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32화 (326/345)

232화

20장 1화 수에즈 조약(2)

준비된 회담장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이 시기에는 오스만 제국의 사원으로 쓰이는 건물을 다시 창조한 방식이었다. 그 역겨운 취향에 저절로 욕이 나왔다.

내가 회담장 인근 숙소에 머무르며 며칠을 보내자 각국의 대사들이 집결하며 회담이 시작되었다. 7개국에서 각기 대사를 파견하여서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프랑스 측에서는 놀랍게도 나폴레옹 3세가 베트남 전권 대사에서 회담 대표로 초빙되었다. 그는 눈짓으로 인사를 보낸 다음 회담장에 들어갔다.

지난 협력에 감사하며 이번에 대한제국 편을 많이 들어준다는 암시이다. 회담장에 들어가자 중립국인 나를 중재인 겸 대표로 배정했다.

“지금부터 크림 전쟁 종전을 위한 수에즈 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중립국이자 이해관계에서 가장 먼 국가인 대한제국의 관점에서 회담을 주도하게 된 박현상입니다.”

회담은 철저히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의 이득을 뜯어내는 과정으로 시작하였다. 먼저 영국과 프랑스에 구원 요청을 한 오스만 제국은 자신들의 영토를 하나하나 절단 당했다.

“이집트의 동쪽, 옛 예루살렘 인근의 해방을 요청하겠습니다. 일대의 국가를 세 개 정도로 나누어 각기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이 관할하는 국가로 편성해 주시지요.”

홍해 유역까지 파고든 오스만 제국의 영토는 삽시간에 키프로스 북부까지 밀려났다. 현대의 터키 영토와 흡사할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제안을 내놓자 오스트리아, 프로이센과 같은 일부 참가국이 먼저 나섰다. 이들이 너무 많은 이익을 얻어내려 해서 내가 적절히 제지하였다.

“각 국가의 이득을 나누기 위해 종교적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기독교인과 이슬람 신도들이 각기 통치하는 독립국으로 편성해 주십시오.”

“박 후작님의 말씀이 옳군요. 멋대로 땅을 나누어 통치를 하면 종교로 인한 분쟁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오스만 제국도 영국과 프랑스도 만족할 만한 내용이었다. 심지어 알렉산드르 2세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내 제안에 동의하였다.

러시아 제국은 이번 전쟁의 명분을 ‘옛 성지 예루살렘의 해방’으로 삼은 입장이라 최소한의 이득만 챙긴 것이다.

지도에 현 이스라엘과 레바논 영토를 포함한 덩어리를 하나 만들어 두었다. 이 국가는 각기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람이 모인 두 개의 독립국이 될 예정이다.

“그나저나 거주민 자격이 문제로군요. 박 후작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프로이센 대사의 질문은 나름 합리적이었다. 잘못하면 군대를 파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군대 대신 전체적인 발달 촉진 방안을 제시해 주었다.

“삼십 년 정도 투자 자금을 받아서 거주 여부를 정하면 될 것 같군요.”

이해 관계국 입장에서는 나름 서열 정리를 한 셈이었다. 오스만은 상실한 영토에 투자를 통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대량의 자금을 동원하여 수에즈 방어용 주요 거점만 영향권 안에 넣어두면 되고.

이 과정에서 유대인들이 대량으로 돈을 끼얹으며 예루살렘에 몰려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당한 투자를 통한 영토 구매를 하는 입장이니 나쁘지는 않다.

현대처럼 중동 일대의 민족주의가 대두된 시점도 아니라 이 시점에는 약간의 분쟁으로 끝날 일이다.

이 시점 한정이고 1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좀 복잡해지겠지만. 다음 차례는 러시아 측의 영토를 절단하기 위해 영국 측 대사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오스만 제국은 흑해의 함대 배치와 무장 제거에 대해 동의하였습니다. 러시아 제국은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완전 해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무장봉기를 억제할 수 있는 선, 총 열 척 미만의 선단을 허용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스만 제국이 영토를 내놓고 신생국을 독립시키는 상황에서 러시아 또한 영토를 어느 정도 할양해야 할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인 카를 페르디난트는 현대의 히르카우, 우크라이나 동부 경계까지 국경선을 그어놓았다. 그 모습을 본 알렉산드르 2세는 콧방귀를 뀌면서 항의를 하였다.

“세바스토폴이 함락되었다고 일대를 모두 통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소? 일대의 옥토가 사라지면 우리 러시아는 굶주리게 될 터. 차라리 전쟁을 택하겠소.”

“그렇다면 차라리 중립국으로 만드심이…….”

“절대 불가하오!”

알렉산드르 2세는 탁자를 내려치려다가 심호흡을 하며 오스트리아 측을 노려보았다. 점차 프로이센에 속박되기 시작한 오스트리아가 외교적 무리수를 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금 회담이 가열될 상황이 되자 내가 나서게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흑해 일대의 지도를 가리키며 적당히 말해주었다.

“어느 정도 양보를 하여 캅카스 일대를 독립시키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영토가 복잡하게 얽힌 국가이니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군요.”

“우리 러시아가 보기에는 얼뜨기들이 다시 집어삼킬지도 모르는 형편인데.”

“그 정도야 영국과 프랑스가 알아서 중재해 줄 일 아닙니까?”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의 독립도 이루어졌다. 흑해 연안에 신생국 두 개가 생겨나 러시아의 위성국 개념이 된 것이다.

패전국에게 막대한 돈을 뜯어내고 제약을 거는 대신 흑해 내부의 무역을 권장하고 지배구조를 틀어놓는 정책이었다. 영국도 프랑스도 이 의견에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가 힘든 영토를 할양 받거나 전쟁 배상금을 과도하게 청구해 봤자 러시아가 휘청거릴 뿐 아닙니까. 차라리 신생 독립국을 키우는 것도 괜찮군요.”

“우리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국은 수에즈 운하만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도 이득을 보는 상황입니다. 세 개 국가가 독립되면 배상금을 상당량 감면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막대한 배상금과 영토상실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알렉산드르 2세는 어쩔 수 없이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외부 영토 상실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의 열강들과 오스만 제국 그리고 러시아는 이 ‘신생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위성국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리라.

* * *

며칠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흑해와 지중해 관련 안건 대부분이 끝났다. 오스만 제국과 러시아는 총 7개의 국가를 독립시키고 전쟁 배상금과 피해보상금을 상당수 감면 받았다.

다음으로는 태평양 전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군은 우수리스크와 사할린을 비롯한 러시아의 동부 영토를 함대를 통하여 철저히 격멸하였다.

그나마 보급 부족으로 사할린에서 상륙전까지 이행하지 않았으나 이 또한 승리지. 영국 측에서는 나를 슬쩍 바라본 다음 제안을 하였다.

“사할린은 몰라도 우수리스크의 할양이 문제로군요. 우수리스크를 비롯한 연해주 영토를 모두 포기하시는 것을 권고하겠습니다.”

“연해주 일대는 우리 러시아가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피를 흘려가며 얻은 영토입니다.”

알렉산드르 2세는 눈에 불을 켜고 영국 대사를 노려보았다. 러시아 입장에서 연해주는 동방의 부동항이자 거대 인구를 소유하고 있는 동쪽 방면의 유일한 출구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별다른 개입을 안 하던 나폴레옹 3세가 움직였다. 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러시아를 공격하였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거저 얻은 영토이지요. 지원을 적게 보낸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은 영토를 단숨에 집어삼킨 것이 아닌지요.”

나폴레옹 3세는 알렉산드르 황태자를 철저히 친대한제국의 입장에서 몰아세우고 있었다. 고작 전권 대사의 발언이나 알렉산드르는 별다른 답변도 못 하고 침묵하였다.

그는 베트남의 근대화와 프랑스 동맹국화라는 업적을 달성한 사람이다. 이 업적으로 귀국 이후 국무의회 의장, 총리와 대등한 직위를 누릴 사람이었다.

프랑스를 통치할 새 총리의 발언인 만큼 프랑스의 외교 정책과 같았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한 발언이기도 하였다.

나폴레옹 3세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편 다음 나를 슬쩍 흘겨보았다. 스쳐 지나가는 시선을 확인하고 엄지와 검지로 ‘O’를 만들어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분위기가 좋으니 계속하라는 신호를 바로 알아차렸다. 아예 더 나아가 과거의 사건을 끄집어내며 공세를 퍼부었다.

“우리 프랑스는 별동대에 불과한 카자크 기병 대신 최고의 장수를 억지로 계급을 낮추어 가며 기병과 포병으로 파견하였습니다. 여기에 수많은 물자를 퍼부어 지원하였습니다.”

“그 지원은 오로지 영국에게 어깃장을 걸기 위해 하지 않았습니까?”

“어깃장이 아닌 흘린 피와 땀을 따집시다. 차르께서 숙련된 장교를 보냈습니까? 최신식 화포를 보냈습니까? 하다못해 요동 일대를 정벌하기라도 했습니까?”

공훈으로 따지면 아직도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에마뉘엘 그루시가 훨씬 더 대단한 일을 하였다. 안드레이도 꽤 좋은 지휘관이지만 지금은 패장으로 취급이 한층 나쁠 시기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노력, 병사를 훈련시키고 군마를 육성하며 전쟁에 참가한 공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당연히 러시아 측 외교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그루시와 프랑스 기병들이 전선에 나선 이유가 뭡니까! 우리 카자크 기병들이 없었다면 평야에서 활약할 여유가 있었습니까!”

“우리 카자크 기병들이 공훈을 세우지 못한 것은 대한제국의 전임 황제가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디론가 훌쩍 사라지는 기병대장을 날뛰게 만든 것이지요!”

“카자크 기병이 없었다고 가정해 보시지요! 사방에서 도적질을 하는 청나라 팔기군을 십오 년이 지난 지금도 상대하고 있었을 텐데요!”

알렉산드르 2세를 비롯한 러시아 외교관들도 생각이 없지는 않다. 카자크 기병이 없었다면 이들의 말 대로 그루시가 활약할 기회도 없었을 거다.

군마가 없어서 기병을 제대로 육성할 기반조차 마련하지 못하겠지. 결국 저들의 말대로 팔기군 잔당이 아직도 요동을 돌아다니고 있으리라.

나폴레옹 3세는 억지로 분노한 척 표정을 관리하며 손가락 두 개를 내밀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중재를 하라는 신호라서 내가 나서서 적당히 무마해 주었다.

“일단 진정하시지요. 대한의 입장에서는 프랑스도 러시아도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좋은 지원을 하였습니다. 여기서 지원의 양을 따지는 것은 은혜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 또한 이해하겠습니다.”

“박 후작님께서 옳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둘 다 적당한 시점에서 언쟁을 중단시켜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장의 분위기는 점차 러시아의 수세로 몰려가고 있었다.

러시아의 지원이 1이라 치면 프랑스의 지원은 2 정도이다. 프랑스는 기병과 포병을 동시에 보내서 양면으로 지원을 해줬지.

이 사실을 러시아도 알고 있으니 차마 말을 못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좀 더 밀고 나가기 위해서 러시아 측이 가장 싫어할 만한 발언을 시작하였다.

“다만 러시아 측에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귀국의 차르께서는 우수리스크를 동방 핵심 거점으로 삼고 인근의 부동항을 설립하여 주요 거점으로 삼지 않았습니까?”

“바로 보셨습니다. 캄차카 일대의 요새와 함께 중점 관리하였지요.”

“그런데 중점 관리 대상이자 대한제국의 사람 삼십만 명 이상이 정착한 곳의 관리가 문제입니다. 영국 측에서 점령 이후 관리를 하며 제대로 된 러시아 관료를 못 만났다 하던데요.”

이게 러시아의 한계이다. 머나먼 동방까지 영토를 뻗어뒀음에도 카자크 기병이나 파견해 적당히 원주민을 괴롭히면서 놀아댄다.

간혹 ‘관리’를 파견하는데 먹물 좀 먹은 사람이 귀족이나 왕실에게 찍혀서 강제로 유배당하는 꼴이고. 결국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귀금속이나 차르에게 조공으로 바치는 신세다.

러시아 측에 영국군에서 조사한 서류, 우수리스크의 현실을 조금 과장되게 적은 보고서를 제공하며 말하였다.

“병사를 모두 추방한 이후 관리에 들어간 결과입니다. 추산 인구 삼십이만이 넘는 지역에 장부상 인구는 대한제국 시절과 동일한 상황이더군요.”

“워낙 가난한 장소라서 굳이 호적을 갱신할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그 결과 전쟁 당시 대한제국의 사람들이 엽병으로 자원하여 피를 흘렸습니다. 차라리 군적을 작성하고 인원을 징집하여 전투에 참여시켰다면 이해할 수라도 있는 일이지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 박 후작님께서는 동포의 피를 흘려도 좋다는 말씀이십니까?”

알렉산드르 2세의 성격은 친절하고 사려가 깊다, 또한 상당히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자신의 동포가 전쟁에 나서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냉혈한으로 보이리라. 물론 내 입장은 어디까지나 ‘영토 관리’ 측면의 미비를 꼬집는 말이었다.

“피를 흘려도 정당한 절차에 적법한 방식으로 흘리게 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꼴이 뭡니까? 헛된 피가 마구잡이로 쏟아지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관리 미비를 인정하겠습니다. 가난한 지역이라 제대로 된 징병제도 구축하지 못하고 헛되이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리프란디의 보고서와 패전이라는 현실은 우수리스크를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만들어 버렸다. 잠시 침묵이 회담장을 스치자 영국 외교관들이 비꼬듯이 말하였다.

“러시아 포로들은 딱딱한 밀 빵과 고기가 조금만 들어간 스튜를 먹여도 눈물을 머금던데요. 이런 사람들도 징집하는 러시아에서 가난해서 관리를 못 한다?”

찰스 네이피어는 철저히 러시아의 현실을 비꼬면서 알렉산드르 2세를 협공하였다. 그리고는 나를 슬쩍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쯤 되면 태평양 전선의 병사들이 얼마나 고역을 치렀는지 모를 일입니다. 유배 당한 범죄자와 패잔병이 얽혀서 난리를 피웠을 것 같군요.”

분위기는 거의 다 무르익었다. 우수리스크의 서류를 읽어 내려간 알렉산드르 2세는 침묵한 채 고개를 숙였고 여기에 내가 쐐기를 박아 넣었다.

“저희 대한제국은 러시아의 관리가 미비한 우수리스크 일대를 영국에게 할양하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지금 뭐라 하였습니까? 영국? 영국이 우수리스크를 관리한다?”

“저희 대한제국 입장을 생각해 주시지요. 제대로 된 관리도 못 하는 러시아가 이 나라의 백성을 계속 통치하다니요. 전염병이라도 발생하면 어떤 꼴이 벌어지겠습니까?”

러시아 수준에서 동방 영토에 쐐기를 박고 해군을 굴려대는 영국을 상대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대한제국에게 돌려주자니 너무나 아까운 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폴레옹 3세가 실마리를 제시하였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손바닥을 팔랑거리며 알렉산드르 2세에게 권고를 보냈다.

“그럼 대한제국에 할양하되 시베리아 횡단 철도 계약을 맺으시지요.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땅에서 이득이라도 보려면 무역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영국도 그 거대한 땅을 관리할 힘은 없습니다. 연해주 일대와 우수리스크를 대한제국에게 할양하되 러시아와 철도 건설 계약을 맺으시는 걸 권고해 드리지요.”

영국과 프랑스는 나와 짜고 치듯이 러시아에 숨통을 가느다랗게 유지하기만 하였다. 알렉산드르 2세는 팔짱을 끼더니 골똘히 생각에 잠겨 버렸고.

아마 니콜라이 1세가 죽은 다음 자신의 재위 기간 이내에 벌어질 일을 계산하고 있으리라. 그는 자신의 재위 말년에라도 철도가 완공되기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질문을 하였다.

“그 정도 조건이라면……. 대한제국은 몇 년 정도 뒤에 철도를 완공할 수 있을 것 같소?”

“시베리아 철도는 적게 잡아도 이십 년, 길게 잡으면 사십 년 정도 걸릴 겁니다.”

“그 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소. 공사 구간은 대한제국이 훨씬 짧은 편이나 영토 할양을 받는 입장 아니오. 조금만 양보해 주시구려.”

최종적으로 우수리스크와 연해주 일대가 대한제국의 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차피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무역과 인력 파견을 위해서라도 건설해야 할 철도이기도 하다.

건설비용은 러시아 6 : 대한제국 4로 분할 납부하기로 하였다. 여기에 부설될 기차역 가운데 대한제국 영토의 역 3개와 부속 도시를 자유시로 지정해 러시아 사람이 오가게 하였고.

꼭 필요한 일을 해서 생색도 내고 국제 관계도 적당히 틀어놓게 되었다. 유럽은 당분간 신국가 수립에 정신이 팔려서 동방 정책에 눈도 돌리지 않으리라.

다음으로 남북전쟁이 벌어지면 미국 또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자기 앞가림을 하면서 동방 외교에 소홀해지는 것이다.

그 이후에 홍수전과의 전쟁이 시작되리라. 청나라라는 막대한 이득을 대한제국 혼자서 날름 집어삼킬 그 날이 10년도 남지 않았으리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