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16장 11화 종의 기원(4)
본래 심약한 찰스 다윈은 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리며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토론이 이어질 때마다 육체와 정신 모두가 마모되며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치열한 논쟁으로 종의 기원의 본질은 지킬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의 기원에 저술된 진화 개념이 논리적으로 옳은 것이라 인식하였다.
종의 기원에 반대하는 쪽은 태도를 바꾸었다. 어느 순간, 아마도 쇼펜하우어가 개입한 직후부터 이들은 종의 기원의 근거를 공격하였다.
“흑인들은 인류와 유사한 종일 뿐 같은 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의 실수를 반성하며 새로운 자료를 수집한 결과 흑인 뇌의 용적은 확실히 백인보다 작더군요.”
본래 역시의 종의 기원에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이나 새로 개정한 종의 기원은 겸상적혈구 질환을 인류 진화의 근거로 삼았다.
사무엘 조지 모턴은 이를 빌미로 공세를 퍼부었다.
“흑인은 인류와 흡사한, 예를 들면 늑대와 개 정도의 차이를 지닌 생물이라 봅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자료를 통해 올바른 인류의 표본을 다시 만들어주시지요.”
“모든 인종은 서로 혼인할 수 있고 후손의 생식능력에도 악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니 올바른 표본입니다.”
“늑대와 개는 교접할 수 있고 후손의 생식능력에도 악영향이 없지요. 그러나 덩치와 뇌 용적 그리고 세부 기관 발달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다윈은 추운 토론장에서 진땀을 흘리며 이를 반박하였다. 진화론에 의거하면 개와 늑대는 본질적으로 같은 종이며 인류의 차이는 이보다 더욱 비좁을 것이라 반박하였다.
삼 일째의 토론이 시작될 무렵 지원군으로 로버트 리스턴과 토머스 헉슬리를 비롯한 의료진이 방문하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리한 차트를 기반으로 의견을 내세웠다.
“진화론의 기반이 되는 학문 가운데 인류의 특징과 유전적 전파 방식은 옳은 것이 분명합니다. 예외 사례 몇 개를 제외하면 진화론의 근거는 문제가 없다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논쟁을 이어가며 피로로 무너져가던 찰스 다윈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다시 논쟁이 활기를 띠자 반대 측에서 여태껏 침묵을 지킨 사람이 나섰다.
“나는 감수성과 창의성이라는 무장을 갖춘 백인으로서 종의 기원이 더욱 많은 자료를 갖추어야 할 거라 보고 있다네. 특히 돌연변이와 관련된 항목은 너무 샘플이 적어.”
마침내 쇼펜하우어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그는 종의 기원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꼬집었고 로버트 리스턴이 이를 받아쳤다.
“그러나 종의 기원에 의하면 고결하고 순결한 피를 지닌 사람들 가운데 불행한 돌연변이로 인하여 끔찍한 병을 앓을 수 있다 하였습니다.”
“그 증거가 있어야지. 나는 유토피아를 달성하는 유일한 수단은 진정으로 고귀한 혈통끼리 결합하여 이들이 많은 후손을 낳는 방식이라 보고 있네.”
쇼펜하우어는 엄밀히 따지면 진화론을 지지하는 축에 속하였다. 그가 종의 기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흑인이 열등하고 백인이 우수하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진화론의 기반인 돌연변이와 유전 개념은 문제 문제가 가득했다. 특히 고결하고 우수한 형질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항목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이러한 약점을 교묘하게 노렸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툭툭 던지는 말이 쐐기처럼 쑤셔 박혔다.
“고귀한 혈통에서 여러 문제가 벌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나 증거가 부족하지 않나? 내가 보기에는 덜 발달한 흑인과 영향을 받은 이집트인이 더 많은 문제를 가질 것 같군.”
그의 발언을 정리하면 인종별, 국가별 특징 분석을 제대로 하라는 말이다. 이는 진화론을 강화시키는 근거로 볼 수도 있으나 이 시대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청이었다.
“쇼펜하우어 박사님의 의견은 진화론을 긍정하는 것입니까 반대하는 것입니까?”
“긍정도 부정도 아니요, 비판도 수긍도 아니지. 그저 기반이 허술하다는 사실만 제시하는 것일세. 희귀한 사례 몇 개로 인류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 않나.”
결국 종의 기원의 새로운 약점이 부각되었다. 이제 찰스 다윈은 쇼펜하우어가 주장한 대로 인류 모두를 대상으로 돌연변이를 입증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가 포문을 열어젖히자 다른 이들이 달려들어 틈새를 비집고 들었다. 다윈과 그의 추종자들은 저명한 철학가의 공세에 휘말려 피가 말라가기 시작하였다.
4일 차 토론이 끝나고 찰스 다윈은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헛소리를 중얼거리기까지 하였다.
리스턴은 다윈을 진찰하고 모르핀 주사를 꺼내며 말하였다.
“혈압과 맥박이 너무 높은데. 모르핀 한 대면 어느 정도 억누를 수 있으니 염려 마시오.”
“모르핀은 안 되는데…… 내일도 토론이…….”
“내일은 토론을 쉬는 날이오! 정량의 사분의 일로 놓는 거니 입 다물고 맞으시구려!”
다윈은 흥분과 스트레스로 삼 일 내내 잠을 자지 못하다 가까스로 약물의 힘을 빌려 잠에 빠졌다. 로버트 리스턴은 모두의 휴식을 위해 모르핀 주사를 놓으려 했다.
그러던 리스턴은 문틈에서 고개를 슬쩍 내민 기자들을 확인하고 모르핀 병을 내려놓았다.
그는 피로에 절어버린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홍삼 환약을 내밀며 말했다.
“홍삼 드시오! 홍삼보다 피로에 좋은 물건이 없지!”
일종의 간접광고이며 다음 날 신문에는 ‘진화론자들, 피로회복을 위해 홍삼을 먹다.’라는 기사가 실리리라.
문을 꽉 닫고 자물쇠를 채운 리스턴은 소파에 누우며 말하였다.
“아주 그냥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사로 나오는구먼! 병원 광고 한번 잘되겠어!”
런던의 모든 신문과 유럽 전체의 신문들이 이 토론을 기사로 삼았다. 종의 기원은 유럽 전체를 문제로 들끓게 만들었다.
이미 런던에서만 결투로 인한 사망자와 절망으로 자살한 사람을 합쳐 1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이보다 성격이 과격한 프랑스에서는 친라마르크 주의자와 반라마르크 주의자가 파리 시내에서 대규모 난투극을 벌였다. 이로 인해 난투극에 참가한 2,509명 중 48명이 사망하였다.
로버트 리스턴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논쟁이 이어질 거라 예측했다.
다음 날, 가까스로 잠을 청하고 늦은 점심에 일어난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다윈을 보고 말하였다.
“제대로 서 있는 걸 보니 숙면을 취한 것 같은데? 왜 그리 흥분해 있소?”
“일어나셨군요! 우리의 승리를 향한 쐐기가 박혔습니다!”
찰스 다윈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방금 전 인쇄된, 어제저녁 공식 발표된 왕실 입장 표명이 담긴 신문을 건네주었다.
로버트 리스턴은 신문 1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말했다.
“여왕 전하께서 입장 표명을 했다고! 왕자가 혈우병에 걸려?”
마침내 빅토리아 여왕과 왕실이 움직였다. 이들은 권위를 앞세우는 대신 감성을 움직이는 호소문을 작성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신문 기사를 내놓았다.
[저는 제 몸의 결함으로 인한 불행을 아서 왕자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이 혈우병 보인자라는 사실을 표명하였다. 본래 아서 왕자가 돌연변이 혈우병 보유자라 말할 수도 있었으나 자신의 불행으로 표현했다.
[상처를 입으면 피가 멈추지 않는 이 불행을 물려준 어머니로서 부탁드립니다. 종의 기원 하권에 있는 근거, 혈액형과 수혈 항목을 모두 연구해 주십시오.]
[종의 기원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 아이의 어미로서 명확한 근거와 이론을 신뢰하여 아서 왕자의 삶을 연장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혈액형과 수혈에 관련된 안전성을 입증하는 사람에게 영국 왕실의 이름으로 오천 파운드의 상금을 수여하겠습니다.]
로버트 리스턴이 자리에 주저앉자 찰스 다윈은 입술을 꿈틀거리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그는 문을 박차고 뛰쳐나와 복도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승리를 축하하였다.
“쇼펜하우어가 더 이상 말을 못 하면 승리야! 승리라고!”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고결한 영국 왕실의 일원에서 혈우병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반대 파벌의 핵심축인 쇼펜하우어의 논리가 자연스럽게 무너져 버렸다. 다윈 측은 여론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였다.
다음 날, 재개된 토론에서 쇼펜하우어는 침묵을 지켰다. 이후 이틀의 토론이 이어지고 종의 기원을 지지하는 찰스 다윈 측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토론을 종료하며 다음과 같은 맺음말을 남겼다.
“자연의 법칙과 일치하면 진실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또한 자연의 법칙과 일치하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실험만큼 좋은 수단도 없습니다.”
찬성도 반대도 모두 악수를 나누고 억지로 상처를 봉합하였다. 빅토리아 여왕이 나선 시점에서 억지로 토론을 끌어보았자 추잡한 면모만 보여줄 것이라 판단해 훗날을 기약하였다.
영국의 여론은 빅토리아 여왕의 불행을 위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는 종의 기원의 근거 중 상당수가 올바르다고 왕실이 입증해 버린 꼴이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찰스 다윈의 손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손을 내밀고 굳게 악수를 하며 물어보았다.
“혹시나 우리의 장구한 토론과 시기 좋게 발견된 왕실의 결함이 예견되지 않았을까?”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게 가능하면 악마가 조종한 사건이군요.”
“하긴 대한제국에서 혈액 관련 연구를 실시한 것이 삼 년 전이지. 혈우병을 아무리 빠르게 예측하여도 여섯 달 전이고. 이번에도 틀린 것 같군.”
둘은 악수를 나누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쇼펜하우어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고 솔직 담백하게 말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내 저서를 상당히 수정해야 할 것 같군. 은연중에 모든 이들에 대한 차별을 담은 것 같은데 잘못하면 이 저서를 읽고 끔찍한 일을 할 것 같아.”
“예전에 닐슨 총장이 말한 적이 있지요. 종의 기원을 대충 읽은 놈들은 남들을 형질의 우열로 핍박할 거라고. 그런 놈들이 가장 열등한 놈들이라 하던가요.”
“배에 칼 하나가 깊게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군. 그런 놈들은 정말 막돼먹은 놈들이지.”
우생학적 사상을 담은 쇼펜하우어의 저서가 대량으로 수정될 예정이었다. 이는 후대의 철학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쳐 철학사의 변화를 일으켰다.
이를 시작으로 우생학이라는 뒤틀린 유사과학은 사상적 근거를 잃고 절멸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위업을 달성한 찰스 다윈은 기자에게 한 마디로 감상을 표현하였다.
“피곤합니다. 자러 갈 테니 한 달 뒤에 취재 오십시오.”
수많은 시련과 대화 그리고 논리적 검증을 마친 찰스 다윈은 오랜만에 휴식을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그는 며칠 동안 숙면을 취하며 피로를 해소하였다.
* * *
일주일이 지나고 다윈의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대한제국에 머무르는 동안 2년에 한 번꼴로 영국에 들러 한 달 정도 가족을 만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장례식을 마치고 바로 토론을 시작하기까지 하였다. 마침내 가정으로 돌아온 찰스 다윈을 맞이한 차녀 메리는 호들갑을 떨며 아버지의 무릎으로 올라왔다.
“아빠! 아빠 이마 더 커졌어!”
“커질 수도 있지. 내 이마는 네 할아버지처럼 계속 커질 거란다.”
다윈은 차녀 메리의 말을 듣고 점점 더 넓어지는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로버트 다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과학자들은 당분간 종의 기원을 반박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데 심취하리라.
그는 이 즐거운 휴식 동안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하였다.
“아버지! 그러면 저도 이마가 커지나요?”
“아마 그럴 것 같구나 윌리엄. 학식을 많이 쌓은 사람이 이마가 커지면 중후한 멋이 생겨난단다. 마치 나처럼 말이야.”
점심식사를 마친 다윈은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종의 기원 이후의 진화론을 함께 연구할 학자들을 생각하였다. 특히 토머스 헉슬리는 많은 도움을 준 다음 자신을 계속 지지하기로 했다.
반면 다윈을 비글호 여행에 승선시킨 로버트 피츠로이 함장은 저주와 분노를 담은 다섯 통의 편지를 보냈다.
다윈은 이 사실을 떠올리고 못내 아쉬운 듯이 중얼거렸다.
“참 딱하기도 하지. 독실한 신자인 사람이 배에 나를 태웠다는 이유 하나로 수많은 목사들의 공격을 받을 줄이야.”
그동안 쌓인 편지를 확인한 다윈은 휴식을 즐기며 잿빛의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잠시간의 행복은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해 깨어졌다.
“찰스 다윈 있소? 이야기할 것이 있어 찾아왔소!”
다윈은 정체불명의 방문객이 누구일까 고민하였다. 과학자들 중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론과 논리를 갈고 닦기 위하여 철저히 연구하고 있으리라.
혹시나 진화론을 신봉하는 젊은이들이 방문했을 수도 있었다.
다윈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려고 대문을 열며 말하였다.
“어디에서 오신 누구신지요?”
다윈 앞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노인과 장년의 남성 그리고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였다.
“나는 가톨릭 런던 지역 교구장인 토머스 윌시 주교요. 이쪽은 성공회 주교인 사무엘 윌버포스,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은 개신교 목회자들이요.”
허리가 꼬부라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토머스 윌시 주교는 눈에서 불을 뿜으며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 찰스 다윈을 노려보았다.
사무엘 윌버포스는 아예 며칠 밤을 지새운 듯이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분노로 시선조차 관리하지 못하고 콧김을 뿜었다. 다른 목사들은 손을 쥐락펴락하면서 멱살을 움켜쥐려 하였다.
“이 발칙한 놈이…….”
“아담과 하와의 자손이 아닌 원숭이의 자손?”
찰스 다윈은 뒤로 도망치려 하다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고 억지로 배에 힘을 주었다.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이 종교인들이 그토록 바라고 또 바라던 대답을 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저와 종의 기원에 관련된 논의를 하러 방문하신 것 같군요.”
“마침 잘되었소. 집 안에 논의를 할 수 있는 별실이 있소?”
“조금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근처의 클럽에 가서 방을 빌리기로 하지요.”
심약하고 소극적인 성격의 다윈은 클럽의 한 방을 임대하였다. 이후 분노에 가득한 종교인들에 의해 네 시간 내내 과학이 아닌 종교를 기반으로 한 언어폭력을 두드려 맞았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을 토론장에서 달성한 이후 본래의 심약한 성격으로 돌아왔다. 예전이라면 당당하게 받아칠 수 있는 일방적인 언어폭력에도 제대로 답변조차 못 하였다.
종교인들의 목이 쉬고 입술이 부르틀 무렵 그는 새하얗게 질린 채 가까스로 풀려날 수 있었다.
다음 날, 샤워를 마친 다윈은 배수구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러다가 머리가 다 사라지는 거 아니야?”
극도의 스트레스로 한 줌이나 되는 머리카락이 다윈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미 토론에서 상당히 많이 사라진 모근은 언쟁으로 더더욱 빠르게 사멸되었다.
다윈은 최대한 태연한 척 마음을 가다듬고 아침을 즐겼다. 하녀가 만든 팬케이크와 커피를 가족과 함께 먹은 다윈은 방금 전 배달된 신문기사를 보며 마음을 정리하려 하였다.
“아빠! 신문에 아빠 얼굴 나왔어!”
“내가 나왔다고? 어떻게 나왔나 볼까?”
“얼굴은 아빠인데 몸은 원숭이야!”
메리 다윈이 가져온 신문 1면에는 다윈을 조롱하기 위한 삽화가 실려 있었다.
다윈은 원숭이의 몸을 지닌 채 흑인으로 보이는 시커먼 손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양손을 치켜들었다. 더군다나 발아래에는 찢긴 성경과 철저히 부서진 십자가가 있었다.
다윈은 대한제국에서도 준수하던 티타임을 잊어버린 채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제 미처 다 하지 못한 언쟁을 다시 하러 왔소!”
다윈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심지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언쟁이 계속될 것이라 한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시련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