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73화 (173/345)

173화

15장 11화 사후(死後) 처리

기병 돌입 이후 지휘권을 물려받은 장 세실은 해병대를 앞세워 진격을 시작하였다. 위대한 나폴레옹 3세의 돌격에 고양된 시민군은 모조리 전선으로 뛰어들어 적을 격멸하였다.

이 와중에도 나폴레옹 3세의 돌격은 계속되었다. 사실상 돌격이 아닌 술에 취한 사람이 갈 지(之) 자로 걸어가듯 허우적거리는 몸부림에 불과하였다.

마침내 적진 입구까지 돌입한 장 세실과 역돌격으로 본진으로 돌아온 나폴레옹 3세가 마주쳤다. 장 세실은 나폴레옹 3세의 몰골을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괜찮으십니까? 대체 뭔 일을 겪으셨습니까?”

“뭐라 말하고…… 아으억!”

나폴레옹 3세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온몸은 흙투성이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심지어 든든한 흉갑은 탄환 두 발을 맞아 찌그러졌다.

기병도를 마구 휘두른 손목뼈가 어긋나 퉁퉁 부어버렸고 그가 타고 다니던 말은 아편 중독자들이 휘두른 병기에 자잘한 상처가 생겨났다.

여기에 흥분 작용으로 인하여 멋대로 돌격한 대가를 치르기 시작하였다. 나폴레옹 3세는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관절이 삐거덕거리는 고통을 느끼며 몸을 움츠렸다.

그는 말에서 가까스로 내려 주변을 돌아보고 대차게 구토를 시작하였다. 지나친 흥분이 사라지자 위액과 빈랑 열매 과즙이 섞인 액체가 역류하였다.

“웨에에에에에에엑!”

핏물과 같은 시뻘건 구토를 장 세실이 발로 대충 덮었다. 나폴레옹 3세는 주변을 돌아보고 창백한 얼굴로 장 세실을 쳐다보았다.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데 없으십니까?”

“뭐라 말하는지 안 들려! 안 들린다고! 이 소리는 뭐야!”

다행인 점은 근처에서 터진 유산탄으로 청각이 일시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심약한 정신을 감안하면 전장의 소음을 듣고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였으리라.

심각한 이명(耳鳴)을 호소하며 귀를 감싸 쥔 나폴레옹 3세는 다시 구토를 시작하였다. 나폴레옹 3세의 기병도를 확인한 장 세실은 주변에 뒹구는 시체를 찍어 칼날에 피를 묻혔다.

“참 대단하군. 그렇게나 적진을 휘젓고 다녔는데 기병도에 핏자국이 하나도 없다니.”

그는 나폴레옹 3세가 최소한 적에게 상처를 입히면 제대로 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이 작업을 마치자 장교들이 나폴레옹 3세에게 몰려들었다.

“샤를 루이 보나파르트 외교관님! 괜찮으십니까!”

워털루 전투에서 참전하였던 늙은 장교들이 모조리 몰려들어 나폴레옹 3세를 확인하였다.

“온몸이 만신창이라니! 뮈라 원수와 함께 돌격한 병사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황제폐하! 하늘에서 보고 계십니까! 황제폐하께서 보우하셔서 이런 위대한 돌격을 감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기적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사기 진작을 위해 나폴레옹 3세의 끔찍한 전술을 추켜세우려 안간힘을 썼다. 나폴레옹 3세의 돌격은 군사학적 비극이나 이를 대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반면 평범한 병사들 입장에서는 기적의 현신이자 나폴레옹의 재림이었다. 멀리서 관망만 하던 베트남 지방군조차 이 위대한 돌격을 확인하고 멋대로 진격하여 힘을 보태려 하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 3세는 고통과 피로로 정신을 놓기 시작하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장 세실을 바라보며 부탁을 하였다.

“너무 피곤해, 다음 전투는 알아서.”

“물론입니다! 앞으로의 작전권은 저 장 바티스트 세실이 담당하겠습니다!”

6,000여 명의 반란군 가운데 포로는 절반에 불과하였다. 나머지는 도주하거나 아예 화풀이 신세로 총검에 찔려 죽어 나갔다.

“다들 그만! 전장을 정리하고 부상병을 수습하라!”

“제독께서는 나서지 마시오!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보나파르트요!”

기적적인 돌격을 보여준 나폴레옹 3세는 병사들의 우상이 되었다. 심지어 구원을 받은 고무나무 농장의 외인부대도 샤를 루이 나폴레옹을 연호하였다.

“나팔륜 천세!”

“나팔륜 장군 천세!”

대한제국 출신 노동자들도 여기에 합류하였다. 장 세실은 어쩔 수 없이 혼절하여 의사의 진료를 받는 나폴레옹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보나파르트 대사께서는 돌격 과정에서 지나치게 무리하셔서 기절하였다. 인근 토목공사 현장으로 후송하여 전후 정리와 포로 수용 작업을 병행하며 깨어나시기를 기다리도록.”

장 세실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지휘권을 양도받을 생각을 품었다. 반대로 시민군은 다시 세상에 나타난 보나파르트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해병대, 시민군, 외인부대 생존자 그리고 베트남군은 토목공사현장에 도달하였다. 반란에 참여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고 있던 쿨리들이 달려 나와 사죄의 말을 늘어놓았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당시의 기세가 흉험하기 이를 데 없어 은혜를 저버렸습니다!”

“그렇다 해도 대한제국의 사람들을 보호하느라 사력을 다하였습니다!”

“이 개놈의 새끼들아! 그러면 뜯어말렸어야지!”

전투가 끝나고 분노가 밀려온 시민군이 총검을 들어 이들을 찔러 죽이려 하였다. 장 세실은 손을 들어 이를 제지하고 아직 남은 아편덩어리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사과하였으니 명령에 잘 따라주게. 그럼 아편 한 대 피워보지 않겠나?”

“아편이라 하셨습니까?”

“우리는 안 피우는 물건이라서. 강요는 아니고 마음대로 피우도록 하게.”

쿨리들 가운데 아편 중독을 끊지 못하고 달려드는 이들이 생겨났다. 반면 다른 부류는 덜덜 떨리는 손을 움켜쥔 채 아편을 거부하였다.

다시 아편 연기가 피어오르자 장 세실의 인내심이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장교들에게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아편 피운 놈들은 모조리 후방으로 이송해서 감금해. 참은 놈들은 협력자로 분류하고.”

“네? 협력자를 자처하였는데요?”

“아편을 피우지 않은 청나라 사람은 용맹한 병사이다. 반면 아편을 피운 놈들은 돼지새끼들이다. 이 사실을 명심하도록.”

전투가 끝나고 4시간이 지났다. 포로를 구석으로 분류하고 아편을 끊지 못한 이들을 중독자로 분류하여 후방으로 이송할 준비를 마쳤다.

마침내 의사의 치료를 받던 나폴레옹 3세가 비명을 지르며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는 사지를 바들바들 떨면서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대체 뭔 일을 한 거요? 전투에서 벌어진 일이 꿈결 같아서…….”

“보나파르트께서 깨어나셨다! 나폴레옹 만세! 보나파르트 만세!”

“나폴레옹 만세! 보나파르트 만세!”

흥분과 고양 속에서 저지른 행동이 나폴레옹 3세의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차근차근 기억을 떠올린 그는 전장의 폭음과 공포, 그리고 비명을 되새기며 공포에 사로잡혔다.

“보나파르트 대사님! 반역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습니까?”

“기요틴을 만듭시다! 기요틴으로 놈들의 모가지를 다 베어버립시다!”

나폴레옹 3세는 손을 덜덜 떨며 자신의 기병도를 꺼냈다. 멋도 모르고 휘두른 기병도에는 자신이 아닌 장 세실이 묻힌 시뻘건 핏물이 묻어 있었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칼을 본 시민군이 열화와 같은 함성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더더욱 과격한 행위를 요구하였다.

“보나파르트께서 칼을 보여주셨다! 놈들을 찢어 죽여라!”

“외인부대 병사를 찢어 죽인 놈을 천 갈래로 찢어라!”

“반역자들에게 자비로운 죽음은 필요 없다! 놈들을 산채로 불태워라!”

“방데를 기억하라! 놈들을 모조리 익사시켜라!”

장 세실의 기대와 달리 나폴레옹 3세는 자신이 사람을 칼로 찔렀음을 알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직 청각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대화도 드문드문 들려왔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프랑스인의 광기였다. 그동안 가면을 쓰고 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들은 배신과 폭력행위에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만! 다들 그만! 칼을 쓰지 마라!”

그의 마지막 명령은 포로에 대한 학살 금지였다. 적당한 장소를 찾던 나폴레옹 3세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 직후, 온몸의 근육과 관절이 요동치며 다시 고통이 엄습하였다. 그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공사현장 귀퉁이를 가리켰다.

“저기 구덩이에 포로를 보관! 아으억!”

“보나파르트 대사님! 대사님!”

다시 고통이 치밀어 오른 나폴레옹 3세가 눈을 까뒤집고 경련을 일으키자 장 세실이 이를 부축하였다. 의사가 진통제로 모르핀을 주사하였고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대사의 부상이 심각하다. 그러니 지금부터 작전권은 본 제독이 담당하겠다.”

“작전권을 가진다 하여도 마지막 명령은 이행해야 합니다.”

시민군과 장 세실 사이의 기 싸움이 벌어졌다. 분노와 광기에 사로잡힌 시민군의 눈빛을 확인한 장 세실은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쉬고 말하였다.

“알아서 이행하도록. 구덩이에 포로를 보관하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한 장 세실은 자신이 이 오명을 덮어쓰기로 하였다. 그는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인이 과거에 어떤 행위를 하였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토목 공사현장에는 깊은 구덩이가 제법 많이 있었다. 땅을 파내 제방을 쌓고 범람을 대비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장소였다.

포로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지 못하고 구덩이 안으로 순순히 들어갔다. 모든 포로가 들어가자 방데 학살에 관여하였던 50대 남성이 삽을 들고 말하였다.

“보나파르트께서 옳은 말을 하셨지. 구덩이가 많은데 칼을 왜 쓰나?”

“참으로 현명하신 분이라니까. 우리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할 명령을 내려주시다니.”

잠시 뒤. 시민군은 땀에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삽을 내려놓았다. 포로들이 들어간 거대한 구덩이는 어느새 흙으로 메워져 있었다.

간혹 흙이 꿈틀거리는 곳에는 더 많은 흙이 부어졌다. 이 위를 지나가면서 발로 다진 시민군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자신들의 대처를 정당하다고 말하였다.

“그래! 이게 합당한 처벌 아닌가?”

“효율도 좋고 본보기도 되고!”

“짐승 이하의 버러지들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당한 처벌이라니까!”

대한제국 기술자도, 인부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질겁하였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동맹이자 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프랑스의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저건 백기(白起) 아닌가…….”

“저렇게 끔찍한 행위를 하다니. 불란서는 대체 무슨 나라인가.”

“내 살아생전 장평대전의 재현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네.”

프랑스의 대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한제국 사람들마저 이 끔찍한 행위에 질겁하였다. 이 행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이들이 있었으니 베트남 병사들이었다.

“반란군을 토벌하라! 놈들을 토벌하지 않으면 불란서의 본군이 올 거다!”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를 백기처럼 파묻어 버릴 거다! 서둘러 이 소식을 알려라!”

베트남 지방군은 전후 과정을 생략하고 무조건적으로 프랑스에 충성하였다. 다섯 배에 달하는 반란군을 격퇴하고 산 채로 묻어버린 프랑스 군대를 이들은 한 문장으로 축약하였다.

[이천 년을 거슬러 올라온 백기의 군대]

베트남 황제 소치제가 혼수상태로 가늘게 숨을 이어가는 가운데 수많은 목숨이 땅속에서 사라져 갔다. 4월 29일, 마지막 전투에서 사로잡힌 소조귀는 공포에 떨면서 죽음을 구걸하였다.

“그냥 죽여라! 나를 산 채로 파묻지 말고 그냥 죽이라고!”

“산 채로 파묻어? 네놈은 노트르담 대성당 앞의 다미앵(루이 15세의 암살 미수범)이 동정할 정도로 끔찍하게 처형해 주마. 하노이로 이송해!”

나폴레옹 3세는 자신의 명령이 왜곡된 것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져 방 안에 틀어박혔다. 시민군은 이 모습을 자신들에게 처벌을 일임하였다 생각하고 더더욱 광기에 사로잡혔다.

5월 1일 거행된 처형식을 확인한 하노이의 시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후 수많은 기요틴이 하노이에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 * *

효명제는 프랑스의 구원 요청에 응해 서둘러 병사를 파견하였다.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동맹국 병사의 구원 겸 사태 수습을 위하여 외교관인 내가 함께 파견되었다.

제물포에서 출발한 열 척의 선박과 이천여 명의 병사는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긴급 파견된 도성 수비군이었다.

여기에 내 요청으로 꼭 필요한 일준이가 같이 배를 타고 내려갔다.

“왜 내가 같이 가야 하는데? 내가 있으면 불타던 고무나무 농장의 불이 꺼지기라도 하나?”

일준이는 상황 파악을 못 하고 그 커다란 몸을 과장되게 허우적거리며 나에게 따지고 들었다. 녀석에게 설명을 제대로 못 하였으니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네가 필요한 시점은 프랑스가 사태를 수습했을 경우야.”

“사태를 수습했는데 내가 왜 필요해? 반란군이 다 죽었습니다. 끝!”

“너 프랑스에서 이 년 넘게 일해봤잖아. 프랑스가 어떤 민족이냐?”

일준이는 골똘히 생각하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입학식 때 선배님들이 계속 달려들던 일이 생각나네.”

“그게 프랑스의 본성이다. 사실 본성도 아니고 네가 귀족이라서 어느 정도 봐준 거야.”

일준이가 평민이라면 칼로 찔러 죽이고도 남았을 거다. 녀석이 질린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하여서 내가 설명을 계속해 주었다.

“지금까지 프랑스는 자존심이 계속 충족되고 플랜테이션이 효과를 보면서 착한 척을 했던 거야. 그 자존심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잖아.”

“생각해 보니 내가 자존심을 긁자마자 이성을 잃어버렸지. 그럼 이번 반란으로 프랑스의 본성이 드러나면 어떻게 되는데?”

“아마 이번 반란에 직접 가담한 놈들은 모조리 생매장이나 익사 혹은 분사(焚死 - 불타죽음)를 할걸? 간접 가담자는 기요틴 행이고. 아예 베트남 정부와 군대까지 책임을 묻겠지.”

책임을 물을 거라며 돌려 말했지만 이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다는 말이다.

일준이는 사태를 파악하고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하였다.

“내가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때 벌어졌던 일 때문에 지금도 악몽을 꾸는데.”

“그나마 명예 프랑스인인 네가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내가 외교적으로 떡밥을 던지면 설득의 가능성은 있어. 이마저도 희망 사항이고.”

결국 이번 일이 어떤 구도로 흘러가던 끔찍한 결말만이 남아 있다.

반란군이 승리하면 농장이 모조리 불타버리고 우리 대한제국군이 뒷수습을 해야 한다. 당연히 콜라는커녕 고무 수입조차 막혀 버리리라.

서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면 조금 나은 형편이다. 어떻게든 프랑스를 다독여 미친 짓을 금지하고 최대한 온건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가 승리하면 반란군은 모두 끔찍하게 학살당한다. 여기에 주도권을 잡은 프랑스가 베트남에 대놓고 개입하며 괴뢰 국가로 만들 것이다.

“잘못하면 동남아 전체가 프랑스의 손아귀에 들어갈 거다. 그러니 우리가 막아야지.”

내가 이걸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졸지에 터진 반란으로 프랑스의 본성이 드러나면 대한제국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못해 수많은 외교 분쟁이 터질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할 생각으로 독촉하였다.

결국 예정보다 빠른 5월 3일, 반란이 일어난 하노이의 하류 홍 강 삼각주에 도달하였다.

“대한제국에 죄송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보나파르트 대사께서 친히 군을 지휘하여 사태를 수습하였습니다. 완벽한 승전입니다!”

우리의 방문을 장 바티스트 세실 제독 휘하의 선장이 맞이하였다. 나폴레옹 3세가 군을 지휘하였다는 말도 안 되는 소식과 완벽한 승전이라는 단어가 함께 들려왔다.

“보나파르트 대사께서 사태를 수습하셨다니요?”

“신묘한 기병 돌격과 이어지는 깔끔한 전후 처리로 반란군을 모조리 격멸하였습니다.”

나폴레옹 3세가 군사적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여섯 살 꼬맹이다. 솔직히 여섯 살 꼬맹이도 전쟁놀이를 몇 번 해 보았으면 나폴레옹 3세보다는 잘 싸울 것 같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사실을 알려준 군관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점차 불길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오르는데 일준이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저기 물결 타고 내려오는 물건 사람 몸뚱이 아니냐?”

“망할.”

홍 강의 물결을 타고 머리가 없는 시신이 수십 구나 떠밀려오고 있었다.

이미 프랑스는 대규모 처형을 실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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