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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58화 (158/345)

158. 14장 7화 다른 국면

북경에 다녀온 권돈인이 돌아와 도광제가 내놓은 답을 말해주었다.

대한제국이 된 이후 처음으로 청나라와 국제 협약을 맺은 셈인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청에서는 공식적으로 아편을 단속할 권한을 주었습니다. 판결에 시시비비가 없도록 양국의 관원이 힘을 합쳐 세 번의 재판을 하고 처형할 경우 보고를 올리라 하였습니다.”

“훌륭한 처사요. 이보다 더 좋은 대응이 없으니 마음이 놓이는군.”

애초에 도광제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였다.

청나라가 무너진 전쟁의 원인이 멋대로 밀매를 일삼던 무리를 처리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그러니 이번에는 같은 방식으로 시비를 일으키지 않겠다며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은 일이지만 권돈인은 다음으로 도광제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 말하였다.

“청의 황제가 아편을 단속할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죄를 저지른 자를 교화하고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각 지방에 공장을 설립하고 재산을 압수할 것이라 하였으니…….”

“차라리 섶을 짊어지고 기름을 바른 다음 불에 뛰어드는 꼴이 나은 지경이로구나.”

“실로 그러하옵니다. 내부를 단속하지 아니하고 이런 행위를 할 줄은 몰랐사옵니다.”

깊은 한숨과 탄식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그야말로 자폭이 따로 없는 정책이 아닌가.

청나라는 이미 내부 개혁을 넘어 대규모 숙청이 아니고서는 부패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각지의 정보를 입수하여 이를 잘 알고 있는 효명제는 괜히 천장을 보며 한 마디를 보탰다.

“이 나라처럼 황명이 제대로 소통하고 각지의 관원들이 자신의 할 일을 도맡아 하여도 문제가 산더미처럼 생겨나는 정책이거늘. 하물며 청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추진할 줄이야.”

“신이 듣기로는 홍수전이라는 젊은 관료가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을 올렸다 하였사옵니다.”

“홍수전이라는 젊은 관료라 하였는가? 아마 그자를 앞세운 다른 놈이 있을 것 같구나. 청나라 황제의 눈을 속이고 자신들의 이득을 갈취하려는 사특한 놈들 말이다.”

효명제는 홍수전을 앞세운 부패 관료들이 청나라를 갉아먹는다 생각하였다. 반면 나는 이 인간이 본래 역사에서 저지른 행적을 알고 있으니 스스로 움직였다 판단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효명제와 눈이 마주쳤는데 내 표정을 읽었는지 가늘게 뜬 눈으로 내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말하였다.

“아니면 홍수전이라는 자가 황제의 눈을 속일 수도 있지. 이런 사소한 일은 되었으며 결과는 청나라가 더더욱 부패의 구렁텅이로 밀려드는 것 하나로구나.”

결과는 같으니 이후의 일을 논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입장이 정리되고 단속 방법에 대한 논의가 태자에게 전해진 다음에 권돈인이 마지막으로 웃는 얼굴로 말하였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더라도 이 나라로 아편이 들어오는 것만 피하면 될 것이옵니다.”

“옳은 말이지만 청나라에 사람을 보내 홍수전이라는 자에 대해 조사해야 할 것 같구나.”

공식적인 조사는 아니지만 비공식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효명제의 의지가 보였다. 청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확정된 일이나 다름없지만 무너진 뒤의 감당이 문제이니까.

잘못하면 단기간에 숙청과 과감한 투자로 나라를 정리한 새 세력이 대한과 일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니 나를 슬쩍 바라보며 명을 내렸다.

“외무 부대신에게 명한다. 아편의 유입을 막아내는 동안 홍수전이라는 자의 신상에 대해 파악하도록 하라.”

“주상전하께서 내려주신 명을 필히 수행하겠사옵니다.”

나 또한 바라던 바이다.

홍수전이 어떻게 변하였을지, 정약용이 홍수전이 마약을 유포할 것이라는 추정을 한 것이 억측일지 진실일지 모르니 정보를 모아보아야 하리라.

다음 날 일준이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자 녀석은 정약용에게 받은 앵속제독서 신간을 덮고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홍수전의 배상제회는 천주교나 개신교 교리로 작동하는 사이비 종교잖아? 상제는 하느님이고 하느님이 보기에 좋은 모습을 만들자는 사상이 아닌가?”

“나도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문제지. 덮어놓고 사람을 보낼 수도 없고.”

“내가 천주교 신자니까 인맥을 알고 있지. 지금 대한에 주교구가 설립되었는데 북경 주교구에 유학생을 보내는 식으로 사람을 파견하면 적당할 것 같아.”

생각해 보니 지금 대한은 천주교 선교가 허용되었고 한양에 성당에 일곱 곳이나 생겼다. 아직 규모가 작더라도 한양 대교구 성당은 기부금으로 수십 년 동안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모방 신부나 샤스탕 신부를 비롯한 프랑스 신부와 주교들 그리고 조만간 사제 서품을 받을 예정인 최초의 천주교 신부들도 있다.

일준이는 나름 천주교 신자의 논리로 의견을 제시했다.

“홍수전은 아직 하급 관료인 데다 배상제회를 운영하는 사람이니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거야. 그렇다고 다짜고짜 접근할 수도 없잖냐.”

“명목상으로 배상제회를 천주교의 올바른 가르침으로 들여오기 위한 방법이라 하면 될 것 같네. 놈은 자신을 예수의 동생이라 생각하던 미치광이니까 바로 응할 것 같은데.”

“내 말도 그 말이고. 아마 놈 성격이라면 교리를 논하다가 속내가 드러날 것 같은데.”

과연 홍수전이 본래 역사와 같이 미친놈일지. 아니라면 미친놈을 가장한 정상인일지는 몰랐다. 녀석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니 일단 조사부터 실시해야 하리라.

이후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태자의 명으로 파견된 관리들은 상해로 유입되는 아편을 단속하였고 처음 한 달 동안 2,000근, 약 1.2톤을 압수하였다.

당연하지만 뇌물을 먹여 아편을 판매하려던 밀수꾼들은 대한의 철저한 법률에 의거하여 구금되었다.

이 소식을 전하자 도광제는 즉각 분노하여 국서를 보내왔다.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 재판을 진행하고 혐의가 있으면 처형하리라.]

단순 가담자는 도광제가 데려갔고 주동자인 17명의 아편 밀수꾼을 처형하였다.

세 번의 재판으로 모두 혐의가 입증되자 중국 관리가 능지처참을 실시하고 시신을 효수하였다.

* * *

도광제의 협력으로 차근차근 상해 조차지의 체계가 잡혀 나갔다. 여기서 가장 편한 사람은 탁지부 대신(大臣)에서 잠시 물러나 타국의 시설 유지를 감독하는 김좌근이었다.

“역시 청나라와 거래를 하면 편하다니까. 비공식 지출이 제법 많지만 계산이 편해.”

“양회(諒會 - 사정을 살펴 자세히 알아봄)청의 대신이시니 어련하시겠습니까?”

김좌근은 탁지부 휘하 기관이 아닌 외조 휘하의 기관인 양회청(諒會廳)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 기관은 외국의 공관과 각종 시설 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계속 탁지부에 머무르면 권력이 쏠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외조 아래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아예 조기퇴근을 하고 외부에 놀러 와서 한가롭게 나와 농담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재물을 뭉텅이로 전해주고 뭉텅이로 받아들이는 격이지. 이문이 남으면 충분하니 조금 아량을 보여줘도 되고 아니라면 살짝 조여도 되고.”

김좌근을 비롯한 탁지부 출신들에게 이 정도 업무는 편안한 일이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평범한 업무만 하며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다.

청나라의 부패한 관료들은 뇌물을 받으면 그 이상의 보답을 돌려주었다. 간혹 보답이 적은 경우도 있지만 이런 ‘비공식 지출’은 이미 청나라 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요소였다.

아예 다과를 즐기고 있는 김좌근은 권돈인의 눈치도 안 보고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아편을 막을 것이면 아예 막아야지 공식 시세보다 싸게 구입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덮어놓고 막기만 하면 어딘가 구멍이 뚫려 유입됩니다. 우리는 싸게 들어오는 아편을 구매하여 모르핀으로 만들어 약으로 사용하면 되지요.”

“틀린 말은 아니지. 그나저나 일본의 막부가 우리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군. 자네도 알아둬야 할 일이 있는데 선박을 삼십 척이나 구매하였네.”

“폐하께서 윤허를 내리셨군요. 그래 보았자 삼백 톤급 상선 삼십 척이 아닙니까?”

김좌근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들이켜며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주판질을 얼마나 하였는지 뇌는 안 움직여도 손은 반사적으로 계산을 하였다. 그러더니 화들짝 놀라 말하였다.

“세상에! 내 손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가! 나는 분명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아무래도 업무의 조짐이 보여 몸이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 없다고! 처음 한 달은 몰라도 지난 석 달 동안 별다른 일이 없지 않았나!”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지은 김좌근이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정말 석 달 동안 아무런 일이 없었다. 간혹 아편 밀수꾼이 단속되지만 그 양이 극도로 줄어들었다.

이를 대규모 밀매 조짐이라 판단한 조정은 상해 일대와 청도 심지어 요동 일대로 유입되는 물자의 단속을 실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

“요동에서는 동티단이라는 기괴한 단체가 아편 단속을 자발적으로 실시하다니.”

소문을 듣자하니 요동의 각 마을에서 소집된 동티단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하얀 천으로 만든 두건을 쓴 이들은 사방을 돌아다니며 도리깨를 휘둘러 아편 밀수업자를 두들겨 팬다던가.

이런 상황에서도 태자는 안심하지 않았고 상해의 관리들이 아편 밀매를 허가하였으리라는 무리한 추측까지 하였다.

결국 내가 상해에 파견되었는데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었었으니 할 말이 없었다.

“태자전하께서 명하시어 며칠 전부터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강이 바짝 들어간 관료들이 부담스러운 수준의 기세로 나를 맞이하였다. 이들의 인사를 받자마자 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단속 과정부터 확인합시다.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단속 과정은 상식적으로 처리되었다. 아편 냄새를 익히게 한 대형 푸들, 현대 기준으로 대형이고 이 시대 기준으로는 평범한 푸들과 함께 관원이 짐 수색에 나선다.

모든 화물은 기차에서 하역되며 분류되고 정리되며 개인 소지품도 간단한 검사를 실시한다. 이 덕분에 상해 일대에 오가야 하는 물류 흐름에 차질이 생길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고생을 많이 하시는군요. 이래서야 물자가 제대로 옮겨지기나 하겠습니까?”

“저희도 꾀를 내어서 여러 방안을 모색하였습니다. 그러다 뒤주를 활용하게 되었지요.”

“뒤주요?”

웬 뒤주인가 했는데 기차에서 하역되는 짐은 이 지방에 풍부한 대나무로 만든 뒤주에 담겨 있었다. 뒤주의 위에는 쪽지가 붙어 있고 양 측면에는 한자로 표식을 붙여두었다.

이 거대한 뒤주를 수레에 올려 옮기고 차곡차곡 쌓아둔 다음 관원이 뚜껑을 열고 확인하였다. 작업을 살펴보니 관리가 나에게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설명을 하였다.

“처음에는 개개인의 소지품을 검사하려다가 아예 사람과 짐을 따로 분류하였습니다. 물품을 보내려는 사람은 뒤주에 자신의 물품을 담아두고 가볍게 몸만 검사받으면 됩니다.”

“뒤주 위에 붙어 있는 쪽지는 내부에 담은 물품 내역이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이 방식을 동원하니 짐을 쌓아두기도 편하고 조사하기도 편합니다.”

푸들들이 달려들어 뒤주 인근을 뛰어다니며 아편 냄새를 탐지하였다.

간혹 푸들이 달라붙은 뒤주와 무작위로 추출된 뒤주들이 꺼내져 짐이 수색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 조용히 평가를 하였다.

“아예 소형 녹로(鹿盧 - 기중기)를 두어서 짐을 위아래로 옮기거나 쌓아두면 더 편할 것 같습니다. 하나를 옮길 때마다 수레를 쓰다니 너무 불편하군요.”

“그 생각도 해보았는데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대형 녹로를 사용하면 모를까 인력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니라면 뒤주의 크기를 아주 크게 키우던가 해야지요.”

“이를테면 한 칸(3×3m) 정도의 뒤주라면 대형 녹로를 쓸 수 있겠군요.”

“그러면 뒤주를 쇠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관원은 내 말을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으로 보았지만 나름 진지한 말이었다. 컨테이너 시스템이 도입될 정도로 기술력이 축적되면 이런 뒤주 방식을 발달시켜 도입하겠지.

짐 수색이 진행되다 결국 아편이 발견되었다. 푸들들이 달려들어 뒤주를 긁어대고 관원들은 뚜껑을 열어 담겨있던 약재를 모두 꺼냈다.

“지금 보니 아편 밀수를 시도한 것 같은데요.”

“저와 내기를 하셔도 좋습니다. 이번에도 아편이 약재 사이에 섞여 들어갔을 겁니다.”

한참 동안 수색한 끝에 약재가 담겨있던 꾸러미 사이에 아편이 튀어나왔다. 밤톨만 한 덩어리인데 관원들은 뒤주의 주인을 불러 호통을 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약재상인데 아편도 취급하는 바람에 이런 꼴이 났습니다.”

“법에 의거해 양이 한 냥(37.5g)이 아니 되니 넘어가 주겠소. 다만 용모파기를 적어두었으니 앞으로 두 번 단속되면 십 년 동안 거래를 중단할 것이오.”

이 정도면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진한 약재 냄새 사이에서도 아편 냄새를 찾아내는 푸들의 후각과 법대로 처리하는 관료의 조합이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아직 홍수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지만 별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아마 대한을 경계하여 아편의 유입을 필사적으로 막을 수도 있다.

아니라면 청나라 내부에서 아편이 모조리 소모되거나 대한제국을 대신할 만한 다른 판매처에 아편을 판매할 수도 있었다.

저 멀리 광주에서 올라온 프랑스 상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서양은 아닌 것 같았지만.

“어떻게 되든 간에 대한에 아편이 안 들어오면 좋은 일이지.”

바로 상해에서 돌아와 보고를 올렸고 태자도 내가 확인했다는 말에 안심하였다. 아편 밀매가 초반부터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실시해 중단된 것이라 판단하였다.

이제 상황을 정리하고 미국에 파병된 병사들에 대한 논의를 실시해야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달려와 보고를 올렸다.

“태자전하께 아뢰옵니다! 동래에서 아편이 배달되었는데 행선지가 국립이학대학이옵니다!”

“지금 뭐라 하였습니까? 국립이학대학에 아편이 배달되었다고?”

“속히 경찰총국(警察總局)으로 행차하여 아편 밀매에 가담한 이들을 심문하시옵소서!”

별일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자마자 일이 터졌다. 태자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포도청의 후신 기관인 경찰총국으로 함께 가자 손짓하였다.

경찰총국으로 끌려온 자들은 사쿠마 쇼잔을 비롯한 일본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잡혀 온 이유를 모르고 있었으나 태자의 호통이 떨어졌다.

“내 대한에 유학을 온 이들이 엄히 금한 아편을 들여올 줄을 꿈에도 몰랐거늘!”

“저희는 아무 일도 모릅니다! 대한의 밥을 먹고 대한의 은혜로 학문을 배우고 있느라 고향의 일이 그리워 예전에 사용하던 물품을 보내기를 청하였을 뿐입니다!”

압수된 아편 덩어리가 도착했다. 비단 꾸러미로 감싸고 나무 상자에 담아 정중히 보내온 아편의 양을 모두 합치니 150근, 사형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분량이었다.

태자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상지를 뜯으라 하였고 안에서는 서신이 발견되었다. 철저히 계획적으로 아편을 밀매했을 것이라 판단하였는데 내용이 문제였다.

[보내라 말하였던 짐은 모조리 보냈으니 염려하지 말거라. 근래에 들어 사이고 기치노스케라는 청년이 당약(唐藥 - 중국의 약)을 보내왔는데 한 번 피워보니 마음이…….]

“당약? 일본에서는 아편을 당약이라 하던가?”

“저희는 아편이라는 약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끔찍한 마약이라 하였습니다!”

놀란 쪽은 사쿠마 쇼잔을 비롯한 유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일준이에게 배운 아편의 위험성에 대해 논하고 오히려 태자에게 청원을 시작하였다.

“이토록 끔찍한 약을 제 고향의 사람들이 복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부디 엄정히 수사를 하시고 아편의 유입을 막아주시옵소서!”

홍수전이 어떤 명령을 내려도 상관없었다. 생산된 아편의 상당수가 아편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일본으로 유입된 것이다.

거기다 사이고 기치노스케, 훗날 사이고 다카모리로 개명하는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 아편 수입의 대표가 되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내릴 결론은 하나였다.

“미친 청나라 놈들을 보았나! 새로 만든 동맹국에 아편을 팔아치워!”

태자가 말하기가 무섭게 내 목에서도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 모르지만 중국 대륙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아편이 본래 역사에서 아편을 공급한 곳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본래 역사의 일본은 중국을 망가트리기 위해 한반도와 만주에서 아편을 만들어 팔아치웠다.

이제는 반대로 일본에 아편이 퍼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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