스로 패전의 멍에를 덮어쓴 것이다!>
<아이티를 시작으로 찬란한 자유와 평등의 물결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다음은 이탈리아다!>
나폴레옹 3세는 이러한 언론과 억지로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통일 이탈리아에 개입하려 하였다. 곧이어 프랑스는 그를 중심으로 한 국무의장파와 다른 세력이 대립하였다.
소수의 왕당파는 통일 이탈리아가 왕국 형태로 통일되기를 기원하였다. 반대로 국무의장파는 빈 체제의 유지를 최우선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급진 세력은 이탈리아 공화정을 원하였다.
-국론이 분열되었고 이탈리아에 포로 신세로 사로잡힌 장병들이 고통을 겪고 있소.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군대를 보내는 건 무리수요.
“이 새끼들 지금 장난치는 거야 뭐야!”
알렉산드르 2세는 프랑스에서 전달된 서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려다가 화를 억눌러 참았다. 아무리 보아도 지금 구도는 국제적으로 러시아를 따돌리려는 상황이 분명해 보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라 호들갑을 떨던 아일랜드는 이미 독립 투표시기를 정하고 있었다. 여러 정보를 통해 알아본 결과 남중국 일대는 언제나 부패하고 평온한 상태였다.
영국도 이 꼴인데 프랑스는 한술 더 뜬 상태였다. 이탈리아에 포로 신세로 남은 장병들은 동네 처녀와 정분을 나누고 아예 통일 이탈리아 군대의 교관 노릇을 자처하였다.
“샤를 루이 이 천하의 머저리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움직이지를 않아!”
프랑스는 이미 나폴레옹 3세가 국무의장이 아닌 황제나 다름없이 군림하는 나라였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20만 명이 넘는 대군을 이탈리아 반도에 보내고도 남을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나폴레옹 3세는 국론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일치시킬 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결국 빈 체제는 붕괴하였고 러시아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알렉산드르 2세에게 남은 것은 계속 피어오르는 혁명의 불길을 자신의 몸으로 진압하는 길 하나 외에는 없었다.
이 혁명전쟁은 오랜 시간 동안 러시아 제국을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