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52화 (329/345)

252화

21장 5화 예케 아메리카 울루스(1)

텍사스행 기차에 몸을 올린 링컨은 차 내부에서 몽골 이주민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였다. 미국 정부는 몽골 이주민을 ‘동양인 소수 이민자’로 분류하여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렇게 적은 숫자의 이민자들이 국가 시세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막 개척되어 제대로 된 행정력이 닿지 않는 미 서부의 특성상 적체된 정보가 쌓여 있었다. 링컨은 이 정보들을 기차 안에서 하나하나 취합하여 어느 정도의 통계를 만들어내었다.

-몽골 이주민의 총인원은 7,400여 명. 이 가운데 경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성인 남성은 4,900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주 직업은 목축, 배달 그리고 각종 군사적 업무이다.

-주 직업에 한정해서 미국의 전문가를 능가하는 지식을 갖추고 있다.

-개별 작전수행 능력은 화력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정규 기병대보다 우수하다.

-같은 동양 이주민인데도 청나라에서 구입한 쿨리들과 사이가 매우 안 좋다.

그는 기차 안에서 몽골 이주민들의 행동에 대해 분석하려 하였다.

자료와 이들의 행동을 분석해 본 링컨은 텍사스역에 내릴 무렵, 결론을 내놓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민 정책이 종료되면서 고향에서 고생하는 친척들에게 돈을 보내려던 것 같군.”

일리노이 주의 시골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 이 자리까지 올라온 링컨은 몽골 이주민들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이 이주민들은 모두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간접적으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외몽골은 서부 황무지보다 더욱 끔찍한 기후 조건을 가진 생지옥이다. 그 생지옥에 사는 친척들을 위해 한 몸을 희생한 격이다.

“수출 과정에서 관세를 내고 송금 과정에서 수수료를 내도 상관없다는 의미 같군.”

링컨은 미리 전신을 보내 중요 사항에 대하여 발표할 일정을 알려주었다.

이후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해 자료를 정리하고 몽골 이주민들을 설득할 연설을 준비하였다.

선거에서 패배해도 연설에는 승리하던 사람이라 몽골 이주민들을 단번에 설득할 자신이 생겨났다. 친척과의 인연, 미국인으로서 수행해야 할 법적 의무에 대한 연설이 준비되었다.

마침내 애리조나 외곽의 기차역에 도착한 링컨은 찌뿌드드하게 굳어버린 몸을 풀며 잠시 대기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햇볕에 타들어 간 갈색 피부의 몽골 이주민들이 몰려왔다.

“댁이 링컨이라는 변호사요?”

링컨은 이들의 시선만 보아도 태도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정부에서 개입하는 것 자체를 꺼려 하고 있었다. 이 법안의 허점을 파고들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마련해야 하리라.

링컨은 미국 정부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건네주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고지한 대로 의회에서 승인된 법률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일단 타시오. 툼스톤으로 가서 이야기나 해봅시다.”

툼스톤을 비롯한 일대의 목장, 외몽골 이주민의 방목장에서는 끝임 없이 소가 출하되었다. 어찌나 많은 소가 움직이는지 길에 소똥을 치우는 인부가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드디어 링컨의 눈에 황무지 한복판의 거대한 마을이 들어왔다. 새빨간 루비 같은 색상으로 칠해진 OK 두 글자가 툼스톤에 도착하였음을 알려주었다.

이미 텍사스에서 전신으로 소식을 받아들였는지 주요 간부들이 집결해 있었다. 마차에서 내린 링컨은 몽골 이주민들의 대표인 소르칸을 맞이해 인사를 올렸다.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대통령 각하께서 공표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에이브러햄 링컨이며 전 하원의원이자 변호사입니다.”

“미국 의회에서 높으신 양반을 보내줄 줄이야. 평상시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양반들인데.”

“서부는 행정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개척지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수상하다 이 말이지. 우리를 불러 모아서 무슨 소리를 하려 할까.”

링컨은 이미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자신의 연설을 점검하며 설득을 준비했다. 그러나 몽골 이주민들은 연설은커녕 회의실의 거대한 원탁에 링컨을 앉혀놓고 말했다.

“일단 술부터 한잔 들이켜시게. 이게 이 동네의 법도야.”

“감사히 받겠습니다.”

잔 가득 담긴 위스키를 단번에 들이켠 링컨은 올라오는 취기를 억누르며 분위기를 파악했다. 소르칸은 이 모습을 보고 팔짱을 끼면서 링컨의 속을 꿰뚫어 보듯 말하였다.

“표정을 보니까 영 아니로군. 우리에게 해로운 법안이라 이렇게 격식을 차린 것 같은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옳습니다. 여러분들의 생활 자체가 변화될 수준의 법이지요.”

“생활의 변화라, 거창한 말은 필요 없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보시오.”

링컨이 준비한 연설은 솔직담백한 사람들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법안 필사본을 꺼내놓고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하였다.

“결국 여러분들의 목축업에 제한이 걸렸다는 말입니다.”

“오백 마리? 지금 장난해?”

젊은 이주민들은 격렬히 반발하였다. 원탁에 금이 갈 정도로 세게 내려치는 것은 당연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춤을 더듬었다.

“야! 다 자란 황소 오백 마리도 아니고 모든 소와 말을 포함해서 오백 마리?”

“대체 어떤 놈의 새끼들이 이딴 장난질을 친 거야! 대통령 나오라 해!”

“지금 왜 참고 있어! 당장 말을 타고 워싱턴으로 달려가야지!”

젊은이들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소르칸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였다. 그는 툼스톤의 시장으로서 미국 정부와 자신들 간의 격차를 여실히 알고 있었다.

“그래, 워싱턴으로 가는 동안 이십만 명 이상의 병사를 상대할 생각인가?”

“그건 우회하면…….”

“그 생각은 우리나 상대나 똑같이 하고 있어! 만 호도 안 되는 규모로 한 나라와 싸움을 걸어? 칭기즈 칸조차도 몽골 초원을 통합하고 전쟁을 벌이셨다!”

몽골 이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평원을 끼고 게릴라 활동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활동만 해도 미국 정부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미래가 없었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압도적인 생산력의 미국 정부가 압박을 가하고 결말은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토벌당하는 길이리라.

링컨은 분위기를 가라앉힌 소르칸에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시하였다. 반면 소르칸은 콧방귀를 뀌면서 귀를 후비적거리더니 링컨에게 질문을 하였다.

“내가 알기로는 높으신 양반은 북부, 그러니까 양키라 불리는 양반이고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지는 않아. 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법을 만들어 냈지?”

“남부의 의원들입니다. 대부분 여러분과 거래를 튼 대지주들이지요.”

“의원은 또 뭐고?”

링컨은 아파오는 머리를 매만지며 미국 정치구조에 대해 최대한 쉽고 편하게 설명하였다.

민주주의를 모르는 동양 이주민들에게 이 원리를 설명하는데 만 하루가 걸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의 구조는 몽골의 정치 구조와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정확히는 칭기즈 칸이 절대적인 권위를 세우기 전의 ‘칸’ 제도와 흡사하였다.

“그러니까 주 정부라는 것은 우리 고향으로 치면 거대 부족이고.”

“의회라는 것은 쿠릴타이네? 거대 부족의 부족장들이 모여 쿠릴타이를 개최하잖아?”

“그렇지, 개중에 자격이 있는 부족장을 칸으로 추대하고. 애초에 부족장은 부족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을 선출하는 거잖아?”

“사 년의 임기를 가지는 것만 제외하면 대통령은 결국 칸과 비슷한 자리네?”

“그렇지, 가급적 대를 이어가는 칸과 달리 대를 이어가지 않는다는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긴 하네.”

몽골 이주민들은 미국의 정치구조를 자신들의 기준으로 곡해하여 그럭저럭 괜찮게 받아들였다.

링컨이 보기에는 100점 만점에 65점 정도의 점수를 줄 수준으로 이해하였다. 이는 직접투표와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투표가 얽힌 미국의 체계 덕분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링컨과 달리 소르칸을 비롯한 몽골 이주민들은 병나발을 불면서 다시금 고함을 쳐댔다. 결국 이들이 보기에는 대통령이 문제였다.

“칸이 권위가 없으니까 쿠릴타이에서 부족들이 상대를 견제하는 거지!”

“아무렴! 제대로 된 칸이라면 부족들을 휘어잡아서 서로 화합시켜야 하는데!”

“염병할 남부 양반들 같으니! 손해를 좀 본다고 우리를 핍박해!”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링컨에게 점점 시선이 쏠리자 소르칸은 때가 되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선언하였다.

“법을 못 받아들이겠소이다. 정 법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으면 부흐로 의지를 드러내든가!”

“옳소! 부흐! 부흐 토론을 시작하자!”

소르칸은 링컨을 두들겨 패서 돌려보내려는 생각을 품었다.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면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의 칸이 자신들의 용맹함에 겁을 먹을 거라 여겼다.

링컨은 부흐라는 것을 모르는 듯이 눈을 껌뻑거리고 모르는 척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본 소르칸은 링컨의 등을 떠밀어 길거리로 나간 다음 선언하였다.

“부흐다! 워싱턴에서 온 의원과 부흐를 한다!”

또 다른 부흐 대결을 보려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링컨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척을 하면서 주변을 얼빠진 표정으로 돌아보다 질문을 하였다.

“힘겨루기 같은데 규칙이 뭡니까?”

링컨은 부흐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심도 있는 규칙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척 태연하게 질문을 하였다.

“규칙이라. 본래 부흐는 양 무릎이 땅에 닿으면 패하는 사내의 격투이지. 근데 이 규칙을 적용하면 우리가 너무 유리하잖아?”

“옳소! 우리는 부흐를 너무 많이 해서 달인이 되었다고!”

“그러니까 대충 뭉뚱그려서…… 레슬링이라는 무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야!”

이 서부에도 프로 레슬링 단원들이 온 적이 있었다. 이들은 실력이 부족하여 돈을 벌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프로 레슬링을 어설프게 하다 몽골 이주민들에게 패배하였다. 그 과정에서 부흐는 어느 정도 레슬링을 받아들여 완화된 ‘미국식 부흐’로 변질되어 퍼져나갔다.

“레슬링과 규칙이 똑같다. 그럼 구타는 못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집어 던지는 게 규칙의 전부다!”

소르칸이 대표로 나서서 반바지를 챙겨 입고 웃통을 모두 벗었다. 링컨은 그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옷을 벗어 던지고 똑같은 반바지 차림새로 길 한복판에 섰다.

193㎝에 달하는 링컨의 거대한 신장과 달리 몸은 거의 깡마른 수준이었다. 소르칸은 그 모습을 보면서 슬슬 웃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신호 보내!”

“그럼 시작합니다!”

종소리가 울리자 소르칸은 몸을 낮추고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저렇게 깡마른 체격에 키가 크다면 무게중심이 위에 쏠려서 허리를 잡아채면 단번에 넘어지리라.

그러나 링컨은 일리노이 주의 프로레슬링 챔피언으로 군림하던 격투가였다. 이런 태클은 젊은 시절 수도 없이 당해본 사람이었다.

소르칸의 태클은 링컨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수준에서 저지되었다. 오히려 소르칸이 이 기이한 상황에 놀라 정신을 잠시 놓았다.

“억! 으윽!”

“제가 한두 번 당해본 줄 아십니까?”

상체를 굽히고 양다리에 힘을 바짝 준 링컨은 몸이 밀려나면서도 자세를 유지하였다. 그러고는 등을 훤히 드러낸 상대의 목덜미를 잡고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었다.

“크럇차아!”

상체와 하체가 동시에 움직이며 소르칸의 몸이 앞으로 자빠졌다. 양 무릎이 동시에 닿아 땅을 뒹굴어 부흐 규칙 기준으로 완벽한 패배였다.

소르칸은 부흐를 떠올리며 반사적으로 몸을 곧추세우고 양 무릎을 땅에서 떼었다.

그 순간 링컨이 앞으로 파고들어 그의 몸통을 잡고 옆으로 세차게 회전시키며 기술을 걸었다.

“일단 한 판!”

현대 기준 아마추어 레슬링의 수플렉스(suplex)가 링컨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맨바닥에 등이 직격당한 충격에 소르칸은 폐에서 공기를 쥐어짜 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링컨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자빠진 소르칸을 덮치고 몸을 뒤로 굴린 다음 새우꺾기를 걸었다.

소르칸의 온몸 관절이 뒤로 꺾이며 눈에 핏발이 솟구쳤다. 링컨은 상대가 몸을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보고 항복을 종용하였다.

“항복하시겠습니까!”

“하…… 항복! 항복한다!”

종이 울리고 열화와 같은 성원이 주변을 메웠다. 몽골 이주민들조차 자신들의 대장이 패한 사실보다 자신의 힘을 증명한 링컨에게 호감을 가졌다.

링컨은 프로레슬링을 하던 젊은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고함을 치고 주변을 뛰어다녔다. 아예 전신주를 잡고 한 팔을 휘두르며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윽고 분위기에 휩쓸려 도전자가 나왔다. 소르칸보다 덩치가 크고 젊은 도전자는 호기롭게 웃옷을 찢어발기며 링컨에게 도전을 선언하였다.

“의원 나리! 저도 한판 붙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이번 레슬링은 애리조나 타이틀 매치다!”

다음 도전자도 링컨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그의 몸은 늙었지만 경험만큼은 누구보다도 많았고 체격이 비해 압도적인 힘을 뿜어냈다.

그나마 조금 더 버틴 도전자는 링컨의 초크슬램을 두들겨 맞고 잠시 혼절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리에 누운 채 손을 들어 올려 항복을 선언하였다.

“항복! 항복!”

“내가 또 이겼군! 이 챔피언에게 벨트를 빼앗아볼 사람 어디 없나!”

결국 링컨은 부흐 대결의 최종 우승자이자 애리조나 챔피언으로 등극하였다.

이틀이 지나고 링컨은 몽골 이주민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였다. 본국에 자금을 송금하는 대신 복수를 위해 아메리카 원주민을 토벌하려 하였다.

이 또한 링컨이 꿈꾸는 이상적인 정치와 어느 정도 닿아 있었다. 그는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 할 일을 하나씩 알려주었다.

“이 법은 임시로 세워진 법이라 허점이 많고 우회수단도 많습니다.”

“양과 염소를 기르라고? 그 녀석들은 키우는 맛이 부족한데.”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여러분을 미국인으로 만들 차례가 되었군요.”

링컨은 미국의 특성과 몽골 이주민들의 상황을 결부시키려 하였다. 그는 주요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을 ‘미국인’으로 만들 가장 확실한 수단을 사용했다.

“여러분 중에 혼인을 치르신 분이 얼마나 되십니까?”

“혼인? 어 그게…….”

“제가 알기로 이주민 가운데 가족 단위로 오신 분은 얼마 안 됩니다. 대부분 개별로 오신 분들이라 하였는데 이주하고 내내 그쪽 처리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주민들은 서로를 돌아보고 부끄러운 듯이 헛기침을 하며 체면을 감추었다. 결국 소르칸의 휘하에서 간부로 활동하는 알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답하였다.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사서 했소.”

“서부에 신부가 될 사람이 부족하다 해도 아예 없는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우리는 부족끼리 서로 소통하여 어린 시절에 혼사를 약조하는 습관이 있어서…….”

이주민들이 겪는 문제가 서서히 드러났다. 이들은 언제라도 흑인, 인디언 심지어 쿨리와도 혼인할 수 있지만 반쯤 노예 신세인 사람들과 결혼할 생각을 품지 못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깐깐한 지주층과 혼인할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눈을 낮추어 농부와 결혼하면 처가에서 가축을 다루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험난하였다.

링컨은 이 점에 주목하였다. 이들은 상류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이 분명하며 이들을 통해 미국의 인종차별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에 줄줄이 혼인을 치를 이유도 있었다. 이들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원주민에 대한 ‘복수전’을 치르기 위해서임을 다시금 강조하였다.

“그러면 인디언과 전쟁을 치르기 전에 후손을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못하다 눈먼 화살에 맞아 후손도 남기지 못하면 어찌나 비참한 일입니까?”

“그것도 있기는 한데 우리는 방법을 잘 몰라서.”

“가문끼리 오래 교류해서 인맥을 쌓고 혼사도 치러야 하는데 그런 놈이 몇 없어.”

몇몇 몽골 이주민은 자신들이 가르치는 카우보이의 누나나 여동생과 혼인을 치르기는 하였다.

그나마 몇몇 사례를 확인한 링컨은 눈썹을 까딱거리며 흥미를 보이고는 질문을 했다.

“혼수품은 얼마나 보내셨습니까? 결혼 과정은요?”

“소와 말을 홀수에 맞춰서 오십 마리 이상을 보냈지. 혼인이야 이 나라의 풍습에 어느 정도 의거하여 교회에 가서 치렀고.”

몽골 이주민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을 곰지락거리며 결혼의 불편함을 토로하였다.

이를 확인한 링컨은 자신에게 맡기라는 듯이 가슴을 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가 문제를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혼사를 치르지 않은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절반이 넘는 장정들이 손을 들자 링컨의 입에서 저절로 휘파람이 새어 나왔다.

그가 덥수룩하게 자라기 시작한 수염을 쓰다듬을 무렵, 한 이주민이 먼저 성을 내며 질문을 하였다.

“혹시나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흑인이나 청나라 놈들과 혼인을 치르게 할 생각이오?”

“그러면 돈 몇 푼에 혼인을 치를 수 있겠지요. 대신 남부의 딕시 놈들이 여러분들을 제대로 된 미국인이 아니라면서 손가락질을 할 겁니다.”

링컨은 남부 특유의 갑갑한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의회 기록에 의하면 제대로 된 미국인이 될 수 있도록 아예 미국인 가정과 혼인을 맺으라 하였다.

그 기준점이 얼마나 높은지 링컨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흠집을 잡지 못할 수준으로 완벽한 결혼을 치러야 하리라.

그 완벽한 결혼이 변호사 출신이자 시골에서 태어난 링컨의 머릿속에서 완성되었다.

“여러분들이 법에 의하여, 권력에 의하여 공격을 받은 이유는 아직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에 거주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믿는 것은 미국인의 첫 조건입니다.”

“그럼 다음 조건은 뭐요?”

“서로 생육하고 번성하며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명백한 운명’을 위하여! 이 땅을 미합중국의 적법한 영토로 만들기 위하여! 함께 번성해 봅시다!”

몽골 이주민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사이에 링컨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서류를 준비하며 이주민 가운데 30대 초반 무렵의 미혼자를 엄선하여 말쑥한 차림새로 바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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