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90화 (189/345)

190화

17장 1화 외몽골 지원

찰스 다윈이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보를 받은 1848년 11월 중순, 외부에서는 일 년 동안 입수한 국제 정보를 분석하고 내년의 방침을 정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상으로 영길리와 불란서 양국이 협력한 대운하 건설에 대한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수에즈 운하가 완공되는 삼 년 뒤에는 세상이 달라질 것 같군.”

영국과 프랑스는 평상시에 서로를 죽어라 시기하던 것과 달리 운하 공사에 열중하였다. 프랑스는 더 빠른 운하 건설을, 영국은 더 안전한 운하 건설을 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쿨리들이 투입되어 매일 흙을 파내고 땅을 뒤엎으며 처절하게 공사를 진행하였다.

조만간 정승 자리에 오를 예정인 권돈인은 헛기침을 하며 질문을 하였다.

“그럼 그 많은 청나라 노동자들이 어디서 고용되었는지 알고는 있는가?”

“그야 청나라 남부 일대입니다. 다음 순서로 청나라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미 청나라는 분열의 조짐이 엿보였다. 각 지방을 다스리는 관리들은 중앙 정부의 지원금을 빨아먹고 아편을 퍼트리며 중화 민족의 전통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에 짓눌린 백성들의 민중봉기가 점차 일어났다. 상해에서 출발해 중국 남부를 관통하는 전신망에서 정보를 입수한 관리는 자료 보고를 마치고 자신의 평가를 요약하였다.

“결과적으로 청나라의 멸망은 기정사실입니다. 특히 남부 지방에서 민란이 빗발치고 있으며 지난 여섯 달 동안 서른두 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청나라 조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였는데 서른두 건이나 발생했다고?”

“팔기군은 이미 민란을 진압할 여력이 없으니 일어난 적이 없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오히려 지방 군벌이 이를 진압하고 팔기군에게 이권을 뜯어내더군요.”

권돈인은 보고를 듣고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생각한 바를 답하였다.

“배상제회에서 고의적으로 민란을 일으키고 자기들이 진압하는군요.”

“내 생각도 같네. 양귀비를 퍼트려 백성을 쥐어짜는 놈들이니 당연하지.”

“이러다가 객가(客家)들이 청조를 송두리째 뒤엎어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권돈인은 한참 머뭇거리다 품에서 담배 파이프를 꺼내 담뱃잎을 꾹꾹 눌러 담았다. 회의 중에 담배는 예의에 어긋나나 그는 성냥으로 불을 붙이며 말했다.

“청나라의 백성도 엄연한 사람이지. 앞으로 청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죽어나갈지…….”

매캐한 담배연기가 피어오르며 회의가 잠시 중단되었다.

담배를 다 피우고 창문을 열어 차가운 겨울바람으로 연기를 몰아낸 권돈인은 다시 자리에 앉아 내게 물어보았다.

“내가 입수한 정보에는 청나라 황제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하였네. 물론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모든 정책에 실패한 황제가 죽는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군.”

“옳은 말입니다. 지방 군벌들이 제대로 움직일 시기는 서로 착복할 거리가 없고 청나라의 국고가 고갈될 무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청나라는 해결책을 찾은 것 같군. 일전에 그루시 원수에게 가까스로 도망친 승격림심(僧格林沁 - 보르지기트 셍게린첸) 이라는 장수를 기억하는가?”

몽골 귀족인 셍게린첸이 왜 여기서 나오나 했는데 새로운 정보가 입수된 것 같다. 권돈인은 압정 여러 개를 내몽골과 외몽골 경계에 꽂아 넣고 말하였다.

“자고로 내부가 혼란하면 만만한 외부 세력을 공격하여 통솔하는 법이지. 최근 들어 달단(韃靼)의 왕공족들을 통솔하기 위해 청나라 조정에서 지원을 실시하였다네.”

관련 보고서에는 천 명 단위의 내몽골 기병대가 외몽골의 반란군 제압을 위해 진격하였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 진격 경로는 외몽골의 주요 부족 거주지와 근접했다.

결국 도광제가 권위를 끌어올리고 점차 청나라에서 벗어나려는 내몽골을 통솔하려 내전을 획책한 꼴이지.

이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을 몇 년 뒤에 고치는 꼴이군요.”

“그나마 고쳐서 다행인 것 같더군. 우리 대한에서 외몽골을 간접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나? 이로 인해 갈등이 점차 심화되다 청나라 황제의 명령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네.”

“정리라는 것이 내전의 승리와 약탈로 인해 사기가 치솟은 것 아닙니까?”

권돈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이 옳다고 하였다. 청나라 입장에서는 대한제국의 지원을 받는 외몽골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여 몇 대 두드려 패려는 생각이다.

이 이후에는 어느 정도 물자를 지원해 세력을 양분하고 외몽골 전체를 다시 지배하려는 생각이지. 문제는 도광제의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는 점이다.

지금 청나라의 내부 통계는 엉망진창이고 부패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물자 지원은 고사하고 그 과정에서 외몽골을 털어먹을 생각만 가득하겠지.

“우리 입장에서는 잘된 일입니다. 우리는 내전의 계기를 만들었을 뿐이며 여기에 뛰어든 것은 청나라지요. 이제 명분이 갖춰졌으니 개입함이 마땅합니다.”

내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줘서 실컷 울고 몽둥이로 몇 배를 두드려 팰 기회이다.

내가 생글생글 웃으며 답하자 권돈인은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고는 말하였다.

“자네가 사람인지 속에 계산기처럼 톱니바퀴가 들어 있는지 궁금한걸.”

“어차피 해야 할 일입니다. 청조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사방이 분열할 그때가 오면 몽골은 우리의 우방이자 사냥개가 되어 청의 북방을 공격할 겁니다.”

“직접 개입은 아직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일세. 황제 폐하께서 결정을 내릴 일이지만 내 생각으로는 아마…….”

권돈인은 골똘히 생각하고 외몽골의 규모와 내몽골 반란 진압군의 규모를 계산하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중한 지원 정책을 제안하였다.

“군사 고문단 파견과 이들이 사용할 소총을 비롯한 병장기 지급이 가장 좋은 것 같군.”

“그러면 기병대를 파견하여 군사 고문으로 삼을 생각이십니까?”

“물론이지. 노서아(러시아)에서 수입한 군마들이 몇 대에 걸쳐 불어나지 않았나? 이 늠름한 군마를 매년 오천여 마리 정도 보내도록 함세.”

권돈인은 즉석에서 장계를 작성하며 한참을 고민하였다. 그러고는 못내 아쉬운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해주었다.

“얼마 전에 군부 부대신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네. 성부사단을 시작으로 신형 권총을 보급하고 있는 건 아는가?”

“소식은 알고 있습니다. 한 해 삼천 정을 생산할 예정이라 하더군요.”

새뮤얼 콜트는 대한제국에 도착하고 2년 내내 신형 권총을 제조하였지. 얼마 전 결실을 맺어 군용으로 납품할 수 있는 안전한 권총을 만들어내었고.

이 권총과 전용 탄환을 대량 양산하여 군부대에 보급할 예정이라던가. 여기에 투자된 인원만 150명에 자금은 매년 30만 냥이 소모된다.

“그 권총이 성부사단 병사들에게 영 인기가 없더군.”

“제가 무슨 문제인지 한 번 확인해보라는 말씀이시군요.”

“기존 병기를 싼값에 공급하려면 새 병기를 빠르게 보급해야 가능한 일이지. 나는 장계를 작성하고 폐하와 논의할 것이니 자네가 한번 알아보게.”

엄밀히 말하면 이번 일은 군부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지 우리 외부에서 처리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부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권돈인에게 요청을 했으니 받아들여야지. 권총이 왜 인기가 없는지 알기 위해서 직접 권총을 시연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며칠 뒤, 미리 병기창에 사람을 보내두어 권총 시험사격을 요청하였다. 이에 응해 수도 방위사단인 제1 성부사단의 훈련장에서 새뮤얼 콜트가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한센 박 외교관님을 처음 뵙겠습니다. 총기장인을 자처하는 새뮤얼 콜트입니다.”

“총기장인이 아니고 군부 휘하 병기창 부(副) 수석 장인이 아니십니까?”

“그게 그거죠. 참 야심 찬 물건을 만들어냈는데 인기가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성부사단은 누가 뭐라 해도 대한제국 최고의 사단이다. 전국에서 엄선된 병사들이 이 시대의 최신 전술과 장비를 사용하여 철통같이 한양을 수호한다.

악수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신형 화포와 개량된 소총의 시연 사격이 실시되고 있었다.

새뮤얼 콜트는 곱슬머리를 긁적이더니 몸을 돌려 사격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름 열심히 신형 권총을 만들어냈는데 반응이 영 신통치 않더군요.”

“지난 이 년 동안 연구비를 제법 많이 사용하신 것 같은데 문제가 뭡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위력 부족 같은데 일단 제 권총을 사용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콜트는 권총집에 담겨 있는 리볼버를 건네주었다. 어깨에 이 권총집을 두르고 덮개를 젖히자 방금 전 공장에서 만들어낸 것처럼 흠집 하나 없는 리볼버가 나왔다.

현대에서 군대를 다닐 때에는 권총을 제대로 본 적도 없으나 이 시대에는 흑색화약 권총을 몇 발 쏘아 보았지.

리볼버를 확인해 보니 특징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거 꽤 작은데요? 거기다가 실린더가 여섯 발이 아니고 다섯 발이라니요?”

“동양인의 체격에 맞추어 크기를 작게 만들어보았습니다.”

이미 대한에서는 신세대와 구세대가 신장과 체중으로 분류될 지경이었다. 1848년 기준으로 삼정의 문란에 시달린 25세 이상은 평균 신장이 160㎝ 정도이다.

반면 삼정의 문란이 끝난 뒤 성장기를 맞이한 25세 이하는 평균 신장이 165cm에 달할 정도로 커졌지. 일단 총기가 작으면 휴대와 사격이 간편하니 이건 넘어가려 하였다.

다음으로 레버를 젖혀 실린더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금속탄피 탄환을 장전하는 장소가 있었는데 탄환 구경이 지나칠 정도로 작아서 또 질문을 하였다.

“구경도 너무 작은 편인데요. 총열 자체가 짧아서 화약량도 구경도 줄어들 수는 있는데…….”

“구경은 대한에서 사용하는 미터법 기준으로 구 밀리미터입니다. 사용하는 화약은 흑색화약이며 권총 전용 신형 탄환을 사용하구요.”

콜트는 종이 상자에 담긴 탄환을 건네주었다.

기존의 12㎜ 원뿔형 탄환이 아닌 권총 전용으로 설계된 금속탄피 탄환. 현대에서 9×19㎜로 불리는 녀석보다 조금 큰 편이었다. 현대 권총을 쏜 적은 없고 미디어를 통해 본 것이라 내가 본 크기가 옳은지는 모르겠다.

콜트의 설명대로 탄환을 하나하나 장전한 다음 시험 사격에 돌입하였다.

“이거 제대로 명중하기나 할지 모르겠는데.”

“강선이 없더라도 유효 사거리입니다. 몇 발 정도는 맞을 거리이니 염려 마시죠.”

표적 위에 둘린 두정갑을 겨냥하고 사격을 실시하였다. 여전히 비싼 무연화약 대신 흑색화약을 담은 탄환이라 매캐한 연기가 치솟으며 눈이 아려온다.

다섯 발을 모두 발사하고 바로 레버를 젖혀 추가 총탄을 장전하였다. 이미 총알 클립에 총알을 넣어두어 몇 초 만에 재장전에 성공하고 다시 다섯 발을 쏘았다.

총 15발의 사격을 끝내고 몸에 묻은 흑색화약 연기를 털어낸 뒤 표적을 확인하였다. 벽돌 위에 회반죽을 두른 표적 곳곳에는 탄흔이 남아 있었다.

“명중률은 훌륭하군요. 반동이 적어서 가능한 일 같습니다.”

쓸 만하다 못해서 현대에 정립된 권총의 정석이라 뭐라 할 수 없다.

과거의 권총들은 위력에 치중하여 적을 한 발에 제압하려 하였지.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권총 한 발로는 상대를 제압할 수 없다는 사실만 드러났고.

결국 현대의 권총 사격은 상대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도록 여러 발의 사격을 퍼붓는다.

새뮤얼 콜트는 훌륭한 권총을 만들어내었다. 이런 성과에도 그는 괜히 내 눈빛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제가 너무 보수적으로 설계한 것 같군요. 금속탄피를 처음 사용해 실린더 전체가 터질까 봐 위력을 지나치게 낮추고 경량화에만 치중하였습니다.”

“이번 설계로 기술력을 축적하여 대구경 권총을 만들면 되겠지요.”

“그렇지요. 이번 콜트 타타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면 될 겁니다.”

“타타르?”

권총 측면에는 임시 각인으로 ‘Tatar’가 각인되어 있었다. 러시아에 사는 민족이자 이 시대에는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유목민이 왜 튀어나오나.

혹시나 러시아 수출용 권총이라 이런 각인을 새겼을지도 모르지.

그런 상상과 달리 콜트는 다시 머리를 긁적이며 개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였다.

“대한의 적국인 청나라는 타타르가 세운 제국 아닙니까?”

“아닌데요. 여진족이고 자신들을 만주족이라 칭하여서 만추, Manchu라고 불러야지요.”

“만추인과 타타르라? 별 차이는 없어 보이는군요.”

역시 새뮤얼 콜트가 깨어 있건 말건 미국인이다. 무식한 양놈들은 다른 나라나 민족에 대한 관심이 없고 축복받은 위대한 국가, 미국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나쁘지 않은 이름 같아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아마 이 총의 대한제국 명칭은 달자(韃子) 권총이 되겠지.

다음 순서는 이 권총을 가장 먼저 사용할 성부사단 기병들에 대한 설문조사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권총의 단점을 털어놓았다.

“권총이요? 위력이 부족해 강철제 흉갑을 뚫으면 힘이 사라지더군요. 갑옷 입은 상대의 뱃가죽도 제대로 못 뚫는데 어떻게 믿습니까?”

“권총을 노려 쏘아도 적이 죽지 않습니다. 그러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도록 기병도로 목줄을 꿰뚫어 버리는 것이 더 났습니다.”

“주시면 잘 사용하겠지만 그리 많이 사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존 권총보다 위력이 부족한데요. 새 권총을 쓰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병들은 설계와 제조를 담당한 새뮤얼 콜트 앞에서는 별달리 말을 안 하다가 내 앞에서는 청산유수처럼 의견을 털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기병들이 권총을 불신하는 하는 이유를 이해했고. 대한제국의 기병들은 프랑스와 러시아 기병들의 특별 훈련을 받고 전쟁에서 엄청난 공훈을 세웠다.

“먼 거리에서는 카빈으로 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기병도로 목줄을 따버리지. 애초에 카빈 사격을 배운 시점에서 권총을 연사하는 방식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적응도 안 될 거야.”

무기 체계가 격변하는 어중간한 시기에 기병 교육을 받은 부작용이었다. 실력이 처지는 수준도 아니고 프랑스와 러시아 기병 바로 아래에 위치한 기병들이라 부작용이 더 커졌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이다. 새 무기를 받으면 장점을 생각하기 이전에 단점을 먼저 비교하는 성향이 강하다.

권총의 단점은 위력이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속 사격하고 다음 권총을 사용하면 되는데 새뮤얼 콜트조차 내 의견을 듣고 말이 안 된다고 하였다.

“총은 한 발 한 발 소중하게 사격해야 합니다! 콜트 타타르의 반동제어가 우수한 편이나 연사는 말이 안 되는군요.”

“제가 보기에는 적과 마주친 순간 다섯 발을 난사해서 확실히 죽여야 하는데요.”

“그런 무식한 사격 방법이 어디 있습니까? 상대가 곰이라도 됩니까?”

현대 군사작전 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시대에 없지.

그러다 권총에 각인된 타타르라는 총기 명칭과 여태까지 제대로 된 화약병기를 사용하지 못한 세력이 떠올랐다.

“타타르가 정말 콜트 타타르 권총을 사용하면 재미있겠는데요?”

“설마 청나라에 제 권총을 팔아넘길 생각이십니까!”

“청나라는 만주족이 세운 국가고 타타르는 몽골의 한 분파라니까!”

새뮤얼 콜트는 따로 교육을 이수시켜야지. 마침 시기도 좋아서 북평관(北平館)에 전신을 보냈다.

마침 외몽골에서는 셍게린첸의 진격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니 더 잘된 일이다. 북평관에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사절 세 명은 바로 성부사단 군사훈련장으로 달려왔다.

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을 기세로 인사를 올리며 말하였다.

“드디어 제대로 된 군사지원을 실시할 예정이시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사용할 병기는 이 권총입니다.”

늠름한 소총도 아닌 권총을 받은 외몽골 사절은 나와 권총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이들이 입고 있는 가죽옷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보통 청나라의 사주를 받은 놈들이 전투를 벌일 때 이런 옷을 입고 싸우지요?”

“바로 보셨습니다. 간혹 찰갑을 입은 철기병이 섞여 있는데 일부에 불과하지요.”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요.”

가죽옷을 표적에 걸치고 5발을 난사하고 바로 클립으로 재장전하여 총 25발을 난사하였다. 말 그대로 총알을 비처럼 퍼붓고 난 다음 표적을 가리켰다.

“말을 타고 달려가다 멈추어서 조준하는 소총? 그게 어디 쓸모가 있습니까? 대충 겨눠서 마구잡이로 쏘는 이 권총이야말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무기입니다!”

“하…… 한 번만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아예 콜트 타타르 여섯 정을 건네주었다. 권총집 여러 개를 걸쳐 권총을 품에 넣은 외몽골 사절단은 말을 타고 신나게 훈련장을 질주하며 표적에 총알을 퍼부어 버렸다.

기병들은 미친 짓거리라며 머리를 감싸 쥐었고 콜트도 새하얗게 질려 표적을 바라보았다. 반면 외몽골 사절단은 사격을 마치고 돌아와 아예 절을 올리며 말하였다.

“이거면 됩니다! 놈들이 소총을 겨눌 때 달려가서 벌집을 만들고! 놈들이 화살을 잴 때 달려가서 벌집을 만들면 됩니다!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권총을 구매하겠습니다!”

“훌륭한 선택입니다. 권총과 총알 구매비용은 모두 국채(國債)로 처리하고 매년 일천 정과 총알 삼만 발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타타르가 타타르 권총을 쏘는 재미있는 세상이 올 것 같았다. 그리고 셍게린첸의 기병들이 총알의 파도에 휩쓸려 죽는 꼴은 더욱 재미있는 광경이리라.

설령 외몽골이 우리를 배신해도 문제는 없다. 총은 몰라도 탄환 제조기술은 몽골 따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력이니까!

외몽골이 덮어쓸 국채는 나중에 청나라에서 약탈한 물건으로 받아내면 된다.

이 완벽한 흐름 속에 효명제의 명령으로 몽골에 대한 ‘달자 권총’ 납품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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