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80화 (180/345)

180화

16장 6화 인의(仁義)

순조는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나름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정확히는 신경을 쓰되 이들이 정확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풍부한 ‘지원’이 내려왔다.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정착시키는 카를 마르크스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못해 복장이 터지는 지원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건 뭔 콩을 키워서 식량으로 쓰라고 하나.”

“뿌리가 생겨난 콩이면 머리만 떼어먹으면 되니 괜찮지요. 이건 또 뭡니까?”

“이걸 나물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대충 삶아서 먹어볼까?”

양력 2월 말의 만주는 차디찬 바람이 몰아치는 장소이다. 당연히 산천초목은 차디찬 바람에 메말라 있으며 싱그러운 채소의 맛이 가장 그리울 시기였다.

그러니 덮어놓고 겨우내 저장된 말린 나물들을 지원해 주었다.

아일랜드 사람은 물론 마르크스도 나물을 먹을 방법을 몰라 대충 수프를 끓여 먹거나 볶아서 먹었다. 모두가 그 끔찍한 맛에 역겨워하였다.

“차라리 보리와 해초를 삶아서 내온 음식이 나을 것 같은데.”

마르크스는 나름 머리를 굴려 말린 시래기나물로 죽을 끓여 먹으려 하였다. 당연히 아무도 먹을 수 없었고 이 시래기죽은 소 사료가 되었다.

“어이구 이보시오, 이 친구들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새로운 이주민이 잘 정착하나 지켜보던 대한제국 사람들은 혀를 차며 시래기죽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마을에서 몰려든 아낙들이 이들에게 제대로 된 나물 요리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 양반들 간장도 된장도 입에 댈 수 없으니 참기름도 못 넣겠고.”

“그럼 땅콩기름에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되려나? 마늘도 많이 넣으면 안 되겠지?”

장기 보존을 위해 한 번 삶고 말려 뻣뻣한 나물들이 어느새 대한제국 기준으로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되었다.

아낙들은 마늘 두 주먹을 대야에 넣고 버무리며 말하였다.

“마늘은 아주 조금만 넣자고. 요리 다 되었으니 어서 오시오!”

나물 무침을 쳐다보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를 포크로 찍어 입안에 넣었다. 지나칠 정도로 마늘의 향과 맛이 강하나 이 정도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이 친구들 잘 먹네?”

“대기근에 시달리다 이주한 사람들이라잖아. 옛날 산속 생활을 생각하니 눈물이 다 나네.”

어느새 아일랜드 이주민들은 각종 요리 방법, 농사 방법 그리고 각종 필요한 물건을 얻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 광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평가하였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지원만 한 줄 알았는데 머리를 잘 쓰는군.”

마르크스가 보기에 순조는 영민한 군주였다. 대한제국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려 생활 방법을 가르치게 하면 일이 편해지나 서로 화합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이 상황은 대한제국 사람들이 아일랜드 이주민의 행동을 불쌍히 여겨 스스로 나서게 하였다. 약간의 고생 끝에 서로 다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화합하였으니 좋은 일이다.

심지어 배움이 빠른 사람들은 고작 한 달 만에 한국어를 배워 더듬더듬 말할 수 있었다.

마침내 작물 파종이 시작될 무렵. 카를 마르크스는 순조를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

“대한제국의 태상황 폐하께서 저희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신 덕분에 정착이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 외에는 드릴 것이 없습니다.”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는데 뭘 감사하다고 하나.”

마르크스가 방문할 무렵, 순조는 조선의 왕이었던 기억을 되살려 활을 연습하고 있었다.

흐르는 땀을 닦은 순조는 다시 활을 들고 화살을 재며 말하였다.

“자네는 조만간 아일랜드로 돌아갈 것이라 하였네. 혹여나 필요한 것이 있는가?”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이 나라를 통치한 이념을 알고 싶습니다.”

“이념이라? 나는 나라를 인의(仁義)로 통치하려 하였으나 힘에 부쳤지.”

퓽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가고 과녁 근처의 땅에 박혔다. 혀를 찬 순조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으나 마르크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활자 중독 기질이 있는 마르크스는 이미 이하응의 추천대로 사서삼경을 독파하였다. 고리타분한 과거의 기록이며 그가 제창하는 유물론(唯物論)에서 인의는 아무 감흥이 없는 단어였다.

유물론에서 역사가 발전하는 원동력,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오로지 물질에 기반을 둔 생산으로 발전한다.

유학이라는 학문은 이러한 모순 과정에서 태동한 학문이자 이제는 적용할 수 없는 구시대의 학문이라 여기고 아무런 감상도 느끼지 않았다.

다시 화살이 날아가고 순조의 말이 이어졌다.

“서북지방의 난으로 인하여 내 인의는 땅에 떨어졌으나 금상(今上)이 이를 수복하였지. 나라를 물질이 아닌 인의로 이끌고 있으니 내가 황위에 오르지 아니한 것이야.”

“물질이 아닌 인의라 하셨습니까?”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 나라에서 이문을 챙기는 이들은 모두 인의를 가슴 속에 품고 행동한다네. 그리 하도록 틀을 짜두었지.”

마르크스의 의문은 더욱 증폭되었다. 계급투쟁과 이로 인한 발전의 역사 속에서 인의는 그저 권고 사항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니 다시금 질문을 하였다.

“인의라는 것이 이 나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궁금합니다.”

“직접 보면 될 것 같군. 그나저나 자네에 대한 신상을 알아보았는데 신문 기자라 하였지?”

카를 마르크스는 젊은 시절 법학으로 학문을 시작하여 철학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고작 24세에 철학 박사 학위를 획득하고 이후 프로이센의 소규모 신문사 <라인 신문>에 취직했다.

이후 편집장으로 승진하여 라인 신문을 고작 1년 만에 대형 신문사로 성장시키고 프로이센 정부의 눈에 띄어 1년 3개월 만에 폐간당했다.

마르크스는 손사래를 치며 말하였다.

“그저 작은 신문의 편집장을 역임하였습니다. 보잘것없는 예전의 추억이지요.”

“그럼 더 좋군. 이번 기회에 구주의 신문사에 취재 기사를 내놓도록 하게.”

활을 다 쏜 순조는 다시 땀을 닦으며 손짓을 하였다. 카를 마르크스가 그토록 바라던 후원금이 순조의 손에서 전해졌다.

“이 나라의 소식을 알리도록 하게. 아예 한성 신보(漢城新報)에 기사를 내놓아도 좋고.”

“후원금이 뭐 이리 많습니까? 이만 냥이나 되다니 이 어찌…….”

“그 정도는 되어야 취재비로 쓸 만하지 않겠나?”

카를 마르크스가 3개월 동안 낭비한 돈과 대등한 액수가 순조에게서 전해졌다. 순조는 아직도 수염을 깎지 않아 덥수룩한 그의 얼굴을 보며 호를 지어주었다.

“자네의 수염이 참 마음에 드는군. 호를 곡염(曲髥 - 구부러진 수염)이라 지어줄 것이니 이를 알리도록 하게. 아마 어지간해서는 취재를 허용할 거야.”

카를 마르크스의 호가 지어졌다. 그는 자신의 몸에 털이 많고 머리카락과 수염 모두가 곱슬곱슬한 모습이니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 생각하였다.

* * *

아일랜드 이주민들의 정착 과정을 지원한 마르크스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자신을 머나먼 극동의 실상을 알려주는 특파원이라 생각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탐문과 취재에 들어갔다.

개중에 가장 눈여겨본 곳은 공장이었다. 거주지 인근의 공장에 방문하여 취재를 요청하니 공장장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광고를 할 생각이었어. 공짜로 영길리에 우리 공장의 물건을 알릴 수 있다니 얼마나 보람찬 일인가.”

“그게 광고일지 비판일지는 기사를 작성해야 알 수 있습니다.”

“내 공장에 비판받을 점이 있다고? 농담 한번 잘하는군.”

마르크스와 악수를 나눈 공장장은 아예 공장을 직접 안내하였다.

영국에서 생활하며 수없이 많이 보아왔단 평범한 직조공장을 떠올린 마르크스는 공장 내부를 확인하고 감탄하였다.

“숨쉬기가 편하군요?”

“뭐라 했나! 안 들려!”

거대한 공장에는 수많은 직조기가 굉음을 내며 가동되었다. 본래 영국의 공장은 면이 가공되며 뿜어지는 섬유가 희뿌연 먼지처럼 날아다녔다.

반면 대한제국의 공장은 사람 상반신 크기의 환풍기가 가동되고 곳곳에 전구가 설치되었다.

여기에 공장 면적을 널찍하게 두고 사방에 거적을 널어두었다. 기계가 일으키는 소음 또한 영국의 공장보다는 덜하였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차이점을 살피다 가장 큰 차이점을 확인하였다.

“노동자들이 아주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군요!”

“이제야 좀 들리는군! 그야 하루 노동시간이 일곱 시간이니 당연하지!”

“일곱 시간이요?”

영국의 노동법은 몇 차례 수정되어 노동자들이 총 10시간 근무하고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9시간을 일하였다.

물론 이 노동법이 지켜지는 곳은 도시 일대였다. 이런 촌구석의 공장으로 내려가면 하루 12시간 노동도 흔하였다. 벌금이 수십 파운드에 불과하여 불법 노동으로 벌금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많은 공장에서 불법을 저질렀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 공장장이 부르주아 중에 희귀한 양심 있는 사람이거나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였다.

반면 회중시계를 확인한 공장장은 구석으로 달려가 종을 울렸다.

“휴식! 휴식시간이오!”

“아이고 귀청 끊어지는 줄 알았네!”

썰물처럼 빠지는 근로자들은 팔다리의 토시를 주머니에 넣고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한 뒤에 햇볕을 쬐며 약과와 보리차를 마셨다.

근로자들은 마르크스가 다가가자 눈을 비비며 누구인지 확인하다 화들짝 놀라며 말하였다.

“어이쿠 깜짝이야! 댁 혹시 불란서 사람이오?”

“프로이센 사람입니다.”

“프로이센 사람은 털이 이렇게 많은가?”

“제가 아주 많은 편이기는 합니다. 실례지만 여쭈어볼 것이 있습니다. 공장 노동에서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카를 마르크스는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근로자들은 마침 할 말이 많은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하였다.

“일단 공기가 너무 탁해서 폐가 상하는 것 같더군.”

“나는 한양에서부터 구 년째 일했는데 소음이 너무 심해서 가는귀가 먹었어.”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니 허리도 아프고.”

“거기다가 공장 청소는 석 달에 한 번밖에 안 하잖아?”

“다른 걸 다 떠나서 아침 다섯 시부터 일해서 점심에 일을 끝내는 게 말이나 되나? 우리가 닭보다 빨리 일어난다고!”

카를 마르크스의 목구멍에서 ‘천국에서 일하면서 불만도 많으시네!’ 라는 말이 올라오려다가 다시 쑥 가라앉았다.

2교대 노동을 제외하면 영국과 비교할 수 없이 환경이 좋았다. 공기는 환풍기를 사용해 상대적으로 청결하게 유지한다. 기본적인 노동시간이 짧으니 몸이 손상될 이유도 없다. 또한 영국의 공장은 쥐가 들끓어도 1년에 1회를 청소한다.

근로 시간이 7시간에 불과해 모두 건강하였으며 특히 청각이 가장 큰 차이이다. 이 시대의 공장 근로자는 청각이 손상되어 가는귀가 먹으면 양호한 수준이다. 심지어 옆 사람이 사고를 당해 비명을 질러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마르크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임 근로자에게 물어보았다.

“혹시나 거적을 널어놓고 나서 소음이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거 눈치 한번 빠르군. 듣자 하니 국립이학대학인가 어디의 박사 양반이 벽과 천장에 거적을 달아두자 하였네. 거적이 소리를 흡수한다던가?”

“그래 보았자 울리는 소리가 줄어들 뿐이잖아. 기계 숫자를 줄여야지.”

“맞는 말이야. 기계 간격을 크게 두어야 소음이 줄어들지.”

카를 마르크스는 뒤통수를 맞은 것같이 멍한 시선으로 근로자들과 공장을 번갈아가며 확인하였다. 그는 한때 대한제국의 노동자는 행복한 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런 생각은 노동법을 무시하는 영국 지방의 공장을 시찰하고 사라졌다. 대한제국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지방의 공장 대다수가 법을 지키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반면 만주의 흔한 공장을 확인하고 진정 행복한 생활을 하는 이들을 보게 되었다.

카를 마르크스는 비결을 확인하기 위해 업무시간이 끝날 때까지 공장을 취재하고 공장장에게 질문을 하였다.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근로자들을 착취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없어. 아예 없으니 더 이상 같은 주제로 물어보지 말게.”

“그러하면 아예 생각조차 안 하신 이유가 뭡니까?”

공장장은 허탈한 듯이 한숨을 쉬고 카를 마르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공장 계약 관련 제반 사항을 보여주며 말하였다.

“우리 공장의 세금은 사 할에 달하네.”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 세금이면 공장 운영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대신에 법을 준수하고 시찰에 협조하면 절반을 돌려주지. 한 번의 실수면 몰라도 세 번 법을 어기면 세금을 사 할 그대로 내고 다섯 번을 어기면 공장 면허가 취소된다네.”

“벌금을 내는 것이 아니고 면허를 아예 취소한다? 더욱 말이 안 되는데요.”

카를 마르크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공장을 찾아갔으나 설비나 공장 구조의 차이가 전부일 뿐 대부분 법을 준수하였다.

다음으로 확인하려 한 것은 아동 노동자였다. 이 시대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시기이며 아동 노동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영국에서는 어린이들이 하루 아홉 시간을 일하는데 여기서는 네 시간에 불과하다고?”

영국의 아이들은 쥐가 들끓고 각종 쓰레기와 오물이 쌓인 지하통로로 기어들어 갔다. 14개월에 한 번 청소하는 공장이라 위생은 끔찍한 수준이며 인화 방지를 위해 촛불도 켤 수 없었다.

당연히 한 번 지하통로에 기어들어 가면 몇 시간이고 웅크려 시꺼먼 윤활유와 오물로 범벅이 되었다. 여기에 조명이 없어서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는 일이 흔했다.

반면 대한제국의 아이들은 먼지가 쌓인 통로에서 걸어 다니며 일하였다. 이 아이들은 모자에 건전지를 활용한 손전등을 장착하고 밝은 빛에 의지해 느긋하게 기계를 손보았다.

영국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손가락 한두 개 정도는 사라졌으나 대한제국의 아이들은 손가락이 대부분 멀쩡하였다.

더 가관인 것은 이들의 교대 과정이었다.

“오늘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배움이 빠르구나. 다음 훈장으로 올 사람은 엄한 사람이니 각별히 조심하여라.”

퇴직 관료들은 공장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평상시에는 아이들과 배움을 원하는 이들을 위하여 학교를 열었다.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공장에 오고 교대 근무를 하며 학문을 배웠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며 퇴직 관료들은 공장을 정기적으로 시찰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당연히 이들이 부패하거나 뇌물을 먹고 공장의 비리를 눈감아 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런 마르크스의 염려와 달리 퇴직 관료의 대답은 간단하였다.

“내가 뇌물을 먹어? 고작 여섯 달을 일하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데 공장장이 뇌물을 일 년에 두 번이나 먹이라는 소리인가?”

“그래도 부패한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없다고는 말을 못 하나 적발되면 그 집안사람들은 몇 년 동안 위신이 땅에 떨어질 거야. 다 같이 퇴직하고 사람을 가르치는데 나 혼자 편하자고 뇌물을 받다니 말이나 되는가.”

태연하게 말한 퇴직 관료는 마르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편히 쉬고 있는 근로자 중 한 명을 지목하였다. 그러고는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저기 뒤에서 세 번째 친구 보이지? 저 친구가 조정에서 보낸 사람일세.”

“네? 조정에서 사람을 보내요?”

“간혹 비리를 저지른 공장이 적발되지 않겠나. 판결을 내린 다음 근로자들 중 총명한 이들 몇 명을 포섭하여 조정의 사람으로 심어두지.”

기차 노선이 뚫리고 각지의 사람들이 오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개중에는 한양이나 심지어 저 머나먼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 숙련공을 포섭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퇴직 관리는 카를 마르크스를 지그시 바라보고는 말하였다.

“이제야 알겠는가? 조정과 황제폐하께서는 여기저기에 눈을 두고 계시네.”

“저들에게 명령을 어떻게 하달합니까? 그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전신국의 직원들이 여러 정보를 입수하는 수족으로 일하고 있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다시 아이들이 몰려오고 수업이 재개되었다. 이제는 주변 농가의 아이들도 수업에 참가하여 교실이 미어터질 것 같이 아이들이 몰려왔다.

“이것이 진정한 인의란 말인가.”

카를 마르크스는 멍하니 기사를 작성하였다. 고리타분한 옛 사상이자 모든 좋은 말을 대충 뭉뚱그린 인의라는 단어는 실제로 대한제국 전반에 퍼져 있었다.

사람으로서 실천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강요하지 않고 권장하는 법 제도. 이를 준수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 사회상. 그리고 모두에게 배려와 혜택을 아끼지 않는 지배자가 있었다.

카를 마르크스는 후일 이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계급 투쟁을 위해 필요한 조직은 인터내셔널이다. 만에 하나라도 인터내셔널을 막을 것이 있다면 인의라는 사상이다.] 라고.

아일랜드 이주민들의 정착이 끝나갈 무렵에도 취재는 계속되었다.

그는 농촌과 어촌을 거쳐 각 지방 도시를 거쳐 마침내 대한제국의 수도 한양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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