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화
26장 3화 혁명의 불길(3)
그 믿음과 달리 각 농촌에서는 입수한 소총의 탄환을 자체 생산하였다. 동티단원들은 병사로 훈련받은 경험을 살려 대장장이들에게 탄환의 제조법을 가르쳐 주었다.
“정말 이렇게 하면 쏠 수 있는 탄환이 됩니까? 이거 만들기가 영 까다로운 데요.”
“조금만 더 구경을 낮춰주시오. 일단 구경이 맞으면 쏠 수는 있다고.”
시골의 대장간에서는 동티단의 설득에 호응한 기술자들이 손으로 탄환을 만들어냈다. 어떻게든 형체를 갖춘 탄환의 맨 뒤에 프랑스에서 밀수한 뇌홍이 결합되었다.
그 탄두는 조잡하기가 그지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잘 타는 기름종이를 발라 구경을 억지로 일치시키는 노력까지 필요하였다.
“이러면 공이 구조도 수정해야 할 것 같은데. 분해해서 공이 좀 깎아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어느 정도로 다듬어야 하는지 계속 시험해야 하는데요.”
탄환은 여러 노력 끝에 시험 사격에 성공했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탄환이라 사거리도, 위력도 부족하였지만 엄연한 강선을 지닌 후미장전식 라이플이었다.
최종 사격은 동티단의 대표가 된, 정확히는 동티단원의 뜻을 담은 임시 대표인 드미트리의 몫이 되었다.
이 사격 시험은 아버지 순조가 하사한 군복을 입은 채 진행되었다. 금발에 머릿기름을 바르고 뒤로 빗어 넘긴 드미트리는 심호흡을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100m 거리에 배치된 표적을 가까스로 스친 탄환은 나무로 만들어진 표적을 관통하지도 못하고 박혀 버렸다. 원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못해 불량품에 가까운 물건.
그래도 이 정도 성능이라면 러시아군의 주력 화기보다는 나았다. 여기에 혁명이 진행되어 공장제 총알을 구입할 수 있다면 더 이상 탄환 문제로 고생할 일도 없다.
그는 군복에 묻은 찌꺼기를 털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돌아오며 접선한 한 철학자에게 소총을 건네며 말하였다.
“바쿠닌 동무, 이 소총의 이름을 지어주시겠소?”
미하일 바쿠닌, 본래 역사에서 아나키즘의 거물이 된 혁명가는 이미 동티단 소속 간부가 되어 있었다. 그는 프랑스의 인맥을 동원해 뇌홍을 밀수하는 핵심 간부였다.
한참동안 소총을 살펴본 바쿠닌은 깎여나간 공이와 불순한 탄환으로 인해 남은 파편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소총의 이름을 명명하였다.
“민중의 힘이 모두 결합한 소총이지요. 그러니 아스바바디텔(освободитель), 해방자라는 이름은 어떻습니까?”
“아주 좋소 동무. 우리는 귀족의 압제에서 모든 사람을 해방하는 해방자가 될 거요.”
동티단은 불씨를 키워나가며 조용한 준비를 마쳤다.
이윽고 1865년 4월, 머나먼 미국에서 링컨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이 터진 그 날 러시아 제국은 더욱 큰 자충수를 두었다.
* * *
알렉산드르 2세와 참모진들은 이번 대규모 투자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공업국 도약을 실현하려 하였다. 벌써부터 경제적 지표는 모두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각종 생필품과 기호품에 세금을 매기고 주류 독점 판매를 하며 곤두박질치던 세금 수익이 지난 2년 동안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려나갔다.
그 이면에는 착취가 함께하였지만 위대한 러시아를 위한 공업화라는 대의 앞에 모든 글귀가 사라졌다. 그러한 알렉산드르 2세에게 더욱 긍정적인 지표가 들어왔다.
“모스크바의 제철소가 시험 가동되었습니다. 닐슨 전로가 완벽히 가동되어 올해 삼백 만 푸트(약 5만 톤)의 선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벽해! 그 정도면 영국의 철강 생산량을 십 년 이내에 따라잡을 수 있겠군!”
영국에서 파견한 대표는 혁명이 언제쯤 일어날지 염려하였다. 정보에 의하면 이미 혁명 세력으로 넘어간 소총이 오만 정이 넘어가 칠만 정에 달할 수준이었다.
여기에 대한제국에서 들여온 병장기와 크림전쟁 당시 유출된 무기를 포함하면 초기 진압군으로는 어림도 없는 병력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이미 혁명군과 접선을 완료한 시점에서 더욱 큰 이득을 내기 위한 확인 절차만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 바짝 긴장하고 앞서 나가야겠군요. 그나저나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잘 아시지요?”
“알고 있지. 채무를 변상할 수 없다면 공장 생산물품의 최대 오 할을 영국 측에서 채무 대신으로 가져갈 수 있다 하였지 않나.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나니 염려 말게.”
영국은 혁명 이후에도 차르가 맺은 계약을 준수할 것을 혁명군에 요청하였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의 중공업과 공장을 장기 소유하며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작정이었다.
프랑스 측도 할 말은 많고도 많았다. 이들은 이미 바쿠닌을 통해 혁명군과 접촉하였으며 혁명 과정에서 러시아의 군주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아두었다.
“다음으로는 우리 프랑스의 투자 관련 사항입니다. 신형 제강 공장과 제조 산업체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으셨지요.”
“염려하지 마시오. 어느 쪽이라도 우리 러시아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겠소.”
알렉산드르 2세의 호언장담을 들은 두 대표는 밖으로 사라졌다. 그다음 빈자리를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을 비롯한 열강국의 투자자들이 채워나갔다.
“이걸 동양에서 뭐라 하더라? 꿩 먹고 알 먹기라 하던가?”
“내 말이 그 말일세. 우리가 손을 맞추어 협력할 때마다 일이 순탄히 돌아가는군.”
영국 대표와 프랑스 대표는 별실로 들어가 와인을 즐겼다. 이 시대의 이스라엘 일대에서 생산된 와인은 프랑스의 수많은 농장주들이 일구어낸 상품이기도 하였다.
유럽 전체의 포도나무가 신대륙의 질병인 필록세라로 말라 죽어가는 가운데 필록세라에 영향을 받지 않은 소수의 와인 농장을 통째로 이전한 것이다.
프랑스가 현지 세력을 안정적으로 포섭한 결과물이었다. 둘은 와인을 머금고 냉정한 평가를 하였다.
“그나마 와인 구색은 갖추었군. 이 나라와 흡사한 와인이야.”
“역시 라임 빨아먹는 놈들의 주둥아리는 뒤틀려 있다니까. 이게 주 예수께서 마신 포도주다.”
“얼씨구,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마지막에 줬어야 할 와인 수준인데?”
와인을 마신 두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잔뜩 담아 둘을 흘겨보았다. 그리고는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듯 서로 입장을 맞추어 나갔다.
“혁명군의 승산은 어느 정도지?”
“농민들 대다수가 동조하는데다가 이미 무장을 갖추었지. 더군다나 차르에 대한 복수심을 귀족들에게 돌리고 있으니까……. 아마 칠 할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네.”
“그 정도면 충분하군. 우리 영국은 육 할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사실 그 승산 예측도 우리가 개입하지 않을 때 아닌가. 우리가 할 일이 뭔지 알지?”
영국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였다.
“뭐긴 뭐겠어. 각자도생을 시작하는 러시아 제국을 적당히 갈라놔야지.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그 거대한 덩어리를 하나하나 쪼개놔야 하잖나.”
“그 과정에서 우리가 세워둔 공장이 족쇄가 될 거고.”
“다시 합쳐질 일은 없겠지. 각 지방에서 과도한 세금으로 비명을 지르는데 어련하겠어?”
“지금 막 핀란드에서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는데 합쳐질 걱정을 하나? 오히려 적당히 덜 쪼개는 작업이 어려울걸?”
다시 와인에 잔을 채운 두 대표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길거리에서는 공장에 쓰일 사람을 잡아가는 추노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잔이 마주치려다가 영국 대표가 잔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한동안 생각을 하더니만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서 준비한 폭탄은 잘 숙성되어 가고 있나?”
“그게 좀 문제야, 이탈리아 반도의 통일 열망이 더욱 거세져서 수습하기 곤란한 지경이지. 아마도 러시아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나면…….”
프랑스 대표는 푸슈우우- 하는 소리를 내면서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양손을 모았다 퍼트렸다. 그리고는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였다.
“자극을 받은 이탈리아가 혁명을 일으켜서 오스트리아도 프로이센도 이탈리아 사태로 정신이 팔리겠지. 그럼 여러 변명거리를 대면서 러시아에 개입하지 않으면 될 거야.”
“그럼 우리도 변명거리를 하나 준비해 둬야겠군. 남중국 자치령에서 대규모 반란이라도?”
“너무 작아. 하나 더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까짓것 아일랜드 봉기랍시고 일 하나 벌이면 되겠군.”
잔을 비운 두 대표는 본국으로 돌아가 최종 결과를 보고하였다. 결국 러시아 혁명은 빈 체제의 붕괴를 수반하며 더욱 불타오를 예정이었다.
혁명의 시작은 우크라이나 지방이었다. 중공업단지 개발로 인해 각 지방 농촌에서 인력이 빠져나가 공장으로 유입되었다.
여기에 지독할 정도로 오래 이어진 민란이 함께하였다.
“우크라이나 쪽에서 곡물을 좀 더 받아내. 공업단지 완성이 몇 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벌써부터 식량난을 겪으면 안 될 것 같군.”
알렉산드르 2세는 지금까지 민란이 벌어지지 않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곡물을 사들이기로 하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일대의 민심은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이미 공업단지로 인력이 유출되기 시작해 농촌에 빈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7월 수확까지 고작 3개월조차 남지 않은 겨울 밀의 작황도 신통치 않았다.
그 부족한 작황에 무제한적 곡물 구입 선언이 떨어졌다. 가격을 고정한 채 닥치는 대로 곡물을 사들이라는 차르의 명령은 지배층인 카자크를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곡물을 같은 가격에 사들여? 이놈들이 미쳤나?”
“난 상관없는데 자네는 영 신통치 않을 것 같군.”
한눈에 보아도 가난한 카자크 기병과 온몸에 장신구를 두른 부유한 카자크 기병이 대화를 나누었다. 이 둘은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생긴 사람들이었다.
우크라이나 카자크는 휘하 소작농이 쉴 새 없이 빠져나가는 일을 몇 번이고 경험했다. 농노 해방령 이후 급격한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인구가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해방농노’ 혹은 민란을 일으키고 도주한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흑토지대에 발을 들였다. 이들을 잘 포섭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부유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카자크는 휘하 소작농이 자유농이 되었다, 여기에 공장 노동자로 소작농들이 더 이탈하자 형편이 나아질 길이 없었다.
“염병할 놈의 새끼. 유랑민을 잘 꼬드겨서 밭뙈기나 굴리면 뱃살이나 찌지.”
결국 카자크는 더 이상 한 몸이 아닌 잘 사는 놈, 못 사는 놈이라 서로를 칭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혁명군이 접근하였다.
“아이고 나리, 요즘 심기가 많이 불편한 것 같습니다?”
혁명군은 카자크의 불편한 심기를 잘 긁어줄 도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자 상대도 마지못해서 답해주었다.
“심기가 불편하다고? 몇 년 지나면 너희들처럼 흙이나 퍼먹고 살 꼬락서니가 되었는데?”
“아이고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일단 술이라도 한잔하시고 마음을 푸시지요.”
술 가격이 오르면서 가난한 카자크들은 물처럼 마시던 보드카를 기호식품으로 즐길 정도로 돈이 부족해졌다. 이들은 독한 밀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평가를 남겼다.
“그 뭐더라? 조선에서 먹은 소주라는 물건과 비슷한데. 한 잔 더.”
“조선에 다녀오셨습니까? 이제는 대한이라 국명을 개칭하였지요.”
“자네도 조선에 다녀왔나? 어쩐지 술맛이 익숙하더니만!”
어느새 혁명군의 밀주 판매점은 가난한 카자크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혁명군은 이번 곡물 무제한 반출을 미끼 삼아 카자크들을 자극하였다.
“차르께서는 어떠하신 분입니까! 우리의 어버이이자 신의 대행자입니다! 그런 분이 세상의 순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곡물을 가져갈 리가 없지 않습니까!”
“옳은 말이야! 한 잔 더!”
카자크와 혁명군은 술을 마시고 서로 즐기며 한 몸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소작농도 조선에 다녀온 유배자도 카자크도 없이 다 같이 술독에 빠져들었다.
다시 술이 오가자 혁명군 간부가 카자크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이들이 어느 정도 넘어왔음을 파악한 다음 다시금 차르를 찬양하는 말을 하였다.
“제가 보기에는 차르의 온전한 뜻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귀족들이 어긋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놈들이 우크라이나의 곡식을 가져와 사소한 이득을 챙기려 한 것이겠지요!”
“그렇지! 그 돼지새끼들은 우리가 영국에게 한 번 패배하였다고 폐품으로 보더라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하니 아버지 차르를 수호하는 카자크 여러분들이 우리 농노를 대표하여 의견을 제출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카자크들은 걸릴 것이 없었다. 아버지 차르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올라가 곡식 시세를 수정하려 하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알렉산드르 2세는 단호한 대처를 내렸다. 공업화를 위해서 우크라이나의 곡식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들을 반란군으로 대우하였다.
“푸가초프의 난을 기억하라! 카자크를 진압해!”
80여 년 전 농노 봉기를 일으킨 카자크 예밀리안 푸카초프와 마찬가지로 무력 진압이 선포되었다. 카자크들은 차르의 군대에 저항하지도 못하고 사방으로 달아나게 되었다.
그 소식이 전해진 직후 혁명군이 움직였다. 1865년 5월 2일, 혁명군은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하며 일제 봉기를 선포하였다.
<위대한 아버지 차르께서 횡포를 일삼는 귀족들에 의해 올바른 정책이 왜곡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근왕(勤王)의 이름으로 집결하여 횡포를 일삼는 귀족을 축출할 것이다!>
<위대한 아버지께서 우리를 모질게 대하겠는가? 모든 문제는 뱃살에 기름이 뒤룩거리는 돼지 같은 귀족 놈들의 탓이다! 놈들은 차르의 뜻을 거역하고 우리를 착취하고 있다!>
<우리는 차르의 명령을 알고 있다. 이 뜻을 귀족들이 어떻게 왜곡하였는지 알고 싶다면 혁명군에 질문을 하라! 언제 어디서라도 우리는 답을 해줄 것이다!>
혁명군의 첫 전투는 지방 귀족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미 여러 문제를 겪어 채무를 이행하지도 못하는 지방군은 혁명군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였다.
정책에 편승해 악착같이 긁어모은 돈은 채무를 이행하는데 우선 지불되었다. 결국 구식 화승총을 들고 있는 지방 군대의 상당수는 며칠을 버티지도 못하고 저택을 내어주었다.
그나마 도주에 성공하면 다행이었다. 옛 동티단 출신이 많은 지역일수록 더 많은 농민이 포섭되었고 이들 중 크림전쟁 참전자들은 몇몇 귀족을 생포하는 데 성공하였다.
“다들 모이시오! 이 자리에서 차르가 말한 올바른 뜻을 공표하겠소!”
각 지방의 자영농과 농노들은 저택에 집결하였다. 이들은 조만간 중앙에서 차르의 군대가 내려와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이라는 염려를 하였다.
그와 반대로 지금까지 밀주를 만들고 자신들을 다독여 준 혁명군이라는 세력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다. 가장들이 모이자 혁명군은 지금까지 모두를 속인 정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을 잘 버텼소. 먼저 등잔에 쓰이는 기름에 대한 세금은 귀족에게 절반이! 우리에게 절반이 부과되었소! 그런데도 놈들은 모든 세금을 우리에게 부과하더군!”
“지금 뭐라 하였습니까? 세금이 반반이라고?”
“이 돼지새끼들은 자기들이 물건을 받아오면서 세금의 절반을 납부해야 하는데 원가에 받아먹고 우리에게 모든 세금을 떠넘겼소!”
진실은 다르지만 아무튼 귀족이 잘못한 일이 되었다. 혁명의 열기가 점차 고조되자 혁명군 간부는 손짓을 하여 사로잡힌 지방 귀족을 끌고 나온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이 돼지새끼는 모노폴카 담당자와 작당하여 주류 공급을 독점하였소! 그러면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고! 자본을 동원하여 세금 증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술을 판매한 거요!”
“그러면 술을 빚을 수 없다는 말은…….”
“거짓이오! 독점 판매라는 수단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를 협박한 것이지!”
지방 귀족과 모노폴카에서 술을 팔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몸을 버르적거리며 포박을 풀어내려 하였다. 그 위로 혁명군 간부의 발길질이 내리 찍혔다.
“놈들을 어떻게 해야겠소! 다른 일은 다 제쳐두더라도 차르가 우리의 건강을 염려하여 술을 적게 먹으라는 뜻을 대놓고 곡해한 이들 아니오!”
“죽이시오! 찢어 죽이시오!”
혁명군에 가담한 바람잡이가 외치자 순박한 농노들도 점차 혁명의 광기에 물들어갔다. 어느새 돌이 날아들고 진흙 덩어리가 귀족의 얼굴에 날아들었다.
설령 중앙군이 진압을 성공해도 농노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차고 넘쳤다. 차르의 정책을 2년 넘게 왜곡하며 벌어들인 돈만 따져도 중형을 선고받고 남을 수준이었다.
교수대가 만들어지고 귀족의 목에 올가미가 걸렸다. 그는 마지막 변론 기회랍시고 재갈을 풀어주자마자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돈도! 지위도! 재산도 필요 없다! 살려줘! 제발 살려달라고!”
“네 몸뚱이로 판결을 내리겠다. 우리를 핍박하여 뱃살을 찌운 무게를 그 목으로 감당해라!”
비대한 체격의 지방 귀족은 교수대에 매달리자마자 목뼈가 골절되며 즉사하였다. 열화와 같은 함성이 저택을 메웠고 다음 처형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광기에 가까운 혁명이 러시아의 지방마다 일어났다. 아스바바디텔 라이플은 어느새 혁명군의 상징이 되었고 지방 귀족에게서 얻어낸 자금이 혁명의 원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