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99화 (265/345)

299화

23장 10화 여론

대한제국군의 다음 작업은 병사들의 시신 수습이었다. 훗날 전공을 인정받아 국립묘지에 이장(移葬)할 수도 있지만 이 시대에는 가문의 선산에 잠들게 하는 것이 더 우대를 받았다.

한양으로 옮겨진 전사자들의 시신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중상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입수한 정보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하였다.

“세상에, 나는 청나라에서 변란이 일어났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이놈들이 정신이 나갔나? 조차지에 사만 대군을 보내서 공격을 했다고?”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수도권에서 속속들이 신문이 만들어졌다. 아직 상세 분석까지 할 수 없는 시점이라 조차지에서 전한 공식 소식을 뜨문뜨문 적어 넣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점차 더 많은 자료가 쌓이고 전사자들의 시신이 얼음과 함께 보관된 채 고향으로 돌아왔다.

곧이어 대한제국에 가장 많은 부류의 주간지들이 신문 기사를 작성할 차례였다.

경상도의 지방 신문인 계림(鷄林 - 경주의 옛 이름)주보 또한 그러한 신문이었다. 전쟁 관련 기사와 증언을 취합하고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며 기사를 만들어 나갔다.

편집장은 장례식으로 인해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피로에 절어 사지를 휘청거렸다.

그런 피로를 커피로 물리친 편집장은 살펴보던 원고를 한구석에 밀어놓고 말하였다.

“사장님을 뵈러 가겠네. 지금 이번 분기에 광고를 계약할 업자를 만나고 계시던가?”

“좀 전에 업자가 돌아갔습니다.”

계림 주보는 경주 일대의 여러 양반가가 출자하여 만들어진 신문이었다. 평상시에는 고리타분한 내용을 올린다며 악평이 자자하였지만 그 외에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사관(史官) 정신에 입각하여 사실에 기인한 글을 올리는 정직한 신문이 우선이다. 양반가 자제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편집장은 울분이 치솟는 가슴을 매만지고 문을 두드렸다.

“사장님, 저 양 편집장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번 발행부수에 대해 논하려고 하였지. 들어오게.”

사장 또한 경주 김씨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10년 이상 신문을 발행하다 보니 그도 신문을 더 퍼트리기 위한 욕심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했다.

한양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물건. 새로운 문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전통 방식의 한복을 입은 사장과 편집장이 자리에 마주 앉았다. 사장은 고개를 슬쩍 기울이고는 혀를 차면서 말하였다.

“아무리 기사가 중요해도 건강이 우선이지. 그나저나 조카 일은 유감일세.”

“이틀 전의 입관(入棺)에 참석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편집장을 살펴본 사장은 당시의 일을 되새기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일 년 전에 조카가 청나라에 파견 나가 출세의 길이 열렸다고 기뻐하던 편집장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조카는 청나라의 변란에 휘말려, 청나라 반란군의 기습적인 공격에서 이 나라 백성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다 명을 달리하였다.

예전이라면 일주일 내내 장례에 머무르며 같이 위로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신문사 사장으로 할 일이 많아 고작 하루밖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 부담은 사장의 마음속에 깊게 남아 있었다.

조카를 잃은 편집장을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생각하던 찰나, 편집장이 먼저 제안을 하였다.

“이번 신문은 오천 부 한정으로 무료 배포하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신문 무료 배포라? 우리 계림주보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조정에서 지원 물품을 내려주고 광고를 넣어 한 푼의 가격에 팔 수 있는 형편이고 실제 원가는 두 푼이 넘어.”

아직 종이가 비싼 시대이며 이를 인쇄하는 신문의 가격 또한 비싼 편이다. 각 지방에서 발행하는 주간지는 대부분 정부에서 원가 이하에 제공하는 종이로 인쇄되었다.

이는 올바른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순기능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징벌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이자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 소식을 알리기 위한 지원이었다.

여기에 광고 수익을 포함해서 신문의 최종 가격은 1푼, 0.1냥으로 현대 기준으로는 만 원이 넘는 수준의 비싼 물건이었다.

편집장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사장이 안 된다는 듯이 잘라 말하였다.

“오백 냥을 아무 이유 없이 허공에 날려버릴 이유가 있나? 심지어 오천 부면 편집장 우리 신문 판매량의 절반이 조금 넘는데?”

“조카는 전투에서 죽은 것이 아니더군요. 어제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전투가 끝난 뒤 전선을 수습하다 거짓으로 항복한 청나라 반란군에 의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편집장이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건네주었다. 흑백사진 속에는 막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된 것이 분명한 청년들이 수많은 친척 사이에서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다음 사진은 혼례를 올리는 과정 중 하나인 교배례, 서로에게 절을 하는 장면의 사진이었다. 편집장은 사진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그 순한 성품 때문에 하필 피를 흘리는 적도에게 다가가려다가 변을 당했지요.”

“피를 흘리는 청나라 반란군에게 뭔 일을 당했기에?”

“증언에 따르면 배에서 피를 흘리며 항복을 외치던 놈에게 다가가자 칼을 휘둘렀다 하더군요. 칼날이 목을 스쳐서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청승과부만 남겨놓게 되었습니다.”

사장은 눈을 치켜뜨며 편집장을 바라보았다. 이 소식을 왜 전하지 않았냐는 무언의 압박에 편집장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소식이 전해지는 게 늦었습니다. 신을 전하는 것이 먼저고 여러 병졸들의 증언을 취합하여 순국(殉國)인지 사고사인지 조사한 뒤에. 정확히는 어제저녁에야 전보로 오더군요.”

사장은 안경을 벗고 편집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런 기사를 1면에 올리면 발행부수가 껑충 뛰다 못해 기존의 판매량을 가뿐히 경신할 수 있으리라.

그래도 신문 발행부수로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이 기사를 내놓는다는 말은 회사의 이득을 다른 사람의 불행을, 심지어 같은 회사원인 편집장 가족의 불행을 이용하는 짓이다.

사장은 말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편집장과 함께 기자들이 모여 있는 취재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편집장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선언하였다.

“다들 주목하시오. 내일 발행될 신문 말인데, 여기 양 편집장의 조카가 세상을 떠난 부조금(扶助金)을 우리 신문사 차원에서 내기로 하였소.”

“저희도 편집장님의 집에서 개인적으로 부조금을 냈는데요.”

“사장님께서도 장례식에 방문하셔서 입관에 참석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건 회사의 일이지. 이번 신문은 일만 부 한정으로 무료 배포할 거요.”

편집장은 놀란 눈으로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사장은 편집장의 등을 두드리며 기사를 어서 쓰라고 손짓을 하며 말하였다.

“이 정도는 내야 계림을 대표하는 신문이지. 우리를 대표하여 기사를 멋들어지게 써 보게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어떠한 부담도 없이 기사를 쓸 수 있겠군요.”

“또한 이번 신문 발행부수는 시작부터 일만 오천 부로 하지. 공짜 신문만 팔 순 없지 않나?”

다음 날 편집장이 엄선한 기사를 넣은 신문이 발행되었다. 기사를 확인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경주를 비롯한 경상도 일대의 길거리로 나아가 무료 신문을 배부하였다.

“호외요! 호외! 여기에 공짜 신문이오!”

“청나라의 변란으로 인해 이 나라의 청년들이 변고를 당하였소!”

“놈들은 항복하여도 안심할 수 없는 끔찍한 족속들이오!”

공짜라는 말에 모두의 눈이 돌아갔다. 하다못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신문지는 벽에 바르거나 바닥에 깔아 여러모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다.

기초교육을 받은 주부, 공장에서 막 퇴근한 근로자들,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 농부, 그리고 옛 방식을 지키며 살아가던 유생들도 이 신문을 받고 내용을 확인하였다.

“자네 글 좀 읽어보게. 나는 글자를 많이 알지 못해서…….”

“하여튼 간에 삼 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뭘 하는가. 나는 바쁘게 살아도 글이 읽히는데.”

예전에 조-청 전쟁에 잡역부로 참가하였던 근로자는 혀를 차면서 글을 읽었다. 당시 심양성에 분변을 바른 몰골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 일이 또 벌어질 거라 생각하였다.

“이런 흉측한 놈들을 봤나! 세상에 사람의 몸을 잘라서 부적을 만들어?”

“사람의 몸을 잘라서 부적을? 원숭이 같은 거 아니야?”

“어우, 이건 도저히 읽을 수 없는데. 분변을 칠한 성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아.”

반나절 만에 경상도 일대가 신문 기사로 요동쳤다.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던 은퇴 관료들도 신문을 읽고 자연스럽게 길거리로 나아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신문의 주제는 저녁 술자리로 퍼져 나갔다. 경주 시내의 한 술집에서 중년 남성이 소주를 한 잔 목으로 털어놓고 탁자를 내리치고 분노를 토해냈다.

“난 전쟁이 또 일어나면 청나라가 침략할 거라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게 뭔가! 청나라는 이놈들과 비교하면 신선이 따로 없지 않나!”

“그러다 탁자 부서져요.”

“부서지면 내가 내겠소!”

주인에게 호통을 치고 다시 소주를 들이켠 중년 남성은 과거 자신이 겪은 전쟁을 떠올렸다.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들은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대화를 나누려 하였다.

“자네는 병사 시절에 청나라 군대를 사로잡은 적이 있지. 그때는 어떠했나?”

“창칼을 들고 있어도 손을 먼저 내밀며 항복하였네. 그런데 옆 동네 사는 양 대감댁 자제분이 등 뒤에 칼을 숨긴 놈에게 당할 줄이야.”

예전 전쟁에서 병사로 참가한 사람이 말하자 술집 전체가 조용해졌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줄어들고 옛 참전자의 목소리가 술집을 메우기 시작했다.

“놈들이 사람인가? 청나라 놈들은 멍청하고 무례하며 질서도 없이 부패한 것이 전부지. 서역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아녀자를 죽이고 그 시신을 뜯어내지 않았나! 이 족발처럼!”

“자네 말이 맞아. 청나라는 멍청한 놈들이고.”

“놈들은 사람도 아니야. 그런 버러지들을 왜 살려두나!”

어느새 술기운이 오른 중년 남성은 더욱 흥분하여 탁자 위로 올라타 발을 굴렀다. 쿵 쿵 하는 소리가 주점 안을 메우자 그는 더욱 기세를 올려 말하였다.

“여러분! 우리는 저 역도들을! 자신들이 태평천국이라 칭하는 괴물들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놈들이 지금도 도덕을 어기고! 인륜을 어기고! 천륜을 어기지 않습니까!”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되나!”

도포자락을 흩날리는 나이 많은 양반이 맞장구를 치듯이 말하였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리고는 모두에게 선언하였다.

“놈들이 청나라를 완전히 몰아내고 중국 대륙을 점령하면 그 패악을 이 나라에도! 나아가 일본과 월남을 비롯한 수많은 주변 나라에 퍼트릴 겁니다!”

“그렇지! 본래 역성혁명이라 함은 올바른 기치(旗幟)를 내세우고 나아가야 하는 법이야!”

상대의 잔에 술을 채워준 양반은 잔을 마주치고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과격한 주장의 뒤를 이어 옛 법도에 의한 주장으로 받아쳤다.

“이들은 역성혁명을 일으키는 자가 아니네. 하물며 태조대왕께서 고려를 무너트릴 당시에 백성들이 피해를 입었나? 기껏해야 왕씨 일족이 해를 봤을 뿐이야!”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놈들이 지체 높은 사람을 죽이면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백성을 학대하고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하며 패악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 패악이 전장에서 튀어나온 것이야. 거짓으로 항복하고 상대를 참살하는 놈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 태평천국이라는 족속을 무너트려야 할 명분과 실리 모두가 우리에게 있네!”

어느새 술집 사람 모두가 나이 많은 양반을 주목하였다. 그는 목청을 높여 모두가 가장 원하던 답을 내놨다.

“나는 집안에 비축하고 있던 자금과 은행에 예탁한 자금 오천 냥을 쾌척할 것이네!”

“저도 그러합니다! 고작 일백 냥에 불과한 돈이라도 내겠습니다!”

“제가 가진 것은 몸뚱이 하나지요! 대신 군문에 발을 들여 나라님을 도울 겁니다!”

경주 일대의 술집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 지원금을 내고 채권을 구매하였다. 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입대 혹은 잡역부 계약을 신청하였다.

대부분의 지방 언론사에서 비슷한 소식을 내었다. 여기에 한양 일대의 신문사들도 엄선한 기사를 작성하여 상세한 소식을 전했다.

이런 여론의 움직임은 대한제국 전체를 들끓게 만들었다. 각 사단은 모병 권고는커녕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엄선하기 위해 결격 여부를 엄선할 지경이었다.

전쟁 자금을 위한 채권 발행은 이미 폭주하다 못하여 임시 채권을 발행할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제적 역량과 인구 증가로 인한 효과 모두가 발휘되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마침내 머나먼 연해주까지 전달되었다. 순조는 여러 곳에서 전달된 신문 기사를 확인하고 눈을 비비며 평가를 내렸다.

“나는 청나라를 상대하였지. 당시에는 오만불손한 데다 불결한 짓을 하여도 그럭저럭 감내할 만한 놈들이었는데. 이토록 끔찍한 족속이 세상에 있을 줄이야.”

이제 나이가 들어 거동이 힘들어진 순조는 자신이 만든 별궁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냈다. 그의 휘하에 새로 가입한 동티단은 개척과 군사 훈련에 매진하는 이들이 되었다.

보통 국가라면 왕족이 사병(私兵)을 기르는 꼴이지만 순조는 절대적 신임을 받는 왕의 아버지였다. 그는 별궁 앞으로 나아가 동티단원 모두를 소집하였다.

이미 첫 동티단은 고향으로 돌아간지 오래. 새로 동티단이 된 사람들은 구 할 이상이 러시아의 백성들이었다.

“태상황의 명을 받아 동티단원 모두가 이 자리에 임하였사옵니다!”

팔천 명에 달하는 병력들이 집결하였다, 이들은 개척이 없는 시기에 극한 상황을 체험한 인내심과 정신력을 품은 채. 순조가 지급한 최고의 병장기로 무장한 채 훈련을 받았다.

지금은 자신의 대부(代父)이자 삶을 만들어 준 순조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품은 이들. 먼 훗날이 되면 러시아로 돌아가 차르를 제외한 모든 귀족을 쓸어버릴 이들이었다.

순조는 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그 열망을 짐작하였다. 자신이 막을 수도 없으며 막지도 못할 바에는 부덕한 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기반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자네들이 내 아래에서 집결한 이유는 잘 알고 있네. 순리를 어기고 도덕을 어긴 이들을 징벌하기 위하여 무예를 갈고닦으며 병졸로서의 역량을 키워 왔겠지.”

“그러하옵니다! 전하!”

어느새 한국어에 능숙해진 동티단원들은 슬라브족 특유의 푸른 눈을 빛내며 화답하였다. 순조는 이들이 전쟁에 투입되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하여 명령을 하달했다.

“청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자들은 서역인을 모두 죽이려는 흉적들이다. 눈이 푸르며 코가 크고 머리가 노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으니 너희의 목숨을 노릴 것이다.”

순조 입장에서는 자식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 아마 동티단이 전선에 합류하면 패주(敗走)하던 태평천국군도 서역인을 죽이기 위해 다시금 전선으로 뛰어들 것이다.

동티단원 모두가 순조의 말을 듣고 서로를 돌아보았다. 자신들이 청나라에 변란에 참가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이런 상대를 마주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동티단원들은 오히려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하였다. 이런 흉측한 반란군을 상대해야 자신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차르의 군대를 더욱 쉽게 상대하지 않겠는가.

“태상황 폐하! 저희가 바라마지 않던 상대이옵니다!”

“실로 그러하옵니다! 태평천국이라는 반란군이 겁에 질릴 정도로 전투를 벌일 겁니다!”

순조는 더 이상 전선에 나가지 못 하는 몸을. 이제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웃음을 지었다. 20년 만에 벌어진 전쟁에 자신은 발을 들일 장소가 없다.

이번 전쟁은 자신의 아들인 효명제가, 지금 전선에 당도하였을 태자가 주도해야 할 일이다. 순조는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 뒤 마지막 명령을 하달하였다.

“진군하라! 기차 노선을 따라 요동으로 나아간 뒤 요서회랑을 통해 돌입하는 병력들에 합류하여라. 가서 모든 적을 격멸하고 꼭 승전하도록 하라!”

대한제국의 여론과 상황 모두가 이 상황에 호응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진군 하나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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