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43화 (226/345)

243화

20장 10화 강철의 힘

윌리엄 조지 암스트롱, 영국에 방문했을 때 어떻게든 데려가기 위해 한참을 애쓰다 결국 찾지 못한 위대한 기술가이자 사업가는 내가 영국에 있었을 때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당시의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기술자 암스트롱의 이름을 찾으려다가 엉뚱한 사람을 만나서 당황하기도 하였지.

마차가 어느새 한양 외곽을 넘어 경기도로 들어갔다. 비포장도로의 덜그럭거리는 느낌이 전달되자 자연스럽게 옛일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 양반이 변호사를 하다 갑자기 취미 삼아 회사를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기존 영국 기술자인 이점버드 브루넬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서 철도, 교량 그리고 선박을 비롯한 기술에 재능을 보여준 사람이다.

반면 그와 교체되어 들어온 윌리엄 조지 암스트롱은 변호사 출신이다. 그런 주제에 취미 삼아 3년 정도 공학을 배우고 바로 왕립학회 회원이 될 정도로 재능이 넘쳐나는 사람이지.

한참 동안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시달리다 보니 연구소에 들어섰다. 정확히는 연구소 입구에서 1㎞가량 떨어진 경계 초소이다.

여기서 보안 유지를 위해 다시 말로 갈아타고 잠시 달려갔다. 나를 안내해 준 성부사단 소속 군관은 말에서 내려 내 말고삐를 잡고 보고를 하였다.

“연구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고생이 많았소. 잠시 시내에 가서 쉬다 오시구려.”

마부를 돌려보내고 연구소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기밀 유지를 위해 연구소의 위치는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 인근의 숲속에 배정하였다.

이 숲속의 부지에 벽돌로 만든 층 건물과 시범 사격장까지 갖춘 거대한 크기였다. 내가 다가가자 성부사단 소속 병사들이 경례를 하며 나를 맞이하였다.

“고생이 많군. 혹시 거동이 수상한 사람은 있는가?”

“며칠 전 불란서 사람 한 명이 관계자라 사칭하여서 제압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대한제국에 있었던 이점버드 브루넬은 유명한 기술자에 불구하다. 반면 암스트롱은 조만간 영국 전쟁부(War Department)에 취직할 중요 인사이다.

삼엄한 경계가 가동되는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에서 경계의 눈빛이 느껴졌다.

심지어 외부도 모조리 정리되고 비품들은 철문을 달아둔 창고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나마 볼 수 있는 흔적은 약간 남은 탄연(彈煙) 특유의 지린내와 화약자국이 전부였다. 영국은 신경질적인 수준으로 내부 정보를 관리한 것이다.

“이건 개틀링 건 사격을 했는지 아니면 암스트롱 포 사격을 했는지 궁금한데.”

영국은 연해주 전선에서 유출된 정보에 대하여 제법 만감하게 반응하였다. 대한제국에서 ‘신형 화포’에 대한 언급을 꺼내자마자 발뺌을 하였지.

결국 카자크 기병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기밀 조약을 맺기를 권유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영국은 최고 수준의 보안체계를 유지하고 특허 구매가 아닌 상호 교환 조건으로 암스트롱과 기타 인사들을 파견하였다.

결국 이런 숲에서 틀어박혀 사는 연구진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만했다. 연구소에서 윌리엄 조지 암스트롱은 성큼성큼 걸어 나오더니 불만 섞인 인사를 하였다.

“저를 이 한적한 숲속까지 보내신 대한제국의 외교장관님 아니십니까?”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나라의 일이 중요한지라 어쩔 수 없더군요.”

암스트롱은 올해 4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수리까지 머리가 벗겨진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몸도 빼빼 말라 볼품이 없었는데 살이 조금 붙기는 했다.

그는 펠트 중절모를 벗어 반밖에 없는 머리를 드러내며 나를 안내하였다.

“나라의 일이 중요하기는 합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이 자리에는 기밀 유지를 위해 파견된 영국 장교들, 암스트롱을 보조하기 위한 영국의 핵심 연구진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나 장교 계급장에 어울리지 않는 40대 이상의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은 무기 개발 과정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영국 고위 장성들이리라.

대부분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연구실로 들어갔다. 널찍한 연구실 안에는 수많은 도면과 두서없이 정렬한 부품들 그리고 검증을 위한 모델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좀 복잡한 것 같은데 이해해 주시지요. 저도 하는 일이 많아서 말입니다.”

“하는 일이 많으시다니요. 개틀링 건의 분석은 어느 정도 완료된 것 아닙니까?”

“천성이 연구자라서 언제나 쇠를 만지며 살고 있지요. 그리고 새로운 단위를 머릿속에 쑤셔 넣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고 계십니까?”

암스트롱은 대한제국에서 기술을 개발할 때 무조건 미터법에 의거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건 내 의견이 아닌 일준이의 의견인데 녀석은 야드파운드법을 극도로 혐오하였다.

그는 대놓고 눈을 씰룩거리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위대한 야드파운드 법 대신 프랑스에서 만들어 낸 단위계를 사용한 것 자체를 굴욕으로 생각하는 것 같이 대놓고 쏘아붙였다.

“그냥 야드와 파운드를 사용하고 대한에서 알아서 교정하면 안 됩니까?”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첫 개혁을 실시할 때 프랑스 비중이 더 많았는데 더 많은 지원을 한 나라의 손을 들어줘야 했습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단위계를 사용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잘못된 단위계는 야드와 파운드다! 아무 근본도 없이 길이-면적-부피-질량이 죄다 제각각으로 뛰어노는 미친 단위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냐!

물론 암스트롱에게 야드파운드 대신 모조리 미터법으로 변환한 단위계를 권유한 것도 잘못이다.

그는 아무튼 되었다는 표정으로 도면을 가져오며 말하였다.

“개틀링 건을 분석해 보니 제 대포와 특허를 교환할 정도로 훌륭한 물건입니다. 물론 닐슨 총장이 과도한 설계를 하여 배터리로 구동하는 물건은 덜 훌륭하지만요.”

“전기 구동 관련 설계는 에이다 교수가 담당한 물건입니다. 이 또한 훌륭하더군요.”

“어떤 작자들이 들으면 에이다 교수가 완성품을 잘못 개조했다 생각하겠군요. 저희는 분당 육십 발을 발사하는 수동 개틀링 건 특허를 구매할 겁니다.”

이미 일준이의 개틀링 건은 완성 이후 개량단계에 들어갔다. 전기식 개틀링 건은 분당 300발, 비상시에는 600발까지 발사할 수 있는 괴물이 되었다.

반면 널리 쓰이고 영국에 최초로 수출할 수동식 개틀링 건은 분당 60발 발사 속도를 유지하였다.

영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유지비가 들어가는 전기 개틀링 건 대신 수동 개틀링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생각하겠지.

“또한 금속탄피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흑색화약 종이탄피로 탄환을 변경하는 것이 장기적 보급에도 좋을 것 같더군요.”

“그럼 발사속도를 더 끌어올릴 수 없는 미완성품이 될 텐데요?”

“뭐, 미완성품에 애를 먹은 놈들이 나중에 추가 계약을 맺을 겁니다. 그때쯤 되면 제가 놈들의 턱에 주먹을 날려줘야 할 것 같은데요.”

이건 암스트롱의 의견이 아닌 영국 육군의 의견이 분명하다. 보급 난해나 예산 부족을 핑계 삼아 신형 병기의 도입을 최대한 막고 있겠지.

영국 해군은 나름 진취적인 성향을 가졌다. 반면 영국 육군은 보수적인 성향이라 널리 사용할 수 있고 보급이 편리한 병기를 우선 사용하니까.

암스트롱도 이 의견은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미간을 계속 두드리고는 결론을 내놓았다.

“저희가 필요한 특허는 전기 구동부가 아닌 총열, 장전구조 그리고 구동계입니다.”

“그렇다면 특허의 일부 구매로 확정을 지을 생각이십니까?”

“네, 확답을 드리는 바입니다.”

본래 계획은 암스트롱의 모든 발명품과 두 종류 개틀링 건의 특허 교환이었다. 그러나 일부만 거래해도 충분하다.

물론 암스트롱 포 관련 특허가 모두 수출 불가로 통제되는 상황에서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어서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하였다.

그러자 암스트롱은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영국의 특허 목록과 대한제국의 특허 목록 서류를 보여주며 거래 사항을 확정 지었다.

“최종적으로 포탄 규격 40파운드 이하를 발사 할 수 있는 후미장전식 대포와 관련 특허를 대한제국의 수동 개틀링 건과 관련 특허와 교환하겠습니다.”

“그냥 다 가져가는 것을 추천하는데 아쉬운 일이로군요.”

“물론 저도 양심이 있습니다. 기존 전훈을 바탕으로 개수한 후미장전식 대포 최종 개량품 기준으로 특허를 드리겠습니다.”

이건 제법 놀라운 일이다. 본래 암스트롱포는 최초의 후미장전식 대포라 성능이 부족했다. 정확히는 장전 과정도 복잡하고 불발 확률도 제법 높았지.

나중에 가서는 독일의 크루프 야포를 비롯한 후기 야포들에게 밀려서 저 머나먼 일본까지 흘러 들어가 버린 구식 화포가 되었다. 그런데 벌써 개량에 들어갈 줄이야.

내 표정을 확인한 암스트롱이 바로 답변을 해주었다.

“본국의 기술자들보다 제가 더 빠르게 개량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안전성을 고려하다 보니 소구경 위주로 개량하였습니다만.”

“본국의 기술자들보다 빠르게 개량하였다?”

“네, 제가 소유한 WG 암스트롱에 근무하는 천여 명의 기술자들보다 저와 휘하 연구진들의 손이 빠르더군요. 손뿐만 아니라 기반조차 좋았습니다.”

아마 영국이 아닌 외국에 나오자 개량할 환경과 기반이 마련된 것 같았다. 암스트롱은 아예 옆방으로 건너갔는데 여기에는 암스트롱 포의 부품들이 수없이 얽혀 있었다.

개중 팔뚝 크기의 주철 부품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그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예 유쾌한 말투로 변해 조금 장난스럽게 설명을 하였다.

“특히나 폐쇄 구조가 변경되었지요. 근본적인 기술 방향이 달라서 얻어낸 결과라고 봅니다.”

“폐쇄 구조 변경이라. 제가 알기로 암스트롱포는 이중 밀폐장치를 사용하는데요.”

“그걸 단일 밀폐장치로 변경하였습니다. 이 원동력은 닐슨 전로(본래 역사의 베서머 전로)로 생산하는 강철의 품질 차이이지요.”

일준이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 만들어 낸 베서머 전로는 전 세계 열강이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였다. 물론 대한제국이 가장 빠르게, 다른 열강보다 5년 일찍 사용하였다.

여기에 기존 열강들은 예전에 사용하던 제철소를 점진적으로 교환하였다. 반면 대한제국은 기존 제련이 너무 열약하여 반강제적으로 베서머 전로를 퍼트려 버렸지.

이 과정에서 대량의 기술자가 투입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베서머 전로 숙련공이 된 것이다.

그는 시험을 마친 여러 강철 샘플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기존 화포는 연철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반면 대한제국의 강철 품질이 생각보다 우수하여 아예 전체를 강철로 주조해 버렸지요.”

“강철로 주조할 줄이야. 이 나라의 강철이 그토록 품질이 뛰어납니까?”

“아주 뛰어납니다. 한 치의 과장도 없이 프로이센 놈들이 한 달 내내 기술자를 닦달해서 찍어내는 물건보다 조금 우수한 수준이지요.”

소량생산이면 몰라도 대량생산 기준, 양산이 가능한 선에서는 대한제국의 강철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는 소리였다.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개량된 설계도를 보여주면서 말하였다.

“가격이 조금 상승하지만 구조는 연철 대신 강철 주조 몸체를 정교하게 식각(깎아냄) 가공으로 완성할 예정입니다. 예상 내구도 차이는 두 배가량이지요.”

기존 도면은 여러 겹의 연철 층을 묘사하였는데 새 도면은 단일 강철을 깎아내는 규격이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또한 부품의 구조도 변경되었다.

“덕분에 중간의 벤트피스(Vent piece)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기존에는 폐쇄기와 동시에 벤트피스를 밀어 넣는 과정 때문에 장전수가 세 명이 필요했지요.”

이건 말로만 들어서는 모르겠다. 흥미로운 눈치를 보여주자 암스트롱은 바로 내 표정을 읽고 권유하였다.

“말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으실 것 같습니다만.”

“혹시나 두 개의 포를 대조해서 사격해 보실 수 있겠습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개량형 암스트롱포의 시험사격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암스트롱을 따라 연구실을 나가자 자연스럽게 장교들이 따라붙었다. 이들은 한창 시험사격을 진행하고 있었는지 바로 창고로 가서 암스트롱포 두 문을 꺼내어 나란히 배치해 두었다.

“좌측이 신형, 우측이 구형입니다. 두 포의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구형 암스트롱 포는 상부에 거대한 구멍이 있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저게 기존에 폭발을 제대로 가두기 위해 설치한 벤트피스 자리입니다.”

암스트롱이 손짓을 하자 장교들이 시험 사격용 포탄을 장전하였다. 탄두는 진흙으로 만들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고 장약(裝藥)을 최대치로 욱여넣은 물건이었다.

“구형을 먼저 발사하도록!”

“네! 약실 개방!”

세 명의 장전수가 달라붙어 작업을 진행하였다. 한 명은 포탄을 제자리에 넣고 다른 한 명은 벤트피스라 불리는 거대한 주철 부품을 상부의 구멍에 끼워 넣었다.

여기에 다른 한 명이 포 끝부분에 거대한 폐쇄기를 밀어 넣고 크랭크를 세차게 돌렸다.

한참 뒤에 장전이 끝나자 암스트롱이 신랄한 평가를 날렸다.

“기존 전방 장전식 대포도 세 명이 필요하고 암스트롱포도 세 명이 필요하지요.”

“그래도 후미 장전식이라 공간도 적게 활용하고 청소도 쉬운 것 같군요.”

“훌륭한 말씀이십니다. 물론 이러한 장점을 해군의 명석한 장교들은 잘 알고 있으나 육군의 고리타분한 멍청이들은 쓸데없는 짓이라 평가하더군요.”

암스트롱이 손을 들었다 내리자 구형 암스트롱 포가 발사되었다. 망원경으로 확인해 보니 500m 거리의 표적 끄트머리를 스치는 것에 그쳤다.

“영점이 틀어졌습니까?”

“강선이 없어서 저 꼴입니다. 기존 연철 포는 강선으로 인해 포신 압력이 높아지면 견딜 수 없다 판단하여 110파운드 구경을 제외하고 아예 안 새겨두었습니다.”

이러니 성능이 부족하다고 타박을 들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연철의 특성상 오래 사용하면 규격이 틀어지면서 고장이 빗발치리라.

반면 강철로 만들어진 신형 암스트롱 포는 내구성과 수명 우수하고 강선을 새겨 넣었다. 암스트롱은 내 확인 절차가 끝나자 바로 발사 명령을 하달하였다.

“신형 발사 준비!”

이번에는 장전수가 단 두 명만 달라붙었다. 포탄을 넣고 바로 폐쇄기의 크랭크를 돌려 제자리에 안착시켰다.

바람이 갑자기 세차게 불어오는 가운데 암스트롱이 바로 발사 신호를 보냈다.

“발사! 이후에도 계속 발사!”

망원경을 확인하니 포탄이 표적의 중앙에 가깝게 착탄되었다. 이후에도 병사들은 즉시 크랭크를 풀고 다시 포탄을 밀어 넣어 재차 발사를 실시하였다.

“기존에는 벤트피스를 계속 교체하며 장전해서 포탄 장전 한 번에 이 분 가까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고작 사십 초면 되지요!”

이 정도면 완벽하다. 완벽하다 못하여 대구경 화포가 없을 뿐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사용할 모든 화포를 암스트롱 계열로 일괄 처리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청나라가 대형 증기철갑선을 구매한 나라도 아닌데 110파운드 구경 같은 초거대 포는 필요하지 않다. 정 부족하면 프로이센에서 공성용 구포(臼砲)나 계약하면 되고.

모든 사격이 끝나자 암스트롱은 바람에 날아간 모자를 주워오더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흩날리는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빗질을 하였다.

한 번 보라는 듯이 턱짓으로 표적을 가리켰는데 대부분 명중하였다. 그는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신형 화포에 대해 찬사를 시작하였다.

“육군 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찰 수 있게 되어서 속이 다 후련하군요. 기왕 이렇게 된 것 개인적으로 초기 양산 과정을 조금 개선해 드릴 예정입니다.”

“양산을 개선하다니요?”

“이래 뵈도 전 WG 암스트롱 사의 사장입니다. 대한제국의 국가 체제는 경직된 감이 제법 느껴지는데 이런 경직을 모조리 해소해 드리지요.”

“그거참 반가운 소리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사리사욕을 챙기실 생각은 아니십니까?”

사리사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암스트롱은 빗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나에게 속삭이듯이 말해주었다.

“챙길 생각입니다. 육군 놈들이 제 업적을 보고 기겁하도록 사욕을 챙길 작정이지요.”

암스트롱은 대한제국제 강철로 값싼 가격에 양산할 수 있는 암스트롱포를 다시 영국으로 수출할 계획 같았다. 그와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누고 추가 계약서에 날인을 하였다.

앞으로 3년 동안 소구경 화포를 시작으로 대한제국의 육군 화포 대다수를 암스트롱 계열로 교체하려는 방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규 화포 도입이 필요한 시기에 최적의 제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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