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70화 (170/345)

170화

15장 9화 아편 반란(1)

수에즈 운하 준공계획을 세운 영국과 프랑스는 쿨리를 구매하여 수에즈에 파견할 준비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양국의 정책은 극명하게 갈렸다.

영국은 지난 6개월 동안 4만여 명의 쿨리를 인도 식민지에 두고 관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이 관리가 순탄히 이루어졌다.

반면 프랑스는 5만여 명의 쿨리를 구매하였다. 베트남의 응우옌 왕조에 요청하여 이들의 숙소를 마련하며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번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한 프랑스는 장 바티스트 세실 중장을 파견하였다. 그는 자신의 함대로 운반된 쿨리들이 항구에 내리는 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사람은 사람답게 대접해야지. 영국은 쿨리를 짐승으로 취급하는데 양심은 있나 모르겠어.”

그는 쿨리에게 배급할 쌀을 구매하러 벵골까지 다녀온 적이 있었다. 영국은 쿨리를 사람이 아닌 미국의 흑인 노예 이하의 짐승으로 관리하였다.

급료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10년 무보수 노동 계약이 기본이었다. 들개조차 거를 수준의 끔찍한 식사와 휴식시간 없는 고강도 노동 그리고 가혹한 처벌은 당연히 따라왔다.

여기에 영국의 장기인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을 적용하였다. 쿨리끼리 편을 나누고 좋은 대접을 받는 관리자를 선별하여 아편 배급 권한을 주었다.

영국에 판매된 쿨리들은 아편의 노예가 되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며 힘을 낭비하였다. 그와 달리 자랑스러운 프랑스는 쿨리를 한 명의 사람으로 대접하였다.

-어서 움직여라! 숙소에서 편히 쉬면서 아편을 뽑아내도록!

장 세실은 임시 숙소에 배정된 쿨리를 살펴보고 보고를 위해 하노이로 올라갔다. 강을 거슬러 올라 항구에 내리자 몇 년 사이에 변모한 하노이의 풍경이 보였다.

예전에는 질퍽거리는 진흙 위에 박석(薄石)을 깔아둔 하노이의 길거리는 제대로 된 시멘트 포장이 덮였다. 빈민가를 철거해 새 주택을 건립하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번 항해로 총 삼천여 명의 쿨리를 사들인 장 세실은 나폴레옹 3세에게 보고를 올렸다.

“샤를 루이 보나파르트 외교관님께 보고를 올립니다. 노동자 삼천 명을 데려왔습니다.”

“오늘도 고생이 많았군요. 청나라 노동자들의 상태는 어떠한지요?”

“각별히 신경을 썼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말씀을 하면 안 되지요. 제독께서도 아시다시피 아편 금단증상은 심각한 질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주일 동안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군요.”

베트남으로 운반된 쿨리들은 체계적인 관리를 받았다. 처음 2주일은 아편 금단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세심한 관리에 들어간다.

그다음 순서는 수에즈 운하 공사를 위한 적응 노동이었다.

수도 하노이 인근의 홍 강(홍하) 삼각주의 치수 공사를 통해 이들은 숙련 노동자로 탈바꿈하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요청한 사항은 모두 나폴레옹 3세가 처리하였다.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청원을 읽더니 장 세실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하였다.

“노동자들에게 아편을 주면 관리가 편할 것 같군요. 요청의 구 할 이상이 아편이요 나머지 일 할이 식사나 숙소 혹은 의약품과 같은 생활 관련 요청이라 질릴 지경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영국처럼 아편만 주면…….”

“이들이 인생을 망친 이유도 아편, 가족을 팔아넘긴 이유도 아편 그리고 여기까지 팔려오게 된 이유도 아편 아닌지요. 우리는 문명국으로서 이들의 아편 중독을 치유해야 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들에게 급료도 제공할 예정인데 아편을 허용하였다가는 모든 급료를 아편 구매에 소모해 알거지가 될 겁니다.”

프랑스는 이번 사업을 <자유의 의무>라 칭하였다. 아예 대의를 제시하며 노동자로 팔려 나온 청나라 사람들을 고용하며 이들이 가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 말하였다.

이러한 의무를 각 사업가가 서로 분담하여 짊어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폴레옹 3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 세실에게 현장 관리를 부탁하였다.

“제독님께서는 청나라 노동자들의 식사와 수면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한번 확인해 주시지요. 저는 그동안 베트남의 태자를 만나 상세를 보고해야 합니다.”

“제대로 이루어질 것 같은데 굳이 다녀와야 합니까?”

“베트남의 부패는 생각 외로 심각하더군요. 몇 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으니 가끔 새로운 사람이 방문해서 상황을 확인해야 하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나폴레옹 3세는 자신의 친구이자 젊은 태자, 얼마 뒤 양위를 받아 베트남의 황제가 될 폭티(복시 - 福時)를 찾아갔다.

본래 역사에서 천연두를 앓아 성 기능이 감퇴하고 프랑스에 나라를 빼앗긴 사덕제(嗣德)는 이 역사에서 종두법으로 천연두를 극복하였다.

그는 이미 부친의 허락을 받아 제법 많은 정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 나폴레옹 3세를 맞이하며 미소를 가득 머금고 말했다.

“자네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으니 마음이 놓이는군. 또 무슨 사업을 준비 중인가?”

“저야 태자전하를 도와서 이 베트남을 프랑스와 같이 아름답게 만들 생각이지요.”

“동방 프랑스 계획 말인가? 차라리 서방 베트남 계획은 어떠한가?”

나폴레옹 3세와 폭티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로 배꼽을 잡고 웃어대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나폴레옹 3세의 계획대로 많이 발전하였다.

길거리에 배수로가 설치되어 홍수를 대비하였다. 궁궐 또한 백색 대리석과 서양에서 수입한 화려한 안료로 장식되었다. 근위병을 포함한 군인들도 서양식 병기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일종의 뉴딜 정책을 추진한 덕분에 민간에 자금이 돌아갔다. 덕분에 연간 수십 회나 발생하던 민란이 10회 이하로 감소하였다.

폭티는 이 사실을 떠올리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네 덕분에 나라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 같아. 혹여나 자네의 큰아버지께서 그리하였듯 프랑스 국민의 황제 자리에 오를 생각인가?”

“이미 왕이 있는데 어떻게 제위에 오릅니까? 투표를 통한 총리에 오르면 괜찮을 것 같군요.”

“괜찮은 생각이로군. 이렇게 일이 잘 흘러가면 좋겠으나 제법 심각한 문제가 생겼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서류를 건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폴레옹 3세는 이 서류를 확인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답하였다.

“상당수의 관료와 장수들이 쿨리들에 대한 아편 공급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군요.”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돌아갔는지 모르겠어. 전체의 삼 할에 달하는 관료들이 이 꼴이라니.”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족들에게 뇌물을 먹은 관료는 수없이 많았다. 이들은 프랑스를 통한 교역 수익과 플랜테이션 수입으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뇌물을 받아 아편 공급을 요청하였다.

이 청원을 모두 받은 폭티는 허탈한 눈빛으로 화려한 금룡 벽화가 그려진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한탄하듯이 말하였다.

“눈앞에 프랑스라는 본보기가 있으니 더 절실히 와닿는군. 아바마마께서 권좌를 물려주셔도 이토록 부패한 나라를 다스리게 생겼어.”

“프랑스라면 혁명 한 번 해서 단두대를 몇 개 설치하여 해결한 일이지요.”

“반란이라도 일어나면 모를까 어떻게 사람 목을 짚단 가르듯 베어버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기가 시작될 하노이의 하늘은 우중충한 먹구름이 감돌았다. 이 우중충한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한 줄기 지나가며 불길한 징조를 알렸다.

* * *

나폴레옹 3세의 부탁을 받은 장 세실은 귀찮은 마음을 꾹 누르고 토목 공사현장에 방문하였다. 그러고는 저 멀리까지 진행된 토목공사 풍경을 보며 감탄하였다.

“이 강을 정말 치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면 기적이나 마찬가지로군.”

공사가 이루어지는 강변은 끝없는 황토색 흙만 보였다. 한 공구에 오천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삽을 놀리며 강둑을 만들고 이를 넓혀나갔다.

대한제국의 토목기술자들이 철근 콘크리트 보와 배수로를 설치하여 황토색 숲 사이로 회색 나뭇가지가 뻗어 나간 것 같았다. 그 공사현장에서 나팔이 울리고 인부들이 소집되었다.

마침 점심 식사를 할 차례였다. 커다란 솥에 장립종 쌀로 밥을 지어 수북이 쌓아주고 생선 조림과 고구마튀김 그리고 무절임이 한 줌씩 반찬으로 올려졌다.

이 식사는 공사를 감독하는 대한제국 출신 기술자들도 함께 먹었다. 은근슬쩍 대한제국 토목기술자들의 식탁에 앉은 장 세실이 상황을 물어보았다.

“식사의 질은 어떻소? 혹여나 문제라도 벌어진 적이 있소?”

“청나라, 정확히는 이 땅으로 조상이 이주한 청나라 사람들이 만들어서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입니다. 그래도 못 먹을 수준은 아니지요.”

“간혹 식사가 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더운 곳이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대한제국 기술자들도 식사를 잘 먹는 모습을 본 장 세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다.

“그 정도는 양해해 주시오. 서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니 용서해 줌이 마땅하지.”

장 세실은 공사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며 배식과 각종 궂은일을 처리하는 한족들을 살펴보았다. 이 시기 베트남 인구의 10%가량은 예전부터 대대로 이주한 한족이었다.

프랑스는 한족 가운데 규모가 큰 상인이나 사업가들의 도움을 받아 쿨리들을 관리하였다. 더위가 시작되며 노동자들이 낮잠을 잘 무렵, 한족 사업가들이 다가와 인사를 올렸다.

“높으신 분께서 방문하셨군요. 혹여나 직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제독일세. 공사현장을 한번 보고 싶어서 방문하였으니 어서 안내하도록.”

장 세실은 안내를 받아 공사현장을 확인하였다. 인부들의 옷은 말끔히 세탁되어 건조되었으며 숙소의 이불도 주기적으로 세탁하고 햇볕에 말려 벼룩과 이를 몰아냈다.

물웅덩이가 생기면 즉시 메워서 모기의 번식을 차단하였다. 여기에 거대한 샤워장을 마련하여 매일 몸을 씻을 수 있게 하였다.

그는 이런 시설에도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잠시 뒤, 시찰을 마친 장 세실은 한족 관리자들을 바라보며 질문을 하였다.

“혹여나 불편한 점이나 더 필요한 물자가 있는가?”

“아편 유통을 허가해 주십시오. 저희가 조금 힘을 써보아서 선물을 하나 드리려 합니다.”

한족 사업가들이 장 세실에게 커다란 금송아지를 건네주었다. 장 세실은 이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 자리에 뇌물이 남아 있다는 뜻은 다른 모두가 청원을 거절하였다는 증거였다.

그는 오히려 주머니에서 금화를 몇 개 꺼내 사업가들에게 건네주며 말하였다.

“내가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인데 황금으로 된 소를 줘봤자 뭘 하는가? 이 돈으로 소를 사서 노동자들에게 식사라도 후하게 대접해 주도록.”

뇌물을 주려다 오히려 돈을 받게 된 사업가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장 세실을 바라보았다. 그는 질시와 분노가 섞인 시선을 느끼고 콧방귀를 뀌면서 몸을 돌리고 말하였다.

“예전에 이야기한 것을 잊지 말도록. 아편을 밀매하면 즉각 재산을 압류하고 사업을 금지할 것이야. 베트남의 황제와 제정한 법이니 어길 생각은 꿈도 꾸지 말도록.”

베트남에서 아편은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약재였다. 반면 쿨리들은 아편 중독을 제거할 목적으로 아편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수많은 쿨리들이 아편을 원하였으나 프랑스는 소치(紹治) 황제와 협력하여 이를 원천 차단하였다.

한족들은 보고를 올리려 돌아가는 장 세실을 보면서 짜증을 냈다.

“홍이(紅夷 - 붉은 오랑캐, 서양인)놈들은 아편과 원수를 졌나?”

“내 말이 그 말이야!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아편을 공급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쿨리들과 접촉한 한족들은 간절히 아편을 원하는 쿨리들에게 아편을 판매하여 더 큰 이득을 챙기려 하였다. 이미 많은 우대를 받아 충분한 이권을 남겨도 욕심이 끝이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 아편은 가끔 들어오는 특효약이자 피우면 기분이 좋은 기호식품에 불과하였다. 결국 한족 사업가들은 아편을 공급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이미 베트남의 군부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였으나 최종 책임자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무조건적인 아편 거부를 주장하는 프랑스인들에게 ‘항의’를 할 계획을 세웠다.

그날 밤. 튼튼하게 벽돌로 만들어진 노동자 숙소에 사업가들 여럿이 방문하였다. 이들은 겉으로는 숙소 침대보 교체작업을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만났다.

“자네들 아편이 고프지 않나? 여기 아편 있네.”

아편 금단증상으로 잦은 기침을 하고 손발을 부들부들 떨던 노동자는 아편 파이프를 받아들자 마자 마구 빨아들였다. 아편 기운에 취한 노동자는 허우적거리며 인사를 올렸다.

“가…… 감사합니다!”

“자네들을 보니 참 안타까워. 아편을 그리 좋아하면서 피우지 못하게 하니 이 무슨 일인가?”

“바로 보셨습니다. 홍이들이 얼마나 간악한지 아편조차 못 피우게 하더군요.”

베트남에 사는 한족 사업가들은 세상 물정을 명확히 모르고 있었다. 이미 청나라에 아편이 유입되어 수많은 중독자가 발생한 사실은 그저 괴담으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조선-청나라 간의 전쟁에 개입한 영국군이 호되게 당하였다는 소식만 입수하였다. 이 크나큰 실수로 인해 사업가들은 계획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나갔다.

“내 자네들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 있네. 이 좋은 아편을 좀 피우게 하면 어디 덧나나? 우리 한번 쟁의(爭議)라도 일으켜 홍이들을 깨우치도록 하세.”

“그게 말이나 됩니까? 홍이들의 병력이 육지에 천 명이 넘게 있으며 월남의 군대도 우리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리 준비를 해두었지. 열흘 뒤인 이십오 일에 남쪽으로 다섯 리 아래에 있는 무기고의 경비가 소홀해질 거야. 거기서 무기를 얻어내고 쟁의를 시작하세.”

한족 사업가들이 계획하는 쟁의는 간단하였다. 천여 명 정도가 무기를 지참한 채 시위를 벌이면 아편 공급을 허가해 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 과정에서 쿨리로 팔려온 사람 가운데 호응할 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잘해야 오백여 명 정도가 호응할 것이라고.

그 예상과 달리, 이 자리에 모인 쿨리들 모두가 아편 중독자였다.

거사일인 음력 2월 25일, 양력 4월 10일 한밤중에 공사현장의 쿨리들이 구호를 외치며 일어났다.

“우리에게 아편을 달라! 가자! 형제들이여!”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최악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훗날 ‘해충 구제’나 ‘아편 반란’이라 칭할 베트남의 소요사태의 막이 올랐다.

현장을 감독하던 베트남군이 일부러 태업을 하는 사이 프랑스 출신 경비병들은 곡괭이와 삽날에 맞아 죽어나갔다. 이후 쿨리들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부패한 군관의 묵인하에 삼천여 명의 쿨리들이 무기고에 달려들었다. 미리 무기고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족 사업가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질겁하였다.

그들은 쟁의 동참 인원이 기껏해야 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예상하였다.

이를 수습하여 제대로 된 쟁의를 시작하려 했으나 쿨리들은 눈을 까뒤집으며 무기를 들었다.

“서양 오랑캐들을 모조리 죽여라!”

“임칙서라는 장수가 서양 오랑캐를 격멸했다 하였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이들은 무기고를 알뜰하게 털어내었다. 최신식 라이플부터 구식 소총 심지어 200년은 묵은 조총과 녹슨 창까지 모든 무기를 가져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패한 군관들이 화약을 착복하였으나 일만 발을 쏘고도 남을 화약은 있었다. 예상을 넘어선 쿨리들의 호응에 사업가들이 질색을 하며 말하였다.

“잠깐 진정 좀 하게! 홍이를 겁박하여 보상을 얻어내야지!”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다 죽이고 못 죽인 놈은 포로로 잡아서 몸값을 얻어내야지요!”

사업가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항이 또 있었다. 쿨리들은 단순한 채무자가 아니었다. 아편에 중독되어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이 노예로 팔려나간 사람들이다.

이미 인생의 나락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힘을 얻게 되니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들은 다른 공사현장으로 진격하는 중 프랑스 신부가 머무르는 성당을 확인하고 외쳤다.

“서양 오랑캐를 모조리 죽여라! 성당에는 분명 서양 승려가 있을 터!”

“서양 놈들을 찢어 죽여라!”

자그마한 성당으로 밀려온 쿨리들은 신부와 거주하던 성직자들을 사정없이 찔러 죽였다. 그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성당을 불태우고 진격하였다.

이는 사소한 일 같지만 프랑스의 자존심이 짓뭉개지고 쿨리들이 서양 기준 ‘몰살시켜야 할 해충’으로 분류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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