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화
25장 8화 남북 전쟁(2)
마침내 1861년 4월 12일, 남북전쟁이 발발되었다. 남군의 포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발발 직후부터 노예 해방과 노예제 유지로 갈린 주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시작되었다.
남북전쟁은 본래 역사와 시작점부터 달랐다. 본래 남부에 소속된 텍사스는 북부의 정책을 지지하나 내분을 염려하여 적극 참전이 아닌 물자 지원과 자기 방어를 우선시하였다.
이 결정이 내전의 흐름을 바꾸었다. 남부 연합의 대통령인 제퍼스 데이비스는 텍사스에서 쏟아지는 물자가 장기전을 불리하게 할 것이라 판단하여 신속한 진격을 요청했다.
“우리는 워싱턴을 한시라도 빠르게 함락하여야 합니다! 조만간 중립을 지킨 여러 주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전! 적의 종심을 타격해야지요!”
제퍼스 데이비스는 북부의 심장부를 관통하기 위한 대전략,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적의 병력을 밀집시키고 수도인 워싱턴을 공략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남부 연합 장군들의 마음 또한 같았다. 그러나 부통령에 재직하였던 존 브레킨리지는 이 대전략에 난색을 표하며 반발하였다.
“대통령 각하께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링컨은 애리조나에서 활약하고 대평원의 인디언까지 합류시킨 타타르 기병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일만여 명에 달하는 기병대이지요.”
“후방을 굳히며 천천히 진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적에게 풍부한 보급이 주어지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사항이나 후방이 유린되면 모두가 견디지 못할 겁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심지어 존 브레킨리지마저 타타르 기병대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저 링컨이 매번 편지와 선물을 보내며 소중하게 관리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한때 미국 부통령인 입장에서 넘겨짚을 수 없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남부의 장군 대다수는 짜증을 섞어가면서 말하였다.
“고작 인디언 나부랭이들을 사냥하던 놈들이?”
“국경이나 넘어오는 멕시코 도적 떼를 사냥하면서 약탈이나 배웠을 것 같은데.”
“오죽 손이 모자라면 검둥이들을 인간 방패로 세워서 인디언을 상대했을까!”
“그래도 후방에 기병이 난입하면 곤란하기 마련인데…….”
그나마 중립적으로 답변한 로버트 리를 제외한 장교와 참모진 모두가 브레킨리지의 의견에 반대하였다. 이를 확인한 제퍼스 데이비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였다.
“후방 민병대에게 상시 순찰을 하고 주변을 경계하라 말하겠습니다. 일만여 명에 달하는 기병대라 하여도 텍사스에 한 발을 걸치고 있어서 오천여 명 정도만 난입할 것 같군요.”
“장거리 원정을 뛴 경력이 있는 타타르 기병대인데요?”
존 브레킨리지는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어떻게든 장성들을 설득하려 하였다. 그러자 장거리 원정이라는 말에 웃음이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적지에서 보급을 어떻게 얻소? 말을 먹일 곡식과 풀은? 자기들이 사용할 화약과 포탄은? 놈들은 사방에서 두들겨 맞다가 붕괴될 거요.”
“아마 처음 보름 정도는 실컷 날뛰겠지. 그 이후에는 도적 떼로 분열되어 민병대의 총탄을 맞고 다 죽어 나갈 것 같군.”
“두목은 죽이고 나머지는 쿨리들이 일하는 기차 노선 부설 노역장에 넣자고.”
“검둥이는 목화밭에! 동양 원숭이들은 노역장에!”
이런 말을 하는 장성들의 이성은 경계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무능한 기병이라도 말 위에 오른 순간 제대로 훈련을 받은 병사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남부의 딕시, 꼴통이자 남을 차별하기 좋아하는 이들이다. 열등한 황인종들과 원주민, 심지어 흑인들이 섞인 기병들을 도적 떼 수준으로 얕잡아 보았다.
제퍼스 데이비슨도 이러한 태도에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였다. 대 타타르 기병 전담반을 가동하려던 종전의 방침을 수정하여 감당할 수 있는 피해라 잘못 판단하였다.
“후방이 혼란에 빠지기는 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약간의 피해를 감수하고 최대한 빠르게 워싱턴을 공략합시다.”
남부 연합은 켄터키와 웨스트버지니아 두 주에 공세를 퍼붓는 척 병력을 집결시켰다. 6개월 뒤인 1861년 10월로 예정된 동계 공세를 위한 한 방 싸움을 준비하였다.
그 동계 공세를 준비하는 동안 한 통의 서신이 링컨을 통해 전달되었다. 거의 2년 전부터 내전을 준비하고 있던 몽골계 미국인들에게 보내는 참전 요청이었다.
<이 나라가 반으로 분열되어 전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사태를 막으려 노력하였지만 더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남부는 반란군이 아닌 뜻이 다른 미국인입니다. 여러분의 전통과 질서를 잘 알고 있지만 초원의 전사가 아닌 미국의 시민으로서 뜻이 다른 미국인들을 무력으로 설득해 주십시오.>
<지나친 학살과 파괴를 자제하고 무력을 통한 압박과 설득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소르칸은 애리조나 민병대의 대표이자 공식 주지사의 지위로 이를 받아들였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그의 입을 바라보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칸께서 미리 말씀하신 대로 명령을 하달하셨다. 칸께서는 자신이 적의 주력을 막는 동안! 우리가 후방을 기습하고 놈들을 설득하라 말하셨다!”
“설득하자! 설득하자!”
“그렇다! 탄환과 칼날로 설득을 시작하자!”
수레바퀴가 아닌 설득 작업이. 먼 훗날에도 남부 일대의 깊은 상흔을 남길 위대한 설득이 시작되었다.
애리조나에서 텍사스로 향한 병력들은 원주민 기병들과 합류하였다. 대평원을 통해 호흡을 맞춘 1만 2천여 명의 병력은 아칸소 주의 경계선에서 자취를 감추고 분열하였다.
이후 아칸소와 미시시피 주에서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텍사스에서 남부 연합을 돕기 위한 민병대가 자발적으로 합류했다는 소문.
소르칸이 퍼트린 위장 정보였다.
* * *
남부의 후방 가장 깊숙한 곳의 앨라배마 주는 완전히 평온한 상태였다. 설령 남부 연합이 패전해도 여기까지 진격하기 전 연합이 항복하고도 남을 장소였다.
모든 시민들은 검둥이를 노예로 내버려 두자며 환호했고 민병대 모병관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장정들을 뽑아갔다.
그런 상황에서 서쪽 외곽의 도시, 터스컬루사(Tuscaloosa)의 민병대는 전쟁 물자를 비축하고 훈련을 주도하였다. 이 훈련장에서 여러 흑인들이 노예로 일하고 있었다.
“태비시(Tavish)! 와서 이거 날라!”
“야! 위스키 더 가져와!”
“이 검둥이 새끼들이 총알맛 좀 보고 싶어! 퍼뜩 움직이지 못해!”
민병대로 끌려온 동네 청년들은 담배를 마구 피우고 술을 퍼마시며 해이한 기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들은 대지주 아래에서 농장이나 목장을 돌보던 노동자들이었다.
흑인 노예와의 차이는 급료를 받는 수준에 불과한, 흔히 레드 넥이라 불리는 이들이지만 한 번 민병대라는 완장을 차고 태도가 돌변하였다.
그 노예들 가운데 애꾸눈을 안대로 가린 태비시라는 노예가 바쁘게 상자를 옮기고 시중을 들었다. 그의 절뚝거리는 다리에 백인의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절름발이에 애꾸면서 몸조차 느리냐!”
“죄송합니다! 나리.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저거나 옮겨! 남은 눈깔 후벼 파기 전에!”
남부는 동계 공세를 준비하며 최대한 많은 인력과 자원을 후방에서 훈련시키려 하였다.
그를 포함한 모든 흑인 노예들은 쉴 새 없이 민병대의 시중을 들었다. 소 한 마리를 통째로 굽고 소시지를 잔뜩 넣은 스튜를 끓여댔으며 입에도 대지 못하는 술을 날랐다.
술에 거하게 취한 민병대원들은 훈련을 하는 둥 마는 둥 넘기면서 담배를 피우고 카드놀이를 했다. 그러던 중 흑인 노예들을 바라본 민병대원의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요즘 변종 검둥이들이 많아졌다던데.”
“변종 검둥이? 그……. 타타르라는 놈들 앞에서 고기방패를 하는 검둥이들?”
“그건 모래주머니로 쓰는 올바른 활용법이지. 놀라지 말게, 무려…….”
시선을 집중시키고 몰래 카드를 바꿔치기한 민병대원은 목소리를 낮춰서 말하였다.
“글을 읽고 쓰는 검둥이가 있대.”
“푸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핫!”
“미친놈! 계속 털리다 보니 미쳤냐! 아하하핫! 하핫!”
모두가 자지러지게 웃어서 탁자가 뒤엎어지고 손장난을 친 민병대원은 자신의 손에 있는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구기면서 다시 말하였다.
“그러니까 변종 검둥이지! 내가 텍사스에서 일하다 온 친구를 아는데 정말이라더라.”
“이야. 그러니까 원숭이가 글을 배웠다 이 말이야?”
“일단 농담 값으로 십 센트 받아둬라. 아 이거 푸하하핫!”
이 시대의 백인들은 가장 긍정적인 사람조차도 흑인의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물며 앨라배마처럼 꼴통만 가득한 지역에서는 흑인을 원숭이에 가깝게 보았다.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흑인들이 말을 하는 것은 앵무새도 할 수 있는 일로 보았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흑인은 아주 천재적인 원숭이가 가능한 일이라 판단하였다.
심지어 흑인들이 반항하는 것을 정신병으로 분류하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있었다. 치료법으로 구타와 폭력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한참을 웃던 병사들은 다시 테이블을 정리하고 카드를 섞었다. 그리고는 구석에 앉아서 옥수수 죽을 게걸스럽게 퍼먹는 흑인들을 바라본 다음 말했다.
“우리 내기할까? 이 자리에 변종 검둥이가 있을지 없을지 내기하자.”
“어떻게 내기를 하려고?”
민병대원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구석에 있는 하얀색 분필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머리를 감싸 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무상자에 단어를 적어놓았다.
“부서지기 쉽고 폭발물을 담은 상자라고 썼어. 이 상자를 옮기게 해보자고.”
“그거 제대로 쓴 단어 맞아?”
“난 모르지. 너희들은 아나?”
다섯 명의 민병대원 모두 까막눈에 가까워서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단어가 맞겠거니 하고 내기를 시작하였다.
“난 변종 검둥이가 있다. 사 달러.”
“난 변종 검둥이가 없다. 일 달러.”
“이야 돈 많나 봐? 나도 없다 생각한다. 이 달러.”
다섯 명의 민병대원은 시험을 위해 단어를 여러 상자에 베껴 적었다. 그리고는 밥을 다 먹은 흑인 노예들을 불러 상자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상자 옮겨라. 저 임시 망루에 하나씩 올려야 한다.”
정말로 이 자리에 변종 검둥이가 있다면 단어를 보고 상자를 이상한 방식으로 옮길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모든 흑인들은 상자를 나무로 만든 임시 망루에 올려두었다.
“더 할 일이 있습니까?”
“아니 됐다. 그나저나 배당이 형편없네.”
변종 검둥이가 있다고 주장한 민병대원은 사 달러의 쌈짓돈을 털리고 괜히 태비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그의 정강이를 후려치려다가 꾹 눌러 참고 말했다.
“이름도 마음에 안 드네. 너 이름 왜 그따위야!”
“주인 나리께서 선술집에 다녀오시면서 제 출산을 보셨습니다. 그래서 선술집(Tavern – 태번)에서 이름을 따오셨습니다.”
“다 의미가 있구나. 아무튼 네가 변종 검둥이일 줄 알았는데.”
그나마 성품이 온화한 민병대원은 태비시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칭찬을 하였다.
“네가 사고를 당해 눈을 잃고 왼손 손가락을 두 개나 잃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와서 우리를 위해 봉사하다니 참 대단한 놈이구나.”
“제가 할 마땅한 소임이 있는데요.”
“아무튼 노예 해방은 못 하더라도 내가 크게 성공하면 널 집사로 맞이해 주마.”
어느덧 해가 저물고 밤이 되었다. 모든 민병대원이 경계의 끈을 놓고 잠든 가운데 태비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을 서성거렸다.
-끼익 끼익 끼이이익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돌아보던 태비시에게 기괴한 소음이, 새의 울음소리와 닮았지만 나무를 비벼서 낸 것 같은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는 자그마한 깃발을 들고 사람이 없는 망루로 가서 이를 휘둘렀다. 곧이어 계속 들려오던 새의 울음소리가 짧은 한 번의 소리를, 화답하는 소리를 내고 멈추었다.
“결행일이로군. 그동안 머저리들 뒤통수 후려치고 싶어서 얼마나 참아왔는지.”
흑인 노예 태비시는 전쟁 대비를 위해 몽골계 미국인들이 파견한 첩자였다. 이들은 아파치 토벌에서 중상을 입고 불구가 된 사람들을 첩자로 사용했다.
이들은 ‘폐품노예’라고 딱지가 붙어 남부 일대에 팔려 나갔다. 이런 노예들은 흑인은 글도 모르는 원숭이라 생각하는 남부의 편견을 틈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대지주들은 이들을 최전선에서 모래주머니로 쓸 생각을 먹고 이런 요새에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은 노예로 팔려오기 이전 일 년 동안 첩보 활동을 교육받은 인재였다.
핑커톤 사무소 인원들에게 첩보 및 논리적인 교육을, 몽골계 미국인들을 통한 전투훈련을 받은 맥심 태비시가 그의 이름과 성이었다.
“이놈의 새끼들은 글자도 모르나? 미국인 맞아?”
성경 정도는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입장이라 민병대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좀 전에 상자에 쓰인 글귀를 확인하고 코웃음을 치며 작업을 시작했다.
“바손 및 폭반 주니(Pragile and expruson kation)? 철자도 틀리는 멍청한 놈들.”
태비시는 이미 모든 사항을 꿰뚫고 있었다. 엄중히 관리해야 할 교대 근무 목록은 그의 머릿속에 완벽히 암기되었고 훈련장의 도면 또한 명확하게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그의 임무는 새벽에 본대가 돌입하는 순간을 노려 혼란을 부추기는 것. 그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완벽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화약고 근무자들은 태비시가 일부러 독한 술을 골라 먹여 잠에 취해 나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화약고 문에 걸린 거대한 자물쇠만 믿고 한껏 방심하였다.
“룰루룰루~ 폭탄은 한 자리에서 터트려야 제맛이지.”
자물쇠는 그의 손에 들린 쇠막대 두 개에 삽시간에 해체되었다. 등잔의 불빛이 임시 화약고로 쓰는 벽돌 건물 내부를 밝혔고 엉망진창의 관리상태가 드러났다.
“기본도 모르는 미친놈들. 화약고에서 술을 먹어?”
그는 술병을 밖으로 치우고 온 힘을 다해 멋진 작품을 연출했다. 최대한 많은 파편이 튈 수 있도록 화약의 위치를 변경하고 파편을 쏟아낼 적당한 무기를 벽에 배치했다.
관리가 힘든 솜화약은 조심스럽게 옮기고 편리한 흑색화약을 에워싸듯 배치하여 폭발력을 극대화시켰다. 파편이 대충 막사 인근까지 닿을 것이라 판단한 건 덤이었다.
마무리로 한 뭉치의 도화선을 부여잡고 라이터 기름을 먹이며 안전 장소까지 후퇴하였다. 그 작업이 끝날 무렵 새벽의 동이 떠올랐고 흑인 노예들이 먼저 일어났다.
“태비시, 지금 뭘 하고 있어?”
“자네 안 잤어? 오늘도 일해야 하는데 어떻게 버티려고?”
“앞으로 일할 필요가 없어 친구들.”
순박한 흑인 노예들이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그를 염려하며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태비시는 미리 챙겨둔 성냥을 호주머니에서 꺼낸 뒤 말하였다.
“저놈의 새끼들 몸뚱이는 하느님 앞에서 조립하게 하자고.”
“야! 지금 뭘 하는 거야!”
“일단 귀 막아. 귀 막고 웅크려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어.”
도화선에 불이 붙자 그는 미리 챙겨온 위스키 병으로 병나발을 불었다. 도화선에 붙은 불길이 순식간에 화약고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태비시도 귀를 틀어막았다.
- 투쾅!
“KABOOOOOOOOOOOM!”
몸 전체를 파고든 굉음과 진동에 태비시는 짜릿한 만족감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반면 흑인 노예들은 굉음으로 인한 발작을 일으키며 사방을 뛰어다녔다.
민병대는 폭발을 간접적으로 뒤집어썼다. 톤 단위의 화약이 대폭발을 일으키며 막사 절반 이상을 뒤엎었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었다.
“적습이다! 적이 화약고를 기습했다!”
“훈련용 화약이라도 챙겨! 언제 놈들이 공격할지 모른다!”
“여기까지 적이 왜 쳐들어오는데!”
폭발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모두가 허겁지겁 총을 챙기고 얼마 없는 화약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망루에 올라간 병사가 새된 목소리로 보고를 하였다.
“적이다아아아! 적들이 몰려온다아아아!”
“미친놈아! 보고라도 똑바로 하라고!”
망루에서 장교의 호통을 들은 병사는 망원경을 들고 다시금 적을 살펴보려 하였다. 그는 저 멀리 서쪽 평원에서 피어오르는 먼지를 보며 적의 수를 추산하였다.
“적은 기병! 기병이고 숫.”
말을 마치지도 못한 병사의 뒤통수에 구멍이 뚫리며 망루 아래로 떨어졌다. 어찌나 정확한 저격인지 망원경을 통해 눈에 탄환이 명중했다.
“라이플! 덤불 속의 호랑이인가!”
“아닙니다! 기병입니다! 기병이!”
망루의 병사들이 산발적으로 날아온 저격에 총알을 얻어맞고 추락하였다. 곧이어 우르릉거리는 기병 특유의 진격소리가 사방을 메우기 시작했다.
몽골계 미국인들은 모두의 상식을 뛰어넘은 최후방, 가장 안전한 지역인 앨라배마를 시작으로 총공세에 돌입하였다.
#작가의 말
딕시들이 문맹인 게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현재도 좀 있습니다.
흑인들이 저런 첩보활동을 했나요?
-사실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병력 배치를 포함한 주요 정보가 글을 아는 흑인들을 통해 유출되었다 합니다.
수레바퀴 하나요?
-차라리 수레바퀴가 나은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