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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77화 (247/345)

277화

22장 8화 바늘(2)

각 부서가 힘을 합쳐 미리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준비하였다. 가장 중요한 탄약은 연간 최소 5천만 발을 소모할 것이라 추측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 탄약 비축량 1억 발을 맞추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해 보았다. 가장 먼저 탄약 수입 명분을 갖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소총탄 생산 과정에 흠집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탁지부의 최고참이자 새로운 별명까지 생겨난 김좌근이 고생을 좀 했다.

김좌근은 경기도 일대의 탄약 공장을 시찰하고 돌아와 푸념을 하였다.

“자네가 탄약을 수입하기 위한 여론 조성에는 성공하였네. 정상적으로 생산되는 탄약의 품질을 적당히 트집 잡고 미국에서 수입하는 탄약과 비교해 보자 하였지.”

김좌근은 워낙 많은 예산안을 반려(返戾)해버린 전적이 있었다. 새 별호로 반객(返客 - 손님을 돌려보내다, 볼 일이 없다는 뜻)이라 칭해질 지경이던가.

그런 입장에다 탄약 수입, 이런저런 귀찮은 조치 없이 단번에 예산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바로 움직였다.

그는 겨울 추위에 부르튼 얼굴에 바셀린을 바르며 말하였다.

“덕분에 기자들이 바로 내 움직임을 포착하고 기사를 남겼어. 장기간에 걸친 조사 결과 총 자체의 불량이 아닌 탄환 문제라고 흠집을 잡아두었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나저나 공장장들이 뭐라 안 하였습니까?”

“미리 이야기를 해두어서 말의 앞뒤를 맞추었네. 생산기계 몇 대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보수 과정에 들어가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총의 수명을 마모시키는 탄약이 들어간 거지.”

“완벽하군요. 군문에서 아주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신형 소총 보급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 소총이라는 물건은 내구연한이 끝나거나 고장이 발생하면 교체한다. 더군다나 조작법이 다른 신형 소총이면 교체도 힘들다.

설령 교체하더라도 새 소총에 대한 사용법 교육이 필요하다. 병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멀쩡한 소총을 왜 교체하느냐고 시비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소식을 들은 기자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신형 소총으로 교체하여 예산을 낭비하다.>라는 기사를 쓰리라. 결국 언론을 통해 대한제국이 전쟁을 준비하는 소문이 퍼진다.

“이래저래 신경을 쓸 일이 많단 말이야. 이래서 선조대왕께서 조보를 폐간하신 것 아닌가.”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이 신문입니다. 언로가 통해야 사람의 불만이 드러나지 않습니까.”

“내 말이. 아무튼 내일쯤 되면 각 신문에 기사가…….”

내가 미리 각 언론사에 뿌려놓은 정보를 김좌근에게 보여주었다. 김좌근은 내가 쓴 글귀를 읽더니 코웃음을 섞어가며 자신이 말하였던 정보와 대조하였다.

“축이 어긋난 탄약으로 인한 경첩구조의 상하부 손상, 장기적인 총기 내구도 저하 우려?”

김좌근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갑식, 진식 소총의 상세를 떠올리며 장전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초기 트랩도어 소총들의 문제점 중 하나가 트랩도어 부위의 파괴였다.

특히 위아래로 여닫는 경첩이 헐거워지고 가스가 새어 얼굴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눈썹 태우는 총’이라는 별명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였다.

“딱 적당한 말 아닙니까? 신형 소총은 걸쇠의 회전구조를 사용하니 축이 조금 어긋난 탄환도 제대로 쏠 수 있지요. 더군다나 급할 때가 되면 구형 소총을 쏴도 괜찮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와 불량 탄환 문제를 엮어서 신형 소총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김좌근도 괜히 눈썹을 쓰다듬고는 맞장구를 쳤다.

“하긴 가장 많이 망가지는 부위가 경첩이지. 총열이 닳아버리기 전에 경첩을 대여섯 번 정도는 교체하니 병사 입장에서는 탄환 문제인지 총 문제인지 모를 걸세.”

“그리고 새로 지급받은 소총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요.”

김좌근은 코웃음을 치면서 기자들이 잘 속아 넘어가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궁금한 듯이 나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나저나 다음 변란이 일어나면 그토록 많은 탄환을 쏠 것 같은가? 이미 비축분량도 꽤 되는 형편인데 굳이 외국에서 수입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 전쟁에서는 청나라 군대가 제대로 맞서 싸운 적이 단 한 번에 불과합니다. 반면 이번에는 최소 이십만 명 이상의 군대를 상대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싸우다 보면 지리멸렬하겠지.”

“아마 한 번의 전투에 탄환 오백만 발 정도는 사용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전투가 전쟁 초반에는 몇 번이고 일어날 것 같군요.”

이번 전쟁에 투입할 대한제국군의 총원은 15만 명에 추가 증원도 가능하다, 이들이 끝없이 밀려오는 청나라 군대나 객가 군대를 상대로 화력을 투사하면 저 정도는 사용하리라.

“오백만 발? 탄환에 밥을 비벼먹어도 될 지경인데?”

“농담이 아닙니다. 신형 소총이 여러모로 편리하여 일곱 발을 단번에 장전하여 스물을 세기 전에 모두 방포하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십혈포(개틀링 건)도 있지요.”

“지금 이 나라에서 생산하는 탄환이 기본 소모를 제외하면 일 년에 이천만 발에 불과하잖나?”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최대속도로 생산해야 합니다. 여기에 초기 소모량을 어떻게든 비축해둘 필요도 있지요.”

김좌근에게 서류를 미리 보여주었다. 미국의 각 탄환 생산업체에 보낸 입찰 제안서에는 이미 미국에서 소총탄으로 인기를 끄는 12㎜ 탄환에 대한 상세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 분기당 일천만 발, 도합 사천만 발을 수입할 것이라. 너무 많은 양인데.”

“공식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은 비공식 수입물량으로 정할 겁니다. 쌍성자 일대에 머무르고 계시는 태상황께서 수입하는 물량이지요.”

“하긴 동티단에 가입한 노서아 이주민들이 군문에 막 발을 들이기 시작하였다는데.”

“태상황께서 움직이시지 아니하였다면 이 일도 꽤나 힘든 일이 되었을 겁니다.”

순조는 계속 밀려오는 러시아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교화하며 농토를 지급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더욱 많은 이주민들이 군대에 입대하기까지 하였다.

김좌근은 자리에서 일어나 북쪽으로 인사를 올렸다. 본래 이런 일을 자신이 최종 결재를 내려야 하는데 순조가 자신의 재산을 털어내는 과정이라 자신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격이다.

“태상황 폐하께서 신이 할 일을 스스로 행하시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시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한 번 다녀오면 어떠한지요?”

“조카사위가 농담 한번 잘하는군. 내 손녀딸 하나 만들어보면 그 말에 응하도록 하지.”

아직도 혼사를 치르지 않은 은찬이 이야기를 꺼낸 김좌근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자락을 정돈하였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장난기가 싹 가신 표정으로 말하였다.

“은찬이가 올해 말에 심화 과정을 겪고 장교로 부임하자마자 전쟁이 터질 거야. 눈먼 탄환이 녀석의 몸을 스치기라도 하면 어찌하겠는가.”

친인척 입장에서는 은찬이가 혼인이라도 하게, 가급적 후사(後嗣)라도 남기게 손을 쓰라는 조언이었다. 그런데 은찬이 녀석이 혼인을 치를 생각이 별로 없어서 난감할 뿐이지.

그래도 이제는 혼인을 치러 줄 차례였다. 김좌근의 조언에 감사를 표하며 아버지로서 할 일을 다짐하듯 말했다.

“처숙께서 말씀하신 대로 혼사를 논하기는 해보아야지요. 그래도 아버지로서 자식의 갈 길이 편하도록 청나라를 더욱 심각하게 무너트려 보겠습니다.”

“자네가 일을 어련히 하겠지. 그럼 난 돌아가 보겠네.”

신형 소총 보급과 탄환 대량 비축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다. 이제 은찬이의 중매라도 서주려고 고민하는 차에 사람이 찾아왔다.

“청나라에서 의술을 교육받는 의원들이 문의를 하였습니다. 외부 소속 직원들에게 여러모로 물어볼 것이 있다 하였는데요.”

내 휘하 관료들은 요청 문서를 받아들고 서로 돌려가면서 읽어댔다. 그리고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서로 나가서 대화나 나누고 돌아오자고 순서를 정했다.

“내가 직접 방문할 일이군. 그렇지 않아도 업무가 많았는데 좀 쉬러 다녀오지.”

나름 홍수전에게 함정을 파두었는데 다른 사람이 멋대로 개입하게 둘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갖옷, 현대로 치면 털가죽 코트를 걸치는데 부하 직원들이 이를 만류하였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요? 그 먼 길을 다녀오시면 고뿔에 걸리실 수 있습니다.”

“요즘 좀 추운 편이기는 한데 내가 아직 환갑도 안 된 나이야.”

1859년 양력 1월, 아직 음력설이 한창 남은 시점인데 추위가 심하다. 날씨 통계에 의하면 영하 14도 정도의 맹렬한 추위가 몰아닥친다 하던가.

요 3년 동안 추위가 점점 심해져서 쌀농사가 점점 안 되는 형편이기도 하였다. 그나마 북방을 많이 개척해 둬서 밀농사로 버티고 있는데 이러다 기록적인 한파가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보다 청나라가 더 큰 타격을 받겠지.”

그렇지 않아도 농토를 양귀비밭으로 치환하느라 작물 생산량이 줄어든 청나라다.

내년에도 이런 한파가 찾아온다면 겨울 농사에 실패하며 이중고를 겪을지도 모르지.

* * *

마차를 타고 청나라 의원들이 머무르는 강당으로 향하였다. 내가 방문하자 외곽에서 경계를 서던 군관들이 바짝 긴장하여 인사를 올렸다.

“외부대신님을 뵙습니다!”

“이런 사소한 자리에 어찌 방문하였는지요?”

군인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기가 바짝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신문 기사로 나오지는 않았더라도 군부에서는 내가 신형 소총의 문제점을 파악한 것을 높게 평가했으리라.

“별일은 아니고 의문을 품었다면 답해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지.”

“알겠습니다! 의원들은 나름 대표를 정해두어 질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강당에 모인 모든 사람의 질문을 듣다가는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 의원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30여 명을 선발하여 외부 직원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방문하였습니다. 이 나라의 외부대신을 역임하고 있는 박진일입니다.”

“박…… 진일? 자가 진일이면 혹시 박 후작님 아니십니까?”

평범한 관리가 올 줄 알았는데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이 와버렸다.

다들 서로를 돌아보고 쭈뼛거리고 있어서 내가 먼저 자리에 원탁에 앉아 질문을 받기로 하였다.

“여러모로 궁금하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이 궁금합니까?”

“우리나라와 관련된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정보를 말씀해 주시지요.”

“그것 말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그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하셨습니까?”

“객가들이 정말 양귀비를 퍼트렸습니까?”

“아편이 얼마나 많이 팔려나갔습니까!”

민감한 주제나 개인적인 주제도 모두 질문 대상이 되었다. 나는 순서를 정리하기 위해 탁자를 손으로 가볍게 내리치고 내 주장의 기초 전제를 깔아두었다.

“제가 입수한 정보는 완벽한 정보는 아닙니다. 저희는 청나라 각지에 깔린 전신 장비를 점검하며 이리저리 오간 전적이 있었고 그를 통해 간접적인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실제로는 전신을 중간에 가로채거나 아예 담당 관리에게 뇌물을 먹이기까지 해서 얻은 정보다. 이걸 다 알려줄 필요는 없으니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 결과 각 지방의 객가들이 중앙 정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었습니까?”

“일단 중앙의 객가 집단이 부패관료들과 작당을 하여 지방 사역(使役)을 비롯한 공사 과정에 개입했습니다. 여러분도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만.”

의원들 가운데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보아온 광경을 중국어로 중얼거렸는데 내가 쐐기를 박듯이 그 과정에 대해 대략적으로 논해주었다.

“일단 특정 지역의 특산물 혹은 지하자원을 이용하는 공장을 설립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역을 동원하고 사람을 멋대로 갈취하고는 하지요.”

“그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다음에는 공장 내부가 문제이지요.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제출해야 하니 다 망가진 기계를 대충 들여놓거나 아예 목판에 그림을 그려서 사진만 찍는 것 같더군요.”

“옳습니다! 제가 그걸 보고 얼마나 기가…….”

내 말에 맞장구를 치던 의원은 입을 다물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궁금한 듯이 이 객가의 핵심 간부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 원흉이 누구입니까? 대체 누가 양귀비를 퍼트리고 나라를 어지럽게 하며 높으신 나리들의 뒤에서 이득을 나누어 먹고 있습니까?”

“저는 잘 모릅니다. 애초에 전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입수하는데 알 길이 없지요. 여러분은 이 나라의 정보력이 청나라 궁중의 비사(祕史)까지 볼 수 있다 생각하십니까?”

나름 유도심문을 한 것 같은데 내가 걸릴 이유가 있나.

나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선에서 정보를 입수한 수준에서 적당히 받아쳐 주었다.

“그러하면 아편의 총 생산량은 얼마나 됩니까?”

“아마 십만 관이 가뿐히 넘어갈 것 같습니다.”

“객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양귀비를 퍼트린 것 같습니까? 혹시 아십니까?”

“배상제회라는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이건 천주교 신부를 파견한 덕분에 우연히 알게 되었지요.”

의원들은 배상제회 가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질문을 하였다.

“배상제회요? 그 단체가 어떻게 들키지 않고 아편을 곳곳에 뿌려두었지요?”

“양귀비 재배를 권고한 것 같더군요. 어차피 양귀비를 재배하면 아편으로 가공되기 마련. 그러면 씨앗만 보내서 중앙 정계와의 인맥을 만드는 것이지요.”

저렇게 아편으로 돈을 버는 대신 각 지역에 인맥을 구축하고 만주족을 대신한 무력 단체를 만들었지.

의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맞춰 보았는데 내 정보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기까지 하였다.

한 손이 없는 의원, 아마 광주에서 영국군을 상대하다 부상을 입은 것 같은 의원은 입술을 바르르 떨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질문을 하였다.

“모든 말씀에 거짓이 없고 앞뒤가 맞습니다. 그럼 궁금한 점이 있는데, 우리를 왜 이렇게 잘 대해주십니까? 저희를 가르쳐서 얻는 이득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의원이 아닙니까? 의원이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여기서 중국을 쪼개는데 동참하라는 제안, 대한제국의 편을 들어서 협력하라는 제안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오로지 이 나라의 안녕을 위해 약간의 자원을 사용한 사람이다. 그저 옆 나라의 부족한 의술을 개선하고 의료인을 육성할 자원을 마련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다시금 확인해 주듯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제안을 하였다.

“여러분은 청나라 전역에 아편이 퍼진 사실을 알았습니다. 또한 아편의 해악을 서로 머리를 맞대어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하였지요. 이제 할 일이 뭡니까?”

“저희에게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아편을 끊게 만들거나 최소한 줄이기라도 해야지요.”

“높으신 양반들에게 아편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며 박멸을 요청해야 하지요.”

“그거면 족합니다. 어차피 청나라 조정에 돈을 먹여보았자 귓등으로 듣지도 않는 상황 아닙니까? 모두의 인식을 변하게 하려면 새로운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의원들은 내가 알려준 뜻이 그럭저럭 합당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대한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푼돈을 들여 장기적인 마약 단속 문제에 투자하는 격이다.

“저희는 이미 할 일을 다 하였습니다. 조차지에는 쉴 새 없이 병사들이 드나들며 단속을 하고, 의무교육에는 반드시 아편을 비롯한 마약의 해약을 가르치고 있지요.”

“그렇게 대책을 취해도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차례라는 말씀이군요.”

“개인적으로 간절히 청하는 바이니 많은 제자를 육성하고 새로운 의술을 공유해 주십시오.”

내가 간청하듯이 고개를 숙이자 의원들 또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서로 눈을 마주치자 이들은 나를 향한 신뢰를 가득 담아서 서로를 꾸짖기 시작하였다.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박 후작님은 정말 이 나라를 올바로 만들어 대한을 더욱 평안하게 다스릴 생각으로 가득하시군요.”

“그럴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무력을 사용하나 그건 최후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이 청나라를 바꾸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의원들은 내 앞에서 인사를 올리며 이 제안에 동의하였다. 이들은 내 의도를 대한제국의 안녕을 위해 청나라의 아편을 뿌리 뽑는 옳은 일이라 생각하리라.

이후 외무부에 의원 수십여 명이 찾아와 망명 신청을 하였다. 그 정도는 양반이고 어린 자식들의 유학 신청을 미리 해두는 이들조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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