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201화 (201/345)

201화

18장 1화 세계의 대한제국(2)

영국, 프랑스 그리고 프로이센을 포함한 유럽 젊은 계층은 크락스필을 비롯한 워 게임을 즐겼다. 지도 한 장과 체스 기물 한 세트면 누구나 하루 종일 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러한 워 게임을 개량한 물건이 대한제국에서 출시되었다. 지난 2년 동안 김정호는 카를 마르크스의 조언대로 워 게임을 개량하였으며 이를 1850년 2월, 직접 유럽에 선보였다.

다짜고짜 사교 클럽에 들어간 김정호와 최한기는 깊숙이 인사를 올렸다. 마침 신사들은 포커를 치거나 크락스필 지도 위에 체스 기물을 올리고 주사위를 굴리고 있던 참이었다.

“저는 대한제국의 토목 기술자 김정호, 호는 고산자라 합니다. 이쪽은 제 벗이지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뭐요?”

“함께 가져온 그 큰 상자는 뭐요? 탁자라도 배달할 생각이오?”

유럽 신사들에게 대한제국 사람들은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얼뜨기들이었다. 간혹 파티에 참가하는 귀족도 있었으나 문화 적응을 위해 춤 교습을 국가에서 시킬 정도였다.

사치도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하고 화려한 생활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도자기조차 우아하고 단아한 멋이라 하며 무늬가 별로 없는 백자를 즐겨 찾았다. 그나마 양탄자를 비롯한 직조물은 어느 정도 공유하는 취미였다.

김정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커다란 상자의 자물쇠를 풀고 장갑을 착용하였다.

“대한제국 귀족들은 영 재미없게 노는 사람들인데 뭐 재미있는 거라도 가져왔소?”

“가만히 보니 동양 체스나 바둑이라는 놀이는 아닌 것 같은데?”

그나마 사냥 정도는 즐기지만 이 또한 활을 쏘는 경우가 잦았다. 이 놀 줄 모르는 동방의 귀족들이 무엇을 선보일지 관심을 가진 신사들이 다가왔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지도 위에서 답답하게 체스 기물을 움직이실 겁니까? 전쟁을 제대로 즐기려면 눈과 손 그리고 마음 모두가 즐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벗과 제가 힘을 합쳐 이 물건을 준비하였습니다.”

거대한 상자가 열리자 그 위에는 숲과 언덕 그리고 성채의 미니어처가 드러났다. 신사들이 이걸 지켜보는 사이 김정호는 전용 탁자를 조립하고 그 위에 모형을 얹어두었다.

가로 1m, 세로 2m의 거대한 모형 위에 김정호가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미니어처를 하나하나 올려두었다. 거대한 진주성 모형 위에 43기의 조선군 말이 먼저 올려졌다.

다음 순서로는 일본군 말이었다. 상대적으로 투박한 일본군 말이 300개나 올라가고 곳곳에 일본 특유의 가문 깃발을 휘날리는 기병들이 장수를 표현하였다.

미니어처로 진주성 전투가 재현되었다. 신사들이 그 품질과 상세함에 놀라는 사이 다른 놀이를 즐기던 신사들마저 다가왔다.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놀이는 전투 기교, 영어 명칭은 배틀 크래프트(Battle craft)입니다.”

“프로이센에서 비롯된 크락스필에게서 영감을 얻은 놀이이지요.”

“방법은 크락스필보다 한 단계 진보하였습니다. 일단 하는 것을 보시길 바랍니다.”

김정호와 최한기는 거대한 진주성 전투를 진행하였다. 역사 고증대로 조선군이 열 배에 가까운 일본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사 번 조총 병사 일제사격 피해 굴림. 열하나.”

“거리는 여섯 치에 성벽 위이니 육을 감하여 계산하면…… 궁병 부대 해산에 사천에서 데려온 부대는 전멸이로군. 다행히 지휘관은 살아남았네.”

신사들 모두가 이 웅장한 전투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체스 기물을 가지고 전장의 상황을 상상한 것과 달리 이 미니어처들은 생동감을 가득 담고 있었다.

고령토를 구워 만든 기물을 깎아내고 다시 표면에 채색을 하여 생동감을 더하였다. 심지어 셀락(shellac – 깍지벌레 수지)으로 만든 작디작은 무기를 기물에 끼워 병종을 구분하였다.

경기를 지켜보고 김정호가 미리 인쇄해 온 규칙 서적을 확인하던 신사들의 손가락이 꿈지럭거리기 시작하였다.

때가 무르익었음을 확인한 김정호는 뒤로 물러나 말하였다.

“대규모 전투는 진영당 두 명 이상, 초대규모 전투는 네 명이 지휘할 수 있습니다.”

“장수 혼자서 모든 전선을 담당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하면 이 전투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말이오?”

김정호와 최한기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상세한 설명으로 소개하자는 김정호의 주장과 일단 해보고 알려주자는 최한기의 주장 중 최한기의 주장이 옳았다.

김정호는 미리 준비한 진주성 전투의 기록을 신사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자랑스럽게 기록 서적에 있는 회화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실제로 일어난 전투를 재현한 것입니다. 전투 기교는 자유 전장, 역사 전장 그리고 가상 전장의 부류를 모두 할 수 있는 놀이입니다.”

“이 항목들은 규칙 서적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 전장, 사용 가능 무기 그리고 기초 전투 능력을 포함한 수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15페이지에 불과한 진주성 전투의 설명과 달리 본격적인 규칙 서적은 300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들은 이 책에 머리를 박고 하나하나 암기하다시피 외웠다.

“참으로 상세하군요. 주사위를 기본적으로 다섯 개, 이외에 사면체나 팔면체 이십면체까지 다양하게 사용하다니.”

“각 순서에 같은 주사위를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헷갈리게 마련이지요.”

둘은 자리에서 물러나 서적을 먼저 읽은 신사들에게 진주성 전투를 재현하게 하였다. 네 명의 신사가 서로 주사위를 굴리며 선언을 하는 사이 남은 신사들이 규칙을 물어보았다.

“가만 보니 기록상의 일본군이 삼만 명에 달하는군요. 그러면 모형 하나당 몇 명입니까?”

“일반 보병들은 이백 명당 한 기로 계산합니다. 해전은 배 세 척당 한 척으로 따지지요.”

“그렇다면 바다와 육지에서 일어난 전투도 재현 가능합니까?”

“저희가 구상 중인 시나리오에는 상륙전도 있습니다.”

전투 기교는 무한한 자유도가 주어진 놀이였다. 비록 동방의 병종을 사용하고 있으나 오히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지식이기에 더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한참의 질문세례 끝에 김정호와 최한기의 목이 부르틀 무렵, 진주성 전투가 끝났다.

원래 역사와 달리 일본군의 승리로 끝난 전투이나 오히려 신사들이 조선군을 칭찬하기에 이르렀다.

“이걸 이겼다고? 김시민이라는 지휘관은 나폴레옹의 부관쯤 하나?”

“내가 보기엔 에마뉘엘 그루시보다 한 수 처지는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모여든 신사들은 김정호와 최한기가 가져온 상자들에 주목하였다. 고운 옻칠로 단아한 멋을 내고 붉은 염료로 전투 기교(戰鬪技巧)라 음각된 상자에 이 기물들이 담겨 있으리라.

“이 진주성 전투의 전장과 기물의 가격은 얼마쯤 하오?”

“파운드로 따지면 천백 파운드(약 27,500냥) 정도 합니다.”

순간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신사들은 섬세한 모형을 보면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전장을 현실처럼 만들어내는 비용. 여기에 들어간 수많은 물감과 안료들 그리고 셀락 수지로 정성스럽게 깎아낸 무기까지 합치면 이 비용이 나오고도 남았다.

“그래도 너무 비싼데…….”

“비싸면 자작(自作)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가져온 물건은 전투 기교의 시작용 합본입니다. 이 녀석들은 개당 이백 파운드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김정호는 금박을 위에 붙인 상자의 봉인을 풀어냈다. 그 안에는 기본 서적, 전장 지도, 셸락으로 만든 각종 무기류 그리고 기물들이 있었다.

문제는 기물 모두가 팔다리가 분리되어 있으며 채색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신사들은 이 작디작은 모형을 들고 말하였다.

“이건 채색이 안 되어 있는데? 거기다 사지는 왜 분리되었소?”

“그거야 원하는 대로 자세를 잡고 색을 칠하는 자유를 드리는 것이지요. 각 기물의 조립과 도색 방법은 규칙 서적에 기입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몰라 기준으로 삼기 위한 장수와 병사 한 명의 모형만이 도색되어 있습니다. 나머지는 직접 도색하시면 병력을 징집하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군요.”

김정호와 최한기는 이 전략이 먹힐까 고민하였다. 신사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이 전투 기교의 가치를 확인하며 서로 탐색전을 벌였다.

영국 신사들은 본차이나 도자기 회사에 투자한 경험이 있어서 단가 정도는 산출이 가능했다.

“이 모형을 찍어내는 작업에만 백 파운드가 넘게 들어갈 거야. 이토록 작은 물건은 구워내면 형태가 뒤틀려서 조금 크게 만들어내고 깎아야 하지 않나.”

“그래도 이백 파운드는 좀 비싼 편인데.”

“관세를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도 아니야. 깎아내는 비용을 감안하면 이백 파운드는 훌쩍 넘어갈 것 같군.”

“하긴 수요가 몰릴수록 단가는 올라가게 마련이지. 그러면 우리가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단가는 신사들 입장에서 조금 비싼 수준이었다. 여기에 전투 기교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전장을 체험하는 것 하나로도 가치가 있었다.

신사들은 김정호와 악수를 나누고 최한기에게 이백 파운드의 금화를 지불하였다. 이들은 전투 기교를 유럽에서 만들어 자신들이 장사를 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거래 감사합니다. 앞으로 두 달 뒤에는 새로운 모형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편곤기병이나 신기전 화차, 그리고 거북선을 포함한 수많은 모형을 판매하겠습니다.”

“새 전장 구성방법에 대한 규칙도 있으니 꼭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김정호와 최한기의 전략은 현대 게임의 DLC와 흡사하였다. 본편에 해당하는 기본 모형으로 저변을 넓히고 비싸고 제한적으로 사용 가능한 소수 모델을 판매할 작정이었다.

신사들은 이러한 점을 미리 알아차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전투 기교의 복제품을 판매할 마음을 품고 본차이나의 명가인 웨지우드(Wedgwood) 공장을 찾아갔다.

웨지우드의 공장장들은 신사들이 가져온 모형을 확인하였다. 돋보기를 끼고 상세히 모형을 살펴본 다음 말이 안 된다는 듯이 말하였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어떻게 이토록 섬세한 물건들을 이백 파운드에 찍어내요?”

“그럼 더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닌가? 대한제국의 도자기 기술은 청나라보다 부족한 편인데 이 단가에 이 정도로 많은 모형을 만들 수 있다고?”

“구워내는 과정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번 보시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잠시 뒤 20년 경력의 직원이 미니어처 모델 복제품을 구워냈다. 신사들은 팔다리는커녕 온몸의 형상이 죄다 뭉뚱그려진 기물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 물건의 표면을 깎으면 끝나는 일 아닌가?”

“그게 쉬운 일인 것 같습니까? 한번 깎아는 보겠습니다.”

도자기 긁히는 소리가 나면서 본차이나로 만든 미니어처 모델이 조금씩 깎여나갔다. 거의 한 시간 내내 매달려야 한 개의 기물이 완성되고 있었다. 신사들은 그 둔한 속도에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결국 전투 기교 시작용 합본 상자의 단가를 역산할 수 있었다.

“이래서야 이백 파운드를 넘어 단가가 삼백 파운드에 달하겠는데.”

“차라리 주석으로 만들면 어떨까?”

여러 방법을 고안해 본 신사들이나 답이 없었다. 이 시대의 주석 인형은 반영구적 재사용 주물(鑄物)이 아닌 수십 회를 사용하면 틀이 뒤틀리기 시작하는 기술력이었다.

주물을 다시 만들어내는 단가가 문제가 되었다. 마침내 신사들은 김정호와 최한기의 작품인 전투 기교가 싸고 품질 좋은 물건임을 인정하였다.

이후 귀족들의 클럽에는 대한제국에서 만든 <전투 기교>가 유행하였다. 클럽에서는 각 신사들이 하인들과 함께 만든 전장을 가져와 주사위를 굴려댔다.

클럽의 대화 주제도 전투 기교였다. 이들은 김정호가 보내는 서신을 읽고 흥분에 차서 대화를 나누었다.

“제네럴 순신 리의 기적같은 승리라? 어떤 전장일까?”

“전에 유학생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한 척의 배로 백 척의 적을 상대했다는데?”

“그게 말이나 되나? 뻥 치지 말라 하게.”

간혹 유럽에서 생산한 유사품도 있었으나 소수에 불과하였다. 오히려 김정호와 최한기는 유럽의 전장 역사를 알아보고자 더 많은 자료를 보내 달라 하였다.

마침내 여섯 달이 지날 무렵, 최초의 서양 전투인 <예루살렘 공방전>의 출시 일자를 김정호가 보내오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2년이나 걸리지만 서양의 전투도 전투 기교에 합류하였다.

신사, 숙녀, 귀족 자제, 왕족 그리고 목사와 신부까지 이 전투 기교에 흠뻑 빠져들었다. 작은 붓이나 섬세한 조각도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대한제국에서 직수입한 카드뮴 물감입니다! 절대로 몸에 닿으면 안 됩…….”

“나 주시오! 열 통 사겠소!”

“나는 노란색으로 스무 통!”

이 과정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감은 조일준이 개발한 카드뮴 물감이었다. 화사한 색상이 돋보이는 카드뮴 물감은 작디작은 미니어처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수천 파운드 단위의 돈을 사용한 귀족까지 생겨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신사들은 이를 간단하게 평가하였다.

<영국에서 만들면 삼백 파운드, 대한제국에서는 이백 파운드. 비결은 몰라도 싸고 질이 좋다>

이들은 전투 기교를 사실상 이득이 아닌 손해를 보면서 파는 물건이라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정확히는 시작용 합본으로 손해를 본 금액을 외전 판매로 벌충한다 생각하였다.

진실은 달랐다. 김정호와 최한기는 전투 기교 한 세트를 팔 때마다 관세와 세금을 제외하고 이십 파운드 이상의 수익을, 외전을 팔 때마다 40%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다.

대한제국의 전투 기교 공장은 오로지 포장과 최종 검수를 하는 장소였다. 실질적인 공장은 청도에 있었으며 이 공장에는 값싼 인력이 넘쳐났다.

“오늘도 아침이 밝았다! 기물을 제대로 깎아서 검수를 받도록!”

“또 눈이 터져 나가겠구만.”

“말하면 뭘 해. 일하자 일!”

바로 베트남의 아편 반란 사건으로 추방당할 신세에 놓인 화교들이었다. 도광제가 거부한 순간부터 이들은 파리 목숨이나 노예 신세로 전락할 뻔했다.

이러한 인력을 대한제국의 상인들은 놓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기술이 없는 이는 일반 노동자로, 기술이 있는 이들은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값싼 인건비를 받고 대한제국 개항장에서 쉴 새 없이 모형을 깎아나갔다. 그러던 중 한 화교가 확대경을 쓰고 자리에 앉으며 푸념하였다.

“내가 도자기만 구워도 이 돈의 열 배는 벌겠다!”

“그런 소리는 하지 말게, 고산자 공장장님의 은혜를 잊었나?”

“하긴 불타 죽을 위기에서 풀려난 것만 해도 어디야.”

정성껏 도자기를 다듬던 손은 어느새 모형을 깎아나갔다. 뭉툭한 손에 손가락을 만들고, 밋밋한 복장 표면을 기구로 깎아서 펄럭거리는 형상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김정호가 지급한 확대경과 정밀 도구를 활용하여 모형을 깎는 기계처럼 일하였다. 일감은 차고 넘쳤으며 김정호는 유럽의 수익으로 더 많은 화교를 고용하였다.

“휴식! 휴식하시오!”

“아이고 살판난다. 배 한 종류만 깎으니 좀이 다 쑤시는데.”

임진왜란 당시 사용하던 일본의 세키부네를 깎던 기술자는 목을 주무르고 어깨를 풀며 공장 밖의 공기를 들이켰다.

이번 외전은 끝없는 반복 작업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배 한 종류만 깎았다고? 나도 어제부터 배만 깎았는데?”

“그 뭣이냐, 왜선 하나만 깎으니까 사람 죽어나가게 생겼어.”

“자네는 왜선이야? 나는 판옥선을 깎았는데?”

가만히 보니 판옥선을 깎은 사람 4명이 있으면 세키부네는 40명이 만들어내는 비율이었다. 모두가 의문을 품은 사이 이번 외전의 첫 시제품이 프랑스의 사교클럽에서 공개되었다.

“이번 작품은 명량 대첩을 표현한 외전 세트입니다!”

“어…… 이게 뭔데.”

40척에 달하는 세키부네와 단 4척에 불과한 판옥선. 그리고 必死則生(필사즉생) 幸生則死(행생즉사)라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다.

전투 기교 역사상 최악이자 최고의 외전 세트라 불리는 ‘명량 전투’가 최초로 판매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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