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18장 8화 툼스톤
내 예상대로 삼천여 명, 올해 추산만 오천여 명에 달하는 외몽골 사람들이 정부에 이주 요청을 하였다. 지나치게 심각한 일이라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심양성에 내가 직접 파견되었다.
“우리를 미국으로 이주시키십시오!”
“황금씨족의 후손이 죽었습니다! 인디언이라는 놈들에게 수레바퀴를 돌려라!”
이미 수위를 넘어서다 못해 의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겉으로 말할 때 수레바퀴라면 미국에 가서 아파치를 죽일 때에는 기본이 수레바퀴요 이보다 더 끔찍한 행동을 하리라.
이들의 대표는 황금씨족의 일원이자 대규모 씨족을 이끄는 소르칸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와 접견하자마자 자신의 의도를 명백히 드러냈다.
“칭기즈 칸의 이십육 대 후손이 죽은 사건입니다. 황금씨족의 후예이자 적통을 이을 수 있는 자가 머나먼 이역만리에서 참극을 당하였는데 어찌 좌시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조금 미안합니다만…… 죽은 사람이 귀르겐(부마)쪽 혈통입니까 아니면 정말 후손입니까?”
“귀르겐입니다.”
이들의 명분이 너무나 예상대로라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칭기즈 칸의 후손인 황금씨족이 대단해 보이는데 그가 죽고 600년이 흐른 시대이다.
그 후손이 얼마나 많은지 계산도 해봤다. 대한제국 측에 귀속된 외몽골 인구는 약 90만, 황금씨족의 비율은 최소한 10%가 넘어가는 9만여 명이다. 여기에 모계가 황금씨족인 경우를 감안하면 몇만 명이 늘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소르칸의 당당한 눈을 잠시 살펴보고 일부러 고뇌하는 척 뜸을 들였다.
“이미 아파치 부족은 황금씨족의 후예들에게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저희의 모든 재산을 내놓을 것이니 미국으로 향하는 배를 띄워 주십시오!”
말은 청산유수처럼 잘하는데 속내가 너무 훤하게 보인다. 고작 부족 따위를 격퇴하는데 수천여 명의 외몽골 전사가 갈 이유는 없다. 이들은 명분을 앞세워 이 자리에 왔다.
명분이야 친족의 복수와 몽골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서이지. 실제로는 지독한 폭설과 끔찍한 폭염이 교차하는 몽골을 떠나 새 인생을 살아가려는 것이다.
아마 아파치를 ‘수레바퀴’ 혹은 그 이상의 끔찍한 방법으로 몰살한 다음 그 땅을 차지하려 하겠지.
졸지에 외몽골이 텅텅 비어버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운을 떼었다.
“그러하면 내전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미 만주족에게 고개를 숙이고 굴복한 황금씨족의 후예를 몰아내려 이 대한제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승기를 잡아 두었는데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이주하는 이는 전사 수천여 명인데 전황이 뒤엎어지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청나라가 머저리가 아닌 이상 직접적인 지원을 실시할 것 같습니다. 예비대는 충분히 마련해 둬야지요.”
소르칸은 잠시 우물쭈물거리다 나에게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청나라의 군대는 대한제국이 아무 피해 없이 격퇴한 나약한 군대가 아닙니까.”
“이미 군부에서 청나라의 병장기 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습니까? 청나라는 지난 십 년 동안 개선을 거듭하여 당시 조선군의 다섯 배에 달하는 전력을 확충했습니다.”
내가 일부러 의자에 기대고 머리를 감싸 쥐자 소르칸도 침을 삼키며 내 눈치를 보았다.
어느 정도 합의를 보아야 하니 손가락을 단 하나만 펴고 말하였다.
“상황을 보고 정하도록 합시다. 올해에는 천 명을 이주시킬 것이며 앞으로 내전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매년 천 명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내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모두 이주를 해도 됩니까?”
“그때쯤 되면 미국 정부에서 이민을 중단시킬지도 모릅니다. 받는 쪽이 상전 아닙니까?”
결국 일천 명의 최정예 전사들이 소집되었다. 이 정도 숫자면 청나라의 견제는 현재 수준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오히려 최정예 전사들이 빠져나간 후의 교육을 시킬 대한제국이 실시해야 하리라
배에 올라 가족과 작별인사를 하는 외몽골 사람들을 보며 염려할 사람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리틀 빅 혼 전투의 추장들이 이십 대쯤 하는 시기인가?”
외몽골 전사들에게 이들이 굴복할지, 어설프게 대항하다 수레바퀴를 돌릴지 나도 알 길이 없다.
그저 어떤 싹이 틀지 모르는 씨앗을 뿌리듯 외몽골 전사를 이주시킬 수밖에 없었다.
* * *
천여 명에 달하는 외몽골 전사들은 마침내 미국의 서부 해안에 상륙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재산을 이주비와 도착 직후 식량 그리고 말의 구매에 소모하고 머나먼 여정을 시작하였다.
알타이를 비롯한 고고학자의 호위병들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미국 정부에서 주관하는 화석 발굴현장에 고고학자들이 머무르게 되었으니 자신의 동포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몽골 이민자들은 첫 작업으로 도시를, 자신들이 쉴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어 낼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도시로 적합한 땅을 찾아나갔다.
정부에서 파견된 관리는 이런 이민자들을 이용하려 하였다. 근래에 들어 도발을 일삼는 멕시코를 견제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애리조나 남부, 국경 일대의 지역을 추천하였다.
개중에 가장 적합한 지역을 먼저 소개하였다. 거대한 언덕을 양 옆에 두고 숲과 제법 풍부한 수량의 강이 흐르는 좋은 토지였다.
“이 지역은 어떻습니까? 지명은 투박(tubac)이며 한때 멕시코 군이 주둔한 요충지입니다.”
가장 영어에 능숙한 알타이가 이 말을 번역해 주었다. 이민자의 대표인 소르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말하였다.
“별로군, 적당한 강물이 있어서 좋은 편이지만 숲이 많아서 기습을 당할 수도 있어.”
“그럼 숲이 적은 땅을 원하십니까?”
“물론. 일단 이 땅을 보아두었으니 다른 땅과 비교해 보자고.”
몇 차례에 걸친 국경 지역 소개 끝에 관리는 마지막 지역을 안내하였다. 그곳은 말 그대로 초원과 구릉이 어우러진, 태양이 작열하고 모래먼지가 불어오는 지역이었다.
몽골 이민자들은 주변 풍경을 살펴보고 말을 탄 채 사방을 질주하였다. 적절한 구릉과 그리 크지 않은 강을 끼고 있는 장소였다.
애리조나 준주의 남동쪽에 위치한 이 지역은 정착민들이 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땅이었다. 간혹 몇 명의 멕시코 사람들이 소를 치며 살아가는 것이 전부였다.
“어떠합니까? 이 땅은 별 볼 일이 없는 땅이었지요?”
정부 관리는 온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퍼마셨다. 그러고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리며 말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가장 먼저 확인한 투박으로 돌아가…….”
“이 땅에서 살 거요. 험한 땅일수록 더 많은 토지를 불하하기로 약속한 것 같은데?”
“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그거야 맞는 말이기는 한데 너무 험한 땅 아닙니까?”
“댁들 입장에서는 험한 땅이나 우리 입장에서는 험한 땅이 아니지.”
정부 관리는 손사래를 치며 몇 번이고 몽골 이주민의 정착을 거절하려 하였다. 해발 1,000m에 달하는 고원인 데다 사방이 황무지라 사람이 살아가기에 너무 가혹한 땅이었다.
반면 몽골 이주민들에게 이 땅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고집을 꺾지 못한 관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서류를 꺼냈다.
“이름이 없는 땅입니다. 주변의 산은 드라군(dragoon – 용기병) 산맥이라 불리기는 하지요.”
“이름도 우리가 붙이라는 말인가? 그럼 무슨 이름으로 정하지?”
몽골 이주민들은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은 이미 일대의 땅을 나눌 방법과 가축을 기르는 법에 대해 논의를 마쳐두었다.
개중에 가장 중요한 지역이 묘지였다. 옛 몽골에서는 초장(草葬 - 들판에 시체를 버려둠)을 하였으나 이 시대의 몽골은 티베트 불교식 장례도 실시하였다.
또한 상당한 비율의 천주교 신자로 인해 서양 방식의 매장도 도입되었다. 몽골 이주민들은 앞으로의 수많은 전투에서 죽을 사람을 생각하며 도시의 이름을 정하였다.
“이 지역의 이름은 묘비, 영어로는 툼스톤(tombstone)으로 정하면 되겠군.”
“지역의 이름이 툼스톤이라니요. 이건 이해하겠는데 도시의 이름은요?”
관리는 질색을 하며 지역의 이름을 툼스톤이라 적었다. 다음으로는 도시의 이름을 정할 차례였는데 몽골 이주민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도시의 이름은 울루스 카마그로 하면 어떤가? 좀 줄여서 말해도 상관없고.”
울루스는 몽골어로 국가이며 카마그는 부족 연합을 뜻한다. 이 원대한 이름은 부족을 연합시켜 국가를 만들겠다는 뜻이나 미국인 입장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이 시대 미국의 최신 유행어인 OK와 두문자가 같았다. 관리는 울루스 카마그라는 명칭을 적고 옆에 괄호를 친 다음 OK라는 별칭을 추가하였다.
“그러면 툼스톤 오케이가 되는군요. 뭐 어떻습니까? 이 땅은 이제 이민을 오신 타타르 전사분들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땅을 너무나 손쉽게 얻어내 버렸군. 안내해 준 것 고맙소.”
“별말씀을요. 이런 험한 땅에 거주하시니 몇 번 찾아와 보겠습니다.”
관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달 간격으로 몽골 이주민들의 삶을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사방에서 몰려드는 몽골 이주민들은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야생 소를 잡아 기르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가죽을 벗기고 주변의 나무를 모아 게르를 만들었다. 여기에 여력이 남아 주변을 탐사하기까지 하였다.
마침내 세 번째로 방문하는 날이었다. 툼스톤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던 몽골 이주민들은 관리의 방문을 저 멀리서 확인하고 환대를 하였다.
“이번에도 찾아올 줄 알았지. 우리가 그렇게 걱정되나?”
“정착민의 초기 대처가 중요합니다. 질병이나 자연재해가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걱정을 할 일이 생기기는 했는데…… 일단 게르로 들어오게.”
가장 큰 게르, 지름이 12m에 달하는 거대한 텐트를 확인한 관리는 휘파람을 불며 안으로 들어갔다.
인사치레로 위스키를 한 잔 마신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하였다.
“걱정을 할 일이 생겼다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강변 동쪽의 고원에서 이 물건을 발견했네.”
주먹만 한 돌 조각을 건네받은 관리는 이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은빛 광채를 확인하고는 품속에 가지고 있던 외눈 안경을 꺼내 아예 눈을 들이박고 살펴보았다.
“이건 은 광석이 아닙니까!”
“알타이가 보고 배운 것이 있더군. 대한제국 사람들처럼 광맥을 확인하던 중 발견했네.”
소르칸은 흥분한 관리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 입장에서는 캐낼 방법도 딱히 없어서 광맥 자체를 팔아치울 생각에 거래를 진행하였다.
“품위! 광석의 품위가 아주 좋은 것 같은데 지질학자를 고용하겠습니다.”
“그냥 채굴권을 가지게. 대신 이 땅에서 기를 가축이 필요한데 목장 좀 소개해 줄 수 있겠나?”
관리의 표정이 변하다 못해 웃음을 감추지 못하였다. 광맥의 권리를 아예 포기하고 인맥을 만들어달라는 뜻이니 한없이 남는 장사였다.
혹시나 이 자리에서 수락하지 않으면 마음이 변할 수도 있었다. 관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광맥을 주머니에 챙기며 말했다.
“목장이라. 그렇지 않아도 채굴권 관련 서류를 작성하려면 동부로 돌아가야 하는데 잘되었군요.”
다시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80여 명에 달하는 몽골 이주민 대표들은 관리의 안내를 받아 동쪽으로 향하며 각 부호의 저택에 방문하였다.
이 시대 동부에서는 점차 늘어나는 경작지로 인해 서부에 가축을 보내고 수를 불려 가져오는 일이 흔했다. 한 대부호의 저택에 방문하자 저택 주인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정부 관리께서 여기 무슨 일이신가?”
“머나먼 서부를 개척하던 중 재미있는 사람들이 이주해서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관리는 몽골 이주민들을 소개하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몽골 전통 의상, 델 대신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은 이주민들이 인사를 하였다.
“주 예수 찬미, 저는 머나먼 몽골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알타이라 합니다.”
“이런 세상에! 얼굴은 쿨리인데 주님의 종이라고! 더군다나 이토록 야성이 넘치는 외모에 말쑥한 차림새라니!”
양복을 입힌 관리의 전략은 단번에 먹혔다. 늙은 부호는 알타이의 손을 맞잡고 포옹을 한 다음 바로 식사를 준비하였다.
머나먼 이국에서 이민을 온 이방인이자 천주교 신자인 시점에서 부호는 몽골 이주민을 또 다른 미국인으로 받아들였다.
부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경의 내용을 질문하였다.
“신자가 된 지 얼마나 되었는가?”
“아직 이 년에 불과합니다. 신앙심을 기르기 위해 성경을 읽고 있지요.”
“오호, 그렇다면 성경 가운데 어떤 경전이 가장 마음에 드나?”
“신명기와 여호수아기입니다.”
몽골 천주교 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은 구약의 신명기였다. 배신자에 대한 생매장은 몽골 기준으로 도덕적인 처형 방법이었다.
몽골이 수레바퀴를 쉴 새 없이 돌려댄 역사를 생각해 보면 신명기의 구절들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였다. 반면 부호는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한 듯이 말하였다.
“정말 마음에 들어! 그러하면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무엇인가.”
“성읍에서 숨 쉬는 것을 하나도 살려두지 마라. 이 구절이지요.”
부호 입장에서 더더욱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젊은 시절 신명기를 읽으며 그 잔인함에 신앙이 흔들릴 때도 있었는데 이 이민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부호는 이 순수한 믿음에 순수한 열정으로 보답하려 하였다. 관리는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용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이민자들은 여러 방면으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축의 수를 불리고 훈련시키는 데 도가 튼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한 사람당 소 백 마리 정도는 다룰 수 있는가?”
“백 마리라니요? 그렇게 적은 수는 못 다룹니다.”
몽골 고원을 기준으로는 한 명의 전사가 소 100마리를 다루면 자기 분수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반면 이런 풍족한 –몽골 기준으로- 땅에서 100마리면 사람 구실도 못 하는 얼뜨기이다.
“남자라면 최소 삼백 마리는 다뤄야 하고 능력이 좋으면 오백 마리는 다뤄야지요.”
“정말 다룰 수 있겠는가?”
“아예 주변을 떠도는 야생 소를 잡아다 수를 더 불려드릴 겁니다.”
즉석에서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부호는 소 500마리와 말 500마리를 투자하여 6년 동안 숫자를 불리고 이 수익을 절반으로 나누는 계약서였다.
몽골 전사들은 동부로 향하는 동안 수십 명의 부호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간혹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에서는 옛 기병대 출신을 가볍게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수만 마리에 달하는 소와 말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였다. 간혹 무장 강도들이 이 행렬을 기습하였으나 없던 일이 되었다.
오늘도 강도 여섯 명을 죽이고 열 명을 생포하여 땅속 깊숙이 영구 보관한 몽골 이주민들의 귀에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알타이가 도적의 잔당일까 염려하여 신음소리를 추적했다. 안타깝게도 바위 구석에 몸을 기댄 사람이 배의 총상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짐을 배달해야…… 하는데.”
“총에 맞아서 죽어가는 놈이 뭔 배달이야.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어?”
상대는 눈마저 제대로 뜨지 못하고 알타이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힘을 쥐어짜 내 필사적으로 경고를 하였다.
“이 근처에 강도들이 있습니다. 조심하시지요.”
“그 도적 다 죽였다. 혹시 원하는 거라도 있나?”
배에 총을 맞아 죽어가는 배달부는 슬쩍 웃으며 주머니를 더듬었다. 알타이가 피에 젖은 담배 대신 자신의 담배를 꺼내 배달부의 입에 물려주자 그는 마지막으로 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짐을 오클라호마에 있는 메이슨 씨네 집에 전해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네 시신도 오클라호마에 전해주마. 염려하지 마라.”
배달부가 마지막으로 담배연기를 뿜어 올린 다음 미소를 짓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알타이는 시신을 보자기로 감싸 말 등 위에 올리고 말하였다.
“생각해 보니 우리 배달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나약한 도둑놈들도 쳐 죽이고, 인디언이라는 놈들 부족 위치도 알아차리고 돈도 벌고.”
“소만 치면 실력이 안 늘어나니 지리도 익힐 겸 배달부나 해볼까?”
“이러다가 우리가 파발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몽골 이주민들이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났다. 이들은 애리조나 주 정부와 협상을 시작하고 ‘타타르 익스프레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투자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 완벽히 적응하여 수많은 재산을 축적하였다. 이 재산을 그대로 두지 않고 병장기를 사고 민병대를 훈련시키며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두 세력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수많은 소와 말을 자유롭게 다루는 유목민의 능력에 감탄하였고 이들을 이용하려 하였다.
반면 몽골 이주민들은 미국의 생산력과 부유함을 알고 몸서리를 쳤다.
대한제국조차 까마득한 벽이라 인식하였는데 미국은 그 벽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진 국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