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17장 2화 권총 기병
대한제국의 창고에 쌓여 있던 콜트 타타르, 기병들이 수령을 주저하여 쌓여있는 권총은 즉각 기차를 통해 만주로 옮겨졌다.
여기에 성부사단 소속 기병 장교 50명과 기병대 소령이 주축이 된 군사 고문단도 파견되었다. 이들은 한겨울의 혹한 속에 권총 천여 정과 탄환을 운송하며 투덜거렸다.
“황제폐하께서도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거 아닌가. 달자들에게 어중간한 병기를 줘 보았자 우리에게 손해 아닐까?”
“권총은 한 정에 백이십 냥이나 하지, 탄환은 열 발에 두 냥이지. 지금 우리가 지원하는 무기만 따져도 얼마야? 십오만…… 냥밖에 안 되네?”
“우리 어린 시절에 십오만 냥이면 육조 하나를 건사하고도 남는 돈이었는데.”
“이제는 뭐 숙련공 이백 명 어치 연봉이네. 본래 탄환 삼만 발을 주기로 했는데 첫 지원이라 좀 더 얹어줘서 오만 발로 늘렸던가?”
마흔 살이 넘은 소령은 장교들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피식 웃어버렸다.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 생각하였으나 이 정도면 대한제국 기준으로 헐값이나 마찬가지였다.
소중한 병사들의 피를 흘려가며 청나라를 견제하느니 공장 한 동의 운영비를 소모해 견제하는 것이 옳으리라.
생각을 마친 소령은 고문단 소속 장교들에게 말하였다.
“자고로 모든 물건은 많이 만들면 단가가 내려가는 법. 내가 알기로 탄환을 매년 삼십만 발을 생산해야 열 발의 탄환당 두 냥의 단가를 달성할 수 있다 하였네.”
“삼십만 발이라니요? 달자들에게 지급하는 오만 발은 별로 많은 양도 아니군요?”
“황제폐하께서 명하시기를 사냥개에게는 질 좋은 먹이를 조금 부족할 정도로 주라 하였네. 그래야 사냥개가 눈에 불을 켜고 짐승을 사냥할 거라더군.”
효명제는 외몽골에 성과급 제도를 제안하였다. 최소한 백인대 이상의 청나라 군대를 격파하면 더 많은 총알과 군사 장비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군마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보낼 예정이며 이 군마들이 소모할 곡식도 포함되었다. 이 정도 지원이면 초원의 얼간이들도 훌륭한 전사가 되리라.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황제폐하의 결단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훈련이야. 다들 우리처럼 죽을 고생을 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는가?”
장교들은 모두 다 그루시와 안드레이의 혹독한 훈련을 이수하였으며 순조와 함께 팔기군을 상대한 기병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질주하였던 만주벌판을 넘어 몽골로 향하였다.
1849년 1월, 한겨울의 추위가 몰아치는 외몽골의 외곽 벌판에는 천여 명에 달하는 외몽골 전사들이 집결하여 있었다. 이들은 대한제국 기병 고문단을 확인하자 환호로 화답하였다.
-대한제국의 전사들을 맞이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역관이 말을 번역해 주었다. 소령은 말에서 내려 천막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는 각 부족의 족장들이 인사를 올리며 반갑게 맞이하였다.
“약속한 대로 황제폐하의 명을 받아 본관이 군수품을 가져왔소.”
“드디어 청나라의 개를 도륙할 때가 다가왔군요!”
족장들과 악수를 나눈 소령은 이들의 면모를 확인하였다. 여기 모인 이들이 모든 전사가 아닐 것이라 판단한 소령은 천막의 입구를 열고 밖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폐하께서 명하시길 새 권총을 실력이 우수한 자에게 골고루 배분하라 하였소. 여기 모인 이들이 다…… 몽골 울루스에서 가장 우수한 전사들이 모였소?”
“아닙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적이 진격하는 와중이라 동쪽 부족에서만 전사를 소집하였습니다.”
“그러하면 전체의 이 할 정도의 전사들이 모였겠군.”
소령은 효명제의 지시를 받아 세부사항을 결정한 박현상의 의견을 떠올렸다. 가급적 많은 부족에 은혜를 입혀 외몽골을 통합하여 뜻을 일치시키라는 의견이 있었다.
박현상은 지고의 충신이며 나라의 이득을 위해서 모든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리라.
소령은 귀찮은 일이라 생각하며 족장들에게 권고를 하였다.
“전사들 가운데 실력이 우수한 사람을 알아서 선별해 주십시오. 연령, 소속 부족, 혈통에 관계없이 권총을 받을 자격을 스스로의 실력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담(nadam)을 다시 개최해야겠군요!”
본래 여름을 기원하여 개최하는 몽골의 축제 나담은 전사의 증명 시험과 흡사하였다. 씨름과 기마 그리고 활쏘기를 경쟁하는 시험이 한겨울의 벌판에서 벌어졌다.
병기와 관련된 시험이라 씨름 대신 마상 기술을 연마하는 종목이 주를 이루었다. 장교들은 마상재로 실력을 겨루는 외몽골 전사를 보며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마상재 잘도 하네. 잘하긴 하는데 저 시간 동안 칼이나 한 번 더 휘두르지.”
“우리 선임들 옛날이야기 들었어? 그때에는 마상재 하나만 할 줄 알면 기병이 되었대.”
“당시에는 임 대장님이 별로 못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다들 말을 천천히 걷게 해놓고 위에서 마상재만 굴렸는데 임 대장님은 말을 뛰게 해놓고 마상재를 시연했다면서?”
“그러면 대단한 거지. 당시에는 조막만 하고 몸통만 커서 통나무처럼 생긴 호마(胡馬)를 타고 다녔잖아? 그걸 걷게 해놓고 마상재를 시연하면 뭔 의미가 있다고?”
장교들은 몽골 부족들의 마상재를 보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나름 작은 체격의 몽골마를 제대로 뛰게 해놓고 마상재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일 뿐 실전성은 없다 판단하였다. 대한제국의 기병 교리에서 마상재는 긴급 회피용이고 공격은 적에게 빠르게 돌격해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다.
젊은 기병이던 전쟁에 참가했던 숙련된 기병이건 모든 장교들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마상재를 서로 겨룰 시간에 무기 한 번을 더 휘두르지. 말 위에 엎드려서 총을 쏘고 안장 위에 서서 활을 쏠 생각인가?”
“저럴 바에는 병장기를 훈련하고 격구(擊毬)나 사모구(射毛毬 - 앞 사람이 끌고 가는 공을 맞히는 훈련)를 해야지.”
외몽골 각 부족 사이의 실력 시험이 어느 정도 끝났다. 실력이 우수한 부족은 아무런 부상자도 없이 승리를 축하하고 실력이 부족한 이들은 말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기도 하였다.
오늘 달자 권총을 배정받을 이백 명이 선발되었다. 기병대 소령은 이들의 공을 치하하며 권총과 시험용 탄환을 건네주고 사격 방법을 훈련시켰다.
“콜트 타타르 권총의 장전, 조준, 기본 관리 그리고 사격 방법을 알려주겠다. 훈련용 탄환을 모두 소비할 때쯤 되면 너희들은 기본 사용 방법을 모두 숙지할 수 있다!”
현행 대한제국 표준 병기, 갑식 소총을 다루어 본 소령은 고작 이틀 만에 권총 사격 방법을 모두 익혔다.
콜트 타타르를 하나씩 쥔 외몽골 전사들은 며칠에 걸친 훈련으로 화약 병기의 제반 지식과 작동법을 이수하였다.
“다음으로 장전 과정에 대해 알려주마. 이 권총은 두 가지 방법으로 장전하며 첫 방법은 가장 평범한 방식이다. 공이 옆의 덮개가 보이나?”
“보입니다!”
“덮개를 손가락으로 젖히도록. 그리 센 힘을 줄 필요는 없다.”
콜트 타타르의 장전방식은 두 가지였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공이 옆의 레버를 젖혀 소모된 탄피를 빼내고 총알을 한 발씩 장전한다.
이 방식으로는 다섯 발의 총알을 장전하는데 잘해야 30초 내외가 걸린다. 다들 꼼지락거리며 탄피를 배출하고 재장전하는 훈련을 반복하였다.
“혹시나 질문 있나?”
“말 위에서 이걸 어떻게 합니까?”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탄환이 흘러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안 됩니까?”
“좋은 질문이다. 두 번째 장전방식은 조금 복잡하나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전방식은 박현상이 자연스럽게 사용한 방법이었다. 소령은 총열 아래에 있는 레버를 가리키고 설명을 시작하였다.
“두 번째 방법은 조금 난해하나 단번에 총알을 장전할 수 있다. 먼저 총열 아래에 있는 지렛대를 꽉 잡아당기고 아래로 내리면 총열과 약실이 분리된다. 떨구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약간의 고생 끝에 총열과 실린더를 모두 분리할 수 있었다. 소령은 허리춤에 미리 장전해 둔 문 클립과 여기에 엮어둔 총알 다섯 발을 꺼내서 말하였다.
“이 쇳조각은 약협(藥莢)이라 하여 탄환을 한 번에 다룰 수 있게 만드는 도구이다. 탄환을 미리 끼워 넣고 약실에 단번에 넣으면 모든 일이 끝난다.”
“아! 이게 이렇게 쓰는 용도였군!”
“난 어디 청소하는 도구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 제법 쓸 만한데?”
이후 기본적인 총기 관리와 파지 방법을 비롯한 사격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모두 장전, 재장전 및 기본 고장에 대한 관리를 이해한 뒤 사격 훈련에 돌입하였다.
“황제폐하께서 훈련용 탄환 열다섯 발을 공급하기로 하셨다. 모두 쏘아서 익숙해진 다음 실전에서 탄환 서른 발을 사용해 적을 유린하도록!”
“알겠습니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사격 연습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눈을 질끈 감고 총을 양손으로 거머쥔 채 소심한 사격을 하던 외몽골 전사들은 점차 총에 익숙해졌다.
“이거 정말 죽여주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화승총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화약 관리도 문제고 오래 묵은 화약을 사용하면 총이 터지고는 했지. 이렇게 쇳덩어리로 만든 통 속에 화약을 넣으면 손상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외몽골은 화약 병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하더라도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입수한 콜트 타타르 권총은 신이 내려준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위력도 부족하고 사정거리는 24m로 부족한 편이다. 반면 외몽골에서 사용하는 화승총은 관리가 엉망이라 20m만 되어도 명중은커녕 허공을 가로질렀다.
더군다나 권총은 반동도 거의 없고 탄환이 가죽이나 모피 갑주를 뚫을 정도는 되었다. 말 그대로 사정거리가 짧은 활을 손가락만 까닥거려도 난사하는 수준이었다.
단 다섯 발의 사격으로 권총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전사들은 다시금 고개를 조아렸다.
이들은 권총에 몽골 종교에서 칭송하는 신의 이름을 붙이려 하였다.
“이 권총의 이름을 텡그리로 해도 되겠습니까? 다음 수출품에는 텡그리를 각인해 주십시오!”
“텡그리면 천신(天神) 아닌가? 신의 이름을 받은 권총이라?”
외몽골 전사들의 간절한 눈빛에 질린 소령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훈련 단계로 말 위에서 권총 사격을 실시하였다.
외몽골 전사들은 몇 발을 쏘아보고 훈련 방법을 변경하였다. 장교들은 이 모습을 보고 질겁하여 소령에게 훈련 중단을 요청하였다.
“아니 권총을 들고 또 마상재야? 마상재에 아주 미쳐 사는군!”
“소령님, 저러다가 말을 쏘거나 자신의 몸을 쏘지 않겠습니까?”
“훈련 중단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장교들은 말 위에 엎드려 권총을 겨누는 전사를 보며 심각하게 염려하였다. 반면 소령은 질겅질겅 씹어대던 육포를 입에 문 채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 다음 동작이 이어졌다. 다음 동작으로 말 배 아래에 매달린 전사는 몸이 거꾸로 뒤집힌 상황에서 표적을 향해 권총을 발사하였다.
총성이 계속 이어지며 표적에 탄환이 계속 적중하였다. 다섯 발의 사격을 마치고 전사가 다시 말 안장에 몸을 올리자 기병들이 모두 질겁하여 말하였다.
“저거 미쳤나! 아무리 작은 권총이라도 한 손으로 공이를 젖히고! 한 손으로 방아쇠를 당겨!”
“실전성이 있기는 하네. 말 배 아래에 숨어서 총을 쏘고 올라와서 장전하면 되잖아?”
“저게 실전성이 있냐? 달자들 말이라 작고 덜 흔들리기는 한데 보통 기병이 저게 가능은 해?”
“저렇게 달리면서 마상재를 제대로 실시하려면 십 년 이상 경험을 쌓아야 가능하겠다!”
고문단 일동은 저런 괴물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방법을 모색하였다. 근접전으로 싸우려 해도 기병도가 닿기 전에 총알이 몸에 세 발은 박히리라.
기병용 카빈으로 말을 쏘아도 덩치가 큰 말은 쉽사리 죽지 않는다. 말의 급소를 조준하는 동안 상대는 더욱 접근해 총알을 퍼붓는다.
자신들이 기피하던 병기인 권총을 신들린 듯이 사용하는 몽골 전사들은 기행에 가까운 행위도 시작하였다.
“끼야호오오옷! 텡그리님 나가신다!”
“저 미치광이는 또 뭐고!”
그러한 생각은 다음 전사의 질주로 깨어졌다. 말안장 위에 서서 배쯤에 두 손을 모은 전사는 표적을 향해 권총을 쏘아댔다.
-타타타탕!
“저건 또 어떻게 쏘는 거야!”
“오른손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왼손으로 공이를 계속 젖혀 사격했군.”
빠르게 발사된 총알은 다섯 발인지 세 발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총성이 겹쳐 들려왔다.
소령은 다시 육포를 질근질근 씹어 넘기고 전사들을 돌아보며 평가하였다.
“저게 실전성이 있을지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실전에서 증명하면 되겠군.”
지금도 외몽골 남부에서는 셍게린첸의 지휘를 받은 반란 진압군이 진격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한제국 기병과 비교하면 두 수는 처지는 군대이나 엄연히 화약병기를 사용하고 보급도 제대로 받는 군대이다.
이들을 상대로 승리하면 권총 사격이 실전성이 있으며, 패배하면 권총 사격이 별다른 쓸모가 없다는 증거이리라.
며칠 뒤 권총을 지급받은 500명의 전사는 진군을 실시하였다.
“텡그리께서 총으로 현신하셨으니 이 총을 사용하여 승리를 쟁취하겠습니다!”
“첫 실전이니 각별히 유의하도록!”
마침내 열흘 뒤, 차디찬 북방 벌판에서 내몽골 기병 천여 명과 외몽골 전사 오백여 명이 격전을 벌였다. 이들은 권총이 모두 보급될 무렵 귀환하였다.
소령은 이들이 두 배의 적을 만나 대다수가 중상을 입거나 전멸했을 가능성도 점쳤다. 이런 기대와 달리 병사들이 돌아오는 남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전사들은 예상을 뛰어넘어 승리를 거두고 적을 계속 추격하여 몰살시켰다.
증거품으로 팔기군 예하 부대에서 사용하는 군기가 휘날리고 수많은 수급이 수레에 실려 돌아왔다.
“승리하였습니다! 후금 찌꺼기들이 보낸 놈들은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수많은 수급과 군기 그리고 노획품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군사 고문단은 이들이 거둔 위업에 질겁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후 부상병 치료와 권총 수리를 마치고 전투 보고가 시작되었다. 네 명의 적을 쓰러트린 외몽골의 전사는 혀를 내두르며 말하였다.
“권총의 위력이 부족합니다. 제가 찰갑(札甲)을 입은 놈의 몸통에 권총을 두 발 적중시켰는데 놈이 미친 듯이 달려와서 창을 휘두르더군요.”
팔뚝에 깊은 상처를 입어 붕대를 감은 전사는 당시의 일을 한 손으로 과장되게 설명하였다. 소령은 위력이 부족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몸통에 두 발이 적중하였는데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나중에 보니 가슴 안에 총알이 박혔는데 폐에는 안 닿았다 합니다. 반면 다음으로 달려오는 놈은 단 세 발을 쏴서 확실히 격침시켰습니다. 이렇게!”
비어 있는 권총을 양옆으로 두 번, 위로 한 번 움직인 전사는 왼손으로 권총을 손에서 몇 바퀴 돌리고 권총집 안에 넣었다.
소령은 이 사격술이 뭘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갑옷을 입은 놈은 가슴에 두 발을 쏘아 몸을 굳히고 머리에 한 발을 쏘라는 말이로군.”
“바로 보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탄환 여섯 발을 넣게 만들 수 있습니까?”
소령은 박현상의 말을 떠올리며 그의 혜안에 감탄하였다. 신형 권총을 마구 쏘는 행위를 권고할 때는 미친 짓이라 생각하였는데 정말 실전성이 있었다.
“세 발? 자네 목숨을 내가 구해주었는데 다음 전투에서 내가 겪은 일 몰라?”
“아 맞아! 이 친구는 아예 다섯 발을 쏘아야 한다더군요.”
소령에게 전투에 대해 보고할 전사는 많고도 많았다. 다른 전사는 배를 탕탕 두드리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말하였다.
“찰갑 정도는 세 발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대로 된 흉갑은 세 발로도 부족해서 다섯 발을 내리 연사해야 하더군요.”
“이번에는 다섯 발?”
“제가 경험한 바입니다. 철갑을 입은 장수에게 권총이 안 통해서 다섯 발을 내리 쏘아버렸지요. 그러더니 철갑이 뚫려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더군요.”
이후에도 많은 실전 보고가 들어왔다, 투구를 두껍게 쓴 놈은 상반신에 세 발 정도를 두드리거나 가장 중요한 골반을 노려 두 발을 연속 발사하는 기법이 튀어나왔다.
군사 고문단에 참가한 기병들은 이 모든 행동을 헛된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팔기군에 소속된 하위 부대의 군기가 노획되고 적의 수급을 가져온 시점에서 실용적인 행동이었다.
“우리도 권총을 당장 채용한다. 이대로 있다가는 청나라도 권총을 사용할지도 몰라.”
그루시와 안드레이에 이은 세 번째 스승은 승리를 축하하며 독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이들은 대한제국의 가르침을 다른 가르침으로 되돌려 주었다.
소령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앞으로 이어질 전훈이 사관학교에 전해지면 기병용 권총 보급이 급속도로 진행되리라.
#작가의 말
삽화191
문 클립(moon clip), 약협은 이런 형태의 도구입니다. 장전이 난해한 리볼버 탄환을 단숨에 장전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콜트 타타르는 분리형 리볼버라 이 도구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과도기의 무기가 가지는 장점 중 하나이죠.
사진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Moon_cl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