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21장 5화 예케 아메리카 울루스(3)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목민족의 유구한 전통이 있었다. 부족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죽어나가거나 적을 물리치고 난 다음 포로를 다루는 전통이었다.
소르칸은 이 전통을 미국에 맞게 뒤틀어 적용하려 하였다. 대놓고 노예를 사들이는 대신 인맥을 통해 더 쓸 만한 노예를 얻을 길 또한 열려 있었다.
“지금부터 쓸 만한 노예들을 장인어른을 통해 받아들인다.”
이런 노예들은 텍사스의 새 장인어른들에게 너무나도 많이 있었다. 이 작업을 담당한 간부인 알타이는 텍사스 대지주와 가장 먼저 결혼한 사람 중 하나였다.
“넷째 사위 왔는가? 이번에는 뭘 하러 왔는지 궁금한데.”
아들 일곱과 딸 넷 그리고 양녀 다섯을 거느린 대지주는 새로 들인 사위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였다.
알타이는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장인어른께서는 대농장을 경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노예는 얼마나 부리십니까?”
“구십 명 정도를 부리지. 검둥이들이 알아서 수를 불리고 있어서 참 편하단 말이야.”
“그 검둥이를 쓸데가 있습니다. 가족을 포함해 열 명 정도, 대충 두 가족을 주시지요.”
장인은 새 사위를 위해 흑인 노예들을 잘 선별해 주었다. 힘이 강하고 지구력이 뛰어난, 목화밭에서 쉴 새 없이 목화를 따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 노예를 우선시하였다.
“이 녀석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검둥이 중 가장 우수한 놈들이야. 한번 보게나.”
“체격이 아주 담대하군요.”
알타이는 이들의 단단한 근육과 우월한 체구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반면 흑인 노예들은 새로운 주인을 흘겨보며 자신들이 겪을 고난을 상상하며 몸서리를 쳤다.
“쓸 만한 녀석들을 주셨군요. 장인어른께 소를 쉰 마리 정도 보내도록 하지요.”
“지금은 소가 많아서 사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차라리 자네 휘하 카우보이를 보내게.”
“아, 몇 년 정도 기술을 익힌 얼뜨기들 말입니까?”
알타이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가 없는 장사였다. 그렇지 않아도 카우보이라 칭하는 애송이들이 기술을 익힐 만큼 익혀서 어디엔가 취직시켜야 할 상황이 아니던가.
즉석에서 알타이와 대지주 간의 거래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이러한 노예 거래는 텍사스 전역에서 이루어졌으며 수많은 노예들이 애리조나로 호적을 이동하였다.
그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몽골계 미국인들이 노예의 기차표를 끊으려 하자 다른 승객들이 대놓고 반대하였다.
“이보쇼, 댁들이야 이 나라에 터전을 잡은 국민들이라 탈 자격이 있지. 근데 가축이나 마찬가지인 검둥이를 객석에 태워?”
“검둥이도 사람 아닙니까? 사지가 멀쩡하고 얼굴도 똑바로 달려 있는 사람.”
“난 노예제를 반대하지만 검둥이는 격리되어야 마땅하지! 등급이 낮은 사람 아니오!”
이 시대 미국은 흑인 노예제를 거부하는 사람조차도 차별이 만연했다. 온건한 이들조차도 흑인 객차를 비롯한 흑인 전용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보았다.
결국 알타이를 비롯한 몽골계 미국인들은 다른 조치를 취하였다. 이들은 돈을 내고 기차 전체를 대절한 다음 흑인 노예들과 함께 애리조나로 이동하였다.
난생처음 제대로 된 기차에 타 보는 흑인 노예들의 마음조차 편치 않았다. 이들은 팔짱을 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자신의 새 주인들을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새 주인님께서 저희를 기차에 태우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럼 기차 대신 말을 타고 갈까? 너희는 말을 탈 줄은 아나?”
“말이라니요! 말을 타면 도망칠까 봐 못 타게 하는데 두 발로 걸어가야죠!”
몽골계 미국인들은 흑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노예들에게 가르칠 일이 너무나 많아서 카우보이들과 다른 형태의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았다.
툼스톤 인근의 새 마을에 이동한 흑인 노예들은 가족 단위로 분류되어 나름대로 면접을 받았다. 알타이는 자신이 데려온 두 가족의 신상명세를 확인했다.
“네 이름은 장인어른이 말하기를 토머스라 했었지. 그럼 성은 뭐지?”
“저희는 성이 없습니다.”
성이라는 말에 호적 등본을 작성하던 백인 서기관이 웃음을 뿜어댔고 알타이는 조금의 망설임조차 없이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이 황당한 사태에 알타이가 오히려 성을 내었다.
“이름만 있고 성이 없다? 너희가 멀리서 노예로 끌려왔다 쳐도 당시에 쓰던 성도 없나?”
“잊어버렸습니다. 사실 제 조상님이 어디서 끌려왔는지도 모르고 있지요.”
“그럼 너희들의 근본이 사라진 꼴 아니야. 이건 불쌍한 걸 넘어서서 영혼이 없는 신세인데.”
몽골계 미국인들은 흑인 노예의 증언을 듣고 혀를 차며 안타깝게 여겼다. 이들은 초원을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라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할 방법으로 혈통과 조상을 택하였다.
대부분의 몽골 사람들은 자신의 조상을 10대조 이상 기억하고 있었다. 가문이 번성한 자들이면 푸른 늑대와 흰 사슴까지 올라가는 계보를 꿰는 일도 흔하였다.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들은 흑인 노예들은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울분을 집어삼키며 자신의 새 주인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노예들에게 몽골계 미국인들이 복장을 지급하였다.
다음으로 알타이를 비롯한 몽골계 미국인들은 노예들에게 가문을 만들어 주었다. 이들 입장에서는 사람에게 혼을 불어넣는 위대한 작업이었다.
“이 지역은 툼스톤이지. 지금부터 네 성씨는 툼씨다.”
“툼씨요? 무덤의 툼(Tomb)?”
“뜻이 이상해? 명성을 쌓으면 위대한 혼을 지닌 툼 가문이 될 텐데 뭐가 이상하냐!”
툼, 스톤, 글렌, 버드 그리고 시에라 등 주변의 수많은 지명이 성으로 배정되었다. 여기까지 작업을 하였음에도 흑인 노예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농장 노예라 생각하였다.
“성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가 일굴 농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농장? 이 황무지에서 뭘 기를 자신이라도 있기는 하고?”
알타이가 휘파람을 불자 저 멀리서 늠름한 말들이 몰려왔다. 유목민의 기준에 의거해 제대로 된 사람은 말을 탈 줄 알고 자기 앞가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너희들에게 혼을 불어넣도록 하겠다. 바토르의 길과 케리그의 길 중 하나를 택해라.”
“바토르는 뭐고 케리그는 뭡니까?”
“쉽게 말해 말을 탈 수 있으면 전방에서 활약하는 바토르, 말을 타기 싫으면 후방을 수비하는 케리그다. 여기서 전공을 거두면 네 가족을 노예에서 주민으로 올려주겠다 이 말이다!”
흑인 노예들의 답은 바토르로 정해져 있었다. 전방에서 활약해서 전공을 거두면 가족 모두가 노예 신세에서 해방되는 일종의 거래였다.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를 많이 먹은 장정이 아닌 한 모두가 바토르를 택하였다. 소르칸은 이 모습을 보고 첫 명령을 하달하였다.
“너희를 제대로 된 바토르로 만들어내겠다! 모두 말 위에 오르도록!”
몽골계 미국인들은 축적한 재산 가운데 전쟁 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을 노예 교육에 할당하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파치와의 전쟁이요. 다음으로는 애리조나와 유타 준주를 주로 승격시켜 ‘미국식 쿠릴타이’에 표를 보내는 것이었다.
몽골계 미국인들과 대등한 수, 약 팔천여 명의 흑인 노예들이 가족의 해방을 위하여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여기에 또 다른 주민 예정자들이 있었다.
“서부 지부장 고야슬레, 지금 막 복귀하였습니다.”
대한제국과의 거래를 성사한 고야슬레가 캘리포니아에서 복귀하였다. 소르칸은 다짜고짜 고야슬레의 어깨를 세차게 두드리고 명령을 내렸다.
“너를 비롯한 인디언들을 사람으로 만들려 한다. 당장 호적을 등록하고 교회에 나오도록.”
“네? 호적 등록에 교회요?”
고야슬레는 현기증에 몸을 휘청거리다 가까스로 무릎을 부여잡고 정신을 차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교육’을 실시해도 반발이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난리 납니다! 우리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도 가까스로 진행되었는데요!”
“그 과정은 우리가 담당한다. 쓸 만한 부족 위치나 좀 알려줘.”
고야슬레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몰라 눈을 굴려댔다. 반면 소르칸은 고야슬레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팔짱을 끼면서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너희 부족부터 사람으로 만들 생각인가?”
고야슬레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욕지거리가 목구멍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그가 속한 아파치 부족의 대다수는 숙청 대상이라 차마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욕을 집어삼켰다.
잘못 대응했다가는 ‘수레바퀴’라는 것을 당할지도 모르는 신세였다. 소르칸은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명령을 하달했다.
“지금부터 너희 부족 모두 다 미국인이다. 아무튼 미국인이고 교회에도 나오도록.”
“네…….”
미국은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해 수용 정책을 택하였다. 미국의 행정체계에 편입되며 교회에 다니면 미국인으로 대우하는 정책이며 이미 수많은 원주민이 여기에 편입되었다.
반면 이러한 편입을 거부하면 이민족이자 미국 정부의 적으로 인식하였다. 고야슬레의 연이은 설득 끝에 상당수의 원주민들이 애리조나 준주의 관청에서 호적을 등록하였다.
“수가 좀 적다? 고작 사천 명?”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반발이 거세질 거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고야슬레의 필사적인 결과물조차 소르칸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잠시 머리를 굴린 소르칸은 카우보이들의 고별식 겸 실전 훈련을 위하여 새로운 편입을 실시하였다.
“지금부터 인디언들을 사람으로 만든다!”
“약탈은요!”
“학살은요!”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이죠! 죽여서 사람 좀 만듭시다!”
카우보이들의 말을 들은 소르칸은 머리통에 주먹을 한 대씩 쑤셔 박아 생각을 교정해 주었다. 그러고는 몽골계 미국인들의 원대한 목표를 위해 선언하였다.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자고! 잡아들여서! 두들겨 패면 사람이 되지 않나!”
“알겠습니다! 인디언 생포 작전이군요!”
“죽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생포는 숙련된 기병들만 할 수 있지요!”
카우보이들은 조금 엉뚱하게 원대한 뜻을 이해하였다. 소르칸은 카우보이들의 실전 훈련을 겸하여 흑인들도 어느 정도 경험을 쌓게 할 목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흑인은 아직 바토르가 되기 부족하니까 보급 담당하게 해. 실전을 겪어야 성장하는 법이다!”
인디언 생포 작전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고야슬레의 안내를 받고 마을을 에워싼 몽골계 미국인들은 카우보이들과 함께 인간 사냥을 실시하였다.
원주민들도 나름 말을 타고 저항하였지만 몽골계 미국인 입장에서는 애송이들이었다. 권총으로 말을 쏘아죽인 다음 바닥에 나자빠진 전사들의 댕기 머리를 낚아챘다.
한 아메리카 원주민 청년은 온몸에 찰과상을 입은 채로 강제로 호적에 등록되었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간부는 얼굴을 살펴보고 특징을 파악해 이들에게 성을 지어주었다.
“네놈은 거란족을 닮았구나! 네 성은 이제부터 야율씨다!”
“다음! 네 녀석은 퉁갸씨다! 아무튼 퉁갸다!”
“네 녀석들은 뭔가 마음에 안 들어! 넌 아이! 다음은 신기! 마지막은 오로!”
미국 호적에 올리려면 가문의 성이 필요하였다. 이미 주변 지역의 성을 모두 흑인에게 할당한 상황이라 구전으로 정해지는 몽골 역사에서 성을 따왔다.
거란족의 성씨인 소씨와 야율씨, 여진족의 성씨인 퉁갸, 구왈갸, 마갸, 치갸 등등 수많은 성씨가 강제로 부여되었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거부하는 원주민이 수없이 있었다.
“미친놈아! 나는 아파치 부족에 속한…….”
“말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정신이 좀 나갔나 보군. 다른 충격을 줘서 정신을 차리게 해.”
그리고 발길질과 몽둥이질이 거부하는 원주민을 없던 것으로 만들었다. 이 ‘편입’ 작업은 애리조나와 텍사스 일대로 전해지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로 돌아왔다.
-타타르 사위들, 치안 유지를 위한 자발적 소탕작전을 감행!
-흑인 노예들을 구매한 이유는 치안 유지 활동을 위해서였다!
-타타르! 미처 죽이지 못한 인디언 수천 명을 미국인으로 편입시키다!
1년이 지난 1858년 12월 무렵이 되자 주변의 인디언 대다수가 미국인이 되거나 아예 거처를 이전해 버렸다. 이 무렵 몽골계 미국인들은 후손을 보고 자연스럽게 텍사스에 방문했다.
“장인어른! 제가 자식이 생겼습니다.”
농장주들의 눈에는 사위들이 너무나 믿음직한 이들이었다. 번성하라는 의무를 즉각 이행하고 양녀에게 깍듯하게 대하기까지 하였다.
“손주 머리 색상이 검은색이로군. 뭐 흑발도 괜찮은 편이지.”
“양녀가 되어서 너무나 기뻐요, 어찌나 저를 위해주는지 손발에 물도 안 묻히고 산다니까요.”
양손자를 껴안고 축복을 내리듯 성호를 그은 농장주는 아이를 돌려주었다. 그러고는 만찬장으로 향해 흥겨운 듯이 손짓을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위들 소문을 듣고 부르려 하였는데. 식기 전에 들도록 하게.”
네 명의 몽골계 미국인은 탁자에 앉아 제대로 된 식사 대접을 받았다. 고기를 모조리 주어 삼킨 사위들을 흡족하게 바라본 농장주는 계속 술을 따라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 흑인들에게 기마술을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내 이상하게 생각했었네. 그런데 흑인들도 쓸데가 있기는 하군.”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체격이 워낙 건장하고 자질이 뛰어난 녀석들이지요.”
“말 타고 질주하는 검둥이를 상상하니 끔찍하긴 하군. 아무튼 쓸모는 있어서 다행이야.”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질 좋은 차를 마실 무렵 농장주는 손짓을 하여 옆방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불렀다.
사위들이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목적을 말했다.
“자네들이 치안 유지 활동을 하면서 불편을 많이 겪었을 걸세. 그래서 선물을 주려고.”
“총입니까? 저희는 권총을 잘 다루는데요.”
“아니지, 인맥이 좋은 게 뭔가? 자네들에게 줄 것은 보안관 임명 서류야.”
치안이 부족한 미국의 특성상 자발적인 치안유지 정책을 택하기 마련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유지는 물주이자 임시 판사, 쓸 만한 총잡이는 현장 보안관으로 임명되었다.
몽골계 미국인들은 지역 유지와의 혈연이 있으며 기마술과 사격술을 능숙하게 익힌 이들이었다. 모든 자격을 충족한 이들이기에 텍사스 주지사조차 아무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자네를 애리조나 준주의 보안관(sheriff)이자 텍사스의 보안관 보조(Deputy)로 임명하겠네.”
“보안관이요? 무슨 역할을 합니까?”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이야. 딱 보아도 범죄를 저질렀다 싶으면 족치도록 하게.”
사위들은 금과 은을 섞어 만든 ‘몽골계 이주민 전용’ 보안관 배지를 가슴에 달고 한쪽 무릎을 꿇어 전통 방식의 절을 올렸다.
“범죄의 범 자도 나오지 않도록 주변을 순시하겠습니다!”
“좋아. 아예 시간이 좀 남으면 민병대도 훈련시키는 걸 돕도록.”
민병대 징집은 보안관이자 지역 유지의 친인척이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며 하면 좋은 일이기도 했다.
몽골계 미국인들은 민병대라는 말이 나오자 눈에 불을 켜고 질문을 하였다.
“혹시나 대규모 인디언 토벌에 민병대를 끌어올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어설픈 흑인 노예들을 굴리느니 민병대를 쓰는 게 좋겠지.”
농장주는 더 많은 원주민을 토벌할 생각에, 몽골계 미국인들은 더 많은 병력으로 후방을 강화할 생각을 품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농장주는 새 보안관들에게 첫 명령을 내렸다.
“첫 임무를 하달하겠네. 멕시코 놈들이 텍사스로 침입해 약탈을 하더군.”
“알겠습니다! 놈들을 죽여도 됩니까?”
“귀찮은 일이 없도록 알아서 처리하게.”
어설프게 약탈을 준비하던 멕시코 약탈자들은 진정한 약탈자에게 모조리 사로잡혔다. 민병대가 승전보를 올리며 환호하는 동안 눈물 섞인 애절한 소리가 들려왔다.
“¡No soy un esclavo! ¡por favor, ayúdame!”(난 노예가 아니야! 살려주시오!)
“quiero volver a casa!”(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포승줄에 묶인 채 끌려가는 멕시코 사람들은 제발 살려달라며 스페인어로 간청하였다. 이 말을 들은 사위들은 천연덕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처음 한 말은 우리의 일원이 되어 너무 기쁘다는 말 같고.”
“두 번째로 한 말은 절대 충성을 맹세하겠다는 말이로군.”
이들은 장인어른의 땅을 넘보던 도적들이었다. 몽골 기준으로 도적을 죽이지 않는 것이 자비요, 위대한 바토르의 일원이 되면 더더욱 큰 자비였다.
물론 이 자비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한 멕시코인은 대화를 듣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욕설을 퍼부었다.
“개…… 개놈의 새끼야! 난 영어 한다! 차라리 죽여라!”
죽음을 자처하는 용기, 다시 말해 만용을 부리는 사람이 생겨났다. 몽골계 미국인들은 이런 만용을 애국심과 충성심으로 변환하는 작업이 실시되었다.
“영어 할 줄 아는 놈 튀어나오라 할 때 왜 안 튀어나왔어!”
“넌 좀 맞아야 해! 맞아야 뭐든 빠르게 배우지!”
몽골계 미국인들은 충분한 효과를 본 물리적 치료를 강행하였다. 이 물리적 치료 결과 온몸에 피멍과 찰과상이 생겨난 멕시코 약탈자의 만용은 충성심으로 변환되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뭐든 하겠습니다!”
“이제야 말을 제대로 하네. 자 따라 해봐라, 나는 미합중국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미…… 미합중국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애리조나 준주의 인구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카우보이들의 빈자리를 흑인들과 아메리카 원주민 그리고 멕시코 이주민이 채워나갔다.
자원이 풍부한 텍사스에서 들여온 물자들은 날이 갈수록 애리조나를 풍요롭게 바꿔나갔다. 심지어 텍사스조차 몽골계 미국인들의 영향을 받아 나날이 변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