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화
21장 10화 옛 가르침(1)
음력으로는 추석 전날, 이제는 국가 공식 달력이 된 양력으로 10월 1일이 되었다. 대한제국의 공식 절기는 여전히 음력 기준이라 추석을 맞이하여 각 가문의 종가에 사람들이 몰렸다.
한양으로 올라가지 않은 옛 안동 김씨가 머무르는 안동에도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개중 한양에서 내려온 젊은 가문의 인재들이 종가에 돌아오자마자 문안 인사를 올렸다.
“조부님께서 강녕하시니 이 손자의 마음이 놓입니다.”
“나 또한 그러하다. 너희들이 보로서(프로이센)에 이 나라를 대표해 다녀오지 않았더냐.”
하얀 수염이 배꼽까지 내려오고 머리가 모두 하얗게 센 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자들의 문안 인사를 받았다. 그의 나이는 이제 칠순이 다 되었으며 옛 생활을 간직한 사람이었다.
반면 자식들과 손자들의 외모도, 형식도 달랐다. 다들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있었지만 아들들은 간편하게 정돈한 한복을, 손자들 가운데 몇몇은 아예 양복을 입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화를 내며 양이의 옷을 입지 말라 했겠지만, 서양까지 다녀와 학문을 떨친 손자들을 고작 소과의 진사시에 합격한 김 진사 입장에서는 뭐라 할 방법조차 없었다.
그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손자들에게 눈치를 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 눈빛을 알아차린 손자들은 변명을 하듯이 자신들의 옷자락을 매만지며 말하였다.
“조부님에게 송구한 말씀이나 저희가 웃어른에게 문안 인사를…….”
“되었다. 다만 차례를 지낼 적에는 목욕재계를 꼭 하고 이 나라의 본래 옷을 입도록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웃어른의 집에 방문하자마자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의이다. 그런 점에서 손자들은 중간에 다른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는 것을 잊었을 뿐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아니라면 자신이 실수를 하였을지도 모른다. 이 나라에서 양이의 옷을 천시하는 사람은 없고 옷자락이 간편하여 여러모로 활동하기 편하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가문의 사람들이 김 진사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들은 드넓은 종갓집의 각 건물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축문 정도는 내 손으로 작성해야겠지.”
평상시처럼 지필묵을 챙긴 김 진사는 방 안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였다. 자신의 자식과 손자들에게 남길 글귀를 머릿속으로 정하는 동안 옆방에서 손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이번 박람회에 종형도 꼭 다녀오셨어야 합니다. 제 옆에 누가 있었는지 아십니까?
-누구인가? 혹여나 보로서의 왕족이라도 있었는가?
-제가 탑승한 전기 코끼리, 공식 명칭은 전기 철도에는 청나라의 친왕과 휘하 주요 인사들이 탑승하였습니다. 철도가 연기도 뿜지 않고 움직이자 모두가 화들짝 놀라더군요.
김 진사는 그 말에 정신이 팔려 붓을 벼루 위에 내려놓았다.
그가 아는 증기 기관차는 나무와 석탄을 집어삼키고 연기를 토해내며 사방을 진동하게 만드는 괴물이었다. 한때는 그 괴물이 지나가면 풀이 메마르고 가축이 굶어 죽는다고 텃세를 부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기차를 한번 탑승해 보니 그 괴물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진동과 소음으로 세상을 어지럽게 하지만 철도가 있어야 물자와 사람을 옮기기가 편리해지리라.
그러나 기차를 넘어서서 이제 전기 철도라는 물건이 생겨나 버렸다.
-생각해 보십시오. 전선에서 전기를 받아들여서 진동도 거의 없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전기 철도의 모습을. 거기다가 내부에서 안내 방송도 하였다니까요.
-안내 방송이라? 혹여나 축음기를 상용화할 수 있게 되었나?
-네, 판의 수명이 짧아 여러모로 꾀를 썼습니다만 아무튼 잘되었습니다.
김 진사는 손자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 없었다. 제반 지식이 부족하고 새로운 문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무엇과 비슷한지, 무엇과 차이가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이토록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데 내 몰골이 각주구검(刻舟求劍)과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이 이 나라를 위해 행한 일은 그저 옛 기록을 조사하고 고문서를 파악한 것이 전부였다. 이를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서원에 나아가 기록화하고 서역의 말로 번역하였다.
김 진사는 그 과정에서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익힐 수 있었다. 물론 서역의 사람과 회화를 나눠 본 적은 얼마 없어서 외국에 나갈 생각도, 사람을 불러 대화를 나눌 자신도 없었다.
“세상에 너무 변하여 무얼 해 보지도 못하겠구나.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강산이 아닌 사람의 삶이 바뀌고 있으니…….”
김 진사는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주변의 산세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화전민들이 수없이 돌아다녀 헐벗은 몰골이나 이제는 아카시아와 오리나무를 비롯한 수목을 식재하였다.
황량한 산은 어느새 푸르른 모습으로 돌아오고 이 산에 다시금 참나무와 소나무를 비롯한 나무를 조림하였다. 이 풍경조차도 익숙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다못해 집에서 사용하는 집기들도 대부분 새것이 되었다. 예전의 놋그릇과 칠기 대신 공장에서 생산한 본차이나, 이 나라에서는 골분(骨粉) 식기라 부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 생각을 하고 있자니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옆방에서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손자가 소반 위에 간식거리를 챙겨 김 진사에게 전해주었다.
“제가 다녀오는 길에 말린 암라(菴羅 - 망고)를 사 왔습니다. 이런 날에 드셔야지요.”
“고맙구나.”
새하얀 그릇 위에는 손자가 사 온 말린 망고가 담겨 있었다. 이를 입안에 넣자 달달한 맛이 아니라 입안이 말라붙을 정도로 짜릿한 단맛이 맴돌았다.
예전이라면 잘 말린 곶감에 만족했을 입맛이었다. 이제는 곶감을 평범한 농민들이 명절에 양껏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자신의 집에서도 곤포당(글루탐산나트륨) 음식에 쓰는 처지가 아닌가. 김 진사는 자신의 옷자락을 쓰다듬고 그 위에 수놓아진 자수의 감촉을 느끼고 탄식하였다.
“내가 입은 옷조차도 예전과 다르고 먹는 음식조차도 다르거늘 마음은 변하지 않았구나.”
예전이라면 왕후장상이나 입을 옷감은 에이다-자카드 방적기의 힘으로 재력이 조금만 있으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감이 되었다.
애초에 옷감의 질부터 달랐다. 안동 인근에도 면직물과 견직물을 가공하는 공장이 설치되었으며 더 이상 베틀을 놀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대신 주변에서는 재봉틀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없이 생산되는 공장제 직물이 시장을 점령하여 백성들도 겨울이 되면 튼튼한 누비 솜옷을 입고 다닐 지경이었다.
“잠시 읍내에 다녀오겠다.”
“내일이 한가위인데 주변이 너무 번잡하지 않겠습니까?”
“뭘 그리 번잡하다 하느냐. 한가위를 내가 몇 번이나 치렀는데.”
김 진사는 할 일이 없을 때 다녀오는 장소로 몸을 움직였다. 마침 주변 논에서는 한가위를 맞이하여 농민들이 벼를 추수하고 즉석에서 탈곡까지 수행하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이삭을 털고 도리깨질을 할 소작농들이 거대한 원통형 기계에 벼를 밀어 넣었다. 소가 기계 주변을 돌아다니자 이삭과 볍씨가 분리되어 따로따로 쏟아져 내렸다.
저 기계가 어디서 온 것인지 떠올리던 김 진사는 얼마 전 장남이 한양에 올라가서 구매해 온 기계임을 알아차렸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백성의 생활이 아닌가. 이 생각을 하며 김 진사가 논을 바라보자 한참 일을 하던 소작농들이 뛰어와 인사를 올렸다.
“김 진사님을 뵙습니다!”
“뭘 그리 힘들여 뛰어오는가. 추수를 하면 추수를 할 것이지 날 보아서 뭘 하겠다고.”
“그래도 이 땅의 주인이시고 저희에게 소작을 주시는 분인데 인사를 올려야지요.”
어느새 비료라는 물건이 들어와 수확량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토지 개혁으로 자신을 포함한 지주들도 이득을 보았다.
지주들은 약 1할 정도의 이득을 챙겼다. 반면 농민들은 최소 4할, 삼정의 문란이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8할 이상의 수익이 증가하였다.
그 생각을 마친 김 진사의 눈에 아직 수확되지 않은 벼가 들어왔다. 이 지역에서 기르던 벼와 조금 다른 형태의 벼이삭을 보자 자연스럽게 궁금함이 밀려왔다.
“이 벼는 예전에 기르던 벼와 좀 다른 것 같은데?”
“올해 초에 마름이 한양에 한 번 다녀와서 새 품종의 벼를 가져왔지요. 길러 보았는데 일 할 정도 많이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하면 앞으로 이 벼를 기르도록 하게. 내가 얻는 곡식도 늘어나고 자네들이 얻을 곡식도 늘어나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서둘러 방아를 찧어 햅쌀 한 석을 진사님 댁에 드리겠습니다!”
김 진사는 옛 풍습에 의거해 옛 벼를 기르자는 말을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였다. 옛 습속이 굶주린 백성을 먹일 수 있겠는가, 저들에게 제대로 된 옷을 입힐 방안이 있겠는가.
새로운 문물과 학문은 유학의 근본을 정확히 관통하였다. 백성을 아끼고 챙기며 사람의 신뢰를 얻어 나라를 덕으로 다스렸다.
그 과정에서 모두가 혜택을 보았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시대에 뒤처져서 혜택을 누리지 못한 아둔한 사람일 뿐이지.”
그에게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한양으로 올라가 자신의 학문을 갈고닦는 대신 새로운 재능을 찾을 기회가 명백히 주어졌다.
하다못해 학문이 아닌 재산을 불리기 위하여 공장에 투자하고 철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김 진사는 상업을 천시하는 전형적인 사대부라 이런 기회를 저버렸다. 반면 이런 사업에 손댄 이들은 어느새 한양 인근에 별장을 지닐 정도의 부를 축적했다.
김 진사와 비슷한 사람들이 안동 일대에만 스무 명이 넘었다. 이들은 대학의 명예 강사 자리를 유지한 채로 역사와 학문을 가르치는 소일거리를 하며 세월을 보냈다.
“김 진사 왔는가? 자네도 할 일이 없어서 찾아왔지?”
“누가 아니라 하겠나.”
안동에 있는 서원 중 더욱 규모가 크고 세가 우렁찬 도산서원은 상대적으로 젊고 세상의 이치를 아는 학자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반면 역동서원에 이러한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최소 60세 이상, 많게는 8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여전히 옛 학문을 익히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예전의 한가위는 지금보다 지내기 좋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손자 녀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지 않나. 뭘 알아야 즐겁게 대화를 나누지.”
담배연기가 자연스럽게 서원을 메우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비슷한 신세라 이런 명절이 되면 대화의 주제가 푸념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런 푸념이 한 사람의 방문으로 깨어졌다. 평상시에는 안동의 전신국에서 사람이 소식을 전하였으나 이 사람은 옛 방식에 의거해 서신을 전달하였다.
“어명이오! 역동서원의 유생들은 태상황 폐하의 어명을 받으시오!”
“태상황 폐하께서 어명을 내리셨다고!”
여든 살이 넘은 나이 많은 유생은 지팡이를 짚은 채 다리를 절룩거리며 문을 열었다. 옛 방식으로 두정갑을 입은 군관이 말에서 내려 어명을 전달하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순조가 친히 작성한 조서(詔書)를 받은 대표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러고는 큰 목소리로 모두에게 내용을 알려주었다.
“태상황 폐하께서 우리같이 경험이 많은 이들이 사람을 교화하라 명을 내리셨네!”
모두가 모여들어 순조의 조서를 확인하였다. 그 조서에는 러시아 이주민들의 교화를 위한 순조의 명령이 담겨 있었다.
-옛적부터 유학을 익혀 대유(大儒 - 학식이 높은 선비)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고한다. 얼마 전 노서아에서 삼강 습지를 개척하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하였노라.
-이 사람들은 유배를 당하여 수많은 고난을 겪고 성품이 악독해졌다. 이들을 방치해 두었다가는 참으로 흉험한 일을 저지를 것 같아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이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고 마음을 교화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유학에 능통하며 각지의 사학(私學)에서 노서아나 불란서의 말과 글을 배운 사람을 소집할 것이다.
-다만 머나먼 북방의 쌍성자와 그 북방의 삼강습지에서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를 명심하고 몸을 건사할 수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조서의 내용을 확인한 사람들 모두가 감동으로 사지를 주체하지 못하였다. 세상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에도 밀려난 사람들을 위하여 태상황이 직접 조서를 내려주었다.
“주상전하 천세! 아차, 천세가 아니지!”
옛 방식대로 천세를 올린 노인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자신의 실수를 책망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양팔을 올리고 이 시대의 격식에 맞는 찬사를 올렸다.
“주상전하라니! 태상황 폐하 만세!”
“태상황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모두가 북방에 있을 순조를 향하여 절을 올렸다.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범벅이 된 유학자들은 손을 맞대고 갈 사람을 선별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여든이 넘어서 북방에 나아갔다가는 대번에 객사할 것 같군.”
“형님은 좀 쉬시오, 나는 얼마 전 칠순을 넘겨서 아직 기력이 생생하다니까.”
“그럼 여기서 가장 어린 제가 가보겠습니다. 전 회화를 나눠본 적이 있지요.”
모두 합의를 보아 보름 뒤에 북방으로 나아갈 사람을 정하였다. 이미 가장을 장남에게 물려줄 준비를 마친 노인들이라 더 이상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러나 하인들을 데려가기에는 좀 난감했다. 대한제국에서 노비가 사라지고 세월이 지나 옛 노비들이 죄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이 되었다.
당연히 머슴 신세인 사람들을 멋대로 끌고 갈 수도 없고 끌고 갔다가는 태상황에게 알려져 벌을 받으리라.
한참 고민하던 김 진사는 북방으로 데려가 정착시킬 수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한가위가 지나간 다음, 소작농들을 소집하여 이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다들 한가위는 잘 보낸 것 같군. 새로 보낸 쌀은 아주 맛이 좋았다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찰기도 보통이 아니고 아주 부드러운 쌀이더군요.”
“그래. 내 입에도 맞으니 계속 기르게나. 그나저나 자네들 눈에 시름이 보여서 소집하였네.”
김 진사의 아들은 한양을 오가며 사업을 하느라 바빠서 이러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였다. 반면 김 진사는 할 일 없이 세월을 보내며 사람들의 문제점을 파악해 두었다.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식을 대여섯 명씩 낳아서 서로 땅을 경작해야 할 처지인데 내 땅은 한정되어 있어.”
“그렇다면 한 결이 아닌 절반으로 쪼개서…….”
“쪼갠다고 되겠는가? 그렇게 되면 손자를 볼 적에는 몇 마지기의 땅이 되지 않겠나.”
소작농들은 김 진사의 말에 별달리 반박하지도 못하였다. 이미 자식이 많은 집안에서는 장남이나 차남들이 한양으로 올라가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였다. 심지어 요동으로 이주를 택하고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지원이 있음에도 개척이 너무 고된 일이라 이주를 선택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나이 많은 지주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작농들 모두가 현실을 자각하고 한숨을 쉴 무렵. 김 진사는 손가락을 들어 저 북쪽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내가 태상황 폐하의 조서를 받게 되어 북방으로 나아갈 것일세. 쌍성자라 불리는 곳이지.”
“익히 듣기는 하였습니다. 노서아에게 할양받은 영토라 하더군요.”
“그런 험한 곳에 나아가도 괜찮겠습니까?”
김 진사는 사람들을 교화하는 유학의 근본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소작농 가운데 대를 이어 소작을 지은 사람들을 돌아보며 권고를 하였다.
“태상황 폐하께서 은혜를 내려주실 것이니 응당 나아가야지. 여기에 자네들을 데려가면 은혜를 같이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군요! 생각하여 보니 정착금을 두 배로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내 말이 그 말일세. 자네들이 그냥 이주하면 국가의 지원만 받겠지. 나를 보좌하기 위해 함께 이주하였다면 태상황 폐하의 은혜도 받게 된다네.”
김 진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였다. 새로운 농사가 고되고 개간 또한 고된 일이나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찬 이야기였다.
이들을 시작으로 대한제국에서 천여 명에 달하는 유생들이, 옛 방식을 아는 사람들이 쌍성자로 나아가 새로운 백성을 교화하기로 하였다. 여기에 소작농들도 합류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