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화
18장 6화 의무 교육(1)
일준이가 한창 과학의 폭주를 저지하는 동안 박규수의 위대한 계획. 모든 백성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기초 교육은 1년의 준비 기간 끝에 한양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바로 대한제국의 모든 백성들을 위한 교육 권장 제도였다. 효명제의 예산 배정과 군부의 지원 그리고 각종 부서들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이 제도는 1850년 11월 말 공지되었다.
모든 국가 고지사항은 경복궁 내부의 여러 지정 장소에도 달라붙는다. 마침 외부 관원들과 같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이 공지를 확인하였다.
<내년 1851년 1월 1일, 음력 경술년 무자월 정사일(음력 11월 29일)부터 한양을 시작으로 모든 대한제국 백성들의 교육 권장 제도의 첫 단계, 교육 대상 명부를 작성할 예정이다.>
<7세 이상의 모든 백성은 단 한 번 교육을 이수할 수 있으며 비용은 전액 국비 지원이다.>
<조건은 출생 신고 혹은 호적 명부에 등록이 된 사람을 대상이다. 상세한 사항은 명부 작성일 현장에서 공지할 예정이며 신분, 연령, 종교 그리고 인종에 대한 차별은 없다.>
“빠르게 시작하는군. 아마 삼 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고작 일 년 만에 실시하다니.”
“여러 부서의 협력 덕분이지요. 의외로 군부에서 여러 자료조사에 힘을 써 줬습니다.”
“많은 백성이 글을 배우면 군대의 질 또한 좋아지게 마련이야. 마땅히 도와줘야지.”
지금 대화를 나누는 관리는 얼마 전 홍문관에서 자리를 옮긴 유능한 관료, 철종의 휘하에서 백성을 다스렸던 조구하였다.
그는 어느 정도 실무에 익숙한 관리의 입장을 말해주었다.
“후작님께서 옳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알기로 군문에 발을 들인 병사는 반드시 글과 각종 군사 용어를 배워야 합니다. 그 과정을 생략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대부분의 관료들은 이번 업무가 학부가 주도하고 군부가 협력한 일이라 생각하였다.
외국에서는 거만한 대한제국이 국민을 아무 이유 없이 가르친다고 혹평하리라. 그리고 프로이센의 철통같은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하겠지.
실제로는 정반대이지만. 국민을 교육시키는 명분을 앞세워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각종 명부를 확보하고 기초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선후관계가 어떻게 되건 결과는 모든 국민에게 기초 교육을 실시하는 작업이다.
조구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내놓았다.
“각 지방의 교육열을 생각하면 가장 어려운 작업이 한양에서 사람을 가르치는 일 같습니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이군. 학교로 삼을 부지도 부족하여 몇몇 관청의 창고를 사용한다던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듣자 하니 마차철도를 더욱 확충할 예정이라는데요.”
“나중에는 한양에 소형 증기기관차가 다닐지도 모르겠군.”
다들 코웃음을 쳤는데 한양의 인구밀도는 연적 계획으로 북방 이주를 시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마차철도도 배차간격을 준수하는 데 힘이 부칠 지경이라던가. 언젠가는 발전소를 만들어 전기 철도를 내놓아야 하리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 집무실로 돌아가니 궐에서 일하는 하인이 수십 권의 책을 가져다 두고 말하였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는지요. 외부대신님을 비롯한 외부 관리들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건 교과서가 아닌가? 홍문관에 근무할 적에 초안을 몇 번이고 확인하였는데.”
조구하의 말을 듣고 교과서를 확인하였다. 겉표지는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두툼한 종이 위에 접착제를 바른 아마포를 덧씌워 둔 물건이다.
<교과서를 한가하거나 마음이 동요할 때 정독하고 필요한 수정사항을 정리하라>
각 부서 관리들에게 배정된 업무는 교과서의 중간 교정이었다. 이번 업무는 학부 단독 업무가 아니며 국가 체질 변화와 관련된 업무라 이 정도 업무는 도와줘야 하리라.
교과서는 각기 국문(國文), 산수, 예화(禮化 - 예의와 교화), 역사 그리고 이학의 다섯 분야였다. 속표지는 나름 멋을 내려고 실크스크린 인쇄를 한 간단한 그림이 첨부되어 있었다.
“어디 한번 볼까, 삼 년 동안 총 열다섯 권의 교과서를 사용하는군.”
“생각보다 품질이 좋은데요?”
“몇 년이고 두고두고 사용할 서적이니 튼튼하게 만들었을 것 같군.”
머리도 식힐 겸 교과서를 살펴보니 웃음이 나왔다. 국문 교과서는 한글 교육을 위해 삼강행실도를 기반으로 하였는데 이런 내용을 가르치려면 교사들의 부담이 클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은 답답한 수준이나 시대를 생각하면 나쁜 편은 아니다.
이 시대의 교과서는 국가를 찬양하고 몰지각한 충성심을 주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이건 아니군.
“예화 과목이 마음에 드는군.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라.”
현대의 도덕 교과서인 예화 교과서는 세상을 인의로 다스리라는 내용을 권장하였다. 윗사람에게 순종하되 잘못한 일을 반드시 고변하고 고치게 만들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이건 박규수의 성향이 담긴 것 같았다. 나를 만나기 전에도 개화를 논하고 세상의 정세를 파악하며 잘못된 일을 개선하려 노력하던 사람이었다.
물론 교과서에 올리기에는 조금 과격한 내용이기는 했다. 나와 같이 교과서를 확인하던 외부 관리들은 내 예상대로 이 항목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였다.
“굳이 걸주의 예를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당장 걸주에 대해 아는 것만 해도 한 시진 내내 논해야 할 겁니다.”
“걸주는 어디에나 있지 않나. 각지에서 패악을 일삼는 탐관오리나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놈들은 백성을 잃게 만드는 말단(末端)이지.”
“그렇게 본다면 외부대신님의 말씀이 옳기는 합니다. 다만 학식이 부족한 이들이 배움이 부족하여 곡해할까 봐 염려할 뿐이지요.”
“조금 수정할 필요는 있겠어. 논어에서 따온 글귀를 넣는 것이 좋겠군.”
모든 부서에 비치되어 있으며 나도 정약용을 통해 배운 논어의 글귀를 집어넣었다. ‘효도하는 사람이 임금을 섬길 줄 알며 군자는 남을 공경할망정 멸시하지는 않는다.’라는 내용이다.
나머지 교과서의 내용은 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나도 아이를 둘이나 키운 사람이라 학습 속도 정도는 꿰고 있었다.
“교과서를 모두 다 배우면 언문을 완전히 떼고 한자를 이백 자 정도 익히겠군요.”
“저는 산학이 마음에 듭니다. 교과서를 모두 읽으면 분수까지 배울 수 있군요.”
“역사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어떠한 나라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아 둬야지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교과서이다. 특히 고려에 대한 항목에서는 일방적인 비판 대신 ‘난세를 평정한 후유증’이라며 적당히 중립적인 평가를 남겨두었다.
이 다섯 권을 모두 배우면 국민 수준이 급격히 진보하리라.
한 달 동안 차근차근 수정사항을 논한 다음 좌내각사의 반대편, 우내각사에서 근무하는 박규수에 가져갔다.
“학부대신님에게 보고를 올리러 왔습니다. 저희 외부에서 정리한 수정 사항입니다.”
박규수는 말 그대로 시체 몰골이 되어 있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교육체계를 정리하기 위하여 수많은 고려를 하고 여러 부서의 도움을 얻은 대가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은 영롱하고 목소리에 힘이 깃들어 있었다.
박규수는 내가 방문하자 성큼성큼 달려 나와 악수를 하며 말하였다.
“직접 올 줄은 몰랐는데. 교과서는 마음에 드나?”
“조금만 수정하면 아주 멋진 서적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다리가 휘청거리고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보아 카페인에 의지해 버티고 있으리라.
나는 박규수에게 계단을 가리키며 조금 쉬기를 권장했다.
“잠시 옥상에 올라가 겨울바람이라도 쐬지 않겠습니까?”
“이 친구 보게, 좌내각사는 서양식이라 지붕이 평평하나 우내각사는 지붕이 한옥과 같아서 올라갈 수가 없지. 대신에 좋은 곳이 있다네.”
우내각사는 휴식공간으로 3층에 흡연실 겸 누각 형상으로 튀어나온 공간이 있었다.
두 대신이 방문하자 관리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나려 하였다.
“쉬러 왔는데 왜 눈치를 보나? 가만히 있게나.”
박규수는 몇 번이나 쉬러 온 듯이 성큼성큼 걸어 난간에 기대 한양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저 멀리서 오가는 한양 시민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제 이 나라의 모든 백성이 글을 깨우치고 세상 물정을 알게 될 그 날이 올 것 같군.”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보로서(프로이센)는 백성을 양철 병정처럼 만들어 다루기 위한 교육을 하나 환재 대감께서는 백성이 온전히 설 수 있는 틀을 마련하였습니다.”
“틀이 아니고 그저 석탑의 가장 아래에 있는 한 층에 불과하지.”
박규수는 청산유수처럼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였다.
외할아버지가 말하기를 자신이 땅바닥에 어디선가 보아온 불탑을 그릴 때 꾸중하지 않고 이런 말을 했다더라.
-네가 석탑을 그릴 때 한층 한층 높아지듯이 성인군자가 되는 일도 평범한 것에서 시작한다. 너에게 가르칠 독서 방법이 이것이다.
“외조부께서는 내 스승이시며 학문의 길을 일깨워 주신 분이지.”
“훌륭한 분이군요. 마치 물이 흐르듯 학문의 길을 알려주시다니요.”
“그러니 물을 한 동이 끼얹은 것에 불과하네. 그럼 진일 자네가 보기엔 뭘 더 해야 하겠나.”
박규수는 조만간 실시될 교육 제도 도입 이후의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의 올바른 뜻이 혹시나 프로이센처럼 군사적으로 필요한 인간을 육성하는 틀이 될 것이라 염려하고 있으리라.
현대에서 대학 교육을 이수한 입장에서 잠시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이를 정리해 박규수에게 다음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알려주었다.
“솔직히 말해 빈자(貧者)가 사라지고 모두가 쌀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고 제대로 된 옷을 입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점차 그렇게 되고 있으니 일단 알려는 줄 수 있나?”
“지금 계획하고 있는 학교는 소학교(小學校)로 칭해야 할 겁니다. 이 소학교에서 기반을 익히고 다음으로 중학교(中學校)에서 기반을 승화하여 학문에 발을 들여야지요.”
이후 고등교육까지 논하게 되었다. 박규수는 내 계획을 듣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꿈 한번 크고 야무지군, 아주 크다 못해 질릴 지경이야.”
“먼 훗날이 되면 정말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어떤 나라의 사람들이 일곱 살부터 학문을 익혀 열아홉까지 매진한단 말인가. 그쯤 되면 자네 아들이나 내 아들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그런 나라가 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가 될 것 같군요.”
박규수는 웃음을 멈추고 다시 진지한 눈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점진적으로 이를 이룩해 나가겠다는 듯이 말하였다.
“자네의 계획은 모두 이룩할 수 없네만 중학교 정도는 도입해 보도록 하겠네. 성적으로 상위 일 할을 차지한 사람을 중학교에 입학시키면 성과가 제법 클 것 같군.”
“그저 망상에 불과한 계획을 현실에 옮기실 생각이십니까?”
“아닐세. 솔직히 말해 학교에서 오로지 교육만 시키면 의지가 꺾이고 학업을 중단하는 이가 생겨나겠지. 그런 점에서는 쓸 만한 방법이야.”
박규수의 말을 들으며 예전 해방 직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고등학교만 입학해도 손꼽히는 인재이며 70년대에는 대학교, 90년대에는 수도권 대학교가 같은 역할을 하였지.
박규수는 한참을 쉬어서 정신을 차렸는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천천히 걸어 학부로 돌아가며 나에게 평가를 남겼다.
“자네의 말을 명심해 두겠네. 태상황께서 나에게 좋은 친척을 만들어 주셨군.”
“저 또한 환재 형님 덕분에 시야가 트이고 나라를 다스릴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네가 조만간 얻어올 쌍성자(우수리스크)에도 교육을 실시해야겠어. 그래야 더 도움이 되겠군.”
박규수는 크림전쟁 이후 되찾을 영토의 교육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의 교육 권장 제도가 어떤 결실을 가져올지 정말 궁금하다.
* * *
예정대로 1851년 양력 1월 1일, 교육을 위한 명부 작성이 시작되었다. 한양의 각 부서에서 실시된 이 명부 작성에는 사실상 한양 시민 대부분이 몰려들었다.
“오늘은 돌아가시오! 여기서부터는 오늘 명부를 작성할 수 없소!”
“그러하면 돌아가면서 줄을 서도 되겠습니까? 내일 새벽에 명부를 작성할 작정입니다!”
“엄동설한에 동태처럼 얼어 죽을 작정이오!”
업무를 조금이라도 분담하려고 추운 겨울에 명부를 작성하게 하였다. 그러한 잔꾀와 상관없이 교육에 대한 열정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불타올랐다.
관리들은 군부에서 파견된 장교들과 협력하여 이들을 통솔하였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에게 군불을 피워주고 신속히 업무를 처리해 가급적 빠르게 집으로 돌려보냈다.
박규수는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울 정도로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수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의, 교육을 원하는 백성들의 열정을 알고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수없이 밀려드는 백성들은 호패를 제출하고 학적(學籍)에 자신의 아들을, 심지어 손자의 이름을 기입하였다. 이 학적에는 간혹 교육을 원하는 어른들마저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제 아들도 학교에 다닐 것이고 손자 또한 학교에서 글을 배우려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이오. 배움의 길은 언제라도 열려 있으니 올 수만 있다면 오시구려.”
52세의 할아버지와 28세의 아버지 그리고 11세의 손자가 같이 학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인명 중 52세의 할아버지를 제외한 두 명의 인명이 군적에 올랐다.
15일 정도가 지나 열정이 조금 수그러들자 효명제마저 이 작업에 참관하였다.
그는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백성들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 옛날 중니(仲尼 - 공자)가 시작하여 주자가 일구어낸 성리학의 근본을 내 대에 이룩하게 되었구나.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도다.”
“실로 그러하옵니다. 이미 교과서는 새 판본이 인쇄되었으며 조만간 배부할 예정이옵니다.”
박규수가 제출한 교육 과정과 여기에 쓰일 교과서의 최종 검수는 효명제가 담당하였다. 이미 몇 차례에 걸친 검수를 거친 항목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최종적으로 대한제국의 의무 교육은 3년 동안 총 450일 출석하여 매일 3시간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박규수는 현대인인 박현상의 의견을 조금 더 정리하여 효명제에게 간언하였다.
“박 후작의 말에 의하면 이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하옵나이다. 육 년 동안 하루 다섯 시간 정도는 배워야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다 하였사옵니다.”
“온 백성들이 글을 떼는 것을 넘어서 아예 양반 가문의 자제들처럼 학문에 발을 들일 수준이구나. 꿈은 크게 잡을수록 좋으나 지나치게 큰일이 아니더냐.”
“이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면 소학교를 넘어서 중(中)학교를 만들어도 될 일 같사옵니다. 간단한 졸업시험을 보아 상위 오 푼(5%)의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이옵니다.”
“일단 교육 체제부터 제대로 경영하자꾸나. 첫술을 뜨지도 않았는데 숭늉을 찾을 순 없는 일이로구나.”
한양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은 호적과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주고 돌아갔다. 학부에 소속된 관원들은 이들을 분류하여 각지의 학교로 배정하는 작업에 몰두하였다.
인원이 너무 많아 다른 부서에서 긴급히 서류 업무를 돕기 위해 사람이 파견될 지경이었다.
이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중, 학부 관리가 박규수에게 달려와 급히 보고를 올렸다.
“학부대신께 보고를 올립니다. 중부(中部)에 소속된 여덟 개 방의 학교 인원이 넘쳐납니다.”
“한 반의 정원은 예순 명이며 몇 명 정도는 더 채울 수 있게 여유를 두었는데 부족하다? 앞으로 삼 할 정도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은데?”
“이미 각 반에 열 명의 학생들을 더 욱여넣어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옆에서 백성들을 지켜보고 있던 효명제는 박규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예상보다 어른들의 교육열이 높은 편이라 이들을 따로 분류할 명분도 생겨났다.
“그러하면 어쩔 수 없지. 어린아이들은 집 근방의 학교로 배정하고 관례를 마친 나이가 된 성인들은 집에서 먼 성저십리(城底十里) 밖의 학교로 배정하게.”
“그리하면 오가는 시간을 합쳐 한 시진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포기하는 사람이 제법 생겨날 것이나 방도가 없군.”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어른들은 추가적인 교육도 받을 예정이다. 명목상으로는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처와 피난을 위한 교육이나 실질적으로는 군사 교육이었다.
최종적으로 한양의 백성 가운데 50%가량이 새로운 교육 제도에 발을 들였다. 이 가운데 머나먼 학교로 배정받아 교육을 포기한 어른들이 사라지자 40% 정도가 교육 대상이 되었다.
이 교육제도에 응하지 않는 이들은 이주민이거나, 한양에 일하러 온 사람이거나 아예 자기가 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부유층 집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