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328화 (294/345)

328화

25장 7화 한양 회담(1)

마침내 1861년 3월, 표면상으로는 청나라 잔존 협의. 실질적으로는 망한 청나라의 영토를 분할하기 위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청나라 문제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는 우리 대한이다. 영국과 다른 나라의 개입으로 천명 획득에 실패하고 피해를 입은 입장이기도 하고.

원탁을 둔 거대한 회담장에 사람들이 속속들이 들어왔다. 익히 아는 얼굴도 있고 전혀 모르는 얼굴 혹은 막 외교계에 발을 들인 사람까지 있었다.

“이번 회담은 청나라의 잔존 여부를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미 멸망한 국가를 분할하고 관리하기 위한 회담이지요.”

내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회담이 시작되었다. 회담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세력이 별다른 개입을 못 한 북부 문제부터 해결하였다.

“우선 청나라는 멸망하였습니다, 이 점은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바 아닙니까?”

“멸망 정도면 다행이지. 우리 점령지에서는 만주족들이 조직적으로 사냥당하고 있는데.”

파트리스 드 마크마옹, 왕당파이자 본래 역사의 보불전쟁에서는 프랑스군 총사령관 역할을 수행한 장군이다.

그는 날 보면서 현재 상황을 신랄하게 논하였다.

“그동안 착취와 폭력을 일삼던 놈들이 시민들의 손에 모든 재산을 갈취당했다네. 거지 신세로 돌아다니다 우리에게 보호를 요청했는데 일꾼으로 쓰고 있지.”

“신변 보호라도 해주시니 참으로 다행이군요.”

“우리 프랑스군과 현지 협력자들 사기를 감안한 처우요. 아무튼 난 동의하겠소.”

파트리스가 손을 들자 다른 국가들 모두가 청나라의 멸망에 동의하였다. 대신 일본과 미국만큼은 동의하지 않고 나에게 반론을 제기하였다.

“박 후작님께서는 이미 멸망하였다 판단했지만 재기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 재기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도주한 반란 세력을 추격하여 격파할 수 있다면 기존의 권리를 일부 인정하지요. 그게 불가능하다면 멸망한 국가에 불과합니다.”

중국 전도를 펼치고 현재 상황을 묘사하였다. 보고에 의하면 증국번의 추격에 덜미를 잡힌 홍수전은 조만간 일전을 벌일 상황이라 하던가.

공친왕이 머뭇거리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증국번 병력이 받는 급료를 역산해 보니 병력 7,500명, 보인 15,000명을 유지하는 것이 한계다.

증국번은 본래 1년 동안 훈련과 진격을 병행할 예정이라던데 그 기간을 단축시키고 진격도 가속했다. 이건 절대로 못 이긴다.

반대로 셍게린첸은 모든 것을 걸고 외몽골의 전사를 총집합시켰다. 단순한 기병 규모가 홍수전의 예상 병력을 넘어서는데도 사태를 관망하며 증국번이 피해를 입히길 원하였다.

“반대로 청나라에 동군연합 개념으로 지배당하던 외몽골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경과 북중국 일대를 차지할 세력의 자격 증명 시험이 된 셈이지요.”

“시험이라, 저희는 대한이 북경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는데 어떻게 안 됩니까?”

“그랬다가는 저기 저 영국에서 오신 분들이 난리를 피울 겁니다.”

세계사를 뒤져보면 대부분의 잘못은 영국이 저질렀지. 설령 안 저질렀어도 대충 덮어씌우면 다들 이해하기 마련이고.

파트리스를 시작으로 원탁에 앉은 사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러나 영국의 대표인 글래드스턴은 표정조차 변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큰 파이가 생겼는데 혼자 나눠 먹으면 탈이 나기 마련이지요.”

“말씀 한번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파이를 몰래몰래 더 먹으려는 쥐새끼도 있겠군요. 일단 우리 대한 분량의 파이는 끄트머리가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제국의 권리 주장이 먼저 시작되었다. 진군 경로에 속한 산동반도 일대는 먹기도 좋고 다루기도 좋은 중국의 쐐기다.

또한 북경에서 도주한 피난민들과 여러 사람들이 뒤엉킨 장소이기도 하고. 영국은 좀 아쉬운 눈치로 이 땅을 바라보았고 다른 국가는 적당한 양을 먹어서 괜찮다는 눈치였다.

다음으로 제시한 의견은 다국적 군대 파견이었다. 일종의 국제기구를 두어 중국 내부의 알력다툼을 방지하자는 의견이라 중화민국의 소개가 필요했다.

“다음으로 중화민국, 현재 임시 통령은 이홍장이며 추후 대통령 제도를 도입할 국가입니다. 회담장에 모인 열강 여러분들의 중화민국 건국 승인을 요청하겠습니다.”

“선거제도? 설마 민주제도 도입이오?”

“아니 그게 말이나 되나. 선거인단도 선발하지 않고 직접투표를 하겠다고 하셨소?”

“상세한 사항은 그쪽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임시 통령으로 후원하였는데 생각 외로 우리의 말을 잘 따르면서도 독립성을 가지더군요.”

국가 위치를 설정하자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갔다. 중화민국의 위치는 산동반도 바로 아래인 데다 황해에 접근한, 대한제국의 품 안에 들어온 수준의 절묘한 장소이다.

여기에 이홍장에 대한 설명까지 하자 사람들의 눈초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프로이센 대표는 눈을 흘기면서 날 대놓고 비판하였다.

“이 양반들 보게, 아니 세상에, 적당한 지방 세력을 왕으로 옹립해도 위험한데 대한 영토의 바로 아래에 바다 건너 닿는 동네를 뭐? 대통령 제도로?”

“이건 말이 중화민국이지 실제로는 대한 영토잖소! 그냥 대놓고 영토로 삼으시오!”

“대통령 후보가 대한의 주요 정치인의 후원을 받아 서로 싸움질을 하겠군.”

“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안 했지만 이 시대의 외교관들이 어떤 자들인가. 상대에게 딴죽 걸고 잘나가는 놈 머리채 부여잡기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설령 중화민국이 올바른 뜻을 가졌어도 대한의 영향은 피해야 합니다.”

“산동반도와 중화민국을 합치면 우리 프랑스의 후원으로 차지한 남평(南平)보다 못한 면적이로군요? 저걸 먹었다고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남…… 평?”

이건 또 뭔 개소리인가 했는데 프랑스 대표인 파트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에 손을 댔다. 광주를 시작으로 사천성까지 닿는 광활한 영토를 먹어놓고 멋대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 프랑스는 현지 세력인 석달개를 후원하여 이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였습니다. 위대한 프랑스의 협력자에 걸맞은 위대한 영토이지요.”

“아니 이보시오. 댁들이 괴뢰국가를 만들어놓고, 그것도 광활한 영토를 퍼먹어놓고?”

석달개의 능력은 참 대단하긴 하다. 어떻게 대도시도 별로 없고 이 시대에는 산간오지에 가까운 지역을 저리도 많이 퍼먹었을까.

모택동이 탈출한 대장정 때 괜히 여기를 거쳤겠는가. 속된 말로 ‘판도’에 미쳐서 날뛴 결과물이고 궁극적으로는 저 비대한 영토에서 소득도 별로 못 거둔다는 뜻이지.

여기에 남평, 아마도 5호16국 시대의 국가를 승계하여 새로운 국호를 지었다. 이 작업을 아무 협의도 없이 마친 프랑스는 당당하게 선언하였다.

“우리는 현지 협력자의 뜻대로 영토를 획득하고 반란군 후원 세력을 멸절시켰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한의 영토 획득을 찬성하는 바입니다.”

“그 찬성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한번 먹은 영토를 프랑스가 토해낼 리는 없었다. 잠시 지도를 보며 생각하던 파트리스는 입맛을 다시다 아쉬운 눈치로 원남성 영토에 다른 색으로 칠하고 말하였다.

“또한 이 지역은 우리의 동맹이자 우방인 베트남에 양도하겠습니다.”

“혼자서 아예 오케스트라를 하시는군. 원탁 위에 올라가 왈츠라도 추시오.”

프랑스도 참 프랑스다웠다. 언제나 패권에 목마르고 유럽 질서를 주도한다는 자만심이 군부와 함께 팽창하여 폭주한 것이다.

나폴레옹 3세는 아마도 좋은 위치만 먹고 잘 관리할 수 있는 국토만 원했겠지. 그런데 군부가 폭주해서 석달개와 함께 저런 산간오지를 덮어놓고 먹어치워 버렸다.

저 거대한 영토에 아무도 딴죽을 걸지 않다가 글래드스턴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논하였다.

“저 땅이 관리는 되겠습니까? 제가 알기로 산간오지에 대도시도 없는데요.”

“모르지요. 지금까지는 잘된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될 것 같습니다.”

일단 배 터지게 먹고 보자는 심산이 참 프랑스 같았다. 그 대답을 들은 글래드스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하였다.

“제가 보기에는 ‘방데’가 여럿 생길 것 같군요. 이건 안 됩니다, 중화민국도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되고 남평이라는 국가도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옳습니다! 저 막대한 영토가 죄다 산간오지라 해도 관리가 소홀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두 번째 홍수전이 나올지도 모르지요!”

“저희는 관리를 잘하고 있는데요…….”

“그 관리를 하면서 몇 명이나 죽였소? 지역 몇 개를 방데 하였소?”

평상시에는 신사 역할을 자처하던 프랑스는 극한 상황에서 언제나 가면을 벗고 폭주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방데하다’라는 형용사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파트리스는 글래드스턴의 시선을 받고는 우물쭈물하다가 지나가는 것 같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답하였다.

“열여섯 개 정도입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프랑스의 수출 품목에 방데와 생매장 그리고 집단학살을 넣으십시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경고를 세 번이나 했는데도 말을 안 들으면 반란 세력 아닙니까? 우리는 반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파견되었는데 일은 똑바로 해야지요!”

“댁들이 망친 결과물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와 인접한 영토를 퍼먹은 상황에서 반란의 씨앗을 남기다니요!”

글래드스턴은 분노로 숨을 몰아쉬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우리와 프랑스 두 국가를 견제하기 위하여 미리 파머스턴에게 말해둔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우리 영국은 물론이고 다국적 연합군을 상시 파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세력인 중화민국과 남평이라는 프랑스 괴뢰국가에 항시 삼만 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합시다.”

“이건 외교를 넘어선 내정 간섭이오!”

“박 후작님께서도 제 결정에 동의하십니까? 지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 프랑스요, 대한도 선을 넘나들면서 조금씩 간을 보지 않습니까?”

글래드스턴은 이미 여러 정보를 입수하고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였다. 여기서 프랑스와 함께 거부하면 중국을 양분하겠다는 심산만 남겨 버리게 된다.

최종적인 승자는 더 우수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대한이 되고 프랑스조차도 적대할 상황이 되겠지. 그러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지못해 동의하는 척 의견을 제시하였다.

“알겠습니다, 다국적 연합군을 파견하고 각 국가의 비율을 분배하도록 하지요.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대한, 영국 그리고 프랑스 세 국가의 비율 합이 절반 이하여야 합니다.”

약간의 협의 끝에 총 파견 인원과 위치가 결정되었다. 일종의 평화 유지군 개념인 이들은 다른 국가가 획득하지 못한 중국 대륙의 영토를 순찰할 권한까지 가졌다.

폭풍과 같은 대화가 지나가고 다음 날 회의가 재개되었다. 다음으로 영국과 이 연합군에 속한 자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떼어 가지려 하였다.

“미리 말씀드린 대로 우리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남중국 일대를 공동 통치할 예정입니다. 이 영토에는 남경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러하면 영토는 대충 이 정도가 되겠군요.”

남중국, 남경을 최북단에 돌출시키고 나머지 3개성을 차지한 형태인데 중화민국의 핵심부를 공략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이기도 하다.

상해는 대한제국 영토니까 서로가 서로를 찌르는 난잡한 구조이기도 하고. 이 문제를 제기한 글래드스턴은 참으로 영국답게 영토를 분할하였다.

그는 자를 가져와 눈대중을 하고 선을 그어 두 영토를 동서방향 직선으로 분할하였다. 저절로 헛구역질이 나오는데 다음으로 자를 남경에 대고 다시 직선을 그었다.

“어우 끔찍해.”

수직, 수평의 완벽한 직선으로 분할된 영국다운 영토. 영국 맛이 진동하는 지도를 보자 저절로 구토가 나왔다. 내 말이 끝나자 글래드스턴을 제외한 모두가 질린 표정으로 말하였다.

“선으로 지도를 나눈 것은 좋은데 이걸 어떻게 감당하시렵니까?”

“너무 끔찍해서 구토가 나올 것 같군. 영국요리보다 더 끔찍하잖아.”

“추잡하고 끔찍해서 세상 저리 가라 할 흉물이 완성되었군.”

이 구도대로면 50년이나 지배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영국의 본심을 모르는 다른 국가들은 영국이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에 장밋빛 꿈을 꾸고 있겠지.

그러면서 타이완 섬은 분할하지 않고 영국 영토로 남겨두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외의 영토도 적당히 분배되고 청나라가 패배할 경우 사천성을 차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서 영국령과 공동 통치령의 영토를 확정하겠습니다. 원하시는 것 있으신지요?”

“영국이 저희와 프랑스를 신뢰하지 못하여 다국적 연합군을 파견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도 영국이 이 영토를 기반으로 진격할 것이라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제 영국이 한 차례 얻어맞을 시간이다. 내 말을 들은 글래드스턴은 겸손한 표정으로 내 말을 받아들여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게 될 리가 있겠습니까?”

“강력한 해군력을 동원할 수 있는 데다 장강 수역을 모조리 획득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언제라도 이 영토를 독립시킬 수 있도록 아일랜드 독립 약속을 해주시지요.”

파머스턴에게 확인한 폭탄을 던지자 글래드스턴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다가 갑자기 안심한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한이 한 방 먹었다고 너무 심한 말을 한 것 아니오?”

“이건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인데.”

주변 국가의 사람들은 질린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내 말을 듣고 한참 동안 고민하던 글래드스턴은 점차 표정을 관리하고는 말하였다.

“보복성 발언이시군요. 아무리 보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만.”

“바로 보셨습니다. 우리도 거하게 뒤통수를 맞았는데 한 대 돌려 드려야지요.”

글래드스턴은 차기 총리 후보이다, 그런 사람이 아무 대책도 없이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정치적 입지는 물론 여론 문제도 뒤엎어지겠지.

아마 고려해 보겠다는 말만 하고 나중에 나와 단독 면담을 통해 확답을 낼 것 같았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기려 하는데 글래드스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군요.”

“지금 뭐라 하였소? 충분히 가능?”

“믿어지지가 않는군. 영국이 그런 일을 한다고? 네놈들이?”

“육백 년 넘게 집어삼킨 채 소화도 못 하는 아일랜드를 뱉어내겠다고?”

나조차도 표정 관리가 안 되는 폭탄선언이었다. 가까스로 될 일이 아니고 시간을 들이면 되는 일이라니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반면 글래드스턴은 생각을 정리하였다는 듯이 현재 상황을 논하기 시작했다.

“십여 년 전부터 아일랜드의 신 페인 운동가들은 하나의 작업에 몰두하였습니다. 바로 우리 영국이 아일랜드에 남겨둔 상처를 봉합하는 일이었지요.”

“신 페인 운동가들이 하나의 작업에 몰두하였다? 그 상처가 무엇입니까?”

“당시에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회가 나섰습니다. 대기근이 얼마나 심한지, 얼마나 가혹한지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였습니다.”

당시의 일은 나름 역사의 변곡점이라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아일랜드 대기근은 이하응의 연구로 본래 역사보다 6개월 이상 빠르게 대책이 수립되었다.

빠른 대책으로 감자 역병의 전파를 막고 메밀과 순무를 재배하며 식량을 생산했다. 여기에 영국 본국의 개입이 적재적소에 이루어져서 식량과 필요 물자를 충분히 공급하였고.

글래드스턴은 당시 아일랜드 지원금으로 인해 반발하는 여론을 호도(糊塗)한 대표주자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부끄러운 듯이 설명을 하였다.

“곡물 지원 명분은 아이들의 영어 교육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영어 교육을 하지 않아도 곡물을 지원하였지만 아일랜드어 화자(話者)를 말살하겠다는 정책처럼 여겨졌겠지요.”

“댁들이 사람이오? 세상에 곡물을 지원할 것이면 그냥 지원해야지.”

모두가 그 역겨운 전략에 전율하는 가운데 아일랜드인 계열인 파트리스가 눈을 흘기며 대놓고 비판하였다. 그러자 글래드스턴이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붉힌 채 말하였다.

“저희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여론은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도 않고 쉴 새 없이 의회에 악평을 퍼붓고 세금이 늘어난 사람들이 시위를 일삼았지요.”

“그게 시위? 내가 보기에는 길거리에서 모가지 정도는 썰어봐야 아! 그렇구나! 사람들이 화가 났구나! 라고 생각할 거요.”

역시나 프랑스다. 프랑스에서 시위라 하면 머리가 깨져서 피가 철철 나야 시위라는 이름이라도 붙일 수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