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41화 (224/345)

241화

20장 8화 예약

백낙신을 비롯한 북경 대사관의 탐관오리들은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여러 정보를 입수하였다. 전신과 서신으로 동시에 보내온 자료가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청나라가 부패와 동시에 제법 발달하였다는 사실을 계속 입수하게 되었다. 대한제국의 관료 대부분은 이 자료를 보고 코웃음을 치면서 말하였다.

“개혁을 실시하고 스스로 만들어 낸 철도가 고작 칠십 킬로미터라?”

“여기에 공장 단지를 총 예순 곳 정도를 건립시켰는데 서른 곳 정도만 제대로 돌아간다 하더군요.”

“이 나라의 공장이 이미 이백여 개소가 넘게 돌아가며 취직한 장정만 따져도 사십만 명에 달하는데 그 거대한 나라에서 어찌…….”

어디까지나 대한제국 수준에서 코웃음을 칠 상황이다. 본래 역사를 아는 내 입장에서는 청나라가 정말 눈물겨운 발전을 하고 있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청나라는 본래 역사에서 대규모 개혁인 양무운동을 추진하였다. 그런데 계획된 철도는 20년 동안 시공조차 제대로 못 하였다.

철도 공사를 시작하면 지방의 만주족 관료들이 뇌물을 있는 대로 얻어먹고 나중에 공사를 반대해서 결국 건설에 실패하였다.

공장 또한 마찬가지다. 기계라도 가동하는 곳은 24개소에 불과하였다던가. 여기에 기술이 부족해 어설프게 생산한 물건에 대놓고 횡령을 하였다.

이 개혁의 결과물은 청일전쟁에서 드러났다. 청나라 북양함대에서 포를 쐈는데 내부 장약이 죄다 모래로 대체되어서 훨씬 적은 규모의 일본 함대에 박살이 나버렸지.

청나라는 본래 역사보다 더 빠르게 부패한 대신 더 많은 전력을 확충한 것이다. 나는 대놓고 비웃어대는 관료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 하여도 장족의 발전이 아닙니까. 성벽에 오물을 칠하고 기병들이 궤주하던 때와 천지차이라 심히 염려가 됩니다.”

모두가 입맛을 다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제국의 발달에 비해 뒤처질 뿐 청나라도 엄연히 발전한 나라이며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예전에는 사람 이하의 돼지였는데 이제 사람 취급은 해도 될 것 같군.”

“제가 경계하는 것이 이 점입니다. 비록 부패는 나아지지 않았어도 엄연히 힘을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청나라는 30년 어치 부패와 30년 어치의 발달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조선에 패배한 굴욕을 원동력으로 삼은 결과물이다.

그리고 외국에서 첨단 기술을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처음으로 온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이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다시 말하였다.

“아시다시피 보로서(프로이센)의 기술자를 들여와 아편 치료제를 만들 예정이라 하더군요.”

“아편 치료제라. 조만간 홍삼과 경쟁할지도 모르는 상품이겠군.”

“청나라도 나름 발전하여 이런저런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외부대신의 말대로 우리 모두가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북경 대사관은 정말 잘 돌아가고 있었다. 비록 한 명당 연간 삼만 냥에 달하는 막대한 업무 비용, 엄밀히 따지면 뇌물을 주고받으며 중요 정보를 입수하였다.

정례 보고를 마치고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일준이가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다가 손짓을 하며 말하였다.

“어떻게든 시간 내서 내 연구실로 와라. 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또 무슨 문제인데?”

“얼마 전 북경 대사관에서 입수한 아편 치료제 관련 사항이야.”

일준이는 아예 흙빛이 된 얼굴을 유지한 채 연구실로 돌아갔다. 녀석의 말이 미래의 지식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바로 국립이학대학으로 향했다.

녀석은 북경 대사관에서 보내온 서류의 복사본을 내밀었다. 백낙신이 북경의 고위 관료와 향응을, 아무리 보아도 아편을 즐기며 얻어낸 정보였다.

“유스투스 리비히를 주축으로 한 프로이센의 연구진이 아편 치료제를 개발했지. 그 양반은 기본적으로 유기화학에 재주가 있는데 나와 함께 협업하며 더욱 발전했어.”

“그래서 아편 치료제를 만들어낸 것 같은데.”

“아편 치료제가 아니고 본래 존재해서는 안 될 마약이야. 모르핀을 원료로 삼은 아편 치료제는 이 세상에 단 하나, 헤로인 이외엔 없다.”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독일에서 생산한 마약이며 전성기 때에는 아이들 용 감기약으로 사용되었다던가. 사실 이 시대가 원래 이 꼴이다.

아편의 해악은 본래 1860년대쯤 되어서야 부각될 수준이다. 메타암페타민 같은 경우에는 현대의 자양강장제처럼 취급되어 마구잡이로 팔려나갔다.

그러니 헤로인도 비슷하지 않을까. 애초에 이 약이 왜 수십 년 빠르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혹시 네가 헤로인 제조 중간과정을 가르쳐서 부담을 느끼는 거냐?”

“거의 비슷하기는 하지. 아스피린 만들려고 무수 아세트산을 훨씬 빨리 만들어 낸 덕분에 화학이 급격히 발전했거든.”

“그래 봤자 아편처럼 끊을 수 있는 약 아닐까? 사태가 심각해 보았자…….”

“죽는다. 현대에도 부작용으로 죽어 나가는 약인데 이 시대에는 중독자 대부분이 죽어.”

일준이가 저렇게 딱 잘라서 말하는 것은 처음 봤다. 너무 힘들어서 못 만든다고 말하거나 생산성이 부족하다 말하거나 여러 약점이 있다고 말하던 녀석이다.

녀석은 칠판을 가져오더니 대충 뇌와 척추의 모습을 그려주면서 말하였다.

“너 혹시 미국 드라마였던 침대 부수기 본 적 있냐?”

“대학원 들어갈 때 나왔던 드라마라서 소문은 들어봤지.”

“그 드라마가 우리 연구실에서 유행했었어. 당시엔 파벌싸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 제정신이었던 지도교수가 아예 시간을 내서 특별 강의를 하시더라고.”

녀석은 뇌 주변에 노란색 분필로 경계선을 그리고 빨간색 분필로 화살표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는 옛 기억을 떠올리듯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 양반이 계속 제정신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당시 강의 내용은 이랬어.

대부분의 화살표는 노란색 선에서 튕겨 나갔다. 이 노란색 선을 뇌-혈관 장벽이라고 표시한 일준이는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생물 관련 지식은 학부생보다 못한 수준이고 인체 지식은 훨씬 못한 수준이라도 기초 상식 정도는 알지. 이 노란 선이 뇌와 인체 사이의 혈뇌장벽(血腦障壁)이야.”

“뇌와 인체 사이에 장벽이 있다고?”

“일부의 물질만 통과할 수 있는 세포장벽이라 뇌에 질환이 생기면 치료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서 치매 같은 질병의 치료제도 이 혈뇌장벽을 통과 못 해서 탈락한 게 수두룩해.”

그나마 화살표 몇 개가 뇌 안으로 파고 들었는데 뇌염, 광견병, 니코틴 그리고 알코올이라고 적혀 있었다. 녀석은 화살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의 물질은 뇌와 인체 사이의 장벽을 뚫지 못한다. 온몸의 신경계를 지배하면서 뇌까지 닿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

“그럼 모르핀은? 그것도 엄청난 마약이잖아?”

“모르핀은 내가 알기로 오 퍼센트 정도만 뇌에 침투해. 그런데 헤로인은 다르다.”

녀석은 빨간 분필을 옆으로 눕혀서 칠판에 거대한 화살표를 그렸다. 말 그대로 뇌를 쑤시고 들어간 빨간 화살표를 툭툭 친 다음 착잡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무수아세트산으로 극성이 사라진 헤로인은 뇌를 포함한 신경계 전체를 관통해버려. 그리고 신경계의 전달 체계를 헤로인 전용으로 바꿔 버리지.”

그림으로 간접 체험해도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다. 녀석이 몇 개의 돌기를 그리고 이 돌기를 빨간색 분필로 덧칠하는 모습을 보고 질문을 하였다.

“신경 전달 과정 자체를 박살 낸다고? 그러면 헤로인 공급이 끊기면 어떻게 되는 거야?”

“다른 어떤 마약과 비교할 수 없는 금단증상이 시작된다. 온몸의 교감신경이 강제 활성화되어서 구토, 발열, 설사, 맥박증가 그리고 심신쇠약을 비롯한 증상이 나타나.”

“그건 아편과 비슷한데?”

“최소 몇 배로 심하게, 모르핀은 신경을 교란시키는데 헤로인은 파괴하거든.”

여기에 녀석은 중얼거리듯이 역치가 끝없이 상승하고 의존성이 한없이 높아지는 증세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일준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알려줬다.

“그러면 네가 헤로인의 위험성을 설파하면 되는 것 아닐까? 당장 신경계를 박살 내는 효과를 입증하면 절대 쓰이지 않을 약이 될 텐데?”

“이 시대 현미경으로는 신경 축삭…… 그러니까 좀 전에 그린 돌기를 선명히 볼 수 있겠냐. 카를 자이스가 만들어낸 현미경 배율이 육백 배 수준인데 축삭 관측이 불가능하지.”

녀석은 한숨을 쉬면서 흑단 원목으로 만든 현미경을 매만졌다. 그리고는 소파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쥔 다음 한참을 고민하고는 말하였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프로이센에 연락해서 헤로인 샘플을 받아오고 이걸 동물실험을 통해 위험성을 입증하는 거야. 그다음에는 유럽에서 인체실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야지.”

“인체실험까지 할 거라고? 그럼 희생자가 생겨나잖아?”

“이 시대 사람들 생각을 너도 알잖아. 방사능 물질만 해도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하면서 위험성을 입증했는지 알지?”

녀석의 고생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일 년 만에 모든 일을 끝내고 돌아온 적이 있으니 그 정도 걸리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물어보았다.

“그래도 동물 실험 단계에서 끝낸 것 같은데.”

“동물들이 죄다 암에 걸려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식물은 기괴하게 뒤틀려서 죽어 나가는 모습을 입증해서야. 이놈의 약물은 금단증상이 끝이라서 집단발작이라 생각할 인간들이다.”

“네가 동물 실험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인체실험까지 해서 부작용이 나와야 한다고?”

“이 정도는 해야 자신들이 만든 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겠지. 아마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데 사 년 정도 걸릴걸.”

속이 저절로 답답해지고 위 속에 돌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청나라에서 마구잡이로 생산된 헤로인이 대한제국까지 퍼지면 어떻게 하겠는가.

“헤로인이 얼마나 퍼질지. 청나라의 막대한 생산량을 생각하면 아득해지네.”

“최초 합성한 사람이 유스투스 리비히잖아. 하나하나 철두철미하게 관여하는 연구 방향이라 청나라에서 초도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 년 정도야.”

“그거 확신할 수 있냐? 난 지금 당장이라도 북경에 특작부대를 보낼까 하는데.”

“확신할 수 있어. 가뜩이나 장인 기질이 넘치고 학문에 순서를 따지는 프로이센 출신인데 기반 지식도 없는 놈들에게 최신식 제조법을 두서없이 알려줄 이유가 없다.”

일준이는 유스투스 리비히와 제법 오랫동안 일 해본 사람이라 그의 성격도 파악하고 있었다.

녀석은 아직도 보존되어 있는 인산염 광물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나마 인산염 비료의 경우에는 너무 단순한 공정이라 퍼트렸지. 조금만 공정이 난해해져도 공정의 원리, 방식 그리고 논리적 구조를 모두 가르치는 사람이야.”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명예욕에 사로잡혀서 맘대로 만들지 않는다는 소리잖아.”

속에서 굴러다니던 돌멩이가 쑥 내려간 느낌이 들었다. 일준이도 이 사태에 대해 나와 논의를 하여 생각을 일치시키려고 부른 것 같았다.

안심이 되어 방구석에 있는 커피를 들이켰는데 일준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상이 넌 지금 상황이 많이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해? 헤로인은 본래 아편 치료제라고 팔렸던 약이잖아.”

“그걸 왜 홍수전이 관여하고 안전을 평가하는데? 직접 실험해서 안전성을 입증했다면서?”

일준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서신의 글귀. ‘홍수전이라는 관료가 안전을 입증하였다.’를 가리키며 다시 말하였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아편을 치료하고 다시 중독시켜서 수익을 더 얻어내려 할 거라 생각했어. 근데 해악을 느낀 사람들이 끊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해봤을까?”

“그렇긴 하네. 결국 치료제가 퍼지면 자기 기반을 무너트리는 꼴이네.”

“내가 홍수전이라면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서 사업을 중단시킬 거다. 자기 정치적 기반이 무너지면 복구할 수 있는데 부하들의 기반이 무너지면 죄다 탈주할 거 아니야.”

일준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이해할 수 없었다. 홍수전이 중립을 지키면 시대를 못 보는 놈이라 할 수도 있는데 안전성을 입증한 점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하다못해 시료에 독약을 섞어서라도 일을 헝클어트릴 놈이다.

일준이도 이 점이 궁금하였는지 커피 대신 홍차를 한 잔 우려내면서 물어보았다.

“널 부른 이유가 이거야. 헤로인 대책은 세울 수 있어도 홍수전의 속셈을 모르겠더라고.”

“내가 홍수전이 아닌데 알 길이 없지. 근데 녀석의 실험이 제대로 진행하긴 했나?”

프로이센의 동물실험이야 뻔하다. 계속 생산되는 헤로인을 무제한적으로 동물에게 투여하여 안전하다고 입증시켰겠지. 기껏해야 과다 복용만 조심했으리라.

반면 홍수전의 실험은 헤로인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 실험을 진행하다 어느 순간에 약이 고갈되어 금단증상이 발현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답이 나왔다. 일준이가 경고한 그 끔찍한 금단증상을 세상에서 처음으로 목격했겠지.

“놈이 개인적으로 실험하면서 부작용을 입증한 것 아니야? 쥐나 토끼 같은 것으로 실험하다 약이 고갈되는 바람에 금단증상으로 동물들이 모조리 죽어 나간 거지.”

일준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과학자라서 오히려 어설픈 실험에서 도출될 결과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 같았다.

“그거 일리가 있네. 그럼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한 건 왜일까?”

“청나라 관료 대다수는 아편을 피워, 이 사람들에게 헤로인을 먹이면 어떻게 될까?”

이미 청나라 고위 관료에게 아편은 일상생활이 되었다. 심지어 함풍제도 아편을 복용할 수 있으며 전임 황제 도광제도 아편에 손을 댔다가 가까스로 끊는 데 성공하였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일준이에게 앞으로 청나라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예측해서 설명해 주었다.

“프로이센 연구진은 청나라 황실에 고용되었지. 함풍제가 이 약을 안 먹더라도 황실 대표로서 청나라 고위 관료 사망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하고 공친왕과 관련 종친들은 죄다 사형이야.”

“그뿐이겠냐? 현상이 너도 알다시피 청나라 관료 대다수가 투약 대상자잖아? 이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면 그 정치적 공백은?”

“몇 달 이상 장기 복용한 사람들이 복용을 중단하면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갈 거야. 고위 관료 상당수가 금단증상을 겪으면 바로 반란을 시작하겠네.”

내가 말해놓고도 어처구니가 없는 결론이 나왔다. 이 세상의 혼란을 막아내기 위해 홍수전의 음모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음모를 막는다고 다 해결될 일도 아니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붕괴된 순간 홍수전은 발작적으로 내란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이건 어떻게 보면 기회이기도 하다. 녀석이 폭주하는 순간을 잡아낼 기회이지.

“차라리 잘되었다. 일준이 너와 내 손을 맞춰야 할 것 같아.”

“손을 맞춘다고?”

“청나라의 영웅약 생산 계획이 중단된 순간 홍수전은 반란을 시작할 거야. 약의 안전성을 주장한 관료라서 나중에 돌고 돌아서 정치적 피해를 받게 되잖아.”

공친왕으로 시작된 정치적 파장은 돌고 돌아 홍수전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리라. 그 시기를 정확히 조절하여 대한제국의 군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물론 홍수전이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함풍제는 본래 역사에서 주색(酒色)에 몰두하여 1861년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이를 감안하면 어차피 일어날 반란이다. 웃옷을 다시 걸쳐 입으며 녀석에게 부탁을 하였다.

“헤로인의 부작용 입증 시기를 1859년 연말로 잡을 수 있겠어?”

“앞으로 삼 년 하고 육 개월도 안 남았잖아. 그럼 내가 헤로인을 만들어서 동물 실험을 당장 실시해야 가능해”

“너 정도면 잘 관리할 수 있으니 안심이야. 독안에든 쥐에게 구멍 하나를 내어주자고.”

일준이는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알아서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겠지. 아쉬운 점이 있으니 미래의 지식을 사용한 일이라서 일준이 말고 사람에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저 ‘위험할 지도 모르는 약’을 대한제국이 경계하여 돌고 돌아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 사건을 준비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군사적, 경제적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라 저절로 욕심이 치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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