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화
22장 11화 화합 이후
몽골계 미국인들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연방정부가 먼저 움직였다. 현재 대통령인 제임스 뷰캐넌이 노예제도로 인한 갈등에서 시선을 돌릴 꿍꿍이를 품은 것이다.
여기에 링컨을 앞세워 수정헌법 13조, 14조를 적용한 공화당이 다음 선거에서 우세를 점할 것이 분명했다.
결국 민주당은 표를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한 정책을 내세웠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대평원 횡단 철도 건설 의견이 가결되었습니다.”
“다음 입법안인 대평원 일대의 투자 설비 확충 및 사전 정비에 대한 인명 파견이…….”
공화당의 발목을 잡기 위한 여러 입법안이 제시되었다. 막 연방정부의 일원이자 미국 시민으로 편입된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초장부터 압박을 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런 민주당의 파상공세에 공화당은 어느 정도 선을 두고 지나친 초기 투자를 막아내려 했다. 지나친 압박으로 인해 원주민들의 민심이 이반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링컨 의원, 이번 입법안은 철도 횡단노선 관련 법안인데 좀 막아야 하지 않겠소.”
어느새 공화당의 핵심 인물이 된 링컨에게 동료 의원들이 반발을 해달라 청원하였다. 링컨은 이미 수많은 부족과 협약을 맺은 사람이고 인디언 전문가로 불리기까지 하였다.
예를 들어 ‘인디언들이 철도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제안을 하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링컨은 손을 세워 좌우로 흔들며 답하였다.
“내버려 두시지요. 인디언들에게 어느 지역을 피해 거주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기차가 지나다니는 굉음은 물론이요 기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텐데요.”
“그런 일이 없도록 알아서 잘할 것 같습니다. 애리조나에 있는 몽골계 미국인들이 이들의 고문 겸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아, 그 친구들이라면 쓸 만한 사람들이지. 만에 하나 반란이 터져도 싹 쓸어버리겠군.”
링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하였다. 셔먼을 통해 들은 진상을 보니 몽골계 미국인들은 문명에 대한 파괴병기 그 자체였다.
혹여나 노예제 폐지로 인한 갈등으로 전쟁이 벌어진다면 몽골계 미국인들에게 억제장치를 달아줘야 할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자체를 파괴해 버리리라.
그런 생각이 오가는 동안 민주당의 법안 발의가 계속되었다. 해당 의원은 의사당 안을 쩌렁쩌렁 울리게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였다.
“……따라서! 기차 노선의 사전 정비작업과 경비원의 선제 파견이 중요합니다. 저는 대평원의 인디언을 감시하던 기존 군대를 증원해 상시 파견하는 정책을 제안하겠습니다.”
여러 장소에서 웅성거리며 반발이 튀어나오려 하였다. 미국은 가급적 민간에 일에 개입하지 않고 그들의 자유가 다른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때만 개입하는 국가이다.
물론 인디언을 대상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다. 그러나 인디언이 아닌 미국 시민이 된 이상 군대를 파견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군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시민을 감시하려고 군대라니요?”
“맞습니다. 인디언들이 미국 시민이 된 이상 최소한의 경비부대만 배치해야 합니다.”
인종 차별을 담고 사는 민주당 의원들마저도 이 제안에 반대할 기세였다. 발의한 의원이 격렬한 반응에 어쩔 줄 몰라 할 때 링컨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새로 미합중국의 일원이 된 인디언들은 충분한 감시와 통제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저 링컨은 군대 대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민간인을 고용하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군대 대신 민간인이라? 주변을 감시하고, 범죄를 수사하고 심지어 철도 인근의 경비까지 담당할 수 있는 민간인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민주당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비치며 링컨을 바라보았다. 아마 애리조나의 몽골계 미국인을 고용하고 이들의 보안관 자격을 이용할 것이라 염려하였다.
반면 링컨의 생각은 달랐다. 대평원에 투자를 시작한 몽골계 미국인이 치안까지 담당하는 것은 지나친 혜택이다.
또한 몽골계 미국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 조금 더 미국의 방식을 접할 필요도 있었다.
그는 숨을 가다듬고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주장을 하였다.
“있습니다. 바로 핑커톤(Pinkerton) 전미탐정사무소를 고용하는 것이지요.”
“아! 그 친구들 말이로군. 범죄자 추격과 사냥을 아주 잘하는 친구들이지.”
“마침 링컨 의원의 고향 일리노이 출신이 많군. 대평원 북부이기도 하고.”
링컨의 제안을 받아들여 법안이 수정되었다. 핑커톤 전미탐정 사무소의 대규모 고용을 통한 대평원의 치안 유지 및 철도 부설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동안 대평원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1859년 7월 파견된 행정관이 원주민에 대한 기록을 점검하고 통계를 작성하며 부동산 기준을 세웠다.
어느새 여덟 부족의 대표 격이 된 하얀 방패는 연방정부에서 파견된 관리와 면담을 가졌다.
관리는 긴급하게 작성된 정책 제안서를 꺼내 들며 안건을 들이밀었다.
“여러분에게 납부된 자금은 총 이십만 달러이며 땅을 사는 과정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사는 땅도 사들이라는 말이오?”
“아닙니다. 새로 미국 시민이 되신 분들이니 기존 거주지와 생활에 필요한 임시 거주지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할 방침입니다.”
대평원 원주민들은 농경과 수렵을 병행하는 생활을 하였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들을 위하여 최소한의 수렵 반경을 확보해 줄 생각으로 법률을 임시 작성하였다.
원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마을과 반경 5마일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한다. 여기에 사냥을 위한 임시 거주지의 반경 3마일에 대한 토지를 추가 소유할 수 있다. 또한 마을과 인접한 토지를 인구 1인당 100에이커(약 0.4㎢)를 소유한다.
하얀 방패는 이 규정을 차근차근 읽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이 대평원 가운데 백 분의 일도 소유하지 못할 것 같은데.”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토지 한정입니다. 나머지 땅은 국유지일 경우 정부의, 사유지일 경우 해당 사유지 주인의 허가를 받아 목축과 수렵활동을 할 수 있지요.”
생활 방식을 존중해 주되 대평원은 정부의 것이라는 정책이다.
하얀 방패는 막 해가 떠올라 이슬이 사라져가는 대평원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였다.
“우리가 거주하는 마을과 임시 사냥 거주지를 알려주겠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 둡시다.”
인디언들을 등쳐먹을 생각으로 가득한 연방정부 관리에게 각지의 마을과 임시 거주지가 안내되었다. 기존 마을을 시찰한 관리는 가장 외곽에 몇 개의 나무말뚝을 박아두었다.
“이 말뚝이 마을의 현 기준점입니다. 조만간 측량을 실시하여 반경을 표시하지요.”
“난 또 마을 중앙에 세우는 줄 알았소. 그러면 사냥을 위해 만든 거처로 이동합시다.”
관리가 안내받은 장소는 누가 보아도 터가 좋고 잔잔한 냇물이 흘러 소를 기르기도 좋으며 인근 하천에서 물을 대오기도 편한 장소였다.
그 좋은 터에서 가장 높은 구릉 맨 위에 사냥 거점이 있었다. 관리는 주변을 살펴보고는 하얀 방패에게 눈을 흘기며 말하였다.
“이 천막은 오래된 것이 아니고 얼마 전에 세워진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보아도 생활감이 없는 데다 모닥불은 단 한 번만 피워서 바닥에 그을음이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하얀 방패는 시선을 피하며 적당한 변명을 하였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니오? 애리조나에서 올라온 토벌대를 상대하기 위해 온 부족의 젊은이들이 전선에 합류했소. 여기 있는 천막을 가져간 바람에 새 천막을 만들어두었지.”
“그런 것 치고는 주변에 사람이 산 흔적도 없고 수풀도 우거져 있는데요?”
“대평원에서는 석 달만 방치해도 풀이 자라난다오.”
“모닥불은요?”
“짐승들이 모닥불 냄새를 맡으면 자리를 도망치지. 그래서 거의 안 피운다오.”
대평원에서 살아 본 전적도 없는 사람이라 현지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원주민 마을 주변에 땅이 쓰기 좋은 곳은 모두 다 이런 사냥 거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 부족 마을 주변에서 17개의 오두막을 발견한 관리는 어쩔 수 없이 서류에 기입하였다.
원주민들은 넋 놓고 당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보존하기 위해 각 마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쓸 만한 땅을 모조리 선점할 꾀를 부렸다.
관리들이 임시 지도를 작성할 무렵 철도 부설을 위한 측량회사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여기에 광맥을 찾는 인부들까지 끼어들며 대평원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야, 툼스톤을 처음 세울 때에도 이 꼴이었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구먼.”
“전사 알타이께서 오셨구려!”
이 아수라장에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있었다. 투자 겸 새로운 목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몽골계 미국인들은 소와 말을 끌고 대평원에 도착한 것이다.
공식 주가 된 애리조나의 초대 주지사가 된 소르칸을 대신하여 알타이가 대표로 방문하였다. 하얀 방패는 엄청난 양의 소와 말을 기대하였지만 고작 수천 마리에 불과하였다.
“내가 알기로 타타르 전사들은 소를 십만 마리나 기르는 부족인데.”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터전부터 확인하고 땅을 나눠야 하지 않겠나?”
정부 관리가 작성한 임시 지도를 확인한 알타이는 사방으로 퍼져나간 원주민의 영토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현대의 알박기처럼 좋은 땅을 죄다 선점한 것이다.
여기에 황량한 애리조나의 발전을 확인한 알타이가 첨언을 하였다. 그는 몇 개 지역에 표시를 하고는 하얀 방패와 추장들에게 의견을 내놓았다.
“대충 이 땅을 우리가 머무르면서 소와 말의 수를 불릴 땅으로 하면 좋겠군.”
“그러면 당장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합시다.”
“공증인으로 백인 양반이나 좀 불러오도록 하지. 변호사면 더 좋고.”
대평원 원주민 최초의 토지거래가 실시되려 하였다. 알타이가 땅을 잠시 시찰하고 돌아오는 사이 철도 부설을 위해 파견된 관리들이 공증인 자격으로 계약에 참가하려 했다.
탁자 위에 정식 토지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려는 가운데 공증인 가운데 한 남성이 앞으로 나섰다. 덥수룩한 수염을 자랑하는 그는 스코틀랜드 억양의 사투리로 이견을 제시했다.
“저는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의 대표인 앨런 핑커톤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이번 계약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점을 발견해 이견을 제시하겠습니다.”
“핑커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인데?”
“미스터 클라크(Clark)의 이름을 저 또한 들어보았지요.”
알타이는 호적을 등록하며 시계를 따서 자신의 성을 클라크라 명명했다. 성이라도 공식 서류 몇 개에나 기입된 성이었으며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앨런 핑커톤은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 탐정으로서 알타이를 비롯한 몽골계 미국인의 정보를 이미 입수해 둔 상태였다.
그는 모자를 벗고 점차 밀려나는 이마를 빛내며 말하였다.
“해당 지역을 시찰한 광부들과 그 광부들의 호위와 시찰을 담당한 제 부하직원의 보고에 의하면 일대의 임시 거주지는 오래 사용한 장소가 아닙니다.”
하얀 방패의 눈썹이 뒤틀렸고 알타이 또한 짜증을 드러냈지만 핑커톤은 당당하게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의 탐정사무소는 과학적 수사를 처음으로 도입한 기관 중 하나였다.
“천막이 세워졌을 뿐 보행 흔적이 없음, 사람이 오랫동안 다닌 길이 없음, 뿌리 뽑힌 잡초도 없음. 마지막으로 분변의 흔적도 없음. 추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당 지역에 알박기를 시도한 추장의 눈빛이 파르르 떨리고 손이 꽉 쥐어졌다. 그 모습을 본 하얀 방패는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말하였다.
“아주 예전에 사냥 천막으로 쓰던 장소에 새 천막을 세운 것 같소.”
“제가 알기로 임시 거주지의 조건은 최근 십 년 이내에 오 년 이상 거주한 지역인데요.”
“그럼 임시 거주지가 아니오.”
지도에 표시된 인디언들의 땅 가운데 하나가 정부의 땅이 되었다. 핑커톤은 압박을 가하듯이 지도를 수정한 다음 말하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연방정부의 눈을 대신한 저를 속이실 순 없을 겁니다. 이 땅은 정부의 땅이 되었으며 합당한 업자에게 판매 혹은 임대되어 광산이 부설되겠지요.”
“광산이라 하였소?”
“그렇습니다. 해당 언덕에는 석탄 광맥이 발견되어 시굴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앨런 핑커톤이 일대에 데려온 부하 직원만 삼백여 명 이상이었다. 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호위를 담당하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올렸다.
연방 정부에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원주민들의 광산업 허가만큼은 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기존의 생활 방식을 인정해 주는 것이 새 미국 시민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였다.
“이 친구 제법이네. 보통 인디언들이 사는 땅이라 해서 넘어가기 마련인데.”
“저희 탐정사무소는 어떠한 증거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잠들지 않는 눈이지요.”
알타이는 앨런 핑커톤을 노려보고 피식 웃은 다음 악수를 나누었다. 둘 다 손아귀에 힘을 꽉 쥐고 눈을 마주친 다음 으르렁거렸다.
“핑커톤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는군. 배달부로 활약하는 형제들이 사방을 들쑤시고 다니는 모지리들 때문에 다 잡은 범죄자를 놓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저도 타타르, 몽골리아 계 배달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추적과 단속에 능숙하지만 지나치게 과격해서 피해자를 많이 발생시킨다 하던데요.”
지금까지 보안관 자격을 갖춘 몽골계 배달부와 핑커톤 소속 탐정들은 아주 가끔 현장에서 협력하곤 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같은 범죄자를 추격하다 마주치기 마련이었다. 그런 핑커톤의 탐정들이 대규모로 파견되어 대평원에서 기세 싸움을 할 구도였다.
알타이는 악수를 마치고 펜을 들어 서류에 추가 항목을 기입하였다.
“그럼 새 계약서를 쓰지. 대신 광산으로 인한 간접 피해가 발생할 경우의 대처는 있나?”
“그럴 경우 수정헌법 9조에 의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위법 행위입니다. 당연히 응분의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지도가 수정되고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계약서가 작성되자 핑커톤은 방을 나가기 전 수십여 개의 원주민 임시 거주지를 지목하고 경고를 하였다.
“제가 지목한 거주지들은 의심의 소지가 있는 지역입니다. 일대에 지하자원이 있을 경우 제 판단하에 증거를 제출하여 이 소유지를 가져갈 수 있음을 명심해 주십시오.”
일방적인 선언을 마치고 나간 앨런 핑커톤의 뒤통수를 추장들이 노려보았다. 아예 허리춤을 더듬어 권총을 꺼내려 하자 알타이가 먼저 나서서 이들을 말렸다.
“저놈들과 지금 싸우면 안 된다고. 나중에 돈을 뜯어낼 방법이 넘쳐나니까 참으시오.”
“그래도 광산이 생겨나면 엄청난 피해를 보는데.”
“땅은 우리가 욕심을 부려 얻어내려 한 거지만 광산은 피해가 너무 크다고.”
백인들의 광산 개발은 원주민들의 생활 방식인 수렵과 목축에 크나큰 타격을 입혔다. 처음에는 몰라도 농축된 폐기물이 강으로 흘러가면 광독(鑛毒)이 된다.
그러면 그 냇물을 마신 짐승들이 병이 들고 땅이 오염된다. 심지어 목축을 하면 더 많은 가축이 피해를 입고 죽어 나가리라.
몇 개의 땅에 광산이 들어설지 알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알타이는 팔짱을 끼며 태연하게 말했다.
“분쟁을 지금 일으키기보다는 상대가 빠져나가지 못할 때에 일으키는 것이 정석이지. 광산이 가동되면 물을 통해 독이 흘러나오기 마련 아닌가?”
하얀 방패와 추장들이 알타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도를 짚어가며 물길을 확인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논하였다.
“광산에서 흘러나온 독이 소를 죽이면 광부들이 댁들의 권리를 침해한 상황이지. 그 소의 상태는 몰라도 되고.”
“잠깐. 그렇다면 상대를 속이라는 거요?”
“광산을 만들어도 댁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계약서까지 작성되었잖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피해를 보상할 의무도 있고.”
알타이는 툼스톤 인근에 있는 은 광산 폐수로 인해 소들이 떼죽음 당한 사건을 떠올렸다. 소르칸이 허가를 내려 고용한 이들이라 별말을 못 했지만 이럴 때의 대처법도 알게 되었다.
“물에서 쇠 비린내가 날 때쯤에 상태가 안 좋은 소를 보내서 물을 먹여. 이후 소들이 떼죽음을 당한 다음 피해보상을 제기하면 상대가 어떻게 할까.”
알타이는 지도를 더듬으며 광독이 피해를 미칠 범위를 파악하였다. 이미 한번 당해본 사람이기에 상대를 우려먹을 방법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한편 개인 숙소로 돌아간 앨런 핑커톤 또한 기대에 차 있었다. 그는 성공적으로 정부 사업을 따낸 핑커톤 탐정사무소를 더욱 키울 생각으로 몽골계 미국인의 신상명세를 확인했다.
“일처리가 좀 과격한 편이지만 하나같이 뛰어나다 못해 재주가 넘치는 사람들이야. 이들 가운데 지적으로 우수한 이들을 뽑아 수사와 탐문방식만 정립시키면 되겠어.”
두 집단은 서로를 흡수하기 위한 꿍꿍이를 품었다. 대평원의 알력다툼과 재산권 분쟁을 거치며 서로를 더욱 깊이 알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를 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