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98화 (196/345)

198화

17장 8화 전변(轉變)

서양이 한센 체제, 대한제국 공식 명칭은 ‘전변 대응체제’라 칭한 체계가 가동되었다. 1849년 11월 5일, 담원에서 열린 정기 회의는 효명제와 태자 그리고 각부 관료들이 모였다.

“구주와 청나라의 사정이 급변하여 전변(轉變 - 형세가 달라짐)이라 칭할 만 할 상황이 임박하였도다. 이미 모든 부처에 전해둔 일을 논하도록 하겠다.”

효명제의 선언과 함께 모두가 인사를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각 부처는 이미 대처를 마련해 두어 신중하면서도 자신만만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미리 정해둔 대로 나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다들 고개를 끄덕일 무렵, 효명제는 가장 먼저 탁지부 대신 김좌근을 지목하며 질문을 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조정의 예산은 몇 년 사이 꾸준히 증액되어 이미 억 냥 단위를 비축해 두었다더구나. 탁지부에서 비축한 예산이 얼마나 되느냐.”

“칠천만 냥 정도를 비축해 두고 있사옵니다. 여기에 채권 발행으로 물가가 요동치지 않을 정도로 풀어낼 경우 매년 사천만 냥의 예산을 삼 년간 얻어낼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대업을 준비하기에는 부족한 편이로군.”

놀랍게도 경복궁 공사를 고작 탁지부 비축 예산으로 가능하다 말했다. 사실 이 자금은 닥쳐올 시련을 대비하기 위한 자금의 일부에 불과하다.

탁지부를 제외한 각 부처의 예산 증액, 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의 증가 및 군부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남아 있다.

효명제는 한참을 고민하다 김좌근을 잠시 앉혀놓고 나에게 청나라의 신 함대 양산에 대해 질문하였다.

“청나라의 신규 함대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대략 일천 톤 급 서양 선박을 쉰 척가량 사들였사옵니다. 다만 중고 함선에 제대로 된 무기도 갖추지 아니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옵니다.”

발해급은 두말하면 입이 아픈 철갑증기선이고 탐라도급은 이보다 크기가 거대한 2,200톤급 목조 기범선이다.

전 세계 해군을 놓고 보면 대한제국 해군은 가까스로 제 앞가림을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청나라는 앞가림은커녕 물 위에 발을 올리는 것조차 허둥거렸다.

이미 대한제국이 십 년도 전에 건너온 길을 청나라가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내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웃음을 억누르지 못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논의를 나누는 중에 왜 이리 경박하더냐! 지금껏 청나라가 아무런 경험도 하지 않고 세상을 모르고 있어 짐이 안심하였다. 뒤늦게 세상 문물에 눈을 뜬 것이 아니더냐!”

관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편견과 자만심에 빠져 신중한 태도를 잃어버리려 한 것이다.

효명제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예전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러다가 이 나라가 영길리처럼 혐오스러운 국가가 될까 걱정되는구나. 영길리는 이 나라를 우습게 보아 전력을 착오하다 결국 내부가 모조리 뒤엎어지지 않았더냐!”

“폐하께 경박한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앞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지 말라. 여기 모인 모두가 판단을 그르치면 수많은 백성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마냥 웃을 일이 아니다. 청나라가 드디어 해군력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증기 프리깃을 대량 구매하였다. 이 배로 훈련하고 제대로 된 철갑 증기선을 구매하면 어떻게 될까.

효명제는 조선이 개혁을 거듭하고 성공하여 대한제국으로 거듭나듯 청나라가 같은 개혁을 완수할 때를 대비하였다.

물론 청나라가 그런 개혁을 성공할 확률은 방사능이 뿜어지는 폐연료봉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보다 희박한 확률이지.

어느 정도 반성의 말이 오가고 효명제가 명령을 하달하였다.

“청나라가 해군 개혁에 실패하더라도 해군력 강화는 필요한 일이다. 구주 일대의 변란이 이 나라에 화근을 미치지 않겠느냐.”

“아마 쌍성자(연해주) 일대의 노서아 기지를 영길리와 불란서가 공격할 것이옵니다.”

“마침 잘된 일이지. 외부대신은 각국 공관에 청나라가 해군력 강화에 힘쓰고 있음을 알리도록 하라. 청의 전력을 조금 과장하고 의도를 곡해하여 정보를 퍼트릴 수 있겠느냐.”

“충분히 가능한 일이옵나이다.”

이미 대한과 청나라 사이에는 수많은 조작서류가 오가고 있다. 개중에는 가짜 제철소에서 만들어냈어야 할 강철 수출 또한 끼어있었다.

이 강철 물량 중 일부만 ‘해군용’이라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서양 입장에서는 청나라가 철갑 증기선 혹은 기존 선박 개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라 판단할 거다.

서양이 무시하건 말건 우리는 이를 명분으로 삼아 해군력을 강화하면 된다. 내 대답을 들은 효명제는 다시 김좌근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탁지부 대신에게 명한다. 얼마 전 대한으로 돌아온 이점버드 브루넬과 기술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해군이 사용할 새로운 선박을 설계하라.”

“하오면 몇 척을 양산하면 되겠사옵니까?”

“지금 이 나라에 발해급이 여섯 척, 기범선(機帆船) 탐라도급이 열 척 건조되었지. 발해급을 세 척 더 건조하고 신규 주력함으로 사용할 배를 세 척 만들어보아라.”

이후에도 여러 주문이 이어졌다. 내무부는 세금제도 개편과 공장을 비롯한 기관들의 점검, 농상공부는 식량 자급과 조만간 일본에서 생산될 인산 비료의 공장 이전이 실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많은 돈을 받으며 일감이 늘지 않은 부서가 있었다. 군부 장성들을 바라본 효명제는 한참을 고민하다 말하였다.

“지금 이 나라의 군대가 얼마나 되는가.”

“상비군으로 칠만여 명, 여기에 소집 시 응할 예비군으로 팔만여 명이옵니다.”

“청나라의 변란을 완전히 대비하려면 이십 만 대군은 필요할 것 같구나.”

“지금 다루는 군대의 세 배를 일시에 징집하면 비용은 물론이며 다른 국가들이 극히 경계할 것이옵니다. 이미 해군력을 확충할 계획이오니 후일을 기대해 주시옵소서.”

군부 장성들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효명제는 태자를 돌아보았다.

태자 또한 이건 아니라는 듯이 의견을 내놓았다.

“소자가 아바마마께 간곡히 아뢰옵나이다. 열국의 대사들을 여러 차례 만나본 결과 이 나라가 군사를 더 동원하지 아니하여 안심하고 있을 뿐이옵니다.”

“그러하면 별수가 없구나. 돈은 여유가 있는데 군사를 키우지 못하다니.”

20만 대군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한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평년 기준 8.5%이다. 이는 연간 3% 증가하는 인구와 5% 가량 성장하는 경제가 함께 협력한 결과물이다.

초반부에 호적을 정리하고 토지개혁을 했을 때에는 은결과 숨겨진 인구가 드러나 경제성장률이 47%에 육박할 때도 있었다.

청나라에게 승리하고 요동을 얻어냈을 때에는 60%에 육박하였다. 이런 외부 요소를 제외하여도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였다.

개혁에 착수한 1835년을 기준으로 총 생산량은 6.8배에 달한다. 예전에는 고작 은자 천만 냥으로 허덕이며 군대를 창설하였으나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다.

효명제가 고민하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의정부 고위 관료들이 신중하게 의견을 표하였다. 이들은 가장 먼저 군부 관료들이 모인 곳을 슬쩍 바라보고 염려하듯 말하였다.

“신 정원용(鄭元容) 아뢰옵나이다. 변란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데 아예 손을 놓고 있다면 아니 되옵니다. 변란은 언제나 급히 일어나는 법이옵나이다.”

“군대를 미리 소집하면 소문이 퍼지고 퍼지는 법. 그렇다고 변란이 닥쳐왔을 때 병사를 급격히 늘리면 곤경을 겪는 법이다. 이 두 개를 어떻게 조율하면 좋겠느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질문과 같았다. 일단 동원령 정도는 내려서 상세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 동원령의 명분이 문제였다.

“다들 방안을 논하여 보아라. 여러 곳에서 예산을 벌충하고 세금을 늘리며 백성들을 한 차례 소집하여 명단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나도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었다.

총력전을 주장하며 참신한 해결책. 닭도 달걀도 모두 부숴버리는 방법을 택할까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그러던 중 학부 부대신 겸 국립학부대학 총장 박규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효명제를 바라보며 생각도 못 한 대답을 내놓았다.

“보로서(프로이센)의 모든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육을 이수하옵니다. 이는 이 나라의 근본인 유학에 명시된 백성을 깨우치라는 행위이니 이를 따라 하시옵소서.”

“보로서의 아이들처럼 백성 모두를 가르치라 하였는가? 내가 알기로 보로서의 학교는 구 할의 사람들에게 강압과 순종을 가르치고 일 할의 부유층에게 교육을 시키는 곳인데.”

프로이센의 기질이 어디 안 가지. 나도 프로이센의 기초 교육제도를 들여올 생각을 하다 부작용을 염려하여 들여오지 않았다.

효명제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반면 박규수는 당당한 표정으로 주장하였다.

“요동은 물론 수많은 공장에서 교대로 근무하는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글을 가르치고 옳고 그른 일에 대하여 논하옵나이다.”

“그러고 보니 감찰을 위해 파견된 관리가 아이들을 가르치기는 하더구나.”

“이제는 소문이 퍼지고 퍼져 농부들이 공장에 아이들을 보낼 지경이옵니다. 이 나라의 백성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배움을 청하여 교화(敎化)하고 있사옵니다.”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시대의 아이들은 노동을 하되 그 노동을 부모가 보는 관할구역 안에서 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고가 벌어지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 부모가 이를 대처할 수 있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한 생각이 교육이라는 두 글자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세금을 거두어 각지에 국립 학교를 세우면 모두가 이해할 것이옵니다. 또한 아이들이 등교할 수 있는지 부모와 함께 확인하여 군적을 미리 작성하시옵소서.”

“교육에 대한 열정을 이용한다는 말이더냐.”

“이용이 아니고 교육을 돕는 것이옵니다. 전국에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오니 이를 허하여 주시옵소서.”

모두가 침묵하고 박규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군부에서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에 병사로 소집된 이들 가운데 삼 할이 글을 깨우쳤사옵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치 않으니 아예 온 가족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시옵소서.”

이미 기반은 마련되어 있었다. 기반을 넘어서서 이렇게 자발적인 열정을 지니고 있다면 국가가 교육을 주선해야 할 상황이다.

효명제는 자못 만족스러운 듯이 입술을 달싹거리다 답하였다.

“이 나라의 근본을 환재(박규수의 호)가 알고 있었구나. 그러하면 예산을 배정할 것이니 즉각 수행하여라.”

서양에서는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 정말 대한제국이 모든 백성을 올바로 교육시키는 위대한 뜻을 보이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면 프로이센조차 놀라 자빠지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정리한 효명제는 자리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번 회의를 종료하는 선언을 하였다.

“이 나라는 이제 옛적의 반도에만 웅크려 있던 나라가 아니다. 이제 세상 모든 곳에 퍼진 열국을 주시하고 이들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폐하의 뜻을 받들어 이 나라를 세계만방에 알릴 것이옵니다.”

“뜻을 알리되 오만함을 품지 말고, 오만함을 품지 않되 자긍심을 지니도록 하라. 이 나라가 부강해지듯 다른 약소국이 부강해질지도 모르지 않더냐.”

참으로 뼈와 살이 되는 말이었다. 잘못하면 동방의 영국이 될지도 모르는 이 나라에 단비 같은 조언이기도 하고.

물론 나는 바로 다음 일정에 돌입하였다. 김좌근과 함께 이점버드 브루넬에게 방문하자 갈루아가 우리를 본 척도 안 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채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점버드 브루넬의 꼴은 성경에서 나오는 돌아온 탕아와 흡사하였다.

갈루아에게 호되게 시달린 것을 증명하듯 봉두난발에 옷은 먼지가 잔뜩 묻은 채 여기저기가 찢어졌다. 심지어 얼굴에는 멍까지 들어 있었다.

“오! 한센 후작님! 저를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갈루아 교수와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없고 말구요!”

그의 코에서 피가 한 줄기 새어 나오는데 얼마나 두드려 맞았을까. 아마 자문을 계속 보내 갈루아가 분노를 주먹으로 해소하였으리라.

김좌근과 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 눈을 마주치고 넘기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앉자 이점버드 브루넬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홍차를 한 잔 타주며 말했다.

“재정부와 외교부 두 부서의 장관께서 여기 오시다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일입니다. 예전에 건조하신 발해급이 부족한 것 같더군요.”

“오! 제가 그렇게나 조언을 하였는데 무시하신 대가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오천 톤 급 철갑 증기선 정도는 다뤄야 오래오래 쓸 수 있을 것 같군요.”

이점버드 브루넬은 용수철처럼 소파에서 뛰어올라 자신의 망상을 설파하였다. 김좌근은 그 모습을 보더니만 나에게 귓속말을 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수에즈 운하에 사용할 바지선 설계에서 큰 오점을 저질렀다는 소문은 들었네.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도망친 사람 아닌가?”

“그나마 많이 나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일만 톤급을 부르짖던 사람 아닙니까.”

“좀 더 많이 두들겨 맞았어야 하는데.”

이점버드 브루넬의 과대망상, 정확히 따지면 약간 현실성을 첨가한 과도 설계는 끝이 없었다.

그는 아예 침을 튀기며 자신의 설계를 주장하였다.

“대한제국에서 개발 중인 신형 증기기관을 여덟 개만 사용하면 오천 톤급 증기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철판 두께는 사 인치로 하지요!”

“사 인치 철판이면 검지보다 두꺼운 물건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 불침함 아닙니까! 속도야 십오 노트가 조금 안 나오는데 뭐 어떻습니까! 선체 자체의 강도가 우수하여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습니다.”

“가격 감당이 문제이지요. 예상 건함 비용이 파운드로 얼마나 합니까?”

이점버드 브루넬은 한숨을 쉬고 제발 말하지 말아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김좌근은 홀짝거리던 찻잔을 거세게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그…… 이십칠만 파운드. 대한제국 기준으로 칠백만 냥이 조금 안 됩니다.”

“선체만 따진 비용이요? 아니면 무장과 선원 급료를 포함한 비용이오?”

“일단 개력포 열두 문 배치비용만 따졌습니다.”

“당신 미쳤소? 탁지부에 비축한 긴급자금을 모두 털어내도 댁이 요청한 철갑선 열 척을 만들 수가 없소이다. 거기다가 철갑선의 유지비를 생각해 보시오!”

김좌근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탁자를 손바닥으로 탕탕 내리치며 논리정연하게 비용을 말하였다. 결국 궁지에 몰린 이점버드 브루넬이 항복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렇다면 목표를 조금 낮추어서 삼천…… 삼천삼백 톤급은 어떠합니까?”

“혹시나 영길리의 경쟁자가 삼천이백 톤급 선박을 만들어내서 조금 높였소?”

이점버드 브루넬은 괜히 딴청을 피우며 자신의 열등감을 슬쩍 드러내었다. 이는 유럽에서는 더더욱 거대한 철갑 증기선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본래 역사의 철갑증기선은 1860년 이후에 주력함이 된 함선인데 10년 이상 일찍 건조가 시작된 것이다. 이 결정적인 변화 이유는 바로 아편전쟁의 전훈이다.

네메시스급 철갑 증기선이 구시대적 자폭병기에 두들겨 맞아 격침되었다. 열강들은 이러한 비대칭 병기에 자신들의 군함이 격침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니 너도나도 자돌폭뢰를 견뎌낼 철갑선을 찍어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변화가 더 있었는데 이를 이점버드 브루넬이 중얼거리며 말해주었다.

“대한제국은 참 돈을 쓸 줄 모르는 국가 아닌가. 여기서 만들어진 신형 증기기관과 설계 철학이 유럽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적용하는데 왜 못 만드나.”

바로 일준이의 공로였다. 신형 증기기관을 실용화시키며 기술 발전을 주도하였다.

당연히 김좌근 입장에서는 과도 설계였다. 아예 냉수를 마셔 속을 달랜 김좌근은 이점버드 브루넬에게 호통을 쳐댔다.

“못 만드는 것이 아니고 안 만드는 것 아니오! 솔직히 말해 이 나라가 유럽의 열강과 해군력을 나눌 이유라도 있소? 기껏해야 서로 원양 보조함대로 다투는 것이 전부잖소!”

“일단 두 분 다 진정하시지요. 삼천삼백 톤 급 철갑증기선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는 합의를 보아줘야 하리라. 내가 할 일이 태산인데 언제까지 톤수 하나하나에 얽매일까.

둘 다 서로를 노려보며 억지로 악수를 나누었다.

이점버드 브루넬을 다루는 일은 잠시 김좌근에게 담당시키고 미국을 구워삶을 차례이다.

#작가의 말

1830년 기준 청나라와 대한제국의 격차는 약 56배였습니다

1850년 기준 청나라와 대한제국의 격차는 약 6.6배입니다.

왜 56 ÷ 6.8 = 6.6이 되는지는 다음 화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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