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65화 (165/345)

165화

15장 4화 망국지탄(亡國之歎)

효명제의 허가 하에 유럽의 각 열강과 미국에 서신을 보내 대한제국에 모여 청나라 관련 논의를 요청하였다. 이들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0년 이내에 청나라에서 내란 혹은 이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각국의 무역 이권과 할양받은 영토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해 미리 논의합시다.]

수집하여 적당히 검열하고 첨삭한 청나라 내부의 정보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된 서신이었다. 당연히 청나라와 무역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요청에 응답하였다.

남은 것은 효명제의 의도를 반영하여 대한제국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효명제는 답신을 모두 확인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처음에는 외부 부대신을 비롯한 외부 관료들을 유럽에 보낼 생각을 하였지. 구주의 각 국가에서 직접 온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잘된 일이로구나.”

“영길리의 무역량은 신냥으로 삼억 냥이 넘사옵니다. 무역이 끊기면 영길리는 수렁에 빠져들 것이니 방문하여 정황을 알아봄이 마땅하옵니다.”

유럽 입장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사태이다. 영국은 무역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으나 아직도 한 해에 신냥으로 약 3억2천만 냥, 은자 6,500만 냥에 달하는 공식 무역을 실시한다.

지금 대한제국 조정의 총 조세 수입인 은자 2,800만 냥, 신냥 1억 4천만 냥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양이다.

효명제는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그만큼 중요한 사항이니 이번 일을 직접 논하고자 방문한 것이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불란서가 더욱 염려할 것 같구나.”

“작금에 이르러 청과 가장 많이 교역을 하는 국가는 불란서이옵니다. 그러하니 손해가 더욱 막중할 것이옵니다.”

프랑스는 고무를 비롯한 인도차이나 특산품을 중점으로 삼아 기존 영국보다는 조금 적은 양을 교역하였다. 이 무역량이 총 신냥 7억 냥, 은자 1억 4천만 냥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대한제국, 미국, 스페인 그리고 네덜란드를 비롯한 기타 국가이다.

대한제국은 청나라 교역량의 3위를 차지하는 나라이지만 다른 나라처럼 사치재를 구매하는 국가가 아니었다.

효명제는 이 사실을 되새기듯이 신중하게 말하였다.

“다른 나라는 차와 귀중품을 사들이나 우리 대한은 청에서 목화를 사들이고 있다. 이 목화로 공장을 가동하여 옷감으로 바꾸어 판매하고 있노라.”

“실로 그러하옵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바가 지극히 옳사오니 큰 문제이옵니다.”

“만약 청이 단번에 고꾸라져 수렁에 빠지면 이 흐름이 끊기게 될 것이다. 요동 일대에 목화농장을 만들고 있으나 청의 값싼 목화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지.”

효명제는 물론이고 대한제국의 모든 사람 입장에서 청나라는 질긴 목숨을 이어가며 천천히 몰락하는 것이 옳았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암을 퍼트리니 사실상 국가 단위의 자살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대한제국의 규모로 청나라를 지배하는 건 불가능하다.

효명제는 이런 상황에서 열강의 시선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하였다.

“그러하니 방향을 제시하겠다. 청나라가 멸망하면 각 열국이 개입하여 서로의 수익을 유지하며 거대한 덩어리를 여럿으로 쪼개 감당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여라.”

“청나라가 망한 이후 여럿으로 쪼개는 방안이라 하셨사옵니까?”

“짐의 식견으로는 이 이상의 방안을 모색할 수 없구나. 물론 모두를 쪼개는 것은 구주의 열강 모두가 달라붙어도 불가한 일인 것 같도다.”

효명제의 제안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제안이다. 청나라가 망하고 각국 열강들이 이권을 개입하여 조차지를 마련하는 것까지는 현실적이지만 중국의 분열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래도 판을 깔아주었으니 용기가 샘솟았다. 나는 중국을 사랑하며 많은 중국은 더더욱 사랑한다. 지금까지 역사를 뒤엎어 왔으니 이제 중국을 사랑할 차례가 된 것이다.

“신 박현상 사력을 다하여 폐하의 명을 수행하겠사옵니다.”

“다만 태자와 함께 수행하도록 하라. 태자도 각 열국의 외교관을 만나 안면을 트고 언변을 길러내야 하지 않겠더냐. 짐이 굳이 다른 말은 하지 않겠으니 알아서 하여라.”

태자를 안전장치로 붙여주었는데 내가 혐오스러운 짓거리를 하지 말라는 신호는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태자에게 현실을 보여주어 가르치려는 태도가 분명하니 다른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태자가 세상을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생각 외로 험악한 세상이 되리라.

* * *

청나라와 관련된 회의를 준비하며 1846년 6월이 되었다. 각국에서는 양력 6월 15일로 예정된 회의에 맞추어 대사들을 파견하였는데 이들이 입항하는 장소는 새 항구인 인천 제물포였다.

“이쯤은 되어야 제대로 된 항구 같군요. 이론상 오천 톤급 선박도 정박할 수 있습니다.”

각 지방 철도 설계를 마친 이점버드 브루넬이 설계한 제물포이니 그가 직접 소개하였다. 갈수록 늘어나는 청나라 무역량을 감당하기 위한 새 항구이니 시설이 휘황찬란하였다.

길쭉한 부두에 접안시설이 스무 개가 넘게 있는데 팔뚝보다 두툼한 쇠사슬이 배를 지탱하게 하였다. 여기는 제1 부두이고 앞으로 제2, 제3 부두가 공사를 진행한다던가.

각 접안시설에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한 대형 크레인과 빠른 운반을 위한 목재 선로가 깔려 있었다.

다만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접안시설이라 눈을 흘기며 질문을 하였다.

“오천 톤급 선박이 정박하는 시설이요? 선박의 폭과 흘수선 그리고 길이를 감안하면 일만 톤급 선박도 정박할 수 있지 않습니까? 설계가 너무 과도한데요?”

“오 사실은! 사실은 아닙니다! 대한의 황해라는 바다는 부유물이 많은 바다이니 바닥에 모래와 진흙이 쌓일 겁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두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진흙이 죄다 방파제에 쌓일 텐데요?”

“아닙니다! 저는 안전을 생각하는 기술자입니다! 과도한 설계는 해악이지요!”

일만 톤급 선박을 만들자고 노래를 부르더니만 항구를 과도하게 설계해 버렸다. 정강이를 한 대 걷어차고 싶었는데 십 년 정도 지나면 일개 무역선도 오천 톤급이 튀어나오니 좀 참아줘야지.

회의 시작 5일 전에 이미 사절단이 도달하였다는 연락이 도착하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절단은 영국이었는데 배에서 제법 거물 인사가 내려왔다.

“한센 박을 예전에 파티에서 뵈었는데 대한에서 뵙게 되었군요. 절 기억하십니까?”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헨리 리처드 찰스 웰즐리 경 아니십니까?”

“삼촌이 저지른 일에 대한 사과를 드리고자 방문하였습니다. 이쪽은 보수당의 의원인 디즈레일리이지요.”

영국에서는 아서 웰즐리의 조카이자 전권 외교 장관급 인사인 헨리 웰즐리, 카울리 백작과 보수당의 거물인 디즈레일리를 보내왔다.

이에 질세라 다음 날 입항한 프랑스는 빅토르 드 브로이 공작이 대표였다. 나폴레옹 시절부터 외교를 담당하던 관료이며 해군 장성이자 루이필리프의 3남인 프랑수아가 함께하였다.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도 최소한 전권대사급 인물을 보냈다. 내가 보낸 서신에서 청나라와 관련된 이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증거였다.

기차가 대기하는 인천역으로 향하였다. 병사들이 먼저 들어가 기차 내부의 점검을 하는 사이 디즈레일리가 다가와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먼저 여쭈어볼 것이 있습니다. 정말 서신의 내용대로 청나라가 붕괴할 것 같습니까?”

“이미 붕괴는 확정된 일이고 수습할 수 없습니다.”

“혹여나 특정 인물을 주목하시고 계신다면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데요.”

디즈레일리는 영국의 국익을 위하여 좀 험한 수단도 사용하는 부류였다. 아마 나에게 입수한 정보를 통하여 주모자를 암살할 계획 같은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모든 관료들이 부패하였으니 답이 없습니다. 한 놈을 죽여도 다른 놈이 자라나지요.”

“참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군요. 물론 그 끔찍함도 쓸 데가 있지만요.”

내 말이 그 말이다. 홍수전을 죽인다고 하여도 청나라는 부패로 인해 무너질 것이 분명하니 거기에 대처해야지.

경복궁으로 들어와 효명제를 알현한 외교관들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태자와 함께 회의장으로 향하였다. 거대한 원탁을 두고 앉은 외교관에게 태자가 회의의 포문을 열었다.

“작금에 이르러 청나라에 아편이 퍼져나가니 분열의 조짐이 보이며…….”

청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 사태를 수습하며 피해를 막아내자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론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옳은 말이 이어졌다.

태자의 의견을 바꿔 말하자면 옆집에 불이 번지고 있으니 자신의 집에 번지기 전에 물을 퍼부어 꺼트리자는 주장이다.

“……이상으로 끝이오. 다들 아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중독자들이 퍼져나가는 청나라에 대처할 방안을 모색하여 봅시다.”

“저희 영국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일이 아닙니다. 벵골의 아편 수출이 끊기게 생겼지만 싼값에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마침 잘되었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노동력을 대거 투입할 수 있겠군요.”

유럽 놈들이 다 이런 성격이지. 태자는 남의 고통을 무시하며 자신의 이득을 얻어내려는 모습을 보곤 질린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청나라가 붕괴하면 무역이 중단되고 모든 이득이 끊겨버리지 않소!”

“아니지요. 청나라가 붕괴하면 영토를 확충하여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이득을 챙겨놔야 합니다. 빅토르 대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영향력에 영국이 끼어들면 불벼락을 맞을 준비를 하게.”

반면 영국을 시작으로 한 유럽 열강들은 불이 났으니 번지지 않게 집을 폭탄으로 무너트려 버리자는 주장을 하였다.

여기에 집이 무너진 곳에서 쓸만한 물건을 모두 챙겨가고 알거지 신세가 된 상대의 땅을 헐값에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영국은 극한의 이득을 추구하였으며 프랑스는 무역이 중단되기 전 이득을 더 챙기기를 원하였다. 미국도, 네덜란드도 심지어 벨기에 같은 소국들도 하나같이 이런 주장을 하였다.

효명제야 유럽의 쓴맛을 제대로 본 사람이기에 청나라를 열강과 함께 분열시키라 제안을 하였다. 반면 궁궐에 안주하여 세상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세자는 어떻게든 만류하려 하였다.

“그러하면 사람은 어떻게 하겠소. 그 많은 사람을 죄다 노예로 삼겠다는 말이오?”

“어차피 아편 중독자가 넘쳐나면 그놈들이 모두 대한제국으로 밀려올 겁니다. 우리는 온건한 관계를 유지하는 동양의 열강 대한제국의 피해를 방지하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저희 모두가 힘을 합쳐 아편 중독자를 구매해야지요!”

“잠시만! 잠시만! 대체 얼마나 사들이겠다는 거요!”

태자가 난색을 표하였는데 디즈레일리는 진지하게 손가락을 두드리며 계산을 하였다. 그러더니만 아주 당연하다는 말투로 답하였다.

“저희 영국 식민지와 각지의 노동력이 필요한 곳을 감안하면 사십만 명 정도는 사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 측에서는 얼마나 구매할 수 있으신지요?”

“요즘 진행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치수사업에 삼십 만 이상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조금 무리하면 십만 명 정도는 더 사들일 수 있겠군요. 그럼 미국은 어떠합니까?”

“까짓것 오십 만 명 정도 사들여서 동서 횡단철도를 두 구간 놓겠습니다.”

“도합 백십만 명이 아니오! 이 장정들이 모두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소!”

태자가 여전히 질색을 하자 외교관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참 이상한 사람도 다 있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어쩔 수 없으니 나도 이 혐성에 동참하여 말하였다.

“태자전하께 아뢰옵나이다. 실로 불민한 일이오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신이 추측하기로 청나라에서 생겨날 아편 중독자는 천만 명이 넘어설 것이옵니다.”

“그 사람을 모두 이역만리로 강제로 끌고 가 노동을 하게 만든다고?”

“채무에 시달리며 노예 생활을 하다 죽어 나갈 이들입니다. 최소한의 기회를 주어 다른 곳에서 노동을 하여 자신의 채무를 벌충하게 함이 마땅하옵니다.”

이 아편중독자들을 청나라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온갖 노동에 시달리다 죽어버리니 큰 차이도 없으며 홍수전이 일으킬 반란에 합류할 수도 있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홍수전은 언젠가 만주족을 숙청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리라. 각지의 객가를 포섭하고 한족도 포섭하며 여기에 아편 중독으로 가산을 탕진한 사람이 끼어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들은 자신을 아편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만주족을 죽이기 위해 충성을 바치고도 남는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기세를 몰아 대한제국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물론 홍수전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미래의 정보를 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태자가 분노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건 말건 내 주장을 확실히 하였다.

“그러지 아니하면 아편을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릴 것이옵니다. 사람을 주기적으로 빼내서 천만 명의 중독자이지 방치하면 더 많아질 것이옵니다.”

“그 판단이 제발 옳기를 빌 뿐이오.”

효명제는 젊은 시절에 영국 빈민가를 보고 현실을 직시하였다. 반면 태자는 각 열국의 외교관들이 멸망하는 나라를 뜯어 먹으려는 모습을 보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태자가 더 이상 응답하지 않자 외교관들은 내 대처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신분이 높고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이 설득되었으니 이제 더 많은 이득을 추구할 차례였다.

“한센 박에게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 삼촌이자 현 총리이신 웰링턴 공작께서 예전에 무례한 일을 하였지요.”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카울리 백작이었다. 그의 사과는 이미 전해졌기에 더 이상 논의할 이유는 없다 생각하고 좋게 넘어갔다.

“그 일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영국이 섣불리 개입하였다 손해를 크게 입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지요. 또한 지난 일을 프랑스 정부에게도 사과하겠습니다.”

빅토르 드 브로이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리며 콧방귀를 뀌었는데 이득을 내놓아 진심을 보이라는 말이었다. 이미 영국 의회에서 논의한 안건이었는지 다음으로 나선 사람은 디즈레일리였다.

“기회가 주어졌으니 영국 의회의 제안을 내놓겠습니다. 이집트 수에즈 일대에 운하를 만드는 것은 어떠합니까?”

“수에즈에 운하를? 해가 서쪽에서 뜨나? 그 비용은? 권한은?”

“영국과 프랑스가 같은 비율로 비용을 대고 공사를 실시하면 어떻습니까?”

수에즈 운하는 프랑스에서 1841년 무렵부터 계획하는 대공사이다. 물론 추진과 실행은 별개의 문제인데 가장 큰 문제는 자금난이요 두 번째 문제는 영국의 개입이다.

본래 역사의 영국은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 운하 개통의 훼방을 놓으며 혐성을 드러냈다.

그런 영국이 오히려 프랑스에게 제안을 하는 사태여서 나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또한 조건이 있습니다. 운하의 노선을 두 개로 나누어 하나는 영국이, 하나는 프랑스가 소유하여 이익 또한 절반으로 나누어야지요. 공사는 공동 진행하되 이익 배분은 따로 합니다.”

“그래도 운하의 노선이 하나면 모를까 두 개라면 너무나 규모가 커질 것 같은데.”

“규모가 크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머스킷 한 정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노동자가 청나라에 넘쳐나는데 삼십만 명 정도 부어 넣어보심이 어떠합니까?”

“오십 만 갑시다. 그 정도라면 대략…… 사 년이면 운하를 완공하겠군.”

디즈레일리와 빅토르가 태자를 바라보았는데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미 진행되는 사태를 대한제국 입장에서 틀어 잠글 수도 없지 않은가.

이후의 논의는 각국의 목적을 표명하고 쿨리를 어떻게 하면 안전히 운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빅토르는 프랑스인 특유의 감성, 자존심이 채워진 순간 한없이 온순해지는 감성을 내세우며 말하였다.

“수에즈에 사용될 쿨리들은 인도차이나에 비축해 두었다가 정기선을 통하여 운송합시다.”

“좋은 방안이군요. 그런데 이런 거대한 공사에는 바지선(barge, 바닥이 평평한 거대 선박. 운하 공사에 필요하다)이 가급적 거대한 놈으로 필요한데 꼭 필요한 사람이 대한에 있군요.”

헨리 웰즐리가 나를 슬쩍 바라보았는데 대한제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점버드 브루넬을 뜻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만 톤 하고 노래를 부르더니 미리 서신을 보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영국 정부에서 이번 일을 계획하며 일만 톤급 증기 바지선을 시험하려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운하 공사를 돕고 그다음에는 운하에서 사용하려는 목적 같다.

이 시대의 기술력으로 일만 톤급 선박은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다. 이번 기회에 이점버드 브루넬의 헛된 망상도 해소하고 기술도 더 많이 축적할 겸 동의하였다.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황제폐하께 말씀을 올리고 잠시 빌려 가셔도 좋습니다. 대신 몇 명 정도는 보조 인원으로 배정해 기술력을 나눠주시지요.”

태자는 이어지는 논의를 듣고 역겨운 마음이 들었는지 잠시 쉴 것이라면서 나가 버렸다.

서로 훈훈하게 청나라를 갈라 먹자는 회의장은 태자가 나가자마자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럼 다음 논의를 하지. 천박한 논의인데 이 미친놈들아! 솜 부인으로 아무튼 빅토리아 아님 다음에는 아무튼 메리 아님을 만들어? 개구리나 뜯어먹는 개놈의 자식들!”

“네놈들이 더 심하잖아, 튀김에 식초 부어 먹는 놈들아! 수호성인을 솜 부인으로 만들어!”

회의의 다음 주제는 내가 만들어낸 솜 남편과 솜 부인이었다.

방금 전까지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언쟁이 아닌 격노를 담은 폭언이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